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신이] 타이안 고등학교 연속 살인 사건
- 만약 로리콘 집사가 피터 X러커를 읽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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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몬 시노부는 피터 드라커를 만났다.
「아름다운 꽃이 피었습니다…….」
재벌, 아데노코지 가문이 소유한 거대 음악홀.
호화로운 장식들로 채색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음악시설이다.
본디라면 여기는 외국의 유명 현악단 등등을 초대하기 위해 사용되는 홀이지만, 지금 현재는 아데노코지의 극히 사적인 레슨을 위해 대절되어 있었다.
「다 함께 노래를 불러요…….」
장대한 홀 스테이지 위에서 오직 하나, 끝없이 동요를 누르고 있는 것은 아데노코지의 외동딸이었다.
「자, 나데시코 님! 아직 수치심을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좀 더 명랑하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부르셔야 합니다!」
팔짱을 끼고서, 혼자 관객석에서 단상 위의 소녀에게 지시를 날리는 검은 옷의 청년.
코피를 참으며 스테이지 위의 주인을 지켜보는 그는, 아데노코지를 모시는 집사, 다이몬 시노무였다.
「시노부……. 어째서 저는 이런 차림으로 동요를 부르고 있는 건가요?」
소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관객석의 시노부를 째려보았다.
노란색 모자에 주름진 옷, 꼼꼼하게 “아데노코지 나데시코”라는 명찰까지 가슴에 달고 있는 그 모습은 어딜 어떻게 봐도 유치원생 그 자체였다.
「물론 제 취미……. 아니, 나데시코 님을 미소녀 콘테스트에서 우승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이거의 어디가 미소녀 콘테스트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
며칠 전.
아데노코지 나데시코는 월말에 있는 “미소녀 콘테스트 in 부츠메 시”의 전단지를 보았다.
뇌리로, 여름의 시민 풀에서 있었던 수영복 미스 콘테스트가 떠오른다. 그래. 그 때는 빈보다 모미지에게 맛깔난 부분을 빼앗기고 말았지만, 이번에야말로 우승해서 츠와부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런 이유로, 나데시코는 미소녀 콘테스트에 참가하기로 결의했던 것이었으나.
어디서 들어 온건지 “제게 비책이 있습니다.”하고 뻔뻔하게 나타난 시노부의 손에 의해, 왜인지 지금, 유치원생 차림[코스프레]을 하고 동요를 부르는 형국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모르시는 군요, 나데시코 님.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강점을 살리는” 것입니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펴며, 시노부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뭡니까, 그 책.」
그 표지에는 “매니지먼트”라고 하는 타이틀이 적혀 있었다.
「주로 기억의 지도자를 위한, 경영 지도 및 인재 육성 책입니다. 최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버님의 서재에 있었던 책인가요? 그래봬도 일단 아데노코지 그룹의 경영자시니까.」
「아니오. 사모님한테서 빌렸습니다.」
「어머님이?」
「시종들 뿐만이 아니라, 나데시코 님이나 어르신도 철저하게 관리할 생각이셨던 게 아닐까요?」
쓴웃음을 짓는 시노부.
「확실히 어머님이라면 그러실 수도 있지요…….」
아데노코지의 실질적인 톱인 나데시코의 어머니. 엄격한 신부 수업 때문에 죽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는 나데시코는, 그러한 어머니에게 철저하게 관리 받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의 떨림이 그치지가 않았다.
「어쨌든, 이 <매니지먼트>의 저자인 드러커 씨에 의하면, 인재를 가장 효율 좋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장소에 비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하아……. 그래서 어째서 유치원생 복장인 건가요?」
빠릿한 표정으로 나데시코를 바라본다.
「나데시코 님의 강점은 <유아 체형>입니다. 이것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미소녀 콘테스트를 돌파하고자 함입니다……. 앗, 잠깐! 아야야야야야!」
「쓸데 없는 참견이와요오오오오오!!!」
순간 시노부의 등 뒤에서, 헤드락을 거는 나데시코.
어째서 이 집사는 주인에게 이렇게나 방약무례한 것일까. 어리게 보이는 자신의 체형 따위, 단순한 콤플렉스에 불과한 것을.
이치코는 말할 것도 없이, 란마루도 평범하게 여자아이다운 모습을 하면 나름 꽤나 스타일이 좋다. 어저면 츠와부키를 둘러싼 사랑의 라이벌 중에서 자신이 제일로 여성으로써의 매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데시코의 고민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항상, 항상! 남의 고민을 후벼파대는 말만 하는 건가요!?」
물론 그것은 악의 따위가 아니라, 진심에서 오는 거임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유아 체형 취급 당하는 것은 욱하고 만다.
「콜록…, 콜록……. 정말이지~, 왈가닥이시긴♡」
기절 직전까지 태클을 넣었을 텐데, 태연히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는 시노부.
「아, 변함없이 터프하군요…….」
확실히 이 정도 갖고 앓는 소리를 하면 아데노코지의 집사를 맡는 건 무리지만, 때때로 이 지나친 터프함에는 놀라기까지 한다.
「그건 그렇고… 유치원생 코스프레가 안된다면 다른 수단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음……. 다음은 교육 프로그램의 쿠킹 아이돌 노선으로 공략해 볼까요.」
전혀 기죽지 않는 시노부를 보며, 나데시코는 한숨을 쉬었다.
「애당초 당신, 어째서 이렇게까지 제 콘테스트 우승에 집착하시는 건가요? 아무도 부탁 안 했는데.」
시노부는 그 의문에 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것이야말로 저의 <사명>인 것입니다, 나데시코 님.」
「하아? 사명?」
느닷없이 거창한 소리를 꺼내는 시노부를 보며 나데시코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띠운다.
「이것 역시 <매니지먼트>에 적혀 있는 말입니다만, <자신의 직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야말로 매니지먼트의 맨 첫걸음이라고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자신은 대체 누구인가. 내가 해야할 직무란, 그리고 사명이란 무엇인지를……!!」
「아니. 당신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는 집사에요! 평범하게 저를 돌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냉정한 나데시코의 딴지를 무시하고, 시노부는 거듭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는 깨달은 것입니다!」
「들으라고!!」
「곁에서 모시는 자로써, 나데시코 님을 최고의 레이디로 키워내는 것[매니지먼트]이야말로, 바로 저의 사명이라는 것을! 그를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주먹을 움켜쥐고서 뜨겁게 이야기하는 시노부.
「하아…….」
완전히 거기에 눌린 나데시코를 냅두고, 시노부는 한층 더 어조를 굳혔다.
「이번 콘테스트는 그 첫걸음입니다. 나데시코 님은 우승하여 부츠메츠시 No.1의 미소녀가 되시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의 우승을 발판삼아 일본 제일이나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도록 하지요. 그를 위해서라면 저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 아아. 그런가요. 뭐어, 적당적당히 부탁드릴게요…….」
약간 싸한 기미로 대답하는 나데시코. 자신은 그저 츠와부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뿐이나, 설마 이 집사, 세계 레벨까지 시야에 넣고 있었을 줄이야.
「안심해 주십시오, 나데시코 님. 이 제가 전력을 다해 반드시 당신을 우승으로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후훗…….」
매니지먼트를 옆구리에 끼고서, 웃음을 띠우는 시노부.
「우승한다고 나쁠 건 없지만, 뭘까요. 이 막연한 불안감은…….」
● 다이몬 시노부는 전략와 현황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미소년 컨테스트 in 부츠메츠 시> 당일이 찾아왔다.
시노부의 엄격한 훈련(겸 본인의 취미)을 끝마친 나데시코는 시 외곽의 세레모니 홀을 찾았다.
이미 회장은 콘테스트 참가자나 관객들도 상당히 붐비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가자 분은 이쪽의 뱃지를 받아 주세요.」
스탭으로부터 참가자 뱃지를 건네 받고 있는 소녀들을 보며, 나데시코가 불평을 내쏟는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시노부.」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나데시코. 하지만 그 현란한 의상과는 대조적으로, 아연한 표정을 띠우고 있는 것이다.
「대답해 드리죠, 나데시코 님. <매니지먼트> 왈…, 우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회사와 경쟁 기업의 스펙을 파악, 다른 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충분한 경업 전략을 짜내는 것이 시장에서 싸워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합니다.」
오늘도 집사복을 걸친 시노부가, 나데시코의 옆에서 정중히 설명한다.
「또 <매니지먼트>로군요. 그래서?」
「이것을 이번 콘테스트에 적용해 보도록 하죠…. 우선 이쪽의 스펙이 세계 최고 클래스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
그런 시노부의 칭찬의 말에도 동요함 없이, 나데시코는 말없이 다른 참가자들을 쏘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데시코 정도는 아니라 해도, 이 마을에는 제 혼을 떨게 만드는 다수의 미소녀들이 있었습니다…….」
「뭐어, 즉 <나이가 얼마 되지 않는 소녀들(로리)>말이로군요.」
「네. 나데시코 님의 라이벌 될 자는 츠와부키 가의 자매분들이며, 카나야마가미라 칭하는 소녀 자매입니다. 저는 콘테스트에 있을 고난을 배제하고자, 그들을 사전에 배제했습니다.」
「아아, 과연. 그래서 츠와부키 님. 어제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온천 여행을 나가시게 되었던 거군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중얼거리는 나데시코.
「네. 그에게는 항상 신세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답례로 온천 여행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하자, 쾌히 받아 들여 주셨습니다. 평소 여행을 갈 기회가 없어 보이는 가정이니까. 몹시 기뻐해 주셨습니다.」
보람찬 표정으로 미소 짓는 시노부.
「그럼 우승해 봤자, 츠와부키 님께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잖습니까.」
대조적으로 뾰로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나데시코.
「죄송합니다, 나데시코 님. 하지만 이것은 큰일 앞의 작은 일. 츠와부키 님은 우승의 사후 보고하도록 할테니, 여기선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네. 그건 백보 양보해서 용서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그런게 아니와요……. 어쨌든, 시노부는 다른 여자아이들도 사전해 매수해 뒀다 그거지요…?」
거기서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노부.
「아데노코지의 힘을 전력으로 활용했습니다. 결과를 봐주십시오…. 이 콘테스트, 나데시코 님 이외의 로리 소녀는 한 사람도 참가시키지 않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시노부의 말이 맞았다. 확실히 회장을 둘러봐도, 참가자 뱃지를 달고 있는 여자아이 중에 대략 중학생 이하의 소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즉, 나 이외의 참가자들이 죄다 스타일 좋은 애들 뿐이란 소리잖아요!!」
자신의 몸과, 줄 선 다른 참가자들의 몸을 비교해 보는 나데시코.
적은 자진해 미소녀 콘테스트에 참가하려하는 여자들이다. 전부 나름의 프로포션을 자랑하고 있다.
「뭔가요, 이 굴곡의 차이는…….」
절망감에 시달리는 나데시코.
백인 남짓한 참가자 중에서, 나데시코 보다 <작은> 여자아이는 전무했다.
오히려 모처럼 눈이 마주친 다른 참가자들이 옅은 비웃음을 흘리는 꼬라지다.
「이거 완전이 들떠 있잖아요, 저! 어쩌실 건가요?! 당신 때문에 불리해졌다고요!!」
째릿하고 시노부를 째려보는 나데시코, 순수하게 용모만을 따지는 콘테스트라면 결국 다른 참가자들과의 비교 승부다. 그 중에서 혼자만 작다는 것은, 어떻게든 눈에 띠고 만다.
당황하는 나데시코와는 대조적으로, 시노부는 태연히 이리 답한다.
「뭐가 불리합니까. 잘록한 허리나 가슴따윈 불필요! 유아 체형이야말로 지고입니다. 제가 심판이라면 나데시코 님의 우승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특수 성벽<로리콘>인 당신한테야 그렇겠죠! 하지만 세상의 남자들은 대개 스타일이 좋은 여성이 취향이에요! 예를 들자면 그, 지긋지긋한 사쿠라 이치코(거유) 같은…….」
그 때, 등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나데시코 아냐.」
「켁?! 이치코 양?!」
양반은 못 될 본인 등장이다.
「헤에. 너도 나가는 구나. 미소녀 콘테스트.」
어깨가 트인 타이트한 스웨터에, 체크무늬 미니 프릿 스커트를 입은 사쿠라 이치코. 바디 라인을 아낌 없이 과시하는 그 복장은, 어디의 독자 모델인양 주위의 주목을 사고 있다.
「이, 이치코 양……. 당신도 출전하시는 거군요.」
뜻밖의 강적 등장에, 나데시코가 당황한다.
안그래도 주변에는 스타일 좋은 녀석들 뿐인데, 학교의 톱 아이돌 클래스까지 나오다니. 승산이 좀 더 줄어든다.
「나뿐만이 아니라 란마루도 참가하는 것 같아. 츠와부키한테 멋진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던가…. 아, 물론 난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가난뱅이 신한테 당한 여름 미스 콘테스트 때의 설욕을 하고 싶은 것뿐이야!」
「크으윽……. 라이벌이 줄줄이 사탕이로군요……!」
이치코는 틀림없이 츠와부키를 의식해 참가한 거겠지.
오히려 시노부는 이런 상대를 사전에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정말로 중요한 데에는 쓸모 없는 집사다.
「슬슬 예선이 시작하는 모양이야. 나는 C블록이니까, B 블록인 너랑은 다른 것 같아. 그럼, 나데시코. 결승에서 만나자. 뭐, 결승까지 간다면 말이지만. 나는 그렇다쳐도.」
그렇게 말하며 흐흥하고 웃음을 띠우고서 떠나가는 이치코.
몇 명의 남자 손님들이 그런 그녀의 등을 시선으로 뒤쫓고 있는 걸 알겠다.
「아, 네…….」
완전히 기가 눌린 나데시코는 그녀에게 뭐라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흠…. 사쿠라 님입니까.」
시노부가 중얼거린다.
저 멀리 사라진 이치코의 등을 째려보며, 나데시코는 발을 동동 구른다.
「뭐, 뭔가요. 저 여자! 사뭇 당연히 자기는 예선을 통과할 거라는 듯한 말투였사와요! 시노부……, 소금을 뿌리세요!」
적개심에 불타오르는 나데시코 였으나, 한편 시노부는 극히 차분하고 태연했다.
「괜찮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나데시코 님이라면 확실하게 우승을 노릴 수 있습니다. <비장의 수단>도 준비해 뒀고요.」
「비장의 수……?」
「뭐어, 여기선 저와 <매니지먼트>의 가르침에 맡겨 주세요. 드러커 씨의 경영 철학에 따라, 분명 좋은 결과를 내보일테니까요. 우후훗…….」
하지만 나데시코는 의아한 표정으로 거기에 답한다.
「그 경영 철학이 콘테스트에서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거죠? 좀 전의 출장자 건도 시노부의 이상한 매수 때문에 한층 더 불리해 지고 말았고…….」
뭔가 꾸미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이 복슬머리 변태 집사한테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예선 회장으로 향하는 나데시코.
― 어쨌든, 자신의 힘으로 이치코와 란마루를 이겨 우승해 보이겠사와요!
● 다이몬 시노부는 이노베이션에 착수했다.
B블록 예선 회장.
수십명의 소녀들이 건물 내부의 작은 홀에 모여 있었다. 이 중, 본선 회장 스테이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 뿐.
「참가자 여러분께서는 한 분씩 자기 어필을 부탁드립니다.」
심사위원을 앞에 두고 호명된 소녀들이 한 사람씩 자기 소개와 어필을 시작하고 있다. 전부 노래나 춤, 악기 등의 특기를 선보이며 심사위원의 마음에 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역시 죄다 스타일에는 자신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 뿐이로군요…….」
주위의 소녀들을 쏘아보는 나데시코.
얼굴은 몰라도, 스타일로는 전혀 승기가 없겠지.
「여기서는 프라이드를 버리고, 예선만이라도 외국인을 사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둘 필요가 있겠네요……!」
그런 식으로 나데시코 머리를 싸매고 있자니, 회장 안에서도 각별하게 스타일이 좋은 참가자가 말을 걸어왔다.
「오. 너는 닌자소녀! 너도 콘테스트에 나가는 거야?」
『콘지키히메~. 이런 쪼그마한 아가씨가 콘테스트 참가자일 리가 없잖아. 분명 미아야, 미아. 푸후훗♡』
「당신들은…….」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며진 전통복 차림의 두 사람.
한 사람은 머플러. 다른 한 사람은 양 손에 인형을 끼고 있는, 상당히 기묘한 모습이다.
물론 나데시코는 이 이상한 2인조를 알고 있었다.
「분명 복신인가 뭔가하는 패거리셨지요.」
나데시코는 그 두사람, 콘지키히메와 탄포포를 째릿하고 쏘아본다.
특히 그녀들의 증오스러울 정도로 풍부한 가슴을, 말이다.
「뭘봐, 너? 하하핫. 혹시 부러워?」
「누, 누가 그런 지방 덩어리 따윌 부러워 한다는 건가요!」
분개하는 나데시코를, 뜨뜻미지근한 시선을 바라보는 콘지키히메.
「그런 걱정 안해도, 너도 시간이 지나면 나올 덴 나올 거야……. 아마.」
『푸풋. 꼬맹이는 집에 가서 우유라도 마시고 오라구!』
도발하는 콘지키히메와 탄포포. 여름의 미스 콘테스트 때부터 나데시코 일행과는 뭔가 사소한 충돌이 많은 관계다.
「말이 제법이로군요. 어차피 콘테스트 상금 목적으로 참가하는 가난뱅이 주제에!!」
『헤에. 이 애, 시비 거는 건가? 온화한 탄포포지만, 모독 당하는 건 좀 봐줄 수 없는데 말이야.』
「따지고 보면 탄포포가 도박 때문에 다 날린 탓이잖아!! 그보다 너도 탄포포를 도발하는 소리 하지 말라구!!」
「가난뱅이를 가난뱅이라고 하는데 무슨 잘못인거죠?」
『알바 생활의 고충도 모르는 아가씨라도, 입만큼은 잘나셨군~.』
「흥……! 여기서 한 판 붙으실 건가요? 다시 또 제 나데시코 인법을 맛보고 싶으신 모양이로군요.」
「관두지 못해, 너희들?! 싸움 같은 거 하면 어필 타임 전에 실격이라구!」
홀 안에서 서로를 쏘아보는 나데시코와 탄포포. 무기를 거며쥔 그녀들을, 다른 참가자들이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다.
「자, 잠깐. 잠깐만. 싸움은 곤란합니다~!」
범상치 않은 기미를 눈치챈 걸까. 심사위원이 다급히 저지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분위기는 씨알조차 먹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주위가 술렁거린다.
그러던 그 때.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을 깨트린 것은 홀에 울려 퍼진 걸.걸.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쪽을 뒤돌아본 참가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에 얼어 붙는다.
「참가 번호 108번, 보비코입니다~~! 좋아하는 건 가슴이 큰 여자에에요~~!!」
「잠깐. 엣. 당신……?」
심사위원도 그 난입자의 모습에 놀라 말을 잃고 있었다.
「조금 옷을 입는데 애를 먹어서~ 늦어 버렸습니다. 데헷☆」
근육질의 몸이 입고 있는 터질것만 같은 캐미솔과 미니스커트.
금발의 가발을 쓰고, 수염에 화장까지 한 그 모습은, 무시무시한 요괴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적어도 <미소녀>와는 실로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무, 무슨 생각이죠……. 저 변태 땡중.」
아연한 표정으로 보비를 바라보는 나데시코.
다른 참가자들도 망연히 그 난입자를 바라본다.
「오옷, 이거 얘상 이상의 미소녀 뿐이로구나….」
여장 흑인 땡중이 혀를 빨며 다른 참가자들을 둘러본다. 그때, 그의 눈은 무수한 참가자들 중에서도 순식간에 두 사람의 거유를 포착했다.
「오옷! 거기에 있는 건 더블 거유복신! 이거 여장까지 해가면서 쳐들어온 보람이 있었던 게로구만……!」
「너, 너 이 자식! 질리지도 않고 변태 행위를 하러 왔구나!! 가까이 오지마!! 나한테 가까이 오지마!!」
그렇게 부르짖은 것은 콘지키히메였다.
보비에게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그녀는, 덜덜 떨면서 탄포포의 뒤에 숨는다.
『우, 우와~. 진성 변태다~! 에로에 여장까지 시작하다니, 이제 완전 구제불능이야~.』
탄포포는 무표정한 얼굴로 콘지키히메를 달래준다.
보비가 하악하악 충혈된 눈을 하고, 맹렬한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뛰어든다.
그 짐승의 눈빛은, 두 사람의 풍요로운 젖가슴을 완전히 록온하고 있었다.
「앗! 그마아안!! 이쪽으로 오지 말래두!」
눈물 어린 눈동자로 외치는 콘지키히메.
『쾐찮아, 콘지키히메~. 저런 변태, 탄포포가 가볍게 죽여버릴 테니까.』
콘지키히메를 감싸며, 변채 여장 땡중과 대치하는 탄포포.
그럼에도 그의 기세는 멈춤이 없었다.
「우하하하핫! 여.자.끼.리 드잡이질 해보자꾸나! 오른쪽에서 몰캉몰캉! 왼쪽에서 말랑말랑!! 꿈꿔왔던 트윈 몰캉몰카아앙!!!」
문자그대로 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기세로, 두 손을 내밀며 맹렬하게 탄포포에게 육박하는 보비.
『흥. 퇴치해 주겠어~!』
자세를 잡은 탄포포에게 보비가 덤벼들려 하던 그 찰나, 콘지키히메의 실이 그녀의 몸에 감겼다.
「엣. 무슨 짓이야, 콘지키히메~!」
「저, 저건 당한다 하더라도 이쪽의 가슴을 주무를 맘인 육식동물의 눈이야! 저런 괴물한테 탄포포가 더럽혀지는 건 못 참아!!」
그렇게 말한 콘지키히메는 실로 탄포포를 묶은 채 방향을 전환, 전속력으로 홀에서 뛰쳐 나간다. 『콘테스트는 어쩔 거야~』하는 탄포포의 외침만이 허무히 울려 퍼졌다.
후에 남겨진 것은 굶주린 짐승과 그를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는 참가자들.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여장 흑인이 침입해 왔나 싶더니, 참가자를 습격해오질 않나.
「혹시 이거 시노부의 짓 아닌가요……?」
문득 그런 의념이 나데시코의 뇌리를 스친다.
「가슴 둘을 놓친 건 유감이지만, 로리콘 집사의 말대로 아직 생생할 누님들이 잔뜩 있는 것 같군……. 츄룹♡」
혀를 할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는 보비. 눈 앞에서 사냥감을 놓치긴 했으나, 그의 눈동자는 번들거림을 잃지 않았다.
「자아, 어떤 아이부터 주물러 줄까? 후후후……. 하나든 둘이든, 뭣하면 전원 동시에라도 난 전혀 상관없다아아아아!!」
여장 흑인이 홀을 달린다.
「꺄아아아아악!! 싫어어어어어!!」
「이쪽으로 오지마!!」
「살려줘!! 누가, 누가 좀 살려줘어!!」
「와하하핫♡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여기선 백합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기대에 응해주기 위해서라도 여자들 간의 스킨십을 선보여 주자꾸나!!」
참가자든 심사위원이든 스탭이든, 회장 안의 여자들은 차례차례 보비의 사냥감으로 화해갔다.
「그야말로 보물섬! 가슴섬!! 그 집사에겐 감사해야겠구나. 우하하하핫!!」
드높은 웃음을 터트리며, 마침내 실체화하는 보비의 번뇌.
상식 밖의 근거리 파워 타입 번뇌[스탠드]가 주위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주무르며, 재기 불능으로 몰아 넣어간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홀 안은 그가 침입한지 불과 몇 분만에 아비규환에 휩싸이고 말았던 것이다.
「뭐, 뭔가요…. 이 카오스한 상황…….」
한숨 쉬는 나데시코의 옆에서, 운 좋게 보비의 마수를 면한 소녀들은 거미 새끼들이 흩어지듯이 울부짖으며 홀을 뛰쳐 나갔다.
「싫어어! 저런 생물의 먹이가 되는 건 싫어어!!」
폭주한 짐승이 여체를 갈구해 주위를 둘러본다.
「으르르르르릉. 가슴은 어디냐…….」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절해 엎어져 있거나, 홀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가슴은…….」
그리고 그의 눈은 자연히 홀로 무사한 나데시코에게 향했다.
「뭐, 뭔가요! 이 변태 땡중. 츠와부키 님 이외의 남자에게 욕을 보일 바에야, 스스로 이 목숨을 끊겠사와요! 」
끄집어낸 쿠나이를 자신의 목가에 대며 외치는 나데시코.
하지만 눈이 마주친 순간, 보비는 그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하아……. 남은 건 로리뿐인가. 가슴이 없으니 왠지 의욕이 없어지는 군…….」
한숨과 함께 바로 추욱 기가 빠지는 보비. 방금 전까지의 그 매서운 기백은, 완전히 털끝만치도 느껴지지 않는다.
「잠깐만요?! 무슨 의미인가요오오오!!!」
격앙한 나데시코가 보비의 뒷통수에 날라차기를 날린다.
「커억……!」
완전히 기세를 잃은 봅는 저항할 틈도 없이 그 자리로 무너져 내렸다.
「정말이지, 실로 무례한 변태로군요.」
쓰러진 보비를 내려다보는 나데시코.
「그보다, 뭔가요. 이 참혹한 상황은…….」
방금 전까지만해도 미소녀 콘테스트 예선을 치루고 있었을 텐데, 어느새 패닉 영화에 나올 법한, 괴물에 의해 유린당한 건물 내부와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절해 있는 와중, 홀 안에 정상적으로 서있는 것은 나데시코 뿐이라는 상황이었다.
「잠깐……. 시노부!」
집사의 이름을 입에 담는 나데시코.
그러자 어디선가 시노부가 나타나, 그녀의 옆에 무릎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나데시코 님.」
「이거, 당신의 사주인가요?」
「그렇습니다. 비장의 수를 사용했습니다.」
히죽 웃음을 띠우는 시노부. 그는 그 팔에 최근 익숙한 <매니지먼트>를 끼고 있었다.
「사업의 성공,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상식을 버린 혁신적인 전술[이노베이션]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변태 땡중을 여장시켜 침입시켜, 나데시코 님 이외의 참가자들을 죄다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그렇게 말하고서 시노부는, 바닥에 드러누운 보비를 눈짓한다.
「버려선 안 될 상식도 있는 거에요! 완전히 테러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나데시코 님. 이 변태 땡중은 나중에 착실하게 경찰에 넘길 테니까요.」
「악마인가요?!」
하지만 시노부는 극히 진지한 얼굴로 답한다.
「말했을 텐데요. 드러커 씨도… 매니지먼트의 자질은 그런 <진지함>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건 <진지함>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설을 내뱉는 나데시코에게 훗하는 웃음을 띠우는 시노부.
「뭐가 어찌됐든, 남은 건 결승뿐입니다. 흩어져 사라진 다른 참가자들을 위해서라도, 나데시코 님은 우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듣고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전원 전투 불능이 된 지금, 살아남은 자신이 결승 진출권을 쥐었다 그거다.
「흩어져 사라진 자는 제 우승을 바라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확실히 여기까지 오면 우승할 수 밖에 없겠군요.」
그렇다. 이치코나 란마루를 물리치고, 우승해 츠와부키님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데시코는 그런 본래의 목적을 떠올린다.
「그 의기입니다, 나데시코 님. 결승전 책략도 제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나데시코 님을 우승으로 이끌도록 하겠습니다.」
시노부는 공손히 고개 숙인다.
확실히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더 이상 수단을 가릴 필요도 없을지도 모르지.
「알겠습니다. 이렇게 됐으니 갈 때까지 가보도록 하죠오오오!!!」
● 다이몬 시노부는 진지함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자아, 시작되었습니다! <미소녀 콘테스트 in 부츠메츠 시> 결승전! 사회는 바로 저, <삼각 목마에 화려하게 올라탈 수 있는 남자>, 이누가미 모모오와!」
「<미지의 거유를 추구하는> 신비의 구도자, 보비가 보내 드리겠습니다!」
결승전이 치러지는 야외 스테이지에는 많은 관객들의 환성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예선을 통과한 미소녀들의 지금을 이제야 저제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보다 땡중, 좀 전까지 어딜 간거야? 왠지 흐릿하게 향수 냄새가 나는데.」
「음. 그것이 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극락 정토에 있었던 것마냥 행복한 느낌만이 남아 있는데……. 그리고 왜인지 뒤통수가 욱씬욱씬하군.」
고개를 갸웃하는 보비.
스테이지 위에서 사회를 맡은 그를, 스테이지 옆에서 슬그머니 나데시코가 바라보고 있다.
「훌륭하게 기억이 날아갔군요……. 날라차기가 너무 강했던 걸까.」
아니, 별수 없다. 그것도 우승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고, 자신을 타이르는 나데시코. 이제와 죄악감을 품을 경우가 아니다.
「자아, 그러면 바로 결승진출자의 어필 타임을 시작해보죠! 관객 여러분들은 이 어필 타임을 참고로, 부츠메츠 시 No.1에 걸맞는 미소녀에게 투표를 해주십시오!」
「섹시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겠다!」
무대 위의 사회가 소리 높여 외치자, 객석에서 환성이 터졌다.
아무래도 상당한 시민들이 이 미소녀 콘테스트를 주목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우승한다면 분명 츠와부키 님도 제게 다시 반해주시 겠죠……!」
머릿속으로 승리후의 이미지를 트레이닝하는 나데시코. 침을 흘리며 멍하니 있다가, 바로 맘을 바짝 조인다.
― 우선은 다른 분들에게 이기지 않으면 안되겠죠.
「자아, 우선 처음에 등장하는 것은 이 사람! 여름의 미스 콘테스트 우승자, 모미지 누님이다아아아아!!」
모모오의 소개와 함께 무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진다.
대환성과 함께 스테이지 위에 나타난 것은 레이스 퀸의 모습을 한 빈보다 모미지였다.
「네~, 여러분. 빈노코지 모미지입니다☆」
나데시코도 잘 아는 클래스 메이트였을 텐데,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데시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커, 커…!! 너무 커!!!」
모미지의 가슴 사이즈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화해 있었다. 그 이치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사이즈다.
「우오오오오오오!? 뭐야, 저 가스으으음!!!」
「저런 로켓의 소유자가 이 마을에 있었어?!」
「슬랜더한 체형과의 갭이 또 최고오오♡」
회장은 갑작스러운 섹시 걸의 등장에 크게 흥분했다. 보비조차 집어 삼킬 듯이 모미지의 가슴을 응시하고 있다.
「모미지 누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 가슴은?!」
얼굴을 붉히며, 모모오가 모미지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 음……. 나 입으면 말라 보이는 쪽이라서. 사실은 가슴 130cm 정도에요……. 이거 실은 작중 최대치고 그런데요…….」
교태를 부리며, 아낌없이 그 거유를 관객에게 내보이는 모미지.
「하, 하지만 여름 콘테스트 때보다 너무 명확하게 커져 있지 않나요?!」
「성장기니까요~. 우훗☆」
그렇게 말하며 애교를 떠는 모미지.
그런 그녀를 쏘아 보며, 무대 뒤의 나데시코는 이를 빠득이며 분해했다.
「크으으윽…! 이런 거 뭔가의 착각이에요! 가슴 사이즈 만큼은 빈보다를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후후훗…. 이 기세로 이번 미소녀 콘테스트도 받아가겠습니다……. 자앗, 이렇게용~.(90년대 대사)」
커다란 가슴을 내미는 포즈로 관객들을 매료 시키는 모미지.
그런 식으로 으스대고 있는 모미지였으나, 그 순간 있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났다.
「아.」
주륵하고 가슴이 흘러 떨어진다.
「오오! 주륵! 주륵 발생이다! 하, 하지만 이건…!」
주륵 스테이지 위에 떨어진 것은, 모미지의 풍성한 가슴 그 자체.
「가, 가짜 가슴이다아아아!!!」
모모오가 큰 소리로 외친다.
「아, 아차! 카에데가 빌려준 페이크 가슴이!!」
「모, 모미지 누님……. 이건…….」
「지, 지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루션이에요, 일루션!」
다급히 수습하려 하는 모미지였으나, 관객들은 그런 모미지를 싸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우와……. 엄청 고루한 술수…….」
「순간이나마 두근거린 내가 바보였어…….」
보비도 슬픈 얼굴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한심하구나. 가짜 가슴으로 순정을 낚을 줄이야……. 즉시 붙잡아라!!」
고개를 가로 저으며 손을 딱하고 울리는 보비.
그러자 스테이지 옆에서 몇 몇 검은 양복이 나타나 모미지를 구속한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가끔은 저도 거유를 동경해도 되잖습니까!! 네?!」
필사적은 부르짖음은 받아 들여지는 일 없이, 모미지는 그대로 퇴장당했다.
「역시 자신을 속여선 안 된다는 거로군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심 안도하는 나데시코. 가슴 크기로 모미지한테지지 않았던 것에 실로 안도하고 있었다.
「그 뭐냐…, 생각지도 못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만 콘테스트를 속행하도록 하지요! 다음은 이 사람! A 블록에서 올라온 가쿠란 거어어얼!!」
「개 너! 소개 제대로 못 해!?」
그렇게 외치며 스테이지에 나타난 것은 마찬가지로 친구인 란마루였다.
「저 차림으로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는지 의문이지만…….」
그녀 답다고 하면 그녀 답지만, 란마루는 미소녀 콘테스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행용 도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산타클로스처럼 거대한 자루까지 부둥켜 안고 있다.
사회 두 사람도 의아한 모양새다.
「뭐야, 네 그 차림은.」
「내가 어필 타임에서 보여줄 건 이거다!!」
손에 든 자루 안에서 뭔가를 꺼내, 스테이지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자세히 보니 기와였다.
대략 30장 정도를 쌓아 올린 기와를 앞에 두고, 란마루가 심호흡하며 기합을 넣는다.
「서, 설마 란마루 씨…….」
꿀꺽하고 스테이지 사이드에서 침을 삼키는 나데시코를 아랑곳 않고, 란마루가 오른 손을 쳐들었다.
「으랏챠아아아아아아!!!」
그녀의 외침과 함께 호쾌한 파괴음이 스테이지에 울려퍼진다. 그녀의 수도가 번뜩이더니, 30여장의 기와를 실로 간단히 쪼갠 것이다.
「어떠냐!! 한 장도 남기지 않고 분쇄했다구!」
승리 포즈를 취해 보이는 란마루.
객석에서는 「오오…….」하는 술렁거림이 들려오지만, 당연히 미소녀 콘테스트 참가자에게 향하는 그런 종류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술렁이는 객석을 향해, 란마루가 외쳤다.
「자아! 내 강함은 알았지? 너희들, 물론 표를 넣어 주겠지!?」
그런 그녀의 말에 관객들은 얼굴을 맞대며 제각기 속삭인다.
「뭐, 뭐야… 저 근육녀……. 보통이 아니야.」
「설마 표를 안 주면 우리들을 저 기와처럼 깨버리겠다는 건가?」
「히이이이익!! 무서워…….」
그런 객석의 분위기를 보다못한 보비가 한숨을 쉰다.
「아니 다들 쎄한 분위기인데…….」
「하아하아……. 저 수도로 얻어 맞는다고? 어, 엄청 기분 좋을 것 같아아아아아♡」
유일하게 모모오 혼자서만 흥분해 있던 것을 제외하면, 회장은 란마루의 퍼포먼스 때문에 완전히 얼어 붙어 있었다.
「본인에게 그럴 맘은 없지만, 완전한 협박이로군요. 설마 란마루, 예선도 저 수법으로 통과한 게…….」
마찬가지로 검은 양복에게 팔을 붙들려 스테이지에서 퇴장당하는 친구를 보며, 나데시코는 한숨을 쉰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건데! 어이!」
그렇게 외치며 끌려가는 란마루는 분명 미소녀 콘테스트의 취지를 모름이 틀림없다.
「자아, 분위기를 환기하고 다음 간다! B블록의 결승 진출자는 아가씨, 로리노코지 로리시코 님~~.」
사회인 보비가 시시하다는 듯 소개한다.
「우이이익!!! 로리로리 시끄럽사와요, 에로 땡중!!」
또 기억을 날려주겠어요, 하고 마음 속으로 독설을 내뱉으며, 나데시코는 언짢은 표정으로 스테이지로 나선다.
「과연 시노부의 작전이 어디까지 통용될지…….」
내심 불안하게 여기면서 사회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나데시코.
하지만 그 직후, 객석 일부에서 터져나온 환성에,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눈치챘다.
「우오오오오오오!」
「이 모습은 전설의……!」
회장의 시선이 틀어 박힌다.
「후, 훌륭해! 저 아이는 실로 로리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
나데시코가 입고 있는 것은 스쿨미즈(구식)+하이삭스+란도셀.
시노부 왈, <나데시코 님의 매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3종 신기>라는 모양이다.
조합의 의미는 전혀 모르겠으나, 회장 내부의 특정층의 마음은 꽉 붙든 모양이다.
「너, 너무 빤히 보지 말아 주세요. 부끄러우니까!!」
자연히 엉거주춤하는 나데시코. 그 동작에 관객들은 좀 더 흥분한다.
「이거이거! 이런 걸 기다렸다구!」
「저 아이, 귀엽다……. 이제 로리콘이라고 불려도 괜찮을지도.」
그런 관객의 반응에, 나데시코는 내심 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오호호호홋!! 이것 이저, 아데노코지 나데시코의 실력이에요!)
객석 맨 앞줄에 진을 친 시노부를 바라본다.
그는 비디오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코피를 흘리면서 엄지를 척 쳐들며 그에 답했다.
(최고입니다, 나데시코 님! 자아, 이제 오의를 사용하시는 것뿐입니다!)
시노부의 아이 컨텐트에 고개를 끄덕이고, 스테이지 중앙에서 철푸덕 주저 앉는 나데시코.
「뭐야. 뭘 시작할 생각이지?」
관객들의 시선이 나데시코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한다.
나데시코는 천천히 란도셀을 열어, 그 안에서 피리 하나를 끄집어 냈다.
「리, 리코더라고?!」
「말도 안 돼. 여기에다 로리의 특급 아이템을 숨겨 놓고 있었을 줄이야……!」
특수 성벽의 관객들이 크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단상 위의 사회 두 사람은 아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땡중. 왠지 일부 관객들이 엄청 흥분했는데.」
「흠. 변태의 생각을 우리 일반인들이 알 리가 없지!」
나데시코는 내심 「너희들이 할 소리냐!」하고 딴지를 넣고 싶긴 했으나, 지금은 오의를 완수하는 것이 먼저다.
더듬더듬, 익숙치 않은 말투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오, 오빠들……. 나, 나데시코의 피리 소리, 들어 줄래?」
「우오오오오오!!!! 들었나, 형제!!」
「설마 <오빠>라니!! 일부러 그러는 걸 알지만, 그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어!!」
과장스러운 나데시코의 목소리에, 몸부림치는 일부 관객[로리콘]들.
그런 모습을 보며 내심 웃음을 띠우고, 나데시코는 리코더를 물고서 힘껏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 순간, 스테이지에 울려 퍼진 것은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뿐이었다.
「어라? 실패한 건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연주를 개시한다.
이번에는 소리는 잘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간신히 소리를 냈다는 레벨이다.
나데시코가 연주하는 곡은 누구나가 간단히 연주할 수 있는 동요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갑자기 음이 어긋난다거나, 박자가 어긋나고 있다.
마치 리코더에 익숙치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 소녀처럼.
「우오오오오오오!! 뭐야, 이 사랑스러움!!」
「왜인진 모르겠지만 보호욕을 자극하고 있어!!」
「그보다 흘긋 올려다보면서 리코더를 무는 거, 반칙이지!!」
일부 관객들이 열광에 휩싸인다.
물론 서투른 연주도 포함, 전부 연기다. 어린시절부터 아데노코지의 영재 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온 나데시코로써는, 제대로 된 연주를 하는 것 따위야 식은 죽 먹기다.
그걸 굳이 <오빠>들에게 먹히게 조절하는 것이 시노부의 연기 지도의 핵심이었다.
자신이지만 참으로 교활한 수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승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이것이 드러커 씨가 말하는 <인간의 강점을 살린다>는 말의 정수입니다.)
관객석 맨앞줄의 시노부도, 거친 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이것은 작전 성공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관객 일부는 완전히 지배했사와요.)
이걸로 앞선 두 사람보다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겠지.
나데시코가 내심 미소 지은 그 순간, 예상치도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더,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접사!! 저 스쿨미즈를 가까이서 찍어야겠어!!」
나데시코의 과도한 연기에 의해 흥분을 억누를 수 없게 된 일부 관객들이 스테이지 위의 나데시코를 향해 들이닥친 것이다. 그들은 무단으로 펜스를 넘어, 단상위로 뛰쳐 올라온다.
「히이익?!」
시노부의 작전은 효과가 너무 컸던 걸까.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상정 외였다.
「잠깐, 관객 여러분! 멋대로 들어오지 마……. 푸훕! 어이, 떼리지마……! 우훗!」
모모오가 쾌감의 표정을 띠우며 폭도로 변한 그들을 붙잡는다.
하지만 중과부적, 서슬 퍼런 로리콘을 막을 수가 없다!
「하아하아. 소녀 최고……!」
카메라를 들고 나데시코에게 바짝 다가서는 폭도들.
「자, 잠깐. 가까이 오지 말아 주세요!!」
갑작스런 상황에 겁먹는 나데시코.
하지만 그때, 닥쳐드는 로리콘들의 앞을 막아서는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실로 죄 많은 것은 나데시코 님의 매력 그 자체……라고 해야할까요.」
「시노부!?」
촬영 기구를 휙하고 내던지고, 객선에서 스테이지 위로 뛰어 올라온 시노부.
정말이지 평소에는 변태인 주제에, 이렇다할 순간에는 꼭 믿음직해진다.
「괜찮습니다. 나데시코 님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이쪽을 돌아보며, 시노부는 방긋 미소 지었다.
「이 복실머리……. 비켜! 소녀를 독점할 셈이냐!」
「맞아, 맞아! 소녀는 모두 함께 사랑해야 해!!」
바득바득 로리콘들이 외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시노부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뭐가 <사랑하는> 겁니까! 당신들은 아무 것도 몰라! 로리콘의 길이란 소녀에게 공포를 주어선 안 되는 법! 어디까지나 멀리서 지켜보는 신사의 행위임을 아십시오!! <Yes 로리타, No 터치>입니다!!」
그들에게 갑자기 로리콘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시노부, 나데시코는 이 복실머리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데시코 님의 곁에서 나데시코 님을 삿된 눈으로 봐도 되는 것은 오직 저뿐! 예절조차 모르는 무리들은 신속히 물러 나십시오!」
「아니, 너도 삿된 눈으로 보지마!!」
나데시코의 딴죽을 그대로 무시하고, 시노부는 폭도들 속으로 뛰쳐 들어간다.
어느샌가 스테이지 위는 특수 성벽들이 주먹다툼을 벌이는 대난투 로리콘 브라더즈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우와아아……. 도저히 눈 뜨고는 못볼 광경이로군요…….」
나데시코가 할 수 있는 것은, 망연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
「죄, 죄송합니다. 나데시코 님…….」
콘테스트 종료 후. 회장은 이미 저녁놀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남아 있는 관객도 참가자도 거의 흩어진 상태.
그 와중, 스테이지 사이드에서 황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넙죽 부복하는 시노부.
매수를 한다거나, 보비를 날뛰게 한다거나, 나데시코에게 당치도 않은 연기를 시켜 놓고서는 결국 나데시코의 우승이라는 당초의 목적은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설마 제가 날뛴 탓으로 나데시코 님까지 실격처리가 되어 버릴 줄이야…….」
맹렬한 활약으로 로리콘 폭도들을 물리친 시노부였으나, 덕분에 회장은 대혼란. 그의 주인인 나데시코도 그 책임을 물어 콘테스트 실격이 되고 말았다.
「당신의 바보 같은 행동도 그렇지만, 고생도 하지 않고 우승을 낚아채간 이치코 양은 정말이지 운이 좋네요…….」
예상대로, 회장의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 모미지나 란마루는 거의 득표하지 못했다. 나데시코도 실격이 되었기에, 결국 C블록 진출자인 이치코에게 표가 집중, 우승하고 만다는 실로 어이 없는 결맞을 맞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뭐, 그녀가 맛깔난 포지션을 차지 하는 거야 항상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운만큼은 남들보다 배로 좋으니까요, 하고 한숨 쉬는 나데시코.
「나, 나데시코 님…. 이번 건은 전부 제 책임입니다…. 해고든 할복이든 뭐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이 <매니지먼트>에서 말하는 <진지함>이라는 것이겠지요. 쿨쩍…….」
눈물을 보이는 시노부.
「바보로군요. 아무도 그런 부탁 안해요. 동기나 과정은 어찌 됐든, 오늘도 몸 바쳐 저를 구해주셨잖아요?」
나데시코는 무뚝뚝한 얼굴로 말한다.
「나데시코 님…?」
「게, 게다가…… 이번 건으로…… 조금 자신에게 자신이 생겼사와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노부와 눈을 맞추는 것에 왜인지 쑥스러움을 느끼는 나데시코.
결승때 많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을 떠올린다.
자신의 콤플렉스(유아 체형)을 정면으로 받아 들이고, 그것을 매력으로 끌어내 준 것은 시노부였다. 방식은 그의 취미 그 자체라곤 하나, 자신에게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 것에는 감사해야겠지. 다소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니까 가슴을 펴고, 앞으로도 저를 매니지먼트 해주세요. 제 <진지한> 집사로써……. 괜찮겠죠?」
「나, 나데시코 니이이이임……!!! 고맙습니다!! 콘테스트 따윈 상관 없습니다! 역시 나데시코 님은 제게 있어 최고의 아가씨입니다!!!」
「저, 정말이지! 부끄러워요! 자, 가요.」
그렇게 말하며 무뚝뚝하게 시노부의 손을 잡아 당기는 나데시코.
그 뺨이 희미하게 붉은 것은, 저녁놀 때문만은 아니었다.
**
며칠 뒤.
「그래선 안 됩니다, 나데시코 님! 미래의 주니어 아이돌의 길은 아직 한참 멉니다!」
「쥬니어 아이돌이라니, 전 벌써 고등학생이에요!」
여기는 아데노코지가 소유한 댄스 스튜디오. 스패츠 차림의 나데시코가 시노부의 손에 의해 억지로 댄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어, 어째서 저는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나데시코 님이 매니지먼트 해달라고 하시니, 이렇게 특훈을 시켜 드리고 있는 겁니다. 목표는 내년 콘테스트입니다. 타도 사쿠라 님을 목표로 힘내죠.」
방긋 하고 미소 짓는 시노부.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허억…, 허억…….」
휴일날 아침부터 계속 댄스 특훈을 받고 있다. 아무리 나데시코라고 하나, 숨이 꽉 차오를 정도였다.
「흠……. 이마에 땀이 맺힌채 신음하는 나데시코 님도 멋지군요…. 이런, 코피가.」
조금 멋진 모습을 보여줬나 싶으면 바로 이렇다. 주인에 대한 성희롱은 개선의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스패츠는 순진함이 부족합니다. 여기선 역시 클래식을 따라, 브루마를…….」
그렇게 말하며 품 속에서 군청색 천조각을 꺼내는 시노부.
「역시 넌, 제대로 한 번 <진지함>이란 걸 다시 배우고 오라고오오오오오!!!」
오늘도 아데노코지 가문은 평화로운 파란으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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