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이 너무 많아져서 평소 좀 좋아하던 만화의 소설판을 번역해 봤습니다.
감동의 완결이었죠 ㅇ_ㅇ!
여름방학.
이치코를 노리는 탄포포 일행을 물리친 것도 잠시, 그녀의 등 뒤로 스며드는 수상한 그림자가 있었다.
「자아. 오늘이 제삿날입니다, 이치코…….」
이곳은 타이안 고등학교의 인적 없는 옥상이다.
급수탑 그늘 뒤로 거대한 주사기를 든 가난뱅이 신, 모미지의 모습이 있었다.
……행복 에너지를 빨아 들이는 이 주사기,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 여자에 의해 파괴되어 왔었던가. 복신 건에서는 뜻하지 않게 함께 싸우게 되어 버렸으나, 이번에야말로 그 행복 에너지를 뿌리째 착취해서, 지금까지의 원한을 풀어 주지……!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확인하는 모미지.
여름 방학이라서 그런가, 옥상에는 달리 인영이 없었다. 여름방학 보충을 듣는 학생들의 목소리나 운동부의 구령소리가 들릴 뿐, 방해가 될만한 인물의 모습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딱 알맞게도, 타겟 사쿠라 이치코는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린 채 펜스 옆에서 혼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였다.
「왜인지 오늘의 저 아이, 빈틈이 너무 많은 건 신경 쓰이지만.」
둘째 날이려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모미지.
그런 모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옆에 선 쿠마카이의 노트에는 『이 찬스를 결코 놓칠 순 없지』하고 드센 문자가 적혀 있다.
확실히 쿠마카이의 말대로, 천재일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바로 해치워 버릴까요.」
주사기를 손에 들고 슬그머니 이치코의 등 뒤로 숨어드는 모미지. 살금살금 소리도 없이 다가간다.
당사자인 이치코 본인은 태평하게 「후아…」하고 하품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쿠쿡…. 방심이 지나치군요.)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다가 와있는데도, 이치코는 일절 눈치채는 기미가 없었다.
이치코의 지나치게 무방비한 모습에, 히죽 웃음을 띠우는 모미지.
절호의 찬스라고 판단한 모미지는 지극히 가까운 그 거리에서 기세 좋게 이치코를 덥쳤다.
「적장 물리쳤다아아아아아!!!」
외침과 함께 쳐올린 주사기 바늘.
그 끄트머리가 너무나 간단히 푸욱, 하고 그녀의 등에 꽂혔다.
이치코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앗…」하는 짧은 비명.
(어라?)
너무나도 싱거운 성공에, 기습을 한 모미지 본인조차 위화감을 씻을 수 없다.
(너무 쉬운 거 아냐?)
등을 찔려, 자세가 무너진 이치코는 그대로 비틀하고 펜스 쪽으로 쓰러진다.
두 사람 몫의 체중이 실린 펜스는, 노후화 되어 있는 건지 이음새가 풀려, 바깥 쪽으로 쓰러진다.
「켁…. 큰일…….」
펜스와 함께 거꾸로 추락하는 이치코와 모미지. 삽시간에 안뜰의 지면이 가까워진다.
「기, 긴급 회피. 히토다마 폼!!
순간적으로 히토다마로 변신, 지면과의 격돌을 면하는 모미지.
(위험했네.)
하지만 이치코는 그대로 손쓸 도리 없이 운동장에 추락하고 만다.
쿠웅하는 둔한 소리와 함께, 모래먼지가 피어 올랐다.
통상 형태로 돌아와, 이치코에게 말을 거는 모미지.
「콜록……. 어이, 이치코. 괜찮습니까~?」
뭐어, 대량의 행복 에너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치코다. 어차피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아,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덤벼 들어오겠지. 모미지는 그렇게 예상했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면에 엎어진 이치코한테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다.
「이치코?」
그것을 의문으로 여긴 모미지는 드러누운 그녀에게 손을 대본다.
왜인지 모르게 이치코의 피부가 차갑다. 표정에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추락한 충격이 원인인지, 관절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뒤틀려 있고, 덤으로 대량의 혈액이 흘러 넘치고 있다.
「와, 완전히 헐리우드 빨 특수 메이크 아닙니까. 이봐요, 이치코. 죽은 척 하다니 성격 나쁘지 않나요?」
농담조로 말하는 모미지였으나, 이치코는 완전히 무반응.
식은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린다.
「하하핫…. 오케이, 오케이. 상황을 정리해 보죠.」
경종을 울리듯 두근거리는 심장 고동을 억지로 억누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미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뇌가 풀스피드로 회전한다.
에너지 약탈. 이치코 추락. 움직이지 않는다. 위험. 사고. 나 때문? 대량 출혈? 시체. 히로인 사망? 이걸로 다음 주역은 나? 처리 필요. 위험. 살인? 과실치사?
그보다 오늘 저녁은 뭘로 하지.
혼란스러운 모미지의 뇌리로 갖가지 생각들이 소용돌이 쳤다.
「아…….」
어쨌든 이 상황,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죽이고 말았다…….」
무참한 모습의 이치코를 내려다보며, 핏기가 가신 표정으로 모미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문득, 내일 조간 신문 1면이 머리를 스친다.
『여자 고등학생 살인! 가슴의 크기를 질투한 범행인가?』
아니 잠깐만… 그건 말도 안 된다. 이치코가 죽다니 뭔가의 착각임이 틀림 없다.
애당초 지금까지 몇 번이고 죽을 정도의 핀치에 휘말려 온 몸이었다. 그것을 이 여자는 여유롭게 극복해 왔고.
이번에 한해 이렇게 간단히 죽다니 말도 안 된다. 그래. 모미지는 자신에게 그리 타일렀다.
「핫……. 죽어도 죽지 않는 여자잖아요? 이런 거 뭔가의 착각이래두요.」
그렇게 말은 하지만, 모미지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거기에, 이변을 감지한 쿠마카이가 옥상 위에서 뛰어 내려온다.
소리도 없이 착지한 쿠마카이. 지면에 드러누운 이치코의 모습을 보고 『모미지, 너 설마……』하고 경악의 표정을 띠우고 있다.
「아, 아니야! 어차피 이 뒤에 『몰래 카메라 였습니당!』하는 간판을 들고, 이치코가 일어날 거래두요. 어이, 야! 카메라는 어디냐?!」
그렇게 주위를 둘러 보는 모미지.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런 기척도 없고, 이치코는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실수로 다른 사람을 죽여 버렸을 가능성은?』
그렇게 말하는 쿠마카이. 이치코가 죽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이상, 착각해 남을 죽여 버린 게 아닐까 싶은 모양이다.
「아니. 여기에 쓰러져 있는 건 틀림없이 이치코입니다….」
모미지는 손에 든 용기를 쿠마카이에게 보여준다. 그 안에는 방금전 이치코한테서 빼앗은 행복 에너지가 들어 있었다.
용기 안에 떠올라 있는 『행(幸)』, 『금(金)』, 『우(友)』, 『연(戀)』의 글자. 행복 에너지의 조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이것이 이치코의 에너지라는 것은 몇 번이고 봐와서 익숙해져 있는 모미지라면 일목요연했다.
「에너지 운운도 그렇지만, 애당초에 저런 밉상맞은 거유. 잘못 볼 리가 없잖아요.」
『그럼, 지금부터 어쩔거지?』
실수라곤 하나, 모미지가 이치코를 죽여 버린 것은 틀림 없는 모양이다. 전에 없이 불안한 얼굴로 쿠마카이가 물었다.
모미지는 팔짱을 끼고서, 「으음」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며 생각한다.
「일단은… 돌아갈까.」
후우, 하고 한숨을 쉬고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떠나가려 한다.
그런 모미지를 초조한 표정의 쿠마카이가 붙잡는다.
『어이. 괜찮겠어, 그래도?!』
「그치만 생각해 봐 주세요? 이건 번외편이에요, 번외편. 본편이라면 몰라도 번외편에서 히로인이 다른 한쪽 히로인을 죽인다던가, 말도 안 되잖습니까.」
아하핫, 하고 메마른 웃음을 띠우며 현실을 도피하는 모미지.
「아……. 어차피 이건 꿈이야, 꿈.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
하지만 그 때, 전화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다급히 쿠마카이의 몸에서, 휴대 전화(곁보기는 아무리 봐도 고리짝 시대의 공중 전화)를 끄집어 내는 모미지. 이 전화로 전화를 걸어올 상대는 한 사람 밖에 없다.
『여보세요. 모미지? 일쪽은 순조롭나요?』
목소리의 주인은 가난뱅이 신 상사, 야마부키였다.
진지한 상사의 목소리를 들은 덕분이 이성을 되찾은 모미지.
아무래도 이치코 사망은 꿈이 아닌 모양이다.
순간 모미지는 코를 잡고서,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현재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한 번 전화 번호를 확인한 다음……」
『이봐욧, 모미지. 뻔한 거짓말은 그만두세요.』
단박에 들키고 말았다.
「무슨~, 야마부키 누님. 일은 순조롭죠. 완전 초 순조입니다. 이치코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아하하핫.」
차마 이치코를 죽여 버렸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순간 거짓말을 하는 모미지.
『뭐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어쨌든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인간계로 가게 되었답니다. 모처럼이니까 당신한테도 들릴 까 해서요.』
「우엑?! 이쪽으로 오신다고요?!」
『엣? 어째서 그렇게 싫어하시는 거죠? 뭔가 또 좋지 않은 일이라도 꾸미도 있는 건가요?』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이쪽을 의심스럽게 여기는 울림이었다.
「아, 아뇨. 아뇨~. 아무 문제도 없는데요? 아…, 그렇지. 저, 가슴 키우기 체조 중이라서, 손을 뗄 수가 없어서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앗. 잠깐, 모미지…….』
야마부키의 목소리를 무시하듯 수화기를 내려놓는 모미지.
덤으로, 더 이상 전화가 걸려오지 않게끔, 쿠마카이한테서 꺼낸 햄머를 쳐든다.
전화기를 깨부수고, 모미지는 후우하고 한숨을 놓았다.
「이거, 완전 큰일났어……!」
꿈쩍도 하지 않는 이치코를, 쿠마카이가 일견한다.
『가난뱅이 신은 인간을 죽여선 안 되니까 말이야….』
행복 에너지를 뺏는 과정 중에 인간을 죽이면, 해고를 넘어 신력을 박탈 당할 수도 있다. 이 턱없이 진지한 상사한테 이 일을 들키면, 그냥은 끝나지 않겠지.
「어쨌든, 야마부키 누님이 오기 전에 이치코를 어떻게든 해야겠군요.」
남들한테는 들키지 않게 피를 닦고서, 읏챠하고 이치코를 등에 짊어지는 모미지.
『들키는 건 시간 문제일텐데?』
그러는 쿠마카이에게 모미지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운다.
「무, 무슨~…. 어쨌든 이치코의 시체만 발견 되지 않으면 실종이니 뭐니로 얼버무릴 수 있으니까요……! 남은 건 줄행랑이든 뭐든 쳐서 몸을 숨기면 되는 겁니다. 아핫, 아하하핫.」
하지만 그런 말과는 반대로, 모미지의 시선은 방황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보통이 아닌 땀이 줄줄 흘러 넘치고 있다.
『완전히 범죄자의 발상이로군.』
「말해두겠지만, 쿠마카이. 당신도 공범이니까요.」
초조해하는 쿠마카이의 머리를, 덥석하고 붙잡는 모미지. 사역마인 쿠마카이는 『그럴수가!』하는 비통한 표정을 띠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여, 타이안 고등학교 연속(連續) 살인 사건은 막을 연 것이었다.
「오오, 거기에 있는 건 가난뱅이 신 아닌가.」
이치코를 짊어지고 안뜰을 걸으려던 참에,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등을 타고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쭈뻣쭈뻣 뒤돌아 보는 모미지.
「이런 데서, 뭘 하는 거지, 너희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흑인 스님, 보비였다.
싹싹하게 말을 걸고 있는 점을 보니, 아무래도 의문스럽게 여기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는 모미지가 짊어지고 있는 이치코가 죽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아뇨. 딱히…. 그보다…. 당신이야말로 백주 대낮부터 고등학교 안뜰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뻔한 소릴. 내가 일부러 여기에 침입해 있다면 당연히 “엿보기”말고는 없지♡」
새하얀 이를 드려내 보이며 웃고서, 당당히 자신의 욕망을 토로하는 변태 땡중.
「아아, 그렇군요. 모쪼록 붙잡히지 않도록 하세요. 그럼.」
하지만 그런 모미지의 팔을 보비가 꽉 붙잡았다.
「잠깐만.」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의 보비의 모습에 움찔하는 모미지.
설마 이 땡중, 이치코가 죽은 것을 눈치챈 건가? 시체에 묻은 혈흔은 닦아냈으니, 쉬이 들키진 않을 텐데….
모미지는 군침을 삼키며 보비를 쏘아본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이리 말을 이었다.
「여자 탈의실은 어디지? 길을 잃어서 그만~~.」
에로에 충실한, 언제나와 다름없는 대사에 모미지는 탈력하고 말았다. 놀래키기는, 이 파계승 놈……!
「이렇게 보여도 저는 꽃조차 부끄러워하는 소녀인데요? 여학생한테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자력으로 찾으세요.」
그렇게 모미지는 보비의 팔을 뿌리친다. 시체를 짊어지고 있다.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신경 쓰이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사쿠라 이치코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내가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데, 몸 하나 꿈쩍하지 않다니. 마.치. 죽.어.있.는.것.같.잖.아.」
고개를 돌아 보자, 보비의 팔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배후로 돌아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는 모미지가 짊어진 이치코의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중인 듯 하다.
「?!」
다급히 그한테서 거리를 벌리는 모미지.
이 걸어다니는 성희롱 땡중놈……. 그렇게 속으로 욕을 퍼부으면서도, 그런 소리는 꺼내지도 않고서 웃으며 수습한다.
「주, 죽었을 리가 없잖아요~. 그죠, 이치코…? 『뭐야. 나는 기운찬데?』…하고. 봐요.」
힘없이 축 처진 이치코의 팔을 붕붕 흔들며, 모미지는 그녀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다.
「『모미지 쨩은 굉장히 좋은 애고, 내 자랑스런 친구야. 아아, 슬렌더한 체형이 부러워』. 어이어이…, 쑥스럽다구. 이치코.」
곁에서 그 연극을 듣고 있는 쿠마카이는 『하나도 안 비슷해.』하고 딴죽을 걸고 싶어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흠. 그건 그렇고 너희들, 그렇게 딱 달라 붙어서 대체 뭘하는 거지?」
어떻게든 이치코에 대한 의혹은 얼버무려냈긴 했으나, 왜인지 오늘에 한에 이 에로 땡중, 아픈 곳만 찔러 댄다.
「싫어하~. 저희는 사이가 좋으니까. 이런 스킨십은 자주 있답니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어? 보기만 하면 매양 싸웠던 사이 아니었나?」
「아, 아가씨들의 관계는 복잡하답니다, 우훗♡」
필사적으로 미소로 얼버무리는 모미지.
그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었던 걸까, 보비는 일단 납득한 모양새였다.
「과연, 과연…. 사이가 좋은 건 아름다운 일이지. 너희들의 스킨십을 방해하는 것도 거북하고. 나는 슬슬 엿보러 가기로 하지.」
그렇게 말하고서 손을 흔들며 떠나간다.
그 등을 배웅하며, 내심 훅하고 탈력하는 모미지.
(위험했다……! 들키는 줄 알았네……!)
상당히 간담은 서늘했으나, 간신히 얼버무린 듯 하다.
남들의 눈이 있는 교내는 위험이 가득했다. 보비 말고도 수상히 여기는 녀석이 나타나, 생각지도 못한 트러블에 휘말려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냉큼 이걸 처리하지 않으면……하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하는 모미지.
하지만 재차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나도 그 스킨십, 끼어 다오!!」
뒤 돌아 보자 변태 땡중이 등 뒤에서 이치코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너 이자시이이익!! 무슨 짓이야!!」
「뭐어, 항상 있는 일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는 보비가, 갑자기 의문의 표정을 띠운다.
「음……. 전에 주물렀을 때와는 감촉이 다른 듯……? 왠지 모르게 약간 차갑고 딱딱하다고 해야하나…….」
보비는 위화감이 가득한 모양새였다. 이미 사후 경직이 시작된 걸까.
「그, 있잖아……. 그겁니다. 이치코는 냉한 체질일지도 모르고!」
「그보다 이거, 심장이 멎어 있는 거 아닌가…?」
그 한 마디에 움찔하고 동요하는 모미지.
「핫! 이거 곤란해 가난뱅이 신! 이대로는 귀중한 거유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느냐!!」
보비는 천천히 모미지의 등 뒤에서 이치코를 때내고서, 안뜰 지면에 눕힌다.
「여기는 내가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로 재생시켜야……!」
그렇게 말하면서 이치코의 블라우스를 펼치려 한다.
「너는 성희롱 하고 싶은 것 뿐이잖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모미지는, 우.연.히. 옆.에. 있.던. 콘.크.리.트. 블.록.으로 변태 땡중의 후두부를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안뜰에 울려 퍼지고 「으악…」하는 소리를 내지르며 무너지는 보비. 머리에서는 놀랄 정도로 대량의 피를 흘리더니, 그는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된다.
「……….」
경종을 울리는 모미지의 심장 고동. 그 발치에는 무참히 변모한 지인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설마 목격자를 없앨 줄이야…….』
쿠마카이도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모미지를 올려다 보고 있다.
「봐주는 거 없이 딴죽을 가한 것뿐입니다.」그렇게 변명을 하지만 더 이상 누구도 믿어 주지 않는 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다.
「시체가 두 구로 늘어버렸어……. 완전 큰일이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두 사람의 시체를 체육용구실로 옮긴 모미지.
조금 전 보비 때와 같은 불.행.한.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그 누구도 시체를 목격하게 해선 안 되었다.
이번에는 쿠마카이를 척후로 능숙히 사용, 모미지는 체육용구실까지 누구와도 만나지 않도 이동할 수 있었다.
「후우. 여기라면 당분간은 괜찮겠죠.」
두 사람의 시체를 매트 위에 던지고서, 히죽 웃는 모미지.
한편 쿠마카이는 두 사람의 시체를 앞에 두고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점점 사태가 악화되어 가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그런 쿠마카이를 모미지가 차가운 눈으로 쏘아본다.
「괜찮습니다. 들키지만 않으면 되요. 들키지만.」
『이 다음엔 어쩔 셈이야?』
「일단 들키지 않도록 위장 공작을 할 생각입니다. 자아, 작업을 시작하죠.」
그렇게 말하며 모미지가 오른손의 깁스에서 꺼낸 것은 미장이용의 토시와 액상 콘크리트, 그리고 작업복 한 세트.
「용구실 벽에 시체를 묻어 버리면 들키지 않을 겁니다. 자, 쿠마카이…. 당신도 도우세요!」
모미지는 미장이용 도구를 손에 들고서, 작업실 벽에 두 사람의 몸을 은폐할 셈인 것이다. 학교 벽에 시체가 묻혀있을 줄이야, 선생님들도 아마 눈치채지 못하겠지.
『완전히 도시전설이로군.』
쿠마카이는 한숨을 쉬면서도, 모미지를 거스르지 못한채 마지 못해 도구를 건내 받았다.
약 한 시간 정도 벽을 향해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던 모미지와 쿠마카이.
「아아, 진짜……. 이 커다란 가슴이 너무 방해돼! 이게 비져 나와서 잘 못 바르겠잖아요.」
꾸우욱하고 모미지가 이치코의 가슴을 밀어 넣는다.
「죽어서도 여전히 나를 방해하다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적이고 싶다 그거로군요. 이 거유는.」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작업을 하고 있자니, 용구실 문 너머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이! 땡중! 어디 간거야!! 참나……. 나한테 망보기를 맡겨 놓고서 대체 뭘하는 거야. 그 아저씨는.」
그 목소리는 모미지를 주인으로 숭상하는 충실한 마조 개, 견신 모모오였다.
(아~ 또 성가신 것의 냄새가….)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서, 숨을 죽이는 모미지와 쿠마카이. 그와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모오가 얼른 여기를 떠나는 것을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불행스럽게도 모모오의 후각은 인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
「킁킁. 이 방에서 땡중의 냄새가 나는 군. 어이…, 안에 있어?」
모모오는 하필 용구실 앞에 멈춰서서, 안의 상황을 살피려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래봬도 견신의 코를 지닌 모모오. 인간보다 몇 배는 더 좋은 후각을 지니고 있는 이상, 보비의 존재를 눈치챈다해도 이상하진 않다.
『지금, 저 녀석이 안 보면 곤란해져.』
쿠마카이는 초조한 모양새로 노트를 펼친다.
이 방에는 반쯤 벽에 파묻혀 있는 이치코와 보비의 시체가 있다. 이것을 들키면 그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말을 꾸며내서 속아 넘길 수 밖에 없군요, 하고 모미지는 문 너머에 있는 모모오를 불렀다.
「잠깐, 모모오. 보비 씨라면 없어요. 아마 탈의실 쪽에 간 게 아닐까요?」
「엣? 모미지 누님? 왜 이런 곳에 있는 겁니까?」
「아무렴 어때요. 좋은 여자에게는 비밀도 많은 법입니다.」
「비밀이라니, 안에서 땡중이랑 뭔가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거기 있죠? 제 코는 못 속여요.」
칫하고 혀를 차는 모미지. 평소는 쓸모도 없는 주제에, 이럴 때만 날카롭다니. 몸종이라곤 하나 내심 울컥한다.
「어라? 땡중뿐만이 아니라 이치코 누님의 냄새도 나는 걸. 그리고 약간이지만 피냄새도……?」
킁킁하고 용구실 안의 냄새를 맡는 모모오.
이거 설마, 살인을 눈치챈 건가? 모미지의 표정이 뻣뻣해졌다.
「이 피냄새……. 필시 유혈 SM 플레이죠?!」
「하아??」
의문표를 띄우는 모미지. 하지만 모미지의 심정 따위 상관없이, 문 너머에 선 모모오가 거친 콧김을 뿜는다.
「틀림없어!! 이치코 누님과 셋이서, 과격한 SM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걸 거야!!」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호통치는 모미지. 하지만 모모오는 전혀 믿으려 하지 않는다.
「모미지 누님. 너무해요. 왜 저도 끼워주시지 않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런 짓 안 한다니깐요!!」
「앗, 과연! 이거 방치 플레이 입니까? 이렇게 저를 방 밖에서 애태운 다음, 마조의 기쁨을 자각시킬 속셈이시군요?!」
「됐으니까 얼렁 꺼지라고오오오오오오!!!」
마조견은 보다 고위의 마조로 진화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용구실 앞에 눌러 붙어서야 곤란하다. 여기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쫓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기 말이죠, 모모오. 고통을 원한다면야 나중에 채찍이든 촛농이든 얼마든지 해줄테니까, 지금은 돌아가 주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도저히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이 안을.」
그래도 일단 자신은 모모오의 주인이다. 주인이 이만큼 애원하고 있으니, 얌전히 물러나는 것이 도리겠지.
「보, 보여줄 수 없어……? 즉 이 안에서는 소설 매체에서조차 표현할 수 없는 초 과격한 SM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겁니까?! 우오오오오옷!! 텐션이 솟구친다아아아!!」
한층 더 콧김이 거칠어 지는 모모오. 불에 기름을 부어 버린 모양이다.
「무, 무슨 플레이를 하고 계신 겁니까……!? 바늘이 붙어 있는 의자? 철제 구속구? 서, 설마 ○○○로 XXX하거나, △△△를 □□□에!!!」
후오오오오오오오하고 모모오는 신음 소리를 낸다.
그 순간, 파앗하는 빛과 함께 모미지와 모모오를 갈라 놓고 있던 문에 균열이 일었다.
「엣?!」
『거대화 했어!!』
경악하는 모미지와 쿠마카이.
체육용구실 벽과 문을 한꺼번에 무너트리며 나타난 것은, 수 미터는 넘을 듯한, 불꽃처럼 붉은 털을 지닌 거대한 견신(치와와)의 모습이었다.
「설마 망상만으로 흥분 상태에 달해, 견신의 진정한 힘을 해방시켰다고……?」
왠만한 쾌감으로는 강아지 사이즈의 변신에 그치는 모모오. 그가 참된 견신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흥분이 필요할 텐데…..
『터무니 없는 마조로군…….』
「자아, 문이 열렀다. 모미지 누님이 어떤 멋진 SM을 하고 있는지, 이 눈으로 똑똑히……. 어라??」
방으로 뛰쳐 들어온 모모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좀 전의 충격으로 파묻혀져 있던 벽에서 미끌어져 떨어져 내린 이치코와 보비의 모습이었다.
「누, 누님. 이건 새로운 플레이의 일종입니까?」
뒤를 돌아 보자, 거기에는 냉철한 웃음을 띠고 있는 모미지의 모습이 있었다.
「마… 마침내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군요…….」
조용한 목소리로 모모오에게 고하는 모미지.
그 손에 쥐어진 막대기 같은 것이, 허물어진 벽 너머로 비쳐 들어오는 저녁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가난뱅이신 아이템, 『빠루 비슷한 무언가』~. 이걸 휘두르면 대부분의 상대는 절명하고 마는 것이다☆」
대사와 달리 전혀 웃지 않는 눈으로, 모모오를 응시하는 모미지.
「누, 누님!! 그런 흉기로……. 아앗! 아아앗!!」
공포 3할, 기대 7할이라고 해야할까. 모모오는 그런 복잡한 웃음을 띠웠다.
「이렇게 된 이상, 둘을 죽이나 셋을 죽이나 마찬가지……. 자아, 바라던 대로 특상의 고통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모미지는 방긋 미소하며, 오른손에 쥔 철봉을 쳐든다.
「아, 아아. 누니이이이이이임!!」
반파된 체육 용구실에, 모모오의 교성이 울려 퍼졌다.
「후후훗……. 이제 여기까지 왔으니,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죠……!」
세 구로 늘어난 시체를 내려다 보며, 메마른 웃음을 터트리는 모미지.
그녀와 쿠마카이는 지금 풀 사이드 한 귀퉁이에 있었다.
올해 아데노코지의 재력에 의해 어뮤즈먼트 시설로 만들어진, 타이안 고등학교의 수영장이다. 흐르는 풀에 파도가 나오는 풀, 워터 슬라이드 등등. 몇 종류의 풀을 겸비한 거대 시설이지만, 현재는 청소 중이라서 그런지, 시즌 중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풀에 물이 전부 빠져 있었다.
모미지의 가차 없는 일격을 먹은 모모오는 실로 행복한 표정을 띠우고서 쓰러져 있었다.
『문자 그대로 승천이로군.』
「누가 그런 멋드러진 소리를 하라고 했습니까. 하지만 뭐, 덕분에 인간 형태로 돌아가서 커다란 견신의 모습보다는 옮기기 쉬워지긴 했지만요.」
『어쨌든 이번에는 누구한테도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알고 있대도요. 그래서 이런 수영장 구석자리까지 그들을 옮겨 왔으니까요,」
그렇게 쿠마카이에게 미소 짓는 모미지.
「마침 지금은 아무도 안 쓰는 모양이고…. 물을 채워 시체에 돌이라도 달아 가라앉혀 버리면 당분간은 들킬 일도 없겠죠. 그 동안 줄행랑이든 뭐든 해버리죠…….」
『수법이 완전히 야쿠자가 다 됐군.』
「시끄러!! 더 이상 예전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다구! 자, 쿠마카이. 풀에 물을 채워 주세요.」
다시끔 모미지의 은폐 공작의 파트너 역을 짊어지게 된 쿠마카이. 『어찌되도 난 몰라』하는 얼굴로, 묵묵히 작업을 행한다.
「좋아. 여기까지 해놓으면 얼마간은 괜찮겠죠. 자아…. 얼른 담궈버릴까나. 우히히히힛.」
물속에 잠기는 세 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미소 짓는 모미지. 적어도 점프 SQ의 히로인이 절대 띄워선 안 될 부류의 시커먼 미소였다.
남들의 눈을 피해, 수영장 부지에서 슬금슬금 탈출하는 두 사람.
하지만 쿠마카이가 슬며시 노트를 펼쳐, 모미지의 걸음을 붙잡았다.
『잠깐, 누군가가 이쪽으로 온다.』
확실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늘 뒤에 숨어 다가오는 인물을 남몰래 엿보는 모미지. 다가온 것은, 키가 큰 클래스 메이트 소년이었다.
「저건…, 츠와부키 군이군요…….」
양동이와 브러시를 손에 들고, 콧노래 섞어가며 걸어오는 운동복 차림의 츠와부키.
『어쩔 거야? 설마 저 남자도…….』
쿠마카이가 불안한 시선으로 모미지를 올려다 본다.
「아뇨. 아무래도 이 이상 손을 더럽히는 건 위험하겠죠. 자연스러운 얼굴로 스쳐 지나가면 문제 없을 거래두요. 시체도 이젠 물에 담궜고.」
그렇게 말하며 모미지는 쿠마카이의 손을 잡아 당겨, 츠와부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라, 별일이네요. 츠와부키 군.」
「오, 빈보다.」
상대가 짧은 시간 안에 셋이나 죽인 살인범이라는 것따윈 모른채, 츠와부키는 실로 평소와 다름없는 모양새로 모미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 거 들고 어딜 가시는 겁니까?」
모미지가 츠와부키가 손에 들고 있는 양동이와 브러시를 가리키며 묻는다.
「아. 오늘은 알바도 없으니까. 우리반 녀석들의 수영장 청소, 시급으로 대신 해주기로 했어.」
그렇게 말하며 청소도구를 들어 보이는 츠와부키.
그의 「수영장」이라는 말에 반응해, 쿠마카이는 순간 모미지에게 시선을 보낸다.
(이대로는 들켜!)
아무리 여름 방학 중이라해도, 이렇게 정기적으로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던 모양이다. 모미지는 그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모미지는 어디까지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쿠마카이의 시선에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건 뜻 밖의 호기……!)
히죽 미소하며 츠와부키에게 묻는다.
「저기, 츠와부키 군. 수영장 청소는 혼자서?」
「응. 시간은 걸리지만 그 만큼 돈도 독점 가능하고. 꽤나 좋은 벌이가 된다구, 이거.」
태평한 웃음을 띠우는 근로 소년.
「과연……. 그거 큰일이겠네요. 그럼 힘내세요.」
그렇게 말하며 모미지는 손을 흔들어 츠와부키를 배웅했다.
츠와부키도「그럼」하고 말한 뒤 등을 돌려, 수영장 쪽으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쿠마카이가 노트를 펼친다.
『저래도 되는 건가? 이대로라면 시체가 들키는 것도 시간 문제라구.』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쿠마카이. 오히려 그는 시.체.를 발.견.해.주.지.않.으.면 곤란하니까요.」
쿠쿠쿡하고 시커먼 웃음을 흘리는 모미지.
이때의 모미지의 눈동자는, 여름의 더위조차 잊어 버릴 정도로 차가웠다고, 후에 쿠마카이는 이야기했다.
「자아, 청소할까…. 엄청 넓으니까, 이거 고생 꽤나 할지도…….」
수영장 시설에 들어선 츠와부키.
그는 청소 도구를 손에 들고서 사람이 없는 수영장 시설을 둘러 보았다.
아데노코지 가문이 주변의 땅을 구매해가면서까지 확장한 수영장을 혼자 청소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일지도 모른다.
「뭐어, 수영장 청소 알바도 처음이 아니고. 바지런히 일한다음 냉큼 끝내자.」
읏차, 하고 기합을 넣는 츠와부키.
하지만 그 때 문득, 그는 어떠한 위화감을 눈치챘다.
「어라? 왜 저기에만 물이 차있지?」
딱 하나, 물이 차 있는 수영장이 있다.
그 수영장은 이치코와 모미지가 수영 대결을 치뤘던 경영용 50m 수영장이었다. 하지만 그 승부 때 한 번 크게 파괴, 보수된 이후로 사용한 적이 없었을 텐데.
「누가 멋대로 물을 채워 넣은 다음 수영을 했다던가…?」
의문에 수영장으로 다가가는 츠와부키. 뭔가 그림자가 물 속에 떠돌아 다니고 있는 기분이다.
「응? 누가 있나……?」
자세히 수면을 응시해 보자, 거기에는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세 인간 셋의 모습이…….
「우아아아아아아아악?!」
한 여름의 하늘 아래, 평화로웠던 타이안 고등학교에, 경악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이, 뭐야. 지금 그 비명.」
「글세…. 수영장 쪽 아냐? 가볼래?」
교내에 남아 있던 하교 중, 혹은 부활중이던 학생들이 츠와부키의 비명 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몇 명씩 뭉쳐 수영장의 상태를 보러 가려 한다.
「아무래도 츠와부키 군이 시체를 발견한 모양이로군요……. 계획 대로입니다.」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모미지. 사태가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게 수영장 쪽으로 향하는 인파 사이에 섞여든다.
『설마 이.런. 비.겁.한. 술.수.를 생각해 낼 줄이야, 내 주인이지만 무섭군,』
「이제와서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땝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야마부키 누님한테는 들킬 수 없어요!」
쿠마카이와 함께 시치미 뚝 뗀 얼굴로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온 모미지.
거기에는 수영장에서 끌어 올려진 이치코, 보비, 모모오의 시체와, 츠와부키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진짜…? 사쿠라 양이 이런 모습으로…?」
「때때로 보이던 흑인 스님이랑 이상한 형씨까지…. 너무해.」
「추를 달아서 물에 가라 앉혔다는 것은, 누군가의 소행이야. 그렇단 건 이거…, 설마 살인이야…?」
「겨, 경찰한테 연락했어」
「일단 누가 선생님 좀 불러 와!」
구경하러 온 학생들이 창백한 얼굴로 제각기 웅성거린다. 이제껏 실컷 이상한 사태에 휘말려온 타이안 고등학교의 학생들이라 하나, 시체가 나오는 사태를 조우하다니 청천벽력같은 사태였겠지.
그 인파 중심에서 츠와부키도 비통한 표정을 띠우고 있다.
「젠장.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시체를 응시하며 노골적으로 분노를 보이는 츠와부키.
셋다 그와는 아는 사이였던 만큼, 그 쇼크의 크기도 따질 수가 없다.
「아, 잠깐 괜찮을까요. 여러분~!」
그 때, 구경꾼들 틈새로 모미지가 한발짝 앞으로 나선다.
「빈보다? 아아, 너도 괴롭겠지. 사쿠라가 이렇게 되어서….」
모미지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츠와부키.
「네. 그래요…. 확실히 그래요. 하지만 그런 것보다, 이 세 사람의 시체를 맨 처음에 발견한 건 츠와부키 군. 당신이 맞는 건가요?」
「그래. 내가 청소하러 왔을 때에는 이미 셋 다…….」
망할, 하고 츠와부키는 주먹을 움켜쥔다.
그 모습을 보고 모미지는 짐짓 으음하고 신음했다.
「아뇨. 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째서 츠와부키 군은 이런 넓은 수영장을 혼.자.서 청소하려 했던 건가요?」
「그러니까 그건 알바비를 위해서라고 말했잖아? 남의 손을 빌리면 그 만큼 내 몫이 주니까.」
왜 이제와서 그런 소리를…하는 표정으로 츠와부키가 답한다.
「과연 그게 정말일까요? 실은 죽.인. 이.치.코.와 다.른. 사.람.들.을 물.에. 가.라.앉.히.기 위.해.서. 수.영.장.에. 혼.자. 와.야.만 했.던.게 아닌 겁니까?!」
쓸데없이 과장된 어조로 츠와부키를 가리키는 모미지. 그 시선은 흡사 『츠와부키야말로 범인이다』 하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어, 어째서어어어어!?!?!」
「세 사람을 죽인 게 츠와부키였어?!」
갑작스러운 탐정의 등장. 그리고 난데없는 범인 지정에, 구경꾼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어이, 빈보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츠와부키는 의아한 표정을 띠우고 있다.
「죽인 이치코나 보비, 그리고 모모오의 시체를 은폐하기 위해 굳이 혼자 수영장 청소를 자처해 나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세 사람의 시체를 숨기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법! 그렇다면 자신이 제 1발견자인 척해서 용의를 벗어 버리면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느샌가 코트에 베레모, 그리고 어디애서 꺼낸건지 모를 파이프까지 물고서, 모미지의 기분은 완전히 명탐정이었다.
「생각해 보면 츠와부키 군. 당신은 전에 이치코한테 상당히 심한 소리를 들었지요. 열심히 일해서 남매들끼지 검소하게 살고 있는 생활을 바보 취급 당하지 않았습니까. 코믹스 1권 언저리에서…….」
미간을 찌푸리는 츠와부키.
「아아? 그런 옛날 일, 기억 안 나. 애당초 그거 이후로는 평범하게 친구처럼 지냈고….」
「셔셔셔셔, 셧업…! 지금 일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츠와부키 군에게 이치코를 죽일만한 동기가 있었다는 것입니다!1 그렇죠…? 있었던 거죠. 그냥 있었던 걸로 치지요.」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이 과도하게 억지스러운 논리에, 츠와부키는 한숨을 쉬었다.
「요는 뭐야……. 내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제 1 발견자를 의심하라. 그것은 미스터리에서 흔한 이야기 아닙니까.」
모미지의 말에 구경꾼들도 동요한다.
「아니, 설마…….」
「츠와부키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트집이지….」
그런 상황을,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쿠마카이.
(이 남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다니, 잘 될까…?)
츠와부키를 이치코를 비롯한 세 사람을 죽인 범인으로 만들어 내려하는 것이 모미지의 책략이었던 것이다.
쿠마카이는 언제 모미지의 속셈이 들킬지, 내심 마음을 졸이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사소한 일 갖고 내가 사쿠라를 죽일리 없잖아. 게다가 애당초, 저 땡중이랑 개까지 죽인다고 무슨 메리트가 있는 건데.」
「그, 그건……. 그… 그겁니다! 이치코의 시체를 처리하려 하던 장면을 들키고 말았던 거겠죠. 목격 당한 이상, 당신은 저 두 사람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멍청한 이야기로군요. 후후훗.」
모미지의 의기양양한 말에, 쿠마카이는 『멍청이는 너겠지』하고 딴죽을 걸고 싶어지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뭐어, 동기는 됐고요.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기회가 있었나 없었는가입니다. 수영장 청소를 스스로 받아 들인 당신에게는 세 사람의 시체를 처리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의심하기엔 충분하지 않습니까?」
「너 말이야…….」
머리를 싸매쥐는 츠와부키. 집요하게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모미지의 모습에, 솔직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 츠와부키를 개의치 않고, 모미지는 몰아 붙인다.
「아시겠습니까. 설령 무슨 말을 해도, 당신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래서는 범인의 혐의를 씻어낼 수 없습니다만?」
내심 『정말로 죄송합니다, 츠와부키 군! 정말로 죄송합니다!』하고 사죄하면서, 모미지는 츠와부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츠와부키가 범인이라는 증거도 없이, 그에게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하는 점이, 상당히 어거지다. 곁에서 듣고 있던 쿠마카이는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하고 불안한 표정을 씻을 수가 없었다.
풀 사이드의 구경꾼들이 술렁이더니 반신반의한 얼굴로 모미지의 추리를 음미한다.
「확실히 수영장 청소는 츠와부키가 자처해서 받아 들인 거였지.」
「하지만 최근엔 꽤나 사쿠라 양과 사이 좋았잖아? 설마 죽이다니….」
「우발적인 범행일 수도 있지 않아…?」
한편 갑작스럽게 클래스 메이트에 의해 살인범으로 내몰린 츠와부키는, 한숨을 쉬면서도 어찌해야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새였다.
「자아, 포기하고 자백하세요. 츠와부키 군. 자수하면 죄는 가벼워 집니다.」
그런 식으로 모미지가 의기양양히 굴던 그 때.
구경꾼들 사이로 갑작시 새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기다리세요, 빈보다! 츠와부키 님이 결백하다는 증거라면 여기에 있사와요!!」
「누굽니까…?」
모미지는 의아한 얼굴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본다.
「츠와부키 님의 핀치, 제가 내버려 둘 순 없습니다.」
군중들을 파헤치며, 당당히 모미지의 앞으로 나선 것은 작은 체구의 롤머리 소녀.
그녀는 팔짱을 끼고서 모미지를 쏘아보고 있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멋대로 말씀하시기는……. 빈보다 양. 당신한테는 실망이에요.」
그것은 자타공인, 츠와부키 러브인 스토커 영예였다.
「흐, 흠. 나데시코 양이로군요….」
아데노코지 나데시코. 또 귀찮은 것이 나타났다.
츠와부키에게 홀딱 반해 있는 그녀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에게 걸려있는 누명을 벗겨 줄게 틀림없겠지.
여기는 어떻게 해서든 얼버무리지 않으면.
「흠……. 즈, 증거라고요…? 그는 혼자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었던 것을 인정했습니다. 세 사람을 물에 가라앉힐 기회라면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어떠한 증거가 있다해도 그 점을 부정할 순 없어요.」
강경하게 말한 모미지였으나, 나데시코는 웃음을 띠우며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츠와부키 님에 대해 제가 모르는 일은 없습니다. 우선 이것을 봐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나데시코가 꺼낸 것은 비디오 카메라였다.
「여기에 오늘 츠와부키 님의 행동이 전부 기록되어 있습니다. 보충 시간 와중 잠든 그의 얼굴이나, 남자 화상실에서의 보물 영상까지. 남김없이 전부 미행(스토킹)해서 촬영한 것이에요.」
의기양양히 말하는 나데시코.
「어이.」하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딴죽을 거는 츠와부키를 화려하게 쓰루하며, 나데시코는 말을 이었다.
「시노부……, 청중들도 전부 볼 수 있게 준비를.」
나데시코가 그리 말하며 손벽을 치자, 어디서 나타난건지 집사 차림의 남자, 다이몬 시노부가 나타난다.
「알겠습니다, 나데시코 님.」
눈깜짝할 사이에 풀 사이드에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준비하는 시노부.
프로젝트에 비디오 카메라를 접속하자, 수영장으로 들어오는 츠와부키의 모습이 스크린에 투영된다.
「아아, 영상에서도 멋진 츠와부키 님……. 어떠신가요? 이 영상 속의 츠와부키 님에게는 아무런 수상한 점이 없잖아요?」
스크린 영상에는 수영장을 찾아와 몇 분도 되지 않에 물 밑에 가라앉은 세 사람의 시체를 발견, 비명을 지르는 츠와부키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확실히 나데시코의 말대로, 수상한 기색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시체를 물 밑에 가라 앉히고 있는 모습은 없어.」
「역시 단순한 제 1 발견자네.」
갤러리들이 술렁인다. 이만한 증거 영상을 보여주면, 누구도 츠와부키를 의심할 수가 없었다.
「큭……. 이 스토커 계지이이입……!!」
나데시코를 쏘아보는 모미지.
이제 곧이면 츠와부키 군에게 죄를 뒤집어 씌울 수 있었는데에에……, 하고 내심 혀를 찬다.
하지만 나데시코는 그 시선에 일절 움츠려드는 일 없이 이렇게 말을 이었다.
「자아, 여러분. 이 영상에는 좀 더 재밌는 것이 찍혀 있답니다. 조금 되감기 해 보기로 할까요.」
영상을 되감는 나데시코. 역주행하는 영상이 스크린에 흘러 나온다.
아무래도 비디오 카메라는 츠와부키가 풀 부지에 들어서기 전, 모미지와 대화 몇 마디를 나누는 씬도 촬영한 모양이다.
「아아, 그러고보니 나. 여기 청소하러 오기 전에 빈보다를 만났지.」
츠와부키의 그 한 마디에 구경꾼들이 술렁인다.
흐흥, 하고 웃음을 띠우는 나데시코,
「여러분. 주목해 주셨으면 하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화면 구석…. 빈보다 씨가 츠와부키 님과 이야기를 하기 전, 어디에서 나왔는지 아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데시코는 스크린을 가리킨다. 츠와부키의 뒷모습이 크게 찍혀 있는 화면 끄트머리로, 수영장 부지에서 슬금슬금 걸어 나오는 모미지와 쿠마카이의 모습이 똑똑하게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진짜……? 빈보다 양이 풀에?!」
「그렇다는 건, 츠와부키 보다 앞서 수영장에서 무슨 짓을 했다는 소리지?」
「조금 전부터 계속 츠와부키 군이 수상하다느니 뭐니 했는데, 오히려 그게 역으로 더 수상한데…….」
새로운 증거의 출현에 의해, 나머지 학생들은 일제히 싸늘한 눈으로 모미지를 바라본다.
「시, 싫어라~. 봐요, 이 영상. 확실히 제가 수영장에서 나오는 모습은 찍혀 있지만, 그것만으로 제가 세 사람을 죽였다곤 할 수 없잖습니까. 어디까지나 상황 증거에 지나지 않잖아요?」
뻘뻘거리는 눈으로 대답하는 모미지에게, 나데시코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당.신.이.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는. 없.사.와.요, 빈보다. 그것만으로도 의심하기엔 충분하죠?」
「큭」하고 이를 악무는 모미지.
「자아, 전부다 토해내 놓으세요. 당신이 수영장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를!!」
처억하고 모미지를 손가락질하는 나데시코.
쿠마카이도 『이제 체념해야할지도.』하는 표정으로 모미지를 보고 있다.
「후후훗……. 생각보다 제법이로군요, 나데시코 양…….」
「츠와부키 님을 위해서와요. 당연하죠.」
「하지만 이쪽도 이런 곳에서 쉬이 잡혀줄 순 없는 겁니다아아아아아앗!!」
모미지는 쿠마카이를 거머쥐고서, 물이 들여찬 풀 쪽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에?하는 경악의 표정을 띠우며, 공중에 호를 그리는 쿠마카이.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물보라를 뿌리는 쿠마카이에게 눈을 빼앗기고 있던 그 틈을 타, 모미지는 쏜살같이 뛰었다.
「작별이다~~!! 형씨!!(루팡의 목소리)」
학생들을 밀어 젖히고, 모미지는 달린다.
「앗, 도망쳤어!」
「그보다 저거, 완벽하게 진상이 폭로 되었을 때의 범인의 행동이잖아!」
술렁이는 갤러리.
「놓칠 순 없습니다! 인법, <나데시코 대포획>!」
나데시코가 그리 외치자, 탈의실에서, 화단에서, 상공에서, 수영장에서, 남녀노소의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더니, 일제히 모미지에게 덤벼들었다.
「뭐, 뭐야?! 이 녀석들!! 자, 잠깐!! 아파. 아야, 아야야야!!」
「그들은 아데노코지의 시종인이와요. 24시간 절 위해 스탠바이 완료랍니다……. 나데시코 인법의 무서움, 그 몸으로 맛보도록 하세요, 빈보다!!」
온갖 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에 파묻혀, 속수무책으로 붙잡히는 모미지. 히토다마가 되어 도망칠 틈조차 없다.
「인술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숫자의 폭력이잖아아아!!」
눈깜짝할 사이에 로프에 칭칭 묶여, 풀 사이드에 널부러진 모미지. 수영장에 내던져진 쿠마카이 역시, 묶인채 모미지의 옆으로 와 있었다.
「자아, 단념하세요!」
이젠 다 틀린 건가……. 혀를 차는 모미지.
심지어 타이밍 나쁘게도 그때, 마침내 그.녀.가 타이안 고등학교에 강림했던 것이었다.
「어, 어이. 뭐야, 저거!」
누군가가 하늘을 가리킨다.
그 시선 끝에는, 상공에서 기세 좋게 낙하하는 거대한 물체가 있었다.
「최, 최악이다……. 이 타이밍에 오다니….」
묶인 상태로, 머리 위의 물체를 올려다 보는 모미지.
50미터의 풀에 기세 좋게 내려선 그녀는, 풀 사이드의 학생들에게 흠뻑 물보라를 튀기고서, 느릿히 일어섰다.
「모미지……. 이건 어찌된 일인가요?」
위압감을 두른채, 풀에서 나타난 것은 모미지의 상사. 야마부키.
「우왓, 크다!
「뭐어, 어차피 빈보다 양 관련이겠지…….」
「그러고 보니 교실에서 본 적 있어, 저 사람.」
갑작스럽게 나타난 야마부키의 거구에, 학생들은 별달리 놀랍지 않은 모양새였다.
야마부키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몸이 된 세 사람과, 풀 사이드에 묶여 있는 모미지를 보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왠지 모르게 대강의 사정은 알 것 같군요. 모미지……. 당신, 엄청난 짓을 저지른 모양이로군요.」
「어, 음. 아닙니다. 여기에는 사정이 있습니다.」
이마에 땀이 맺힌채로,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는 모미지.
「일단 들어 보기는 하죠.」
야마부키는 온화한 얼굴로 모미지의 뒷말을 재촉했다.
「전부, 전부 쿠마카이가 저지른 짓입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모미지는 옆에서 밧줄에 묶여 있는 쿠마카이에게로 힐끔 시선을 던졌다.
한편 쿠마카이는 『뭐라고?!』하는 경악의 표정을 띠우고 있다.
「쿠마카이는 저를 재쳐두고 공적을 올릴 요량으로, 단독으로 이치코의 에너지를 빼앗기 위해 그녀를 덥쳤습니다. 그때 기세가 넘쳐서 이치코를 옥상에서……. 우우, 실로 끔찍하군요…….」
마치 친우를 빼앗긴 것처럼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쿠마카이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모미지. 당사자인 쿠마카이는 모미지의 엉터리 진술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리고 그는 차례차례 목격자를 없애 나갔습니다. 보비 씨도 모모오도, 목숨을 구걸할 틈도 없이 허망하게 그의 손에 의해……. 저는 겁에 질려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미지가 유들유들 말하는 것과 달리, 쿠마카이는 전력으로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저는 쿠마카이한테 협박을 당해서 별 수 없이 그의 범죄를 은폐하는 것을 돕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거스르면 다음엔 네 차례라고…… 억지로…. 무서웠습니다. 어쩔 수가 없었어요……. 훌쩍.」
모미지는 뻔뻔스럽게 거짓울음까지 시작했다.
『이야기가 다르잖아!』하고 주장하고픈 쿠마카이였으나, 공교롭게도 묶여 있는 쿠마카이는 필담으로 진실을 전할 수조차 없었다.
모미지는 야마부키를 바라보며, 애절히 탄원한다.
「그러니까 야마부키 누님!! 증오스러운 진범은 전부 쿠마카이입니다! 자아, 얼른 이 악랄한 사역마에게 단죄를!!」
『너어어어어!!』하고 부르짖고픈 쿠마카이였으나, 당연히 말할 순 없다.
「하아……. 모미지. 당신이란 사람은…….」
하지만 야마부키는 그러한 모미지의 변명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줄 정도로 그녀와 알고 지낸 시간이 적지 않았다.
「사역마 탓으로 돌릴 줄이야. 기가 막히는 군요……. 얼추 당신 자신이 이치코한테서 행복 에너지를 빼앗는 과정에서 힘이 넘쳐 그녀를 죽이고 만 거죠? 그리고 목격자도 차례차례 없애 버린 끝에, 이런 결과가 된 거고.」
모미지를 쏘아보는 야마부키.
너무나도 정확한 정황 지적에, 모미지는 당황하고 만다.
한편 가난뱅이 신 사이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츠와부키가 소곤소곤 의문의 목소리를 흘린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사역마니, 행복 에너지니.」
전에 탄포포 소동 때에도 이치코한테서 에너지 이야기를 들었던 기분은 들지만, 그런 단어와 나올 때마다 성가신 일에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드는 츠와부키였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빈보다가 사건의 흑막인 것은 틀림 없는 모양이네요.」
그렇게 모미지를 쏘아보는 나데시코.
「자아, 모미지. 인간의 목숨을 빼앗은 가난뱅이 신이 어떤 말로에 이르렀는지, 모를 리는 없겠죠?」
야마부키가 엄격한 눈으로 모미지를 내려다본다.
「아니, 아하하하…….」
이제는 메마른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목슴은 지금 풍전등화였다.
이 고지식한 상사를 어떻게 속여 얼버무릴 수 있을까, 모미지가 두뇌를 풀가동 시키고 있던 그때, 풀사이드에 잘 아는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라? 다들 모여서 뭐 해?」
풀 사이드에 있던 전원이, 경악스런 표정으로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본다. 그것은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을 거라 여기고 있었던 소녀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빈보다 너, 또 무슨 짓 했어? 야마부키 씨까지 있고…….」
의아한 표정을 띠우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초절정 행운 소녀.
「이, 이치코……? 어째서 살아 있는 겁니까?」
모미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응시한다.
탈의실 쪽에서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걸어온 것은, 틀림없이 사쿠라 이치고 그 자체였다.
「어째서 살아 있는 거냐니? 무슨 소리야? 나는 그냥 여름방학 보충 때문에 학교에 온 것뿐인데?」
평소와 전혀 다를바 없는 모양새로, 평범하게 걸어온다.
「에에에에엑. 이치코 양?! 하지만 시체는 저쪽에! 아무리 비명횡사했다지만, 유령으로 나오기엔 너무 이런 시간대가 아닌가요?!」
「아니, 유령은 아니지. 다리도 있고…….」
나데시코와 츠와부키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엣. 뭐야. 다들 왜 그래?」
이치코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주위를 둘러본다.
야마부키도, 모여든 학생들도, 다같이 의아한 얼굴로 이치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 무슨 일이야. 이치코?」
그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이치코의 뒤를 따라 탈의실에서 나타난 것은 가쿠란 차림의 격투소녀였다.
「란마루~. 왠지 다들 이상해. 남을 죽었다고 말하지 않나, 유령이라고 하지 않나.」
「하아? 뭐야, 그거.」
사쿠라와 마찬가지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띠우는 란마루. 그녀는 두리번 두리번 시설 전체를 둘러 본다.
「저기 말야……. 혹시 저게 원인인 거 아냐?」
란마루가 가리킨 것은 풀 사이드에 나란히 누워 있는 3구의 몸이었다.
「우.왓. 여.기.에. 있.었.구.나! 아니, 뭐야! 죽어 있는 거야, 이거?!」
이치코가 차가워진채 누워 있는 이.치.코.에게로 다가간다.
이치코 본인이 자신의 시체를 찰싹찰싹 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지라, 보고 있던 학생들은 그저 아연해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보면 볼수록 기분 나쁠 정도로 똑같네……. 왜 땡중이랑 개까지 눈꺼풀 뒤집은채로 쓰러져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란마루.
둘 다 왜인지 이치코의 시체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품고 있지 않은 모양새였다.
「이치코. 그리고 란마루 군. 대체 이런 어찌된 일이죠? 애당초 지금까지 당신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렇게 의문을 입에 담는 모미지.
「아아. 나는 이.치.코.와. 함.께. 이.치.코.를. 찾.고. 있.었.어.」
「하아? 무슨 소립니까?」
시체가 된 자신의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이치코가 대답한다.
「아니……. 자도 잘은 몰라. 란마루랑 같이 돌아갈 생각으로 엔트런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문득 교정 쪽을 올려다 봤더니 나랑 똑같이 생긴 여자 아이가 옥상에서 흔들흔들 거리고 있는게 보였거든.」
「뭔가 재밌을 것 같아서, 이치코랑 같이 그 아이를 확인해보고자 학교로 돌아왔어. 하짐나 왜인지 옥상에 도착했을 땐, 그 아이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지만.」
설마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하고 란마루는 시체 쪽의 이치코를 보며 눈을 끔뻑였다.
「어차피 또 네 짓 아냐?」
「아니. 저도 대체 뭐가 뭔지……. 정말로 어째서 죽어버린 걸까요.」
이치코한테서 시선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어 얼버무리는 모미지.
그런 그녀들의 대화에, 야마부키가 끼어든다.
「과연. 그런 거였군요……. 이걸로 사쿠라 이치코가 쉽사리 모미지에 의해 죽임당한 이유도 알았습니다.」
「야마부키 누님…, 무슨 소리신가요? 혼자서만 납득하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자.」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모미지의 말에 욱하고 화가 치밀지만, 분별 있는 상사로써 참고 버티는 야마부키. 그녀는 풀 사이드에 드러누워 있는 이치코의 시체를 손가락질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시겠습니까? 저기 있는 시체는 엄밀히 말해 시체가 아니라 <츠쿠모가미>입니다.」
츠쿠모가미. 오랜 세월에 걸쳐 사물이나 도구에 깃들어, 의사를 지니게 된 신령(神靈)을 말한다. 이 학교가 츠쿠모가미가 일으킨 소동에 휘말려 드는 것은, 아직 후일의 이야기다.
「츠쿠모가미? 이 녀석이? 츠쿠모가미라니, 오래된 도구 같은 거 아닙니까? 이치코랑 똑같은 물건이라니 들어 본 적 없는데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모미지. 이것은 <히토가타>입니다. 히토가타가 붙은 츠쿠모가미인 겁니다.」
「히토가타라고요?」
모미지는 미간을 찌푸린다.
가난뱅이신을 비롯하여, 신들의 나라에서 인간계로 오는 신은 히토가타라고 불리는 인형에 신의 힘을 빙의 시켜, 이 세계에 현현(顯現)한다. 통상의 히토가타는 코케시 같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신의 정신이 깃듬을 통해 처음으로 인간의 형태로 그 모습을 바꾸는 것이다.
「확실히 히토가타도 물건이라고 하면 물건이죠. 시간이 지나면 신령화할 수 있는 건가…….」
이치코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모미지는 중얼거렸다.
「틀림없이 뭔가의 임무를 받아, 인간계로 내려선 신이 예비로 갖고 있던 히토가타인 거겠죠. 하지만 신계로 돌아갈 때, 까먹고 두고 돌아가 버렸기 때문에 누구한테나 잊혀진채 시간이 지나, 신령화 해버린 겁니다.」
신령화하여 의사를 지닌 히토가타가 우연히 이 학원까지 찾아왔다는 건가.
이치코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야마부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헤에. 이 녀석이 히토가타라……. 정말이지 민폐스러운 걸 놓고 갔군요.」
고개를 갸웃하는 모미지.
「하지만 츠쿠모가미는 일정 이상의 행복 에너지가 깃들지 않으면 인간의 모습으론 변할 수 없었던 게…….」
그 의문에 야마부키가 이렇게 덧붙인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미지. 잘 생각해 주세요. 지금까지 사쿠라 이치코의 행복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나간 것은 한 두 번이 아니잖아요?」
퍼득 정신을 차리는 모미지.
확실히 그랬다. 제 1권, Round 1!을 시작으로, 모미지는 몇 번인가 이치코의 행복 에너지를 탈취하는 것에 성공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빼앗은 에너지는 원상 복귀 되어, 몇 번이고 주위에 에너지를 흩뿌렸던 결과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생사의 경계를 헤매던 이치코의 전 집사, 스와노 키쿠노신이 목숨을 되찾은 것도, 이 때의 에너지의 은혜다.
「히토가타가 이 마을에 흩뿌려진 이치코의 에너지를 흡수한 덕분에, 이치코와 똑같은 모습이 되었단 겁니까. 과연…….」
생각해 보니, 옥상의 이치코가 묘하게 빈틈투성이였던 것은, 아직 현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츠쿠모가미의 자의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빼앗은 에너지가 사쿠라 이치코의 것이었던 것도, 이걸로 납득이 가는 군.』
그렇게 적은 쿠마카이.
「아니,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습니다. 그 때 흡수한 에너지, 이치코의 것치고는 왠지 적었고. 그 정도의 양이라서야, 그 히토가타. 내 공격을 피하지 못했던 것도 당연하죠.」
그렇게 납득하는 모미지에게, 「그보다, 네가 죽인 거야?!」히고 이치코가 딴죽을 넣는다.
그런 식으로 모미지를 비롯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나데시코가 의문표를 띠운다.
「란마루 양, 어떻게 된 건지 아시겠나요? 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서 저는 왜 이치코 양이 둘이나 있는지 전혀 모르겠사와요.」
「나도 잘 모르지만. 뭔가 저거, 이치코의 카피 로봇 같은 건 가봐. 이거야, 미래 도구란 굉장하구나.」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란마루.
「또, <신>이 붙는 녀석들의 짓인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진 않지.」
츠와부키도 달관한 표정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을 필두로, 타이안 고등학교 학교의 학생들은 이상사태에 대해 엄청나게 터프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치코도 살아 있었고. 이걸로 한 건 낙찰이란 거군요. 자아……. 나데시코 양. 슬슬 이 로프, 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미지. 하지만 그녀의 상사는 아직도 모미지를 용서할 맘이 없는 듯 했다.
「뭐가 한 건 낙찰입니까, 모미지! 사쿠라 이치코 양은 그렇다쳐도, 저 스님과 모모오를 죽인 사실은 변함이 없지 않나요? 제대로 벌을 받을 필요가…….」
「엣. 아, 저기……. 그건 사회의 쓰레기를 처리했다는 걸로 해주세요.」
「뭐가 청소입니까!」
자신의 악행을 정당하하려 드는 모미지를, 째릿 쏘아보는 야마부키.
「우와……. 정말로 죽은 거야, 이 두 사람?」
지금까지 무수한 성희롱을 당해온 이치코고, 아무래도 연민을 느낀 걸까. 보비의 시체에게 다가가, 팔을 쥐고 맥을 확인해 본다.
「음……? 어라? 이 녀석……, 우왁?!」
이치코가 쥐고 있던 보비의 오른손이, 어느샌가 이치코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음…. 역시 조금 전의 인형과는 탄력이 전혀 다르군!!」
갑작스럽게 눈을 뜨고서, 엄숙한 얼굴로 말하는 보비. 그 표정은 시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산뜻했다.
「무슨 짓이야, 이 땡중이이이이이이이!!」
「우아아아!!」
이치코의 스트레이트가 보비의 안면 중앙에 직격했다.
「서, 설마…그걸 먹고 살아 있을 줄이야. 정말로 인간인 건가, 저 녀석.」
보비의 끈덕짐에 경악하는 모미지.
「그럼……. 설마 이쪽도……?」
그렇게 말하며 모모오에게 다가가는 모미지.
「어이, 이봐. 일어나라구, 개!」
란마루가 모모오의 몸을 걷어 차자, 「키이익」하는 교성과 함께 이누가미 형태로 변신한다. 아무래도 몸쪽이 더 쾌감을 감지한 모양이다.
「핫?! 나는 대체 뭘!? 엄청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망할!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는다니……!」
그렇게 머리를 싸매는 치와와.
갑작스럽게 눈을 뜬 두 사람을 보고, 야마부키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생명력이 충만하다면, 죽일래야 죽지도 않겠지요…….」
한숨을 쉬는 야마부키. 그들을 어떻게 하려면 친구인 사신이라도 데려 올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곤 하나, 보비도 모모도 갑작스러운 일 때문에 꽤나 심한 부상을 입었잖아. 오늘은 전부 모미지 때문이지? 참나…….」
이치코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쿠마카이의 뱃속을 뒤져, 행복 에너지가 들어간 용기를 앗아 들였다.
「아, 멋대로 무슨 짓인가요! 좀 전에 막 칭찬했는데!」
「원래부터는 내 것이잖아!」
용기의 뚜껑을 여는 왼손.
둥실하고 나온 에너지가, 보비와 모모오의 앞에서 옅은 빛을 발한다.
「오옷. 상처가 낫는다…….」
「저는 사실을 말하자면 좀 더 상처 입고 싶습니다, 누님!!」
완전히 원상태를 되찾은 두 사람을 보고, 안심하는 이치코. 모미지 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는 빚으로 쳐둘 게, 가난뱅이 신.」
「아니 뭐, 저도 엄청 심한 꼴을 당했습니다. 처음부터 죽었던 게 히토가타였다는 걸 알았더라면 이런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뭐어, 끝이 좋으면 전부다 좋은 법. 자아, 얼른 누가 밧줄을 좀 풀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누구 하나 모미지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에 동의하는 자가 없었다.
「어라? 뭡니까, 여러분.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움직일 수 없는 모미지를 야마부키, 나데시코, 그 외의 학생들이 에워싼다.
「적어도 상사를 속이려 했던 책임은 지도록 하세요.」
「애초에 츠와부키 님께 죄를 뒤집어 쓰우려 했던 것은, 죽어 마땅하와요!!」
쿠마카이도 『자업자득』이라는 표정을 띠우고 있다.
「엣? 뭡니까, 이거. 집단 린치의 흐름? 잠깐만, 살려주세요, 이치코!!」
시선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만, 「네가 잘못한 거잖아」하고 이치코는 차갑게 내다 버릴 뿐이었다.
「애초에 나라고 생각해서 그 히토가타한테 그런 짓을 한 거잖아? 도와줄 의리도 없어. 반성하도록 해, 이 가난뱅이 신!」
풀 사이드에 모미지의 비통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타이안 고등학교 연속 살인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렸으나, 모미지에게 있어 진정한 공포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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