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女神轉生3 NOCTURNE 混沌
蕪木統文 저
蕪木統文 저
* 이미지 2장이 있는데 스캔이 귀찮아서 일단 이미지를 빼고 업합니다..^^
†
오른팔이 섬광과도 같은 통증을 발한다.
쓰러져 있다. 어디에 있는 거지.
격통과 둔통이 플래쉬를 반복하는 동안, 칸나기 신은 단편적인 영상을 보고 있었다.
신쥬쿠 위생 병원에 갔다.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닛타 이사무와, 타치바나 치아키와 함께. 그래, 셋이서 담임인 타카오 유우코 선생님의 병문안을 가기로 해서―….
머리가 아프다, 후두부에 물을 잔뜩 머금은 솜이 들어차 있는 기분이다.
만났다. 수염이 난 장발의 남자. 월간지의 기자라고 말했다. 히지리. 그렇게 말했다.
예언자 같은 말투였다. 도쿄 수태―….
살을 찢는 소리가 내장을 진탕시킨다.
유우코 선생님의 병실을 찾다가, 또 다시 누군가를 만났다. 고급 정장을 입은 메마른 몸의 남자, 히카와라고 했던가. 매서운 눈을 한, 거만한 남자였다.
바로 근처에서, 피냄새가 진하게 난다.
무슨 일이 일어났지. 검은 번개가 끊임없이 내리치더니―….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자, 세계가 변해 있었다. 병원 로비에서, 싸우고, 밖으로―… 뭔가와 싸웠다―…… 포르네우스―. 그렇다. 가오리같은 모습을 한 악마로.
악마라고?!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분명한 사실로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 마치 거기에 심장이 있는것처럼 맥박치는 왼팔은, 그 때의 싸움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기억 영상은 그 장면이 제일 선명하고도 생생했다.
―…맨손으로, 악마와 싸웠다. 포르네우스를 쓰러트리고 밖으로 나왔다.
흐릿히 얼굴이 떠올랐다.
누구지? 후광을 받아 그 윤곽이 발광하는 듯한 얼굴이 다가온다. 프랑스 인형처럼 새하얀 피부에 단정한 면면―….
금발의, 아이인걸까.
언제 만났었지. 포르네우스와 싸우기 전인가.
나를 향해 속삭였다―… 무엇을?
받았다―….
무엇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뜨거운 포말이 얼굴에 튀어, 신은 희미하게 눈을 떴다.
자신의 피란 걸 알았다.
살이 패이고, 뼈가 끊기는 진동이 체내를 돌아다닌다.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꽤나 스타일이 좋은 여자가 상처입은 왼팔에 이와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
먹히고 있다.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린 왼팔이, 그대로 뜯겨져 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흘러 넘친다.
왼팔을 절단 당했는데도, 어째서인지 통증은 별반 없었다. 격통임은 틀림없지만, 다시 정신을 잃을 정도도, 참지 못할 정도도 아니다.
솜을 채워 넣은 후두부에 소리가 되지 않는 속삭임을 느꼈다.
『통증이라는 것은, 침해 수용기라고 불리는 기관이 그 감각을 발생시켜, 그것이 뇌로 전해져야만 비로서 성립하는 거야. 포유류나 조류, 양서류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뚜렷한 목소리가 아닌, 몇 여개의 날개를 지닌 찬란한 빛이 뇌에 직접 데이터를 송신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하지만 물고기에게 그러한 기관은 없어. 생체로서 이형이질하지. 악마도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돼. 예를 들자면, 통증을 전혀 느끼지 않는 부류도 있고, 침해수용기관을 콘트롤 할 수 있는 종류도 있어』
그런가―…. 통증이 높고 낮게 맥박치며… 제일로 나약한 썰물 상태에 붙박혀 있는 것은―….
대사가 가속화되고, 흘러나오는 혈액을 저지하기 위해 세포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 내가 악마가, 되었기 때문인가….
「아, 아아앙」
고양이를 닮은 여성이, 환희의 신음을 발하며, 형태 좋은 두 엉덩이를 흔들며, 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계단에 쓰러진 채, 칸나기 신은 멍하니 생각했다.
팔이 없으면, 곤란해.
내 팔은―…………을 ―……하기 위한 것이니까.
†
히지리 죠지는 발견한 그 원주형의 기계에 가볍게 손을 대었다.
높이는 약 2m 정도일까. .
표면은 광택을 발하고, 범어와도 같은 문자가 규칙적으로 새겨져 있다.
「이건 뭐지?」
문자열은 그 자체가 생명을 지닌 것처럼 점멸하고 있었다. 신쥬쿠 위생병원 안에 위치한 넓은 방. 조명은 꺼지고, 원주에서 흘러나오는 단편적인 발광이 황야의 모닥불처럼 어둠에 희미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히지리는 원주 가까기에 얼굴을 댄 다음, 몇 발짝 물러나 전체도를 바라보았다.
원주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콧수염이 나 있는 갸름한 얼굴. 올백에 장발. 비늘모양의 쟈켓에 하얀 바지.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과 비슷한 취재용 숄더 백을 대각선으로 걸치고서, 한손에 맘에 들어하는 텔레스코프 햇을 들고 있다.
―… 평소와 다름 없는 나다.
하지만, 세계는「평소」라고 할 수 없었다.
병원 창문으로 보이던 광경을 떠올린다. 파괴된 거리.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아닌 발광체. TV도 라디오도 침묵하고, 전화도 네트워크도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히지리 죠지는 손끝으로 콧수염을 더듬었다.
히카와를 쫓아, 여기까지 찾아왔다.
거대 통신 회사인 「사이버즈」의 CEO, 그것이 히카와의 표면상의 얼굴.
원주 근처에는 편해 보이는 가죽 의자가 있고, 사이드 테이블에는 컴퓨터 단말이 늘어서 있다. 전부 사이버즈의 제품이었다.
「정말로 저지른건가. <도쿄 수태>를」
당초엔 미심쩍어 했었지만, 취재를 거듭하는 동안 히카와가 컬트 교단 <가이아 교>의 중요 간부라는 사실은 확정적이 되었다.
가이아 교단은 오컬트 업계에서 급진적인 악마 신봉집단으로서 이름 높기에―공안이 마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히지리의 잡지에서는 제일가는 취재거리였다.
교단은 <미로쿠 경전>이라는 수수께끼의 문헌을 신봉하고 있다. 입수한 그 문헌의 일부 카피만으로는 그 전부를 해석할 수 없었지만, 컬트 집단에 흔히 있을 법한 종말사상에 관한 텍스트로 보였다.
『세계는 종언을 맞이하고, 선택받은 자에 의한 창세가 행해진다』
별달리 신선한 맛은 없지만, 잡지의 미니 특집이나 칼럼으로는 딱이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히카와와 가이아 교단의 관계를 스쿠프할 셈도 없었다. 종교적 자유을 자처할 맘은 아니지만, 무엇을 신으로 삼는대도 상관없다.
월간 아야카시 적으로는 미로쿠 경전 속의 도쿄 수태, 볼텍스 계, 마가츠히……. 독자가 기뻐할만한 키워드의 해설이 필요했을 뿐이였다.
히카와가 『도쿄 수태』인 『멸망』을 진심으로 준비하고 있단 것을 알 때 까지는!!
턱수염을 더듬으며 히지리는 한숨을 흘렸다.
세계 멸망 계획이 진척되고 있다 해도, 최종 단계까지는 아직 먼 줄로만 알았다.
「몇 명이 살아 남았지?」
이미 병원 안은 다 수색을 끝냈다. 만난 인간들은극히 몇 명, 교사를 병문안 하러 왔다고 하는 세 사람의 고등학생 뿐이였다.
일단 병원에서 나가지 말라고 주의해 뒀지만, 무사할지는 의문이다. 신경은 쓰였지만, 이것저것 질문 받아도 대답할 수도 없고, 이후 어떻게 해야할지는 자신도 모른다.
「그들의 얘기에 따르자면, 이 건물에는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던 모양이였어.」
커다란 가죽 의자를 바라보며, 얼굴을 가까이 댄다.
코를 대서 냄새를 맡았다. 극히 희미하게나마 향수가 남아 있다. 손끝을 핥아 적신 뒤, 의자의 가죽을 세게 비빈 다음, 어린애처럼 그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시트러스와 재스민, 화이트 무스크 향내…….
「샤넬의 “찬스”인가.」
히카와가 뿌린다는 향수이다.
원래부터 여성용 향수를 좋아하는 건지, 찬스라는 이름을 좋아하는 건지.
어쨌든 이 방에 히카와가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병원에서 계획을 추진했다는 건가」
직원을 배제하고, 수수께끼의 원주를 배치하고……. 그리고, “도쿄 수태”를 일으켰다.
히카와로서는 당연히 안전권에 있으려 들겠지.
「여기인가」
히지리는 어둡고 넓은 실내를 둘러보았다.
「즉, 병원이 결계가 되고, 병원 내에 있던 사람만이 살아 남았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타당한 모양이다.
눈 앞의 원주는 결계를 만들기 위한 장치 이거나, 도쿄 수태를 일으키기 위한 장치이거나. 어쨌든 굉장히 중요한 것이겠지. 일회용이 아니라는 증거로, 지금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원주가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그 빛이 그 내부를 달린 다음 다시 사라졌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디에선가 보내온 빛을 중계에, 또 어딘가로 전송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터미널……」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슨 터미널이란 거냐. 아니, 만약 터미널이라고 한다면, 이것과 같은 장치가 또 다른 장소에도 있다는 뜻일까?
히지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겠지. 히카와는 여기에는 없다. 즉 다른 터미널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원주에 적혀진 문자에 손을 댄다.
「이건… 혹시……」
숄더 백을 열어, PC 단말을 꺼낸다.
「그리모와르인가?」
주문이나 액막이, 수호부, 악마 소환 등등의 마법의 고등기술이 기재된 비전서의 총칭이며, 달리 일컬어 그리모어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서적의 형태를 뛴다고만은 할 수 없다.
「데이터 부족이야」
입술을 깨문다.
소지한 PC 단말에는 데이터 베이스의 일부 밖에 인스톨 되어 있지 않다. 본사에 접속할 수 없다면, 지금 여기서 이 문자를 조사할래야 조사할 수도 없다.
히지리는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온갖 각도에서 원주를 촬영했다.
히카와는 여기에 있었다. 이 원주는 중요한 장치다. 조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내 일이다.
「갈까」
진보쵸(神保町)에 있는 편집부로 향할 수 밖에 없겠지.
회사의 컴퓨터와 자료실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문자를 해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칸다의 뒷골목에 있는 낡아 빠진 빌딩이 건재하고, 전원도 제대로 들어온다면 말이지만.
손 끝으로 모자를 돌리며, 뒤돌아 본다.
「응?」
안 쪽에 빛나는 구체와 눈이 마주쳤다.
진홍색의 눈알이다.
그늘 속에서, 그 주인이 커다란 눈을 갸웃한다.
「뭐, 뭐야……. 저건……」
히지리는 침을 삼켰다.
직업상 갖가지 환수나 악마의 회화를 입고한다. 박진감 있는 슈퍼리얼리즘으로 그려진 것도 있어서, 그러한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익숙해져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평면이며 입체화 한 것은 처음이였다.
「어이……. 설마………」
진짜?!
히지리를 바라보는 커다란 얼굴이, 이번엔 반대쪽으로 기울어진다.
붉고 동그란 눈. 새카만 타원형 입. 전신은 청 보라색 털로 뒤덮여져, 머리에서는 2개의 촉각이 나있다. 손은 없고, 어깨에서는 좌우 대칭으로 하트 형태가 되는 커다란 날개가 펼쳐져 있으며, 그 날개 안 쪽은 극채색이다.
「모스―…」라고 들리는 울음 소리를 발하며, 그것이 가는 한쪽 다리를 들었다.
히지리는 움직일 수 없었다.
피부 감각이, 거짓이 아님을 고하고 있다.
눈 앞의 물체는 결코 인형 같은게 아니다. 탈을 뒤집어 쓰는 인형 종류의 것이라면 남들보다 배로는 더 잘 알고 있다. 학생 시절에는 “괴인 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슈퍼 주차장이나 상점가에서 후덥한 라텍스 의상을 입고, 뛰돌아 다니고 광고지를 나눠주고, 어린아이들을 협박해……, 사고가 정지하며 맥락없이 과거의 영상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아아, 그러고보니 그 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회사는 이 신쥬쿠에 있었지.
그것이 다시 울음 소리를 발하며, 반대쪽 발을 들었다.
호응해, 움찔하고 히지리도 턱을 들었다.
의식이 현실로 다시 이끌려 오고, 뺨을 타고 흘러 떨어지는 땀이 굉장히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호흡, 냄새, 움직임. 이 녀석은 그야말로 진짜 생물이다.
「아, 악마……」
악마다.
뭔가의 오랜 문헌에서 펜으로 그려진 단색 일러스트를 본 적이 있다. 다소 형태는 다르긴 하지만, 몽타쥬로 보면 똑같다.
「모스, 모스!!」
그것이 팔짝팔짝 뛰듯이, 교대로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스텝을 밟는다.
무기다. 무기를 찾아야해! 히지리는 숄더 백 사이드 포켓에서 교정용 빨간펜을 끄집어 냈다.
단검처럼 앞으로 겨눈다.
순간, 공기를 채찍질하며, 뱀을 연상시키는 검붉고 긴 혀가 히지리의 손목에 휘감겼다.
「우왓」
떨어지지 않는다. 그대로 질질 끌려간다. 그것이 벌린 입가로.
「자, 잠깐. 잠깐만!!」
먹힌다?!
「네, 네가 좋아하는 걸 줄게. 진짜」
악마인거라면 뭔가를 탐내할 것이다. 예부터 서로 탐나는 것을 교환 조건으로 내놓는 “계약”에 의해 마물은 나타난다. 불러낸 기억은 없고, 애당초 소환 방법도 취재로 배운 지식 정도 뿐이지만 현실로 눈 앞에 있는 것이다.
「모스?」
가까이로 육박해온 커다란 머리가 갸웃한다.
「그, 뭐냐. 뭘 좋아하지? 뭐가 갖고 싶은지 말해 봐. 찾아 줄게. 준비해 줄테니까. 그렇지. 인간의 뇌가 좋다던가 그런건 안돼」
「모스!」
혀에 감긴 손목 아래에 대량의 침이 묻었다.
「우와아악. 기다려. 하지마」
오른팔이 새카만 입 안으로 먹혀 들어갔다.
섬모로 뒤덮인 얼굴이 급히 각도를 틀더니, 몸이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진다.
쓰러질뻔 했지만 청보라색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휙하고 움직여서, 그쪽으로 다시 강제로 끌려갔다. 이번엔 그대로 왼쪽으로 쓰러진다. 악마의 얼굴이 다시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더니, 히지리의 전신 역시 동시에…….
「우왁우왁우왁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모스모스모스모스모스모스모스모스모스~」
악마가 울면서 고개를 좌우로 갸웃대고, 그 바로 앞에서 히지리는 메트로놈으로 화(化)해 있었다.
†
타치바나 치아키는 하늘을 날고 싶었다.
걸음을 옮기는 부츠 바닥이 유리파편을 밟아 으깬다.
유치한, 너무나도 어린애같은 바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상황은 좀 더 잘 알 수 있겠지. 대피소는 어디에 있는지, 도시는 어디까지 파괴됐는지.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없다해도, 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천리안이 있다면……. 내게 좀 더 힘이 있으면…….
기도하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본다.
빛을 발하고 있는 그.것.은 정말로 태양인걸까. 굉장히 크다. 게다가 마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사무 군. 지금 몇 시야?」
언덕이 되어 부풀어 오른 황토를 우회하며 옆에게 그렇게 질문한다.
「아아. 좀 전이랑 똑같아. 내 시계 왠지 이상해졌어.」
「몇 신데?」
「상태 불량이라고 해야하나? 움직이기는 하니까 망가진 거랑은 좀 다른 것 같지만….」
「몇 시야?」
말투에 분노가 스며나오지 않기위해 노력하면서, 치아키는 끈기있게 질문했다.
「9시.」
이사무가 흥미없다는 듯이 말한다.
「내 손목 시계로는 4시야.」
하늘을 올려다본다.
빛은 거의 바로 위쪽에 있었다. 정오라는 의미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오후도 오전도, 9시나 4시의 위치는 아니다. 시각이 확실하지 않은 것은 다소 마음을 불편하게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시계와의 오차는 치아키를 다소 안심시키기도 했다.
「우리들 병원에서 얼마만큼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거지?」
이사무가 내놓은 결론이였다.
「몰라. 아마 하루 정도겠지.」
「그래. 그렇겠지.」
분명 지진과, 지진이 일으킨 가스 폭발같은게 연속적으로 일어나, 병원 안에서 기절해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다 끝냈을 무렵 마침 딱 눈을 떴다. 처음인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그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칸나기 신이나 유우코 선생은 자력으로 탈출했을까? 구출되었을 까? 혼란스러웠던 탓에 자신들만 남기고 가버린 걸까. 기절해 있었던 시간이 긴 것은, 병원이였기 때문에 마취약같은게 새어 나와서, 우연히 그걸 마시고 말았기 때문에.
「그런걸까…….」
치아키는 폐허 속을 뒤지듯 시선을 들었다.
사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이만한 파괴가 있었으니 사망자나 부상자도 많았겠지. 사체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이사무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들은 이미 회수 되었다. 또한 별다른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다. 희생자가 적었기 때문에 구조 활동도 바로 끝나고, 지금은 복구 작업이 시작 될 때까지 기다리는 에어 포켓 같은 틈새에 해당된다.
「응……. 분명 그럴 거야….」
「아아, 뭐야. 치아키야말로 혼자 중얼중얼 멋대로 납득하고 있잖아?」
「이 부근에 지정된 피난 장소는 어디지?」
「신쥬쿠 고엔(御苑)이려나. 중앙 공원일지도 모르겠지만. 몰라. 가스가 새서 위험했다면 그 부근도 틀려서 요요기 공원 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고.」
「가스……」
사람이 없는 것은 그것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유독 물질. 단순한 도시가스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종류의 가스가 흘러 나와서, 신쥬쿠 일대에는 강제 피난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경찰이나 자위대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그.것. 때.문.이.라.고.
코를 킁킁 거려봤지만, 딱히 냄새는 나지 않는다.
치아키는 위장 주위를 어루만졌다.
경과 시간에 비해 공복도 목마름도 없는 것은 분명 긴장한 탓이겠지.
시야와 앞길을 가로막는 커다란 건물 파편에, 이사무의 손에 이끌려가며 올라간다.
이 앞에 타카시마야가 있고, 코우슈 가도가 있다. 코우슈 가도를 약간 왼쪽으로 내려가면 메이지 대로다. 둘 다 넓은 간선도로이며, 어디로 간다해도 알기 쉽고, 빌딩 틈새를 걷는 것도 아니니 이동도 편해지겠지.
「자, 잠깐. 손 잡아 당기지 마.」
먼저 파편 위에 선 이사무가, 마네킹 화 해있었다.
한쪽 팔을 뒤로 뻗어, 치아키의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악력은 이미 없고 불러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대, 대체 무슨 일이야?」
자신에게 완력이 없음을 분해하면서, 이사무의 팔을 지지삼아 건물 파편 사면을 뛰어 올라간다.
「잠깐. 그렇게 침묵하지 말고. 뭔가 말……」
산처럼 솟은 건물 파편 너머, 시야로 떠오르는 광경에 치아키의 동공이 크게 벌어졌다.
「뭐야……, 이건…….」
터무니 없이 전망이 좋았다.
전방에 신기루처럼 보이는 빌딩의 무리는, 시부야의 거리인 모양이다.
그 도중에는 아무 것도 없다.
요요기나 하라쥬쿠, 센다가야는 완전히 소멸해, 황토색 파도만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다.
「뭐야…. 이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테 묻지마!」
이사무가 외쳤다.
「이건 완전 사막아냐. 피난할 장소 같은게 어디에 있단 건데…….」
「그러니까 나한테 묻지 말래두,」
「거짓말…….」
「내가 어떻게 알아.」
「꿈이겠지…….」
무릎이 종이장처럼 무너져 내린다.
「이런거……. 이런건 마치……. 마치……….」
입에 담아 버리면 인정하고 만다. 현실이 되고 만다.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만다.
「시, 싫어……. 이런거…….」
전화도 문자도 통하지 않는다. TV도 라디오도 침묵하고 있다. 파괴된 거리의 주위를 황량한 사막이 감싸 안은채,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구도 없다.
즉……….
「뭐야. 세상이 끝난 거야?」
치아키가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말이, 옆에서 싱거이 새어나왔다.
「바보…….」
원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뭐야. 바보는 아니지. 바보는.」
「웃기지마…….」
무너질 것 같은 무릎을 내리 누르며, 치아키는 광야를 쏘아 보았다.
「난 한 번도 웃긴적 없어.」
「너한테 한 말 아냐.」
「아아. 그럼 누구한테 하는 말인데? 여기는 우리 둘 밖에 없다고. 누굴 향해 한 말인데. 누구한테. 누가 있는데. 치아키야말로 웃기지 말라구.」
「왜 히스테리야…?」
「뭐야. 그 시비조. 애당초 너 너무 쌀쌀맞은거 아냐? 나는 너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라구.」
이사무가 입술을 삐죽인다.
「감사하란 소리야…? 이런 광경을 앞에 두고 고맙단 말을 들으면 만족해? 좋아. 고마워. 얼마든 말해 줄게. 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고마워.」
「시, 시끄러.」
「만족했어…?」
이사무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은 둘이서 말다툼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런 것 보다 생각해 봐. 왜 이렇게 되버렸는지.」
「이유나 원인은 아무래도 좋잖아…….」
「이렇게 된 건 도쿄 뿐일지도 몰라. 아아, 카나가와나 사이타마는 무사하겠지. 그래. 그쪽에 피난소가 있는 거야.」
「안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머리가 이상해 진 거 아냐, 치아키? 때와 장소라는 걸 생각해.」
「말 뿐이네….」
「뭐가.」
「너 말야…….」
「무슨 의미야?」
주먹을 움켜쥐는 이사무의 그림자가, 치아키를 덮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커다란 그림자가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뭔가의 간판이 떨어지는 거다. 그렇해서 두 눈을 꽉 감았다. 빌딩 위에서 낙하하는 파편에 깔려 죽고 만다, 그것은 그거대로 최악이겠지. 하지만 그 그림자는 공중에서 멈춰서더니 전혀 다른 의미로 최악이 되었다.
휘몰아치는 질풍에 옷이 격하게 펄럭이는 소리를 낸다.
치아키도 이사무도 아연히 고개를 위로 처들었다.
새가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원근법을 무시한 크기다……. 시각이 에러를 일으키고 있다…. 아니, 실제로 거대한 것이다. 펼쳐진 날개는 넉넉히 4미터 이상이며, 인간의 크기를 능가하는 바디 하복부에는 3개의 다리가 뻗어나와 있다.
「야, 야타가라스…….」
치아키는 그 생물을 알고 있었다.
작년 일본사 그룹 연구 때문에 몇 번이나 도판을 보았다. 진무(神武) 천황의 동방 정복 때, 그 길안내를 하기 위해 충신 카모노타케츠노미노미코토(賀茂建角身命)가 변신한 새라는 전설이 있는 존재로, 쿠마노 콘겐(熊野 権現)의 화신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3개의 다리를 가진 야타가라스는 가문의 문양으로서도 오래되어, 전국 시대에는 철포(鉄砲) 다이묘(大名)라는 이명(異名)을 지닌 사이가 마고이치가 스스로의 군대의 깃발로 삼기도 했다. 지금도 키슈(紀州) 지방의 나치(那智) 폭포 부근, 나치 신사(那智大社)나 혼구 신사(本宮大社) 등에서도 다리 세 개를 지닌 새의 그림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대체 다리 세 개는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 치아키는 고개를 갸웃했었다. 설마, 그러한 이형의 새가 있을리도 없고.
아니였다―…. 정말로 있었던 것이다. 있다. 지금. 바로 머리 위에.
날개의 퍼덕임이 불러 일으키는 바람에 다리가 떠오른다.
소용돌이 치는 공기에 휘감겨, 공처럼 싱거이 하늘로 내던져진다.
치아키는 문자 그대로, 바람 속에 떠 있었다. 얼굴 피부가 풍압을 받아 땅긴다. 의미불명의 대음향이 고막을 마비시킨다. 시야가 흔들리더니 유선으로 가득찬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디지털 줌처럼 급 접근해 왔다.
부딪친다!! 허공에 뜬 상태론 자세를 바꿀 수 없다. 설령 자세를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속도를 거슬러 몸을 뒤집을 만한 근력도 뭣도 없다.
나는 무력하다.
유리 파편이 얼굴을 째고, 안구를 도려내고, 동맥을 절단하겠지.
싫어. 살려줘. 싫어…….
애원이 통한 것처럼, 불연듯 몸이 급상승했다.
난다. 날고 있다.
유치하고 어린애같던 소원은 이루어졌다.
장난감 같은 빌딩의 옥상이 아득한 발치 아래에 있다. 언제나 올려다봤던 고층 빌딩을 바로 옆에서 바라 볼 수 있었다.
고막을 마비시키는 의미 불명의 대음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비명인 것을, 치아키는 겨우 깨달았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것들도.
세계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 대부분이 황갈색이였다. 사막이나 황무지라고 해도 좋다. 거리가 남아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은, 신쥬쿠와 시부야, 방향으로 보아 이케부쿠로, 그 역 주변 정도였다. 안개나 모래먼지 같은 것 사이로, 긴자 방면에도 빌딩 그림자로 보이는 것이 엿보이긴 했지만 확실하진 않다.
아니, 세계의 형상은 주용치 않았다. 이제와 새삼스럽지만 치아키는 이사무의 발언을 절절히 긍정해 주었다. 그 말 그대로, 이유나 원인을 안다해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을 꽉 죄여드는 거대한 세 개의 다리가 벗겨질 리도 없다.
바람이 뺨을 때리고, 바로 머리 위에서 야타가라스가 기나긴 울음 소리를 발했다.
몸을 파고드는 다리를 때내고 싶지만, 여기서 그렇게 되어도 곤란하다. 공중에 있는 것이다. 스페이스 마운틴에서 느낄 수 있는 5백배의 풍압과, 밀려드는 횡가속도에 의식이 혼탁해졌다.
치아키를 움켜쥔 채로, 야타가라스가 급선회한다.
어느샌가 박쥐 날개를 지닌 금발의 여자가 함께 날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다. 그 집단이 야타가라스를 향해 비상한다. 반대편에서는 해마에 뼈 밖에 없는 날개를 붙힌 듯한 극채색의 생물이 접근해 오고 있었다.
「아, 아니야.」
치아키는 중얼거렸다.
세계는 그저 멸망한게 아니다.
흔들리는 시야에, 나비 날개를 지닌 등색의 여자. 매의 날개를 지닌 뱀. 종이 세공처럼 하얗고 긴 정체 불명의 것이 속속히 비쳐 들어온다. 야타가라스의 동료인걸까. 아니, 일부는 동료고 일부는 적인 모양이다.
서로 급 접근해, 싸우고 있다.
아니, 그 표현은 다소 약한 구석이 있다.
서로 죽고 죽이고 있다.
부리를 쳐들고, 발톱을 박는다. 핏줄기가 비행기 구름처럼 허공에 드리워진다. 목구멍을 후벼 파이고, 몸이 찢겨져 나간다. 힘 없는 자는, 내장과 피와 비명을 흩뿌리며 추락해간다. 뭐와 뭐가 아군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뿐이였다.
― 세계는 마계가 된 것이다.
믿든 말든 상관없다. 눈 앞에서 이형의 마물들이 서도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며, 환상도 꿈도 아니다. 자신은 하늘 놓은 곳에 떠 있다. 계속 이어지는 풍압도, 몸을 피로하게 하는 아픔도, 흘러 떨어지는 마물의 피도, 틀림없이 전부 진짜였다.
치아키는 교차하는 포효 소리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크나큰 비명을 질렀다.
야타가라스의 다리 하나가 뭔가에 의해 절단되어, 몸이 허공 중에 크게 튀어 오른다.
격하게 흔들리는 시야의 스크린에, 박쥐 날개를 지닌 여자가 클로즈 업 되더니, 바람 소리 속에 방울소리같은 고운 목소리가 겹쳐졌다.
「만트라 군한테 무녀를 빼앗기지마.」
「이게 수색 대상인 암컷이야?」
「왠지 얼굴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인간 암컷은 구별이 잘 안가. 어쨌든 잡아 가………,」
여자 하나의 얼굴이 급 접근해 온 뱀에 의해 으깨진다.
뱀의 꼬리가 치아키에게 휘감긴다.
거의 동시에, 그 뱀의 머리가 여자들의 이빨과 손톱에 의해 토사물로 화(化)했다.
치아키의 의식은 이미 그 유지 한계를 넘어 있었다. 입도 옷도 반쯤 벌어져 있었지만, 더 이상 비명조차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비상하는 마물들 사이에 끼여, 붙잡혔다가 떨어지고, 상승했다가 낙하한다.
하늘은 푸르고 아름다웠으며, 세계는 찬란한 빛과 피 냄새, 포효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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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11124314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