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게임/우울한 일요일 - Sombre Dimanche -]
발매일 : 2008년 8월 23일 공식홈
홈페이지 스폐셜 SS 2탄 【 IF 】
* <주의> 번외편 미니 게임 「생일, 그 후」의 이후 이야기입니다. 플레이 후 관람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미 플레이 분은 주의해 주세요. *
IF
만약 생일날에 외식을 한다면?
설마했던 햄버거였다.
2월 10일. 다니던 병원에서 돌아오던 길, 「그런데 뭔사 생일날에 밖에서 먹고 싶은 건 있나요?」하는 마키의 질문에 주저주저 돌아온 마사토의 대답이 햄버거였다.
하지만 햄버거. 그래도 햄버거.
부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시끌벅적 먹는만큼 즐겁고, 나름 맛있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생일 축하로서 먹게 되자면 왠지 조금 아닌 것 같았다.
뭣보다 옆에 서서 걷는 마사토의 딱딱한 공기와, 떠들썩한 패스트푸드의 이미지는 접촉 불양을 일으킨 것처럼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 혹시 최근 학교 근처에 생긴 카페 같은 그 가게 말인가요? 가격이 좀 비싸고 아보카도나 야채가 잔뜩 들어간 그거.」
「아니, 아마 아닐거라 생각해……. 있잖아, 역 앞 같은데서. 새빨간 간판에 샛노랗고 커다란 M 알파벳이….」
「아, 괜찮습니다. 아마 전국을 둘러봐도 모르는 사람은 좀처럼 없을 테니까. 그건.」
――설마했던 맥도날드였다.
성실하게 손짓해가며 설명하려 하는 마사토를 가로 막고, 마키는 「으음」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어쩌면 질문하기 전에 자기가 산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인가? 한 살 연하인 후배의 조금 염려되는 지갑 사정을 생각한, 고뇌의 선택인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래서는 너무나도 멱목이 없다. 별일로 떫은 얼굴을 하는 마키를 보고 마사토는 훨씬 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딱히 어디든 상관없어. 그저 어린시절부터 자주 봤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어떤 음식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엣…. 설마 한 번도 들어가 보신 적 없습니까?!」
놀라 뒤돌아 묻는 마키의 기세에 겁먹은 마사토는 약간 주눅든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마키는 좀 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문다. 확실히 세간에는 패스트 푸드는 몸에 나쁘다고 애들에게 금지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눈 앞의 이 사람의 경우에는…….
「저기……, 설마하는데. 선배는 외식 같은 거 한 적 있습니까?」
「편의점은 이용하고 있어.」
「아, 그렇지. 그것도 외식이지. 그럼 레스토랑이나 라면집이나 덮밥집이라던가.」
「없어……………………………….」
울 뻔 했다.
「적어도 로얄 호스트로 가죠! 저 지갑을 탈탈 털테니까! 아니 오히려 지금을 놓치면 앞으로 어디서 지갑을 털어 보겠냐는 기분입니다, 저!」
「사고나 병에 걸렸을 때 아냐……?」
곤혹스러운 표정의 마사토에게 극히 성실하며 견실한 딴죽이 들어왔으나, 거의 반울음 상태인 마키 역시 농담 없이 완전 진지했다.
하지만 진정하고 생각해보니 여기는 본인의 희망을 우선해야겠지.
뭣보다 「어린 시절부터」라고 마사토는 말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이제 곧 18세가 되는 지금까지 내내.
그대로 흘러 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마사토는 문득 생각에 잠긴 얼굴로 미간을 찌푸린 다음, 이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미안. 역시 관두자. 다 먹지도 못할 거고. 잘 주문 할 거라는 자신이 없어」
반사적으로 「괜찮습니다!」하고 위로할 뻔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인생 첫 외식에, 맥도날드 주문.
상상만으로도 어제까지 산에서 멧돼지를 잡던 할아버지가 손자의 목숨이 아까우면 스타벅스에서 주문을 외워라!하고 협박 당하는 것 정도의 긴장감이 솟구친다.
「게다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열다 결국 침묵한 마사토의 시선은, 그 왼팔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팔꿈치 아래를 잃고, 힘없이 늘어진 코트 왼쪽 소매.
혼잡한 가게에서는 적든 많든 호기심의 시선에 노출될, 그 공백을.
순간 바늘로 가슴을 찔린 듯한 통증을 느끼고 마키는 한 번 숨을 들이켰다.
「알겠습니다. 제가 사갖고 올테니까, 지금부터 같이 공원에서 먹어요!」
정신을 차리자 그런 말이 입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뭔가에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그런 기분으로.
「2월에……. 아니 그보다 내 생일은.」
3일 뒤잖아, 하고 의아한 듯 이어지려하는 그 말을 순간 가로 막는다.
「그치만 날씨도 좋고, 뜨거운 음료랑 같이라면 어떻게든 아슬아슬 세이프가 아닐까 싶어서. 바람도 거의 없고. 그리고, 게다가…….」
생일이 아니라도 앞으로는 언제나, 선배가 먹고 싶을 때 먹어도 괜찮아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말하자, 어딘지 곤혹스러운 침묵이 돌아왔다.
순간 구멍이 있다면 파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일단 지금부터 사올테니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화면에 메뉴창을 표시한 스마트 폰을, 야윈 손가락에 밀어 붙인다.
한 번, 한숨을 토해내는 틈이 있었다.
그 직후, 마사토의 입술에 쓴웃음이 스민다.
「알겠어. 부탁할게.」
화면에 시선을 떨군 그 얼굴이, 미소지어 준 것처럼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네하고 저도 모르게 따라 웃고, 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창한 2월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며, 이 사람이 뭔가를 부탁해 오는 것은 처음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