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花 저/プロジェクト月花 원작
‘미즈치 편’ 카라쿠레나이 루트 엔딩 후일담.
미즈치의 피에 눈떠, 미코토를 손에 넣은 미즈치. 그를 따르는 미코토였으나…….
눈을 뜨자 어두운 천장이 보였다.
나뭇결이 확실하게 보이는 그것은, 두려움보다 오랜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던 경치도, 지금은 완전히 익숙해졌다.
아직 날은 새지 않았지만, 다시 한 번 잠들 기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코토 군…, 미코토 군….”
장지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네, 지금 갈게요.”
나는 이불에서 몸을 일으켜, 몸가짐을 바로했다.
미즈치 씨가 미즈치 일족의 피에 눈뜬지 1개월이 지났다.
나는 미즈치 씨에게 끌려와, 그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카엔에서 일어난 악몽 같던 사건. 나는 그 뒷일을 몰랐다. 왜냐면 미즈치 씨의 저택에서 한 발짝도 나갈 수가 없게 되어서.
카라쿠레나이 씨와 하나아와세로 싸웠을 때, 많은 피가 흘렀다.
그건 내가 미즈치 씨를 파트너로 선택했기 때문…. 그가 아닌 다른 이를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걸까. 불연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있지만, 그의 목소리에 금방 현실로 돌아온다.
“미코토 군…, 어디냐.”
“여기에요, 미즈치 씨.”
옆 방에 들어서자, 기모노 차림의 미즈치 씨가 방구석에 우뚝 서있었다.
“걱정했다…. 또 네가 사라지나 싶어서….”
눈 밑이 새카매진 그가 괴로운 표정을 했다. 깔려진 이불에 사람의 흔적이 없다. 역시 오늘도 못 잔 모양이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그를 달랬다.
“전 여기 있어요. 사라지지 않을 테니, 잠깐 주무시지 않으실래요?”
미즈치 씨는 왼쪽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잠들면… 네가 더럽혀지고 말잖아…?”
올곧은 눈동자. 그 눈동자엔 아무런 악의가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다.
“더럽혀지지 않아요. 줄곧 단 둘 뿐이잖아요?”
“아니, 방심할 수 없다. 눈을 떼면 바로 그 녀석한테 빼앗길 거야.
그래…. 언제 어디서나…! 아아, 더럽혀지고 말아…! 아름답고 숭고한 네가…! 내가 눈을 뗐기 때문에!!”
미즈치 씨의 말투가 점점 더 험악해진다.
나는 살포시 그의 오른쪽 눈꺼풀에 손을 올렸다.
“읏….”
“그럼 지켜봐주실래요? 저 역시 당신이 없으면 불안해요. 부디, 제 곁에 있어주세요.”
몇 번이고 그 눈꺼풀을 어루만지고서, 내가 여기에 있음을 전하자, 미즈치 씨는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 같이 있자. 영원토록 네 곁에서 네 부정함을 씻어주도록 하마.”
살풋 미소한 다음, 미즈치 씨는 내 손을 쥐고서 쿵하고 쓰러졌다.
괜찮다, 숨을 쉬고 있다. 기절한 것뿐이다.
언제나처럼 그를 이불 속으로 옮기고, 재웠다.
의식을 잃어도, 그는 결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꽉 잡힌 손에 가슴이 아파졌다.
1개월동안, 줄곧 이것을 거듭했다.
카라쿠레나이 씨와 하나아와세를 벌인 그 날 이후로, 미즈치 씨는 줄곧 싸우고 있다.
흉악한 미즈치 일족의 피와, 그가 범한 죄. 그리고 나에 대한 후회와.
“미코토 군….”
신음하는 듯한 목소리에 답하듯, 손을 꼬옥 쥐어줬다.
“네…. 전 여기 있어요. 쭈욱 당신 곁에 있어요.”
그렇게 말을 걸면서도, 눈물이 흘러넘쳤다.
미즈치 씨는 그날 이후로, 식사조차 제대로 섭취하지 않았다. 그의 손은 메마르고 거칠었다. 볼도 홀쭉하니,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그가 내게 기대어와도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늠름했던 미즈치 씨의 면모는 이제 없었다.
그 무엇보다, 그의 오른쪽 눈꺼풀에 새겨진 무수한 상흔. 제 눈을 긁어댄 그 상처를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는 몸도 마음도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이대로라면 미즈치 씨는….
어두운 생각을 털어냈다.
부디 미즈치 씨가 평온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기를.
그에게 안온한 시간을 주세요.
나는 기도를 담아, 그에게 물을 전했다.
그 날, 온실에서 이 저택까지 나를 끌고 온 미즈치 씨는, 할아버님의 지시에 의해 나와 함께 이 별채로 보내졌다.
본채로 가려면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날 필요가 있는 이곳은, 하루 세 끼 식사가 날라져오는 것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일족의 수치다. 이 쿠즈류의 후계자는 죽었다! 망령을 집에 두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겨라!’
미즈치 씨의 할아버님은 그렇게 말했다.
저택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미즈치 씨는 일족에 의해 숙청되었으며, 나는 행방불명 처리 되었다고 한다.
즉, 우리는 이 세계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미카도를 모시는 미즈치 일족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래선 미즈치 씨가 너무나 가엽다.
겨우 잠든 미즈치 씨를 깨우지 않고자,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미즈치 씨. 당신은 절 지켜주셨습니다. 그 날, 당신 자신의 피로부터도….”
미즈치 일족의 피에 눈뜬 미즈치 씨는, 카라쿠레나이 씨의 눈 앞에서 ‘의식’을 벌이려 했다.
허나 손을 뻗어온 순간, 그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눌러 그를 마구 할퀴었다.
‘아, 아아…. 그, 그만…. 괴로워…. 뜨거워…! 아, 아아….’
‘미즈치 씨….’
미즈치 씨는 지면을 구르며, 오른쪽 눈을 벅벅 긁었다.
‘아아…. 아, 아! 눈, 눈이……!!’
오른쪽 눈에서 점점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놀라 그에게 뛰어갔다.
‘미즈치 씨. 왜 그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미즈치 씨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나를 저지했다.
‘오지, 마라…. 미즈… 치를… 몰아낼… 테니…. 하아, 읏…! 누구라한들… 더럽힐 순, 없어…!’
지이익.
‘아…, 아아…. 미즈치 씨…!!’
제 오른쪽 눈을 희생해 날뛰는 미즈치를 몰아낸 그는, 나를 저택으로 데려왔다.
‘이걸로 널 더럽히는 자들은 전부 사라졌다. 카라쿠레나이 선배도, 자신도다.’
그렇게 미소하는 그에게 할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부터 미즈치 씨는 나날이 이상해져갔다.
언동이 뜬구름 잡듯 이상해지더니, 이어 저택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저택 사람들에 의해 방으로 끌려왔다.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묻자,
‘미코토 군을 지키는 거다. 널 더럽히는 자가 없는지 경계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며 웃을 때마다,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는, 이 말 말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부 내 이야기 뿐이다.
그는 미즈치의 피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자신의 안에서 몰아내고 말았다.
마음이 텅비고 말았다.
지금 거기에 있는 것은, 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뿐.
…그러니까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 쭈욱 그의 보호를 받고 있기로. 평생 그 곁을 떠나지 않기로.
“좋은 아침이구나, 망월(望月)의 아가씨.”
방 입구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거기엔 미즈치 씨의 할아버님이 서있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저택 생활은 어떤가? 익숙해졌나?”
“네…. 덕분에. 여러모로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하자, 할아버님은 호쾌하게 미소했다.
“무슨! 전설의 센키 후보에게 남 뒷바라지나 시키다니,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 녀석이 말을 안 듣지 뭐냐.
정말이지, 이 바보 놈이. 차라리 숙청할 걸 그랬어.”
할아버님은 짜증스러운 듯, 미즈치 씨를 보았다.
미즈치 일족은 긍지 높은 혈족이라 들었다.
말은 난폭하지만, 할아버님은 일족의 긍지를 더럽힌 미즈치 씨를 감춰주었다.
일족을 짊어진 자로서 그 나름의 괴로움이 있겠지.
내가 눈을 내리깔고, 말을 경청하고 있자니, 어느새 할아버님이 다가왔다.
“답답한 생활을 강요하게 되어 언제나 미안하네. 하지만 평생동안 이러고 살 일은 없을 거야.”
“네?”
할아버님은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오오. 실로 훌륭한 망월(望月)이로다. 이 피를 잇는 자는 역시 필요하겠지.”
내 피를 이어…?
“후계자인 미즈치가 얼간이가 된 지금, 남은 당주의 피는 이 쿠즈류 뿐.”
할아버님은 내 어깨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미즈치 일족의 존속에는 망월(望月)의 피가 필요하지.
그대가 거부하면 내 불초 자식은…. 무슨 뜻인지 알겠지?”
낮은 목소리에 오싹했다.
“이미 망령이 된 자를 짓뭉개는 것쯤 손쉽지.
총명하고 아름다운 아가씨. 결심히 서면, 이 별채 복도를 지나, 내 침실을 찾아오게나.”
할아버님은 웃으며 방을 뒤로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해, 잠시 망연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 새파래졌다.
설마. 미즈치 씨의 할아버님과?
말도 안 돼. 하지만 내가 거부하면 미즈치 씨는….
"………."
조용한 숨결과 함께 잠든 미즈치 씨를 바라보자니, 가슴이 꼬옥 죄여들었다.
이런 이야기, 그에겐 할 수 없었다.
아아, 어쩌면 좋을까.
"………미즈치 씨.”
나는 그의 오른쪽 눈꺼풀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며칠 뒤, 나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뭘까, 가슴이 술렁였다. 몸 속의 물이 잘게 물결치는 듯 했다.
마치 뭔가를 알리고 있는 것처럼….
이불 속에서 졸고 있자니, 문득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뭔가가 타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멀리서 뭔가가 타닥타닥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 다급히 미즈치 씨 방의 장지문을 열었다.
“없어…?!”
미즈치 씨!!
불길한 예감에 복도로 나가자….
“앗?!”
화악하고 뜨거운 바람이 얼굴에 불어닥쳤다.
미즈치 씨의 저택이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불꽃의 바다는 별채만을 남긴 채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어째서?! 왜 이런 일이….
“미코토 군.”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미즈치 씨!”
“미코토… 군. 아아, 다행이다. 거기에 있어 다오.”
“거기에 있으라니…. 당신은 대체 어디 계신 건가요!?”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에, 불안해서 몸이 떨렸다.
“자신은… 널 지키기로 맹세했다. 누구도 그댈 건드릴 수 없어…. 설령 그것이 할아버님이라 해도.”
“미즈치 씨?!”
“널 더럽히는 자는… 이걸로 전부… 사라질 거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저택이 무너져내렸다.
아, 아아…. 안 되요, 미즈치 씨….
당신 설마, 그때 이야기를 듣고 계셨던 건가요…?!
“전부 사라질 거다. 이 더러운 몸과 함께.”
“!!”
“아무리 억눌러도 소용 없었다. 너를… 볼때마다 솟구쳐 올랐다….
너를 더럽히고 싶은 충동이…. 모든 것은 이 피 때문…. 할아버님 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죄….”
그럴 수가. 미즈치 씨….
“안 돼. 싫어! 싫어요!! 싫어요오오오!!!”
큰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내 몸에서 물이 퍼져나갔다.
물은 그대로 타오르는 불쪽으로 향하더니, 저택을 꿰뚫었다.
“앗?!”
그때 잠시 보였다.
불꽃에 휩싸인 저택의 방 안쪽에, 불 붙은 활을 든 미즈치 씨가 서있는 것을.
그 곁에는, 할아버님이 쓰러져있었다.
“미즈치 씨….”
미즈치 씨는 내 시선을 깨닫고서, 내게 시선을 던지더니… 미소지었다.
슈욱!!
“아, 아아아아아…….”
물줄기가 튀고, 새하얀 빛이 나를 뒤덮은 그 다음, 저택은 그 형태를 잃었다.
“아, 아아아…. 미즈치 씨…. 미즈치 씨……!!”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는다. 마치 죄를 승화시키 듯이.
“미즈치 씨!!”
그 후, 저택 별채에 쓰러져 있던 나를 모모토세 씨가 거두어주셨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뮤즈….”
그녀는 병원으로 실려와 치료를 받고 있던 내 손을 쥐며 울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 다행이에요. 당신이 살아 계셔서….”
살아 있어?
이상하네…. 난 지금 하나도 살아있는 거 같지 않았다.
그저 몸만이 여기 있을 뿐,
내 마음은 아직도 그 저택에 있었다.
별채에 있는 미즈치 씨의 곁에.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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