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타카라의 경우. 엄청 무시무시한 내용이라서 우엇.. 해버렸습니다. FD 각인가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아."
졸린 눈을 비비며 가방 안을 뒤져 노트를 거내자, 금방 집어 넣어둔 티켓도 같이 튀어 나와 팔랑하고 책상위에서 미끄러졌다.
"이거, 뭐야?"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재빠르게 그를 발견, 손끝으로 주워든다. 조금 딱딱하고 매끄러운 종이질의 그것을 뒤집어보고 응시하더니 팟하고 눈을 빛냈다.
"어디 여행가? 이거 여행 티켓이지?"
"응."
"흐음…. 내일 모레부터구나…. 그 동안 대학은 어쩌게?"
"그냥 쉴거야. 1주일 정도."
"길다. 뭐 시험 기간도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준비는 벌써 다 끝났어?"
"아니, 전혀. 기본적인 건 괜찮지만 달리 뭘 갖고 가야할지 고민 중이야."
"아 알겠어. 장소에 따라 다른 법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누구랑 가?"
"혼자. 투어 여행이니까 다른 손님도 있나 봐.'
"그렇구나. 아아~ 부럽다……."
그녀석은 후우하고 한숨을 쉬고나서 눈을 한 번 내리 깐 다음, 티켓을 내게로 내밀었다. 건네 받고서 '고마워'하고 감사한 뒤 가방에 넣으려던 그때, 옆에서 시선이 박히는 것을 느꼈다.
살피니, 친구가 손가락이라도 머금을 듯 나를 올려다보며 나를 살피고 있다.
"뭐야? 왜?"
"응. 선물 좀 부탁한다고~."
"너 말이야… 요전에 도쿄에 무박 여행 갔다 왔지?"
"어."
"나한테 선물은"
"선물 살 돈 없었어. 대신 이야깃거리 잔뜩 해줬잖아."
"째째한 녀석… 뭐 아무래도 좋지만…."
"사다 줄 거야?! 고마워! 역시 부잣집 도령 친구는 가지고 볼일이야."
그 녀석은 만면의 웃음을 띠었지만, 나는 내심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여행지는 무인도. 즉 선물가게 같은 거 없으니까.
모래나 흙이나 바닷물을 선물하면 무슨 말을 할까 상상했더니, 즐거워졌다.
"아, 왔다."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초로의 교수가 칠판 앞에 섰다.
나는 하품을 참으며 노트를 펼쳤다. 친구는 칠판을 촬영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지루한 수업 내내, 머릿속은 전부 여행에 관한 것들로 가득쳐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도련님."
"어. 다녀왔어."
집으로 돌아오자 깊게 고개 숙여 나를 맞이해주는 시종인 아저씨 옆을 스쳐지나갔다. 제대로 상대하면 가방을 들어주겠다느니 방까지 안내하겠다느니 하니까, 기본적으로 인사만하고 무시하는 걸 추천. 가방 정도는 당연 스스로도 들 수 있고, 방도 혼자 갈 수 있는 걸. 아무리 시종인이라지만 일상적인 일까지 도울 필요 없다.
그러니까 그대로 곧장 내 방으로 향하려 했는데.
"왔냐?"
"다녀왔어, 형…. 와 있었어?"
험악한 어조에 붙들려, 그야말로 질색했다. 시선을 옮긴 곳에는 심술궃은 얼굴로 히죽거리는 형의 모습.
오래간만에 만났지만 변함없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사람이다.
"오면 안 돼?"
"딱히. 오래간만에 만나서 기뻐."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저기 말이야……."
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후계자가 생기지 않은 친척 부부의 양자로 들어간 게 형이었다. 혈연의 인연은 물론 끊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때때로 집으로 돌아와 며칠 지낸 다음 양부모에게로 돌아가곤 했다.
"이제 좀 날 보자마자 시비 거는 것 좀 하지마."
"피해망상 아냐?"
매런 이렇게 시비를 걸어 와서 그만 좀 하라고 말하는데, 그걸 보고 피해망상이라니.
이야기 하는 것도 귀찮아져서 크게 한숨을 쉬자, 형의 눈초리가 한계까지 쳐올라가는 게 보였다.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지금 형의 시선이야말로 저주에 가깝겠네.
"난 여행 준비해야 하니까 가볼게. 할 이야기도 없고. 부디 우리 집을 즐기고 가줘."
그 말만을 남기고 물러서자. 형은 무슨 말 하고 싶어했지만, 결국엔 입을 다물었다.
"제길……어이, 거기! 얼른 홍차를 내와!"
"아, 알겠습니다!"
형의 호통소리를 들은 시종이 다급히 소리를 냈다.
집도 가깝다. 언제든 친부모를 만날 수 있다. 유산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친부모랑 양부모 둘 다에게. 그런 축복받은 입장을 지닌 형일 텐데, 형은 내 존재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본가의 후계자. 형은 분가의 후계자. 가문적으로 서열은 있겠지만, 그냥 그것뿐일텐데.
자신이 아버지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게 그렇게나 분한가?
나라면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 사람 같은 거 바로 아무래도 좋아질 거 같은데.
"후우…."
내 방으로 돌아가 겨우 한숨 놓은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손을 뻗어 가방 안 주머니에 들어있는 티켓을 꺼냈다.
눈앞에 들어서, 인쇄되어 있는 기계적인 문자를 몇 번이고 반추했다.
절취선에 따라 티켓을 뜯어 승선권을 승무원에게 건네면 된다고 했나? 절차를 되새겨 본다.
여행지에서 벌어질 여러 일들을 상상한다. 순간 시야가 달라진뀐 것처럼 깨끗해지고, 일상 같은 거 전부 날아가더니 신나고 두근거리는 장면만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