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SS]
Case 3. 미츠기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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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간만이네요ㅋ ㅋ 아 책 샀는데 바빠서 정말 너무 늦다.

이번엔 후기나 원코맨트가 없습니다1 발매일도 이제 곧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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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앞에 서류의 산이 나타났다.

 옆에서 뻗어져나온 손이 돌아가는 것을 따라 그쪽을 보니, 사장이 짐짓 미소를 띄고 있다.

 

 "뭡니까……. 저 바쁜데요."

 

 티나게 불쾌한 반응을 보였으나, 사장의 웃는 얼굴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진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일이야. 큰 거래라구."

 "죄송한데 지금 일이 꽉 차서요…. 시이나한테 맡겨주시죠."

 "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만."

 

 서류를 모아 자리를 뜨려하는 나를 사장의 두 손이 붙잡는다. 워워~하는 게 마치 야생마를 다루는 듯한 모양새다.

 

 "거래처쪽에서 널 지명했어."

 "네?"

 "요새 젊은 애들 중에서 네가 제일이라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야."

 "…."

 "높이 평가받는다는 의미지. 설마 거절하진 않겠지?"

 

 사탕발림. 그렇게 생각하는 내 앞에서 마침내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는 사장의 얼굴엔 여전히 진한 웃음이 새겨져 있었다.

 

 이러면 거절할 수 없겠지. 그를 확신한 인간의 표정이다.

 

 "하아…."

 

 결국 내가 접을 수밖에 없다는 건 명백했다.

 

 "새로운 안건입니까. 잘나가는 사람도 큰일이네요~"

 

 "아앙?"

 

 승낙을 얻고 기분 좋게 돌아간 사장과 자리를 바꾸듯, 동료 시이나가 어정어정 돌아왔다.

 처음엔 옅은 웃음을 띠고 있던 시이나도 책상위의 서류를 흘긋 보고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 정도로 방대한 양이었다.

 

 "뭡니까, 이거. 위험하지 않나요? 전부 읽는 것만으로도 1주일은 걸리겠네."

 "도와."

 "싫은 데요. 저도 할 일이 있는 걸요."

 "…."

 

 "그렇게 쏘아보지 마세요. 저도 힘들다고요!"

 

 휘적휘적 손짓발짓을 더해가며 협력을 거부하는 시이나를 정면으로 쏘아보지만, 효과는 전혀 없다. 곤약처럼 미끄덩하게 시선을 튕겨낼 뿐이었다.

 

 "그럼 방해하지 말고 네 자리로 돌아가."

 "진정하세요. 그런 말씀 마시고. 조금 정돈 구경해도 괜찮잖아요."

 

 시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점심시간이라 주인이 없는 의자를 끌어 당겨 걸터 앉는다.

 흘긋 상태를 살펴보니, 악의가 없어 보이는 가는 눈을 좀 더 가늘게 뜬다.

 

 "하아."

 

 

 사장도 그렇고 시이나도 그렇고, 진짜 이놈이고 저놈이고.

 

 몸을 내 밀어 내 자리를 들여다보려하는 시이나를 완전 무시하고, 서류를 한장씩 넘겼다.

 

 의뢰인은 니라야 흥행. 리조트 건설 운영회사인가.

 

 "헤에! 굉장한 거물이잖아요! 새 유원지라도 새우려나?"

 

 대각선 뒤에서 들뜬 목소리를 내는 시이나를 변함없이 무시하고서, 그 뒤를 읽는다.

 

 개요는 이렇다.

 

 "메이지 시대풍의 건물로 채워진 어뮤즈먼트 파크를 건설함에 있어, 건축물 구조 등의 연구 데이터, 건축 디자인이 필요하다.

 

 '파크 건설 예정지에 파괴된 옛 건축물이 있으니까, 그를 기초로 디자인해 달라.'

 '조사비용은 전부 니라야 흥행이 부담한다. 조속히 현지로 가달라."

 

 꽤나 특이한 의뢰였다. 이런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같은 중소 회사에 부탁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이거 엄청 큰 안건이네요."

 

 무거운 몸을 들어 서류를 들어보던 시이나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 고쳐 앉았다.

 

 "왜 우리 회사에다 맡긴 건지."

 "그러게."

 

 그렇게 중얼거리는 시이나가 오피스 안을 빙 둘러보는 것에 나 역시 절로 시선을 돌렸다.

 

 

 사장실 문. 깨끗하고 세련됐지만 실용성은 전혀 없는 외장. 사무원인 타야마. 동료인 쿠도. 마침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이토. 요컨데 사원은 5명 뿐이다.

 

 "사람도 없는데 몇 명씩이나 조사하러 갈 순 없겠죠. 덧붙이자면 전 절대 무립니다."

 

 "사장 말로는 날 지명했다는 군."

 "그건 즉 미츠기 씨만 조사하러 간다는 뜻인가요?"

 "그런 거 아니겠어?"

 

 우와아~하고 비통한 소리를 내며 일그러진 시이나의 얼굴을 힐긋 본 후, 나는 다시 서류를 내려다 보았다.

 

 

 

 "여어, 열심히네."

 "…."

 

 깊은 밤. 인기척이 사라진 오피스에서 읽어도 읽어도 끝이없는 서류나 자료와 싸우던 내 귓가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자 항상 보던 사장의 얼굴이다. 손에 들고 있던 편의점 비닐봉투를 내 눈앞에 내밀며, 떠넘기듯 팔을 움직였다.

 

 "이거 간식이야. 좀 먹고 그래. 쓰러질라."

 "감사합니다."

 

 뭔가 먹을 마음은 없었으나, 호의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일단 받아서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봉투 입구로 샌드위치와 딸기 우유가 언뜻 보였다.

 그대로 귀가하는 줄 알았는데, 사장은 뭔가 감개무량한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같이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절절한 어조로 사장이 말을 꺼내왔다.

 

 "니라야 같은 거물한테서 의뢰가 오게 될 줄이야. 그 녀석이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면 분명 기뻐할 거야."

 

 사장의 눈초리가 묘하게 따스하다. 마치 자식의 성장을 기뻐하는 듯한 눈이었다.

 

  아마 "그 사람'과 나를 겹쳐보는 거겠지. 옛 지기니까.

 

 반면 나는, 축축한 이야기는 싫어했다. 감상이나 추억에 젖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애써 감정을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담담히 대답한다.

 

 "전부 사장님이 힘쓰셔서 그런 겁니다."

 "너 말이지, 이럴 땐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워야지!"

 "사장은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면 바로 울잖습니까. 솔직히 대응하기 곤란하거든요. 감동적인 이야기라면 다른 데서 해주세요."

 "귀, 귀염성 없기는…. 넌 왜 그렇게 삐뚤어진 거야?"

 

 내 태도에 추욱 어깨를 떨구며 쓴웃음을 지은 사장이, 눈가를 훔치며 등을 돌린다.

 

 "이제 됐어. 그만 돌아갈래. 자고 갈 거면 문단속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네."

 

 "슬슬 기일이지? 그 안건 처리하기 전에 성묘 정도는 해라."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만은 남기고 사장은 오피스를 떠났다.

 바로 조용해진 방에 비치되어 있는 냉장고의 팬 소리만이 울려펴졌다.

 몇번을 봐도 실용성 없는 오피스. 사람이 없는 공간. 오렌지색 불빛.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이제 완전히 낡아빠진 그 사람의 구닥다리 책상.

 

 그 사람이 있었을 땐 이 회사에도 좀 더 사람이 많았고 활기가 있었다는 모양이다.

 

 '네가 다음 대의 그 녀석이 되어줘.'

 

 사장은 술자리에서 입버릇처럼 그렇게 말했다. 거듭 거듭, 기도하듯.

 

 "성묘라…."

 

 손끝으로 서류 끄트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말 안해도 알아서 합니다."

 

  일을 시작하면 당분간 못 갈 테니까.

 

 만지작거리던 서류는 어느샌가 비행기가 되어있었다.

 그러는 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양, 종이 비행기가 된 그것을 날린다.

 

 일그러진 날개가 원인일까. 싱거이 추락한 종이 비행기를 바라보며, 나는 아직 본 적 없는 섬을 나름 마음 속으로 떠올렸다.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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