

최후의 거울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직전——

[테리 보가드]
유카리!
[미츠미네 유카리]
꺄악!

[미츠미네 유카리]
(깜짝이야.
갑자기 테리 씨의 손이 내 머리에….)

[테리 보가드]
나 참. 다른 녀석들은 잔뜩 칭찬해 놓고서,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

[테리 보가드]
아아~.
나도 유카리한테 칭찬받고 싶었는데~.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
[테리 보가드]
응?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는 마치 어젯밤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시지만….)

[나기]
유감스럽지만, 너희 인간은 영원하지 않아.
[나기]
시간은 무정히 흐르고, 시대는 느릿하게 변화하지.
[나기]
과거에 ‘히어로’나 ‘전설’ 같은 눈부신 이름으로 찬사받아왔던
너의 영예도 여기까지.
[나기]
그것이 이 세계에서의 네 운명이야.
슬픈 일이네….

[앤디 보가드]
형.
[테리 보가드]
뭐야, 앤디. 그런 무서운 얼굴로.

[앤디 보가드]
어젯밤 일로 할 이야기가….
[테리 보가드]
뭐야, 그 이야기라면 벌써 끝났잖아?

[앤디 보가드]
형…!

[앤디 보가드]
…….

[미츠미네 유카리]
저기…, 앤디 씨. 테리 씨는….
[앤디 보가드]
어제 밤부터 줄곧 저런 느낌이야. 왠지 억지로 웃고 있는 거 같아.
[미츠미네 유카리]
그렇군요….
[앤디 보가드]
미츠미네 양이 쓰러진 다음,
형한테서 자세한 사정을 들으려고 했는데….
[앤디 보가드]
저런 상태로 줄곧 아무 문제 없다는 말만 해.
괜찮으면 네가 직접 물어봐주지 않을래?

[테리 보가드]
…….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

[테리 보가드]
응? 아, 유카리. 출발 준비 다 됐어?
[테리 보가드]
이걸로 마지막 거울이야.
유카리도 기합을 넣고 가라구, 응?
[미츠미네 유카리]
네. ……. 하지만….
[미츠미네 유카리]
그 전에 테리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테리 보가드]
…….
[테리 보가드]
………….
그래?

[테리 보가드]
미안.
왠지 괜한 걱정을 끼친 거 같네.
[테리 보가드]
하지만 내 걱정은 하지 마! 이제 괜찮아.
[미츠미네 유카리]
…….

[테리 보가드]
자. 그만 아래로 내려 가자!

[테리 보가드]
지금부터 세계를 구하려고 하는 데,
적의 말에 현혹되어 꾸물거릴 순 없잖아?

[테리 보가드]
그런 건 나답지 않아.

[테리 보가드]
이제 신경 안 써.

[미츠미네 유카리]
(그 때는 테리 씨의 말을 믿고, 이제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테리 보가드]
!
[미츠미네 유카리]
…….

[테리 보가드]
응…? 갑자기 왜 셔츠 자락을 잡고 그래?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
여기엔 저 말고 아무도 없어요.
[미츠미네 유카리]
불안한 점 같은 게 있으면… 전부 말씀해 주세요.

[테리 보가드]
.....!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이고 멋져서….
히어로라 불리는 이유도 잘 알 것 같아요.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히어로도
가끔은 약한 소리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테리 보가드]
유카리…….
[미츠미네 유카리]
저 이제와서 겨우 모두와 한 팀이 된 기분이에요.
테리 씨와도….
[미츠미네 유카리]
그러니까 팀 메이트한텐 뭐든 말씀해주세요.
혼자 끌어안지 말아주세요.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는 혼자서 싸우고 계신 게 아니잖아요.


[테리 보가드]
미안….
[테리 보가드]
이야기한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야. 이건 나 자신의 문제니까.
[미츠미네 유카리]
하지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테리 보가드]
읏…….
[미츠미네 유카리]
죄송합니다, 저…….

[테리 보가드]
별거 아냐.
이런 거 사소한 슬럼프에 불과해.
[미츠미네 유카리]
슬럼프…?

[테리 보가드]
나기한테 그런 소리 들을 것도 없어. 오래 전부터 깨닫고 있었어.
[테리 보가드]
최근엔 옛날 같은 힘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걸.
[미츠미네 유카리]
…….

[테리 보가드]
나는 요미, 나기의 상대가 되지 못 했어.
전력을 다해도 무리였어.
[테리 보가드]
이세 때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널 빼앗기는 건 사양이었는데….

[테리 보가드]
뭐…, 결과적으로 유카리는 무사했고, 거울만 모이면 이 소동도 끝날 거야.
하지만…….
[테리 보가드]
나는 앞으로 줄곧 후회할 거 같아.
그때, 그 중요한 순간에, 어째서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냐고….

[테리 보가드]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도 누군가와 싸우거나, 뭔가를 지킬 수 있겠냐고….
[테리 보가드]
방금 전까지 줄곧 그런 생각만 했어.
[미츠미네 유카리]
…….

[테리 보가드]
하지만…!

[테리 보가드]
이게 그냥 단순한 슬럼프라면 머잖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테리 보가드]
나는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그 시절의 힘을 되찾고 말겠어.
[테리 보가드]
이번엔 유카리를
끝까지 지켜내 보일 테니까….
[테리 보가드]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지을 필욘 없어. 응?

[미츠미네 유카리]
…….

[미츠미네 유카리]
테리 씨가 말하는 그 무렵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 했던 시절 말씀이시죠?

[테리 보가드]
…….
[테리 보가드]
그래.

[미츠미네 유카리]
그 무렵의 테리 씨는 그렇게나 강하셨나요…?

[테리 보가드]
…….

[테리 보가드]
내 아버지는 자상하고, 강하고 멋졌어.
내게 있어 세계 제일의 히어로였지.
[테리 보가드]
그런 아버지와 동생인 앤디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그 남자는 웃으며 망가트렸어.
[테리 보가드]
그렇기에 우리 형재는 복수를 맹세했지. 그를 위해 강해지자고.

[테리 보가드]
그 무렵의 나라면, 설령 나미와 요기가 우리 앞에 나타나도
널 지킬 수 있었을 거야.

[테리 보가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세에서의 일 이후로 줄곧 생각해내고자 애썼어.

[테리 보가드]
그 무렵의 내가 어땠는지.
그러면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어.

[테리 보가드]
옛날의 나, 그 시절의 강함을….
[미츠미네 유카리]
…….

[미츠미네 유카리]
(옛날의 테리 씨….
아버지의 복수에 불타던 시절의…….)

[미츠미네 유카리]
(복수를 위해 살았던 테리 씨….)

[테리 보가드]
아…. 지금 성가신 세계에 발을 들어넣었다는 생각 했지?
괜찮아, 안심해.
[테리 보가드]
그런 녀석들을 쓰러트리고, KOF를 원래의 모습으로…
원래의 ‘축제’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도 우리 파이터들의 역할이니까.

[테리 보가드]
다른 녀석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난 쭈욱 그렇게 생각해왔어.
[테리 보가드]
유카리가 마음 푹 놓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도 협력할게.

[미츠미네 유카리]
꺄악?! 차가워!
[테리 보가드]
하하핫! 나이스 리액션, 유카리!
[미츠미네 유카리]
깜짝 놀랐어요…, 그건 뭔가요?
[테리 보가드]
이거?
시원한 과일 음료야!'
[테리 보가드]
저쪽 가게에서 팔더라. 마실 거지?

[테리 보가드]
내가 지금, 그 무렵의 힘을 원하는 이유는――
[테리 보가드]
너희를 쓰러트리고, 유카리를 지키기 위해서야!!

[미츠미네 유카리]
(…….)

[테리 보가드]
어쨌든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테리 보가드]
나는 나대로,
어떻게 해야 그 무렵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볼 생각이야.

[테리 보가드]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너는 지금, 너 자신과 세계를 생각해….

[미츠미네 유카리]
저기, 테리 씨.
[테리 보가드]
――응?
[미츠미네 유카리]
딱 하나, 제 생각을 말하게 해주세요.

[미츠미네 유카리]
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요.
옛날의…, 복수에 불타던 시절의 테리 씨의 모습이.

[테리 보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