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3)
* 키요하루 루트 B 루트입니다.
키요하루는 내 손을 꼭 잡은채,
묵묵히 숲을 걸어 간다.
태양한테서 등을 돌리고, 뭔가에……
홀린 듯이.
[츠유하] 잠깐…… 키요하루.
신사는 저쪽인데?
[키요하루] 먼저, 할아버지 집에 들리게.
키요하루의 할아버지네 집……?
전에 소우시가 키요하루의 할아버지라면
반점에 대해 뭔가 알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키요하루의 안에 있는 "뭔가"에 대해서도.
[츠유하] 그……, 할아버지는……
키요하루에 대해 알고 있어?
불과 몇 초. 그의 대답에 틈이 생겼다.
[키요하루] 나……….
지금까지 내내 도망쳐 왔었어…….
그렇게 말하며, 키요하루는 약간 난처한듯 미소했다.
어느샌가, 내 손을 잡아 당기던 그의 걸음은 멈춰있다.
[키요하루] 할아버지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물으려고 했던 적도, 없었어.
[키요하루] 소우시나, 타카오미가, 아마……. 나랑 같이 말야….
뭔가가 안에 있는게 아닐까……,
[키요하루] 그런 것도 실은 전부……, 눈치채고 있었어.
[츠유하] ……………….
[키요하루] 그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나한테…, 그걸 숨기고 있었던 것은…
아마, 내가…… 누구보다도 약했던 탓이야.
[키요하루] 갑자기 의식이 없어져서
정신을 차리면…… 주위를 여럿 상처 입혀서…….
불안한듯 흔들리는 시선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인걸까…….
[키요하루] 그 녀석들은……,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그런 식으로 얼머무려 넘기려 하지는 않았어.
[키요하루] 숨기는 걸로 나를 지키려고 했던게 아냐.
[키요하루] 내가……, 알 각오가 되고,
스스로 알려 할 때까지 기다려……, 준 거였어….
[키요하루] 나는……, 거기에 계속…… 기대어 왔어.
키요하루는 그렇게, 눈을 돌리면서도
동시에 계속 자신을 책망해 왔던 걸지도 모른다.
[키요하루]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인데…….
자신들이, 어딘지 이상하다고 눈치챈 것은…,
한참 어린 시절인데…….
[키요하루] 소우시가, 우리 할아버지네 댁에
왠지 드나들게 됬으니까……
[키요하루] 하지만, 나…, 무서워서…….
같이, 갈 수가 없어서…….
아는 것이 무섭다.
듣고 싶지 않다.
그렇게, 계속, 귀를, 눈을, 막아와서…….
두 손으로, 필사적으로 작은 머리를 끌어 안고 웅크려 앉아……,
그런 식으로 견뎌 온 거구나.
[키요하루]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단걸 인정하는게…
무서워서……, 엄청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피가 배여 나올 정도로 세게,
키요하루는 괴로운듯 입술을 깨문다.
[츠유하] 안돼…, 키요하루…….
상처 날 거야…….
[키요하루] 저기……, 츠유하.
나……, 나 말야…….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무서워.
이럴 때,
곁에 있을 게. 혼자가 아니야……. 하고 손을 쥐어 쥔다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까.
[츠유하] 뭐가……, 무서워?
[키요하루] ………….
[츠유하]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가 지닌 감정이니까.
그걸 인정할 수 있는 키요하루는, 약한게 아니라고 생각해.
[키요하루] 하핫………….
약하지도 않고, 강하지도 않는 거구나…….
[키요하루] 한심해……, 나….
문득 시선을 돌리는 키요하루는…
희미한 웃음을 띄우면서도 입가만은 분한듯이ㅡ,
꽉 깨물고 있었다.
[키요하루] 이런 나인데……, 왜 츠유하는…
좋아한다고 말해 준거야?
[츠유하] 내가……, 키요하루를 좋아하게 된 이유……?
고개를 끄덕이는 키요하루를 빤히 바라본다.
[츠유하] 모르겠어……….
[키요하루] 엑………….
거긴 뭐냐……! 빠밤!!하고 나한테 끌린 부분 같은 걸…….
[츠유하] 곁에 서, 웃어 줬어.
[키요하루] ……………….
[츠유하] 나 말야. 혼자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아.
[츠유하] 그러니까, 하교길에 친구와 뭔가를 사 먹는다거나 해 본 적 없었어.
그런 식으로 즐거운 듯 귀가하는 친구를 본 적은 있지만,
자신이 그 무리에 들어가 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츠유하] 혼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했었어.
[키요하루] …………?
[츠유하] 괜찮으니까, 가자고 하는 그 손에 잡아 끌려가서
[츠유하] 해 본적도 없는 게임을 처음 체험해보면서….
굉장히 기뻤어…….
[츠유하]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내 안에서 당신의 존재가 특별해진 이유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어.
목소리가……, 떨린다.
이젠 자신이 뭘 전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게 됐다.
[츠유하] 나한테 키요하루는, 태양 같았어.
[츠유하] 왜 이 사람은 이렇게나 따스한 걸까…….
그렇게 생각했어.
[츠유하] 외톨이에,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츠유하] 있든 없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존재가
처음으로 빛나는 기분이 들었어.
나는, 스스로 욕심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니였다.
[츠유하] 나한텐, 키요하루의 태양같은 웃음이 필요 했어.
[키요하루] 이제 됐어. 알겠으니까…….
[츠유하] 싫어.
[츠유하] 싫어……. 나, 한심해도 좋아.
강하지 않아도 좋아.
[츠유하] 같이 틀려가면서도, 함께 걸어가 주는 키요하루가 좋아.
[키요하루] 나는…………….
말을, 고르고 있는 걸까.
떨리는 입술은 자아낼 말을 집어 삼키는 것 같아서….
아주 찰나였지만,
굉장히 기나긴 판결의 의식같았다.
[키요하루] 나……, 츠유하의 마음.
전혀 생각 안 해 봤어.
[키요하루] 나 혼자 멋대로…….
너는, 순수하고 강한 아이라고…, 생각했었어…….
[키요하루] 그런 강한 아이가 나한테 기대고 응석 부려주는게 기뻐서,
굉장히 편했던 걸지도 몰라.
[키요하루] 미안…….
내 쪽이 오히려 더 네게 기대어 왔어.
[츠유하] 아냐. 그렇지 않아.
그런게, 아니야…….
제발 부탁이니까, 사과하지 말아줘.
[츠유하] 그런 말을, 듣고 싶은게 아냐.
[키요하루] 아, 그렇………, 지…….
사과하는 건 결국 도망치는 거랑……, 다를바 없지….
[키요하루] 하지만, 이것만큼은 진심이야.
나, 츠유하를 지키고 싶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는 너를 지키고 싶어.
[키요하루] 도망치기만 했대도, 내내 지기만 했대도.
그런건 이젠 아무래도 좋아……….
[키요하루] 정말로 잃어선 안되는 것….
그것 만큼은…, 절대 잃고 싶지 않아.
키요하루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드센 힘으로 움켜진 손을 꽉 쥐고서 걷기 시작했다.
아직, 아무 것도 극복한 건 없다.
사람은 갑작스럽게 강해질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하지만……,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강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했던 것을 분해하기 보단
뭘 해야 할 수 있는지를, 앞으로 향할 수 있는지를,
그저 한결같이 찾아 나가고 싶다…….
넓은 등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의식 중에 손을 뻗었다.
그 다음 순간ㅡ…
[츠유하] ………………?!
무, 슨ㅡ…………?!
[츠유하] 아, 윽……….
강렬한 귀울음이, 고막을 찌른다.
[츠유하] 아앗…………!!!!
순간 키요하루의 손을 놓고,
나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어질, 지면이 흔들린다ㅡ…….
[츠유하] 키요…, 하루……?
현기증에 기울어진 몸이 지면에 쳐박힐 것을 예감하고 눈을 감은 순간.
그럼에도 내 몸에 충격은 오지 않았다.
대신, 키요하루가 무릎을 꿇고 지면 위로 무너져 내린다.
[키요하루] 아……, 아아악…………!!
[츠유하] 키요하루?!
다급히 달려가자, 키요하루는 머리를 잡아 뜯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띄우고 있다.
[키요하루] 뭐, 야……. 이건…….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키요하루] 욱씬욱씬…… 쑤셔서……, 서 있을 수가……….
이런 적, 지금까지…… 없었는데…….
[츠유하] 어, 째서………….
[츠유하] 이 땅에……, 다시 발을 들여 놓아서…?
[키요하루]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잡아 뜯으며, 키요하루는 비명을 지른다.
[츠유하] 키요하루……!!!!!
[츠유하] ………………….
키요하루가 의식을 잃은지,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걸까……?
나는 움직이지 않게 된 키요하루를 끌어 안고,
아연해 하고 있었다.
어쩌지……….
뭔가 생각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사고는 움직이지 않은채로,
시선 만을 쫓아 출구를 더듬는다.
머리 위로 보이는 하늘은,
푸르른 초목들의 방해로 멀다…….
우리들, 이대로…….
갇혀 버리는 걸까……?
초목들이 희미하게 흔들리는
이 평온한 숲의 입구에서, 나는….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또, 다…………….
머리 속을 휘갈키는, 불쾌한 소리.
그리고ㅡ….
[츠유하] 들……, 려……….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머리 속에서 울러퍼지는, 목소리.
[츠유하] 지금, 갈테니까…….
홀로 중얼거리며, 반점을 어루만졌다.
거기엔, 희미하지만 확실히……
추한 반점이 떠올라 있었다………….
[츠유하] ………………….
이걸로, 끝날지도 몰라ㅡ….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목소리는…….
다시 이 땅에서, 나를 부른다.
저기……, 키요하루……. 미안…….
괜찮, 으니까…….
내가 전부, 끝내고 올테니까…….
[츠유하] ………………….
멀어질 것만 같은 의식을 필사적으로 쥐어 짜내,
천천히 일어선다.
[키요하루] 어, 딜……. 가는 거야……
[츠유하] ……………….
뒤돌아 보지는, 않는다.
지금의 내게는, 그게 허락되지 않아.
[키요하루] 잠깐………. 가지마……!!!!
[츠유하] 읏………….
[키요하루] 츠유하……. 뭘, 보고 있었던 거야……?
거기에…, 누가, 있어……?
드세게 움켜잡힌 팔.
하지만, 나는 그를 뒤돌아 보지 않았다.
[츠유하] ……………….
[키요하루] 날, 봐.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읏………!!
꽉 끌어 안긴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듯한 감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경보가 울리고 있는데…,
그런데도…….
나를 붙잡는 이 팔은, 이 온기는…
내가……… 그 무엇보다도…, 지금, 지키고 싶은 것ㅡ…….
[키요하루] 네가 나한테 말해 줬잖아….
자신을 잃지 말라고…….
여기, 내 옆에 있어…….
[츠유하] …………….
어질어질 한다ㅡ…….
눈 앞이 새카매질 것만 같아서,
필사적으로 의식을 붙잡는다.
우리들은 계속, 반복하고 있다…….
키요하루가 뭔가에 의식을 빼앗겨가고……,
내가 뭔가에 홀려서…….
어느 한 쪽이 사라져버리면
멈출 길 없이 그대로 가 버리고 말겠지.
숲 안쪽 깊은 곳에 잠든, 뭔가의 곁으로…….
[츠유하] 나 말야…… 생각했어.
나도 키요하루도…, 서로 의존하고 있는게 아닐까하고….
[키요하루] 갑자기 왜……, 그런 소릴…….
[츠유하] 갑작스러운 건 아냐.
지금까지 깨달으려 하지 않았던 것 뿐……
[츠유하] 키요하루는 내게 매달리는 걸로
자신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거야….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뿐.
사실은 나도, 키요하루도, 분명…….
우리들이 헛딛으려 하고 있는 길 끝을, 알고 있다.
[츠유하]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진짜 의미로 좋아한다는 게 아냐…….
[키요하루] 왜 ,그런 소릴…….
나, 나는……. 나는 확실하게 츠유하를 좋아해….
[키요하루] 왜냐면 츠유하는 내 얘길 들어 줬잖아.
나 자신도 영문도 모르게 됐는데, 계속…… 곁에 있어 줬잖아.
[츠유하] 아냐. 그런건……, 좋아한다는게 아냐!
곁에…, 있었던 것 뿐이야.
[츠유하] 나는……, 키요하루의 곁에 있어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어.
[츠유하] 망가져가는 것을 막아 줄 수도 없었어.
그저, 지켜 볼 수 밖에 없었어.
[키요하루] 망가져 가다니…, 뭐야…….
나는ㅡ….
[츠유하]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어?!
[츠유하] 평소 때의 자신이라고……,
말할 수 있어…?
[키요하루] 읏……!!
[츠유하] 우리들은 확실히……,
알게 된지 며칠되지 않았고,
모르는 일도 잔뜩 있어.
[츠유하] 하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웃어 주는 키요하루의 곁에 있으면
굉장히 안심할 수 있어.
[츠유하] 아무 것도 모르니까, 알고 싶다고 생각했어.
[츠유하] 키요하루의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 같은거,
나는 몰라.
[츠유하] 하지만, 나도.
내 안에서 울러퍼지는 뭔가의 목소리가 있으니까…….
옛날부터 친구들이 기분 나빠했으니까…….
[츠유하]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무서움을
굉장히 잘 아니까…….
[키요하루] ……………….
[츠유하] 그러니까, 말야…….
불안한 것 뿐이야…….
부탁이니까, 제발. 지금 흘러 떨어지지 말아줘.
[츠유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분명 키요하루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거야.
[키요하루] 왜 그렇게…, 단정 짓는 건데?
[츠유하] 단정 짓는게 아냐.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거짓말, 뿐이네…….
단정 짓는 걸로,
그가 망설여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와의 미래를, 일상을, 그는 바라기만 할 뿐…….
그러니까 분명 그것이, 어긋나 있다.
그러니까ㅡ….
[츠유하] 그러니까, 키요하루는ㅡ……?!
[츠유하] 키요하루?!
[키요하루] …………………….
[츠유하] 키요하루…. 잠깐…… 제발 들어ㅡ…
[키요하루] 안 들어.
힘껏 내 팔을 잡아 당겨,
그는 그대로, 내가 나아가려 했던 숲 안쪽으로 척척 걸어간다.
[츠유하] 키, 키요하루…. 할아버지네, 집은…?
스스로 숲 안쪽의 목소리를 따라 가려 했던 주제에…,
지금은 그의 의식을 돌리기 위해
당초의 목적이였던,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키요하루] 츠유하는 말야……,
결국 어떻게 되고 싶은 거야?
[츠유하] 에…….
[키요하루] 미안한데…….
지금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츠유하] ……………….
[키요하루] 나……, 절대, 놓을 맘 없으니까.
[키요하루] 고집이든 의존이든….
그런거 의식해 본 적 없지만.
[키요하루]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지만…….
[키요하루] 하지만…….
[키요하루] 이제와서, 뒤로 물러날 순 없어.
꽈악 내 손을 고쳐 쥐고,
그는 다시 숲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츠유하] …………….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자,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저무려 하고 있었다ㅡ…….
아직 두통이 남아 있는 건지,
키요하루는 때때로 얼굴을 찌푸리며 걷는다.
[츠유하] ……………….
숲이, 천천히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하고,
몸을 숨기고 있던 것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그 커다란 등을 뒤쫓으며……,
은밀히 한 가지를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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