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밤 끝까지
[혼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전원을 상륙시킨 다음, 조종사와 뭔가 대화를 나눈 듯한 혼고 씨가 총총히 모두의 앞에 섰다.
[혼고]
"우선 여기서 로그 하우스까지 도보로 이동할 겁니다."
[혼고]
"로그 하우스는 숲 속에 있거든요."
[혼고]
"숲 속이라고 하나 정비된 길을 걸을 테니 안심해 주십시오. 대략 5분이면 도착할 겁니다."
[혼고]
"그럼 여러분. 너무 뒤쳐지지 않도록 따라와주세요."
한손을 들고서 큰 목소리로 고한 혼고 씨를 맨 처럼 뒤따른 것은 사이 좋은 4인조였다.
자기 소개를 놓쳤던 그 녀석들.
마츠다와 타카라는 느긋히 선창을 걸어내려오며, 웃는 얼굴로 대화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즈마]
"후후훗. 무거운 짐이 대화에 물꼬를 틀었는가."
흐뭇한 기분으로 내버려 두기로 정한 다음, 일단 혼고 씨를 뒤따르고자 걸음을 내딛는 순간 퍼뜩 깨달았다.
내 앞에서 미츠기가 걷고 있었다.
[미츠기]
" … … …."
[아즈마]
"으아 … …."
이대로 걸으면 분명 따라잡는다.
나란히 걷는 것만큼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저벅저벅 모래사장을 내딛으며,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내려다보니, 자신의 신발이 모래를 내리찍은 모습이나, 모래 가루의 색채, 파도가 모래에 스며들었다 빠져나가는 모습 등등, 평소엔 신경쓰지 않을 것들이 자세히 보여서 흥미로웠다.
시야 끝에 작은 생물이 비친다.
[아즈마]
"오, 게네."
[시마다]
"좋은 걸."
가까이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시마다 씨인가 싶어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니, 역시 맞았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한층 더 진하게 웃으며, 살짝 거리를 벌려 내 곁에 선다.
[아즈마]
"정말로 뭐든 찍으시네요."
[시마다]
"잔뜩 찍어도 나중에 선별하면 되니까.
많이 찍고 그러는 건 없어."
[아즈마]
"헤에 … …"
문득 시마다 씨가 전방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 끝에는 미츠기의 금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아즈마]
"켁. "
찰랑찰랑 우아하게 나부끼는구만.
바리깡으로 빡빡이로 만들어줄까, 진 심.
[시마다]
"미안. 미츠기 군이랬나?"
[미츠기]
" … … …."
[미츠기]
"그런데, 뭐죠?"
미츠기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보기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시마다]
"그대로 걸어도 상관 없으니까, 사진 좀 찍어도 될까?"
[미츠기]
"아, 카메라맨이라고 했죠? 마음대로."
[시마다]
"고마워. 그럼 그대로 뒤돌아도 돼."
[미츠기]
미츠기는 살짝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웃었다.
그야말로 내 존재 같은 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느낌으로,
시마다 씨한테만 웃어 보였다.
꽤나 사람 좋아 보이는 웃는 얼굴이시네요.
[미츠기]
"하하핫. 뒷모습만이라도 좋나요? 말해 주셨으면 어떤 포즈든 취했을 텐데."
[시마다]
"그 말, 아즈마 군도 했었지. 포즈가 그렇게 신경 쓰여?"
[미츠기]
" … … …'도' …?"
[시마다]
"응. 배에서 아즈마 군의 사진도 찍었거든."
[미츠기]
"보여주세요."
[아즈마]
"안 돼."
즉시 끼어들자, 겨우 눈이 마주쳤다.
딱히 이상한 얼굴이 찍힌 것도 아니고, 봐도 상관은 없지만
뭔가 싫다.
미츠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을 이었다.
[미츠기]
"왜 네가 정해?
카메라 주인은 시마다 씨잖아?"
[아즈마]
"저작권은 나한테 있잖아."
[미츠기]
"초상권."
[아즈마]
"어쨌든 … 안 보여줘."
[미츠기]
"흐응 …."
미츠기는 의미심장하니 턱을 들고서, 느릿하게 어깨를 밀어 젖힌 다음 시마다 씨에게 접근했다.
[미츠기]
"보여주세요, 시마다 씨."
나는 억지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즈마]
"싫어.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즈마]
"이 녀석한테 보여줄 거면 이제 내 사진 찍는 건 사양이에요."
[미츠기]
"그 녀석 몫까지 날 찍어도 좋아요.
괜찮아요, 다른 데이터까진 안 볼 게요."
시마다 씨를 끼고 싸우고 있자니, 생각치도 못한 셔터 소리가 들렸다.
[아즈마]
"윽."
[미츠기]
"지금 뭐 찍으셨죠 …?"
플래쉬에 놀라 멈춘 우리를 보고 시마다 씨는 계면쩍은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시마다]
"그게 왠지 엄청 좋은 그림이라서 나도 모르게."
[미츠기]
"그거 다행이네요. 그래서? 이 녀석의 멍청한 얼굴을 찍은 사진, 안 보여주실 건가요?"
[아즈마]
"그러니까 안 된다고 하잖아!"
[시마다]
"하하핫. 왠지 만담 보는 거 같아."
그 말에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미츠기 녀석은 어떨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는 단번에 정신을 차렸다.
가까운 거리감에 불쾌함을 느끼고 몸을 뗀 다음, 원래 있던 시마다 씨의 옆자리로 돌아갔다.
[시마다]
"일단 아즈마 군의 사진을 못 찍게 되는 건 곤란하니까, 데이터를 보여주는 건 다음 기회로 하자."
[미츠기]
"에~."
[미츠기]
"뭐 … … 됐어요."
미츠기도 흥이 식은 건지, 들러붙었던 거 치고는 깔끔히 포기했다.
질린 듯 나를 흘긋 보고서, 그 이상은 아무말도 않고 저벅저벅 걸어가버렸다.
[시마다]
"만담 같다고 한 게 잘못이었을까?"
우리에 대한 혼잣말 같은 변명은, 묘하게 재밌어하는 듯한 울림이었다.
[아즈마]
"몰라요."
화풀이 대신 시마다의 어깨를 주먹으로 친 다음, 우습다는 듯 웃는 그와 나란히 모두의 뒤를 따랐다.
10여명의 행렬은 모래사장의 내륙쪽에 위치한 나무들 사이로 빨려들어갔다.
혼고 씨의 말대로 거기엔 걷기 쉬운 흙길이 있었다.
바로 다른 장소로 이어진 듯한 산책길과 합류했다.
바닷바람의 냄새와 수풀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이 기분 좋아서, 걸으며 기지개를 켰다.
[아즈마]
"아~ 이런 장소를 걷는 것도 오래간만이네요. 왠지 소풍 나온 거 같지 않나요?"
느긋히 옆에 선 시마다 씨에게 말을 걸자니, 찰칵하는 소리에 이어 대답이 돌아왔다.
[시마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바다나 산 같은 델 자주 가는데. 아즈마 군은 취미 삼아 산책 가고 그러지 않아?"
[아즈마]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그러긴 하는데, 산책을 위해 일부러 멀리 나가고 그러진 않아요."
[시마다]
"아깝네. 기분 전환으론 최고인데."
[시마다]
"여기 봐.이 꽃 엄청 예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시마다 씨는 지면에 무릎을 꿇고서, 낮은 위치에 렌즈를 갖다댔다.
확실히 꽃잔디 같은 작고 빨간 꽃이 피어 있지만, 절반이상 풀에 파묻혀 있어서 듣지 않으면 몰랐을 것이다.
[아즈마]
"잘도 그런 걸 찾아내시네요."
[시마다]
"피사체가 될만한 걸 잽싸게 찾아내는 건 이미 버릇 같은 거야."
버릇이라.
사진가의 업이라 그건가.
시마다 씨가 이어 그 꽃을 갖가지 각도로 찍기 시작한 모양이라서, 나는 먼저 가기로 했다.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 존재를 가장 먼저 가르쳐준 것은 타카라의 목소리였다.
[타카라]
"앗, 보인다! 혼고 씨, 로그 하우스란 게 저거죠?!"
[마츠다]
"뭐야, 어디어디."
맨 끝에서 걷고 있던 타카라와 마츠다가 종종히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타카라의 그 망할 묵직한 카트 바퀴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구르고 있는데, 바퀴 안 빠지려나?
[혼고]
"네. 저기가 여러분이 묵을 로그 하우스입니다만 … 달리면 위험합니다!"
혼고 씨의 충고와 대답을 들어야할 자들은 이미 멀리,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혼고]
"나 원 … …."
[아즈마]
"저기, 잠깐 물어봐도 되나요?"
말을 걸면서 보폭을 줄여 옆에 서니, 혼고 씨는 바로 차분한 미소를 띠었다.
[혼고]
"네. 뭔가요?"
[아즈마]
"5분 정도면 여기 도착한다고 했으면서, 실제론 좀 더 걸린 거 같은데."
[아즈마]
"실은 중간에 길을 잃은 거 아니신가요~?"
에잇, 에잇하고 팔꿈치로 작게 찌르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기 어려운 듯 입을 열었다.
[혼고]
"아, 아뇨 …. 그게 … 이런 장소인지라 … 경치 구경할 게 많으니 … 너무 급하게 안내하는 것도 좀 그래서 …."
[아즈마]
"아~ 과연. 느긋히 걸은 거로군요. 저희를 배려해서요? 캄샤합니다~."
[혼고]
"아뇨. 이것도 안내원의 임무니까요."
차분한 마음으로, 나는…….
[아즈마]
"그럼 저도 갔다올게요~."
마츠다와 타카라를 따라 뛰었다.
넘어져요~하는 목소리는 눈깜짝할 사이에 멀어졌다.
[아즈마]
"오오~."
로그 하우스는 조금 트인 초지에
반원형으로 10채가 늘어서 있었다.
한 사람 한 채라는 말을 듣고 상상했던 대로 작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삼각형 지붕의 목조 건물.
안은 못 봤지만, 이 사이즈로는 당연히 1층짜리겠지.
조금 떨어진 곳에 창고 같은 작은 조립식 건물도 있었다.
한 가운데 로그 하우스 앞에서 신을 내고 있는 사이좋은 4인조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리번 거리고 있는 타카라에게로 다가갔다.
[아즈마]
"왠지 그렇다. 새집을 작게 만들면 이런 느낌일 거 같아."
[타카라]
"확실히 그렇네.
후훗,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귀엽다."
[타카라]
"마츠다 씨가 말했던 낚시 스팟은 어디야? 여기서 가까워?"
[마츠다]
"아~ 자세한 지도는 안 실려있단 말이지."
마츠다는 자기가 살 장소보다 낚시터가 더 신경쓰이는 듯, 짐 위에 펼쳐놓은 팸플릿에 빠져있었다.
[아즈마]
"뭐야 그거. 못 써먹을 팸플릿이네."
[마츠다]
"뭐 어때. 안 실려있으면 직접 찾으면 그만이지. 그것도 낚시의 풍미니까."
[아즈마]
"낚시꾼의 귀감이구나, 마츠다."
적당히 말한 건데 마츠다는 묘하게 싱글벙글이다.
분명 순수한 사람인 거겠지.
그러고 보니 미츠기는 어디로 간 거지?
우리보다 앞서 걸었는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맨끝 로그 하우스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미츠기가 문을 두드리거나 창문을 덜컹덜컹 움직이는게 보였다.
아아~, 건축설계사인지 디자이너인가 부동산업자니까 그런 게 신경 쓰이는 거겠죠.
[혼고]
"여러분 다들 도착하셨군요. 그럼 일단 한 번 모여주십시오."
시마다 씨를 데리고 나타난 혼고 씨는 모두가 목소리 닿는 범위까지 모이는 것을 기다린 다음
휴대하고 있던 파일을 펼쳤다.
[혼고]
"자아, 머무르실 장소에 대해섭니다만, 사전에 이쪽에서 할당해두었습니다."
나는? 어느 방이야? 모두가 내뱉은 목소리에 혼고 씨가 방긋 고개를 끄덕였다.
[혼고]
"네. 허나 그 전에 일단 로그 하우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혼고]
"로그 하우스는 왼쪽 끝이 A동, 순서대로 B동 C동으로 줄지어져 있습니다…."
[혼고]
"반대 편은 오른쪽이 J동입니다.
입구 옆에 해당되는 알파벳이 새겨진 플레이트가 붙어 있으니 확인 바랍니다."
[혼고]
"마츠다 님은 A동, 제일 끝이네요. 이쪽이 열쇠입니다."
[마츠다]
"오오."
혼고 씨가 한 사람씩 지명한 다음, 그 뒤에 알파벳을 가르쳐주고서 로그 하우스 열쇠를 건네준다.
[혼고]
"아즈마 님은 D동입니다."
[아즈마]
"예입~"
건네받은 열쇠를 바라보았다.
특징 없는 실린더 열쇠에 D라는 마크가 새겨진 키홀더가 달려있다.
[혼고]
"저는 J동에 머무를 예정이니 무슨 일 있으면 사양말고 찾아 주십시오."
방에 짐을 내려놓고서, 1시간 뒤에 광장에 모여 달라는 혼고 씨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광장이라면서 들어올린 손이 가르킨 것은 로그 하우스가 빙 둘러 서있는 평지 가운데 스페이스였다.
혼고 씨는 전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바로 등을 돌려 J동으로 가버렸다.
일이니까. 무슨 보고할 거라도 있는 거겠지.
[타카라]
"저기저기, 아즈마는 D동?"
[아즈마]
"응, 맞아. 너는?"
[타카라]
"F동이야! 저기저기, 밤에 놀러가도 돼?"
[아즈마]
"물론 좋아. UNO라도 할까?"
[타카라]
"둘이서 UNO는 아니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시선 끝에 금발이 스쳐지나갔다.
미츠기 녀석이 향하는 곳은 아무래도 H동 같았다.
옆집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하고 생각했던 그때, 시선을 느낀 듯 미츠기가 돌아본다.
[미츠기]
"………"
[아즈마]
"………."
당연히 대화는 없다.
내게서 차갑게 시선을 돌리는 미츠기의 등을 향해 '망할 금발'이니 '바보~'하면서 소리없이 뻐끔거리고 있자니, 등뒤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마츠다]
"뭐해, 아즈마.
자자, 얼른 짐 옮기자~."
[아즈마]
"어? 아, 응."
[타카라]
"그러자. 나도 내 짐 너무 무거워~. 그럼 나중에 봐."
[시마다]
"안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왠지 기대되네."
미츠기와 타카라에 이어, 다들 제각기 자신의 로그 하우스로 걸어간다.
모두가 제각기 자기 집에 들어서는 것을 시야 끝으로 느끼며, 나도 입구 앞에 섰다.
문득 팸플릿에 로그 하우스의 구조도가 그려져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당연히 본 적도 없었고 새삼 확인할 마음도 들지 않았따.
그대로 건네받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작은 창문에서 햇살이 비쳐들어오고 있으나, 역시 조금 어두침침하다 .
문을 닫고, 신발을 벗은 다음 방안에 올라섰다.
입구 옆 벽을 더듬어 조명 스위치를 누르자, 새하얗게 통일된 침대와 작은 테이블,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즈마]
"헤에………"
방 앞쪽과 안쪽에 제각기 문이 있길게 열어보니 앞쪽은 유닛배스.
안쪽에는 간소한 주방과 싱크, 1인용 소형 냉장고가 있었다.
[아즈마]
"좁지만 꽤 괜찮잖아?"
백 팩을 바닥에 내려놓고,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술이었다.
시원한 캔 맥주가 몇 캔 들어있었다.
[아즈마]
"오오, 엄청 센스 좋네. 이거 진짜 좋다."
안에는 고기나 야채가 있고, 싱크대 윗선반에는 건조 식품, 아래선반에는 일본주 병이나 쌀주머니 같은 게 들어있었다.
생각보다 갖가지 식재료가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무엇보다도 양이 많았다.
[아즈마]
"3일째였나…… 나중에 재료가 추가로 날라져 온댔던 거."
[아즈마]
"왠지 잘 하면 5, 6일은 버티겠네."
빈곤이 들러붙은 말에 나 스스로 쓰게 웃었다.
물이 들어있는 커다란 페트병이 차가워져 있는 것을 보며 문득 소박한 의문이 솟아올랐다.
[아즈마]
"물… 마실 수 있나?"
시골의 수돗물은 마실 수 있지만, 여길 어떨까.
식기 선반에서 컵을 꺼내, 수돗물을 틀어 담은 다음 약간 목에 흘러넣어 보았다.
[아즈마]
"맛있잖아."
왠지 물이 달고 순한 기분이다.
변덕 삼아 수분을 섭취했더니 갑자기 목이 말라져서, 2잔 정도 더 들이킨 다음 후우하고 한숨을 놓았다.
바닥에 내려놓은 백팩을 침대 옆으로 옮겨놓고서, 오래간만에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아즈마]
"역시 전파는 없나보네."
심심해지면 어플리케이션으로 놀 거나 책을 읽을 수밖에 없겠네.
그리고는 음… 그래, 밤술도 괜찮겠다.
그리고 잠시 피로를 푸는 것도 잊고 로그 하우스 안을 어슬렁 거리고 있자니,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갔다.
[아즈마]
"우와, 벌써 1시간 다 지났네."
별 생각없이 확인한 시간에 놀라, 방 탐색도 마무리 짓고 종종히 방을 나섰다.
내가 도착했을 무렵엔, 이미 전원이 밖에 모여 있었다.
[아즈마]
"늦어서 죄송합니다."
원에 끼자, 타카라가 게걸음으로 다가와 옆에 섰다.
[타카라]
"방은 어땠어?"
[아즈마]
"내 방보다 호화롭더라."
[타카라]
"아즈마 네 아파트 그렇게 좁아…?!
우와 불쌍해."
[아즈마]
"동정의 눈으로 보지 말라고. 정들면 고향이라고."
[혼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혼고 씨."
[혼고]
"아니요. 다들 이제 막 모인 참입니다."
혼고 씨는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한 차례 확인하고서 그의 전매 특허인 차분한 미소를 띠우며 파일을 펼쳤다.
[혼고]
"그럼 바로 본론에 들어가도록 할까요."
[혼고]
"슬슬 배도 고플 무렵이고, 어두워지기 전에 식사 준비도 마치지 않으면 큰일일 테니까요."
[혼고]
"로그 하우스의 냉장고를 열어보신 분들은 눈치채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안에는 식재료가 들어 있습니다."
[혼고]
"주방 선반에도 여러 식재료나 조미료 같은 게 있으니, 자유롭게 사용해주셔도 좋습니다."
[혼고]
"후반 3일치의 식재료는 3일째 아침에 배로 운반해오기로 되어있습니다."
[혼고]
"식재료 수취는 제가 행하며, 여러분께 나눠드리게 되어있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시겠습니까?"
곳곳에서 '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로그 하우스 비품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응급 구조 키트 같은 긴급용 비품도 확실하게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다.
요컨데 생활에 필요한 것은 대략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소리.
[혼고]
"그 외에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주십시오. 아무리 그래도 뭐든 준비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힘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혼고 씨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혼고]
"으음…… 다음은 설비에 대해섭니다."
[혼고]
"지금 여러분을 불러들인 이 장소, 이쪽에서 캠프 파이어나 바비큐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거 기대되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혼고]
"저쪽의 조립식 저택에 장작이나 바비큐 세트, 테이블 및 의자가 보관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사용해주십시오."
[혼고]
"그리고는… 그렇죠. 물에 대해섭니다."
[혼고]
"무인도 생활이니 물에 대해 불안감을 품고 계신 분도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부족해지면 어떻게 해야하나 등등으로요."
[혼고]
"허나 그러한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혼고]
"생활수는 저수조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습니다.
보급은 식재료와 마찬가지로 행해집니다. 부족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예의 4인조 쪽에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으으음, 물 같은 거 전혀 신경 안 썼다.
하지만 확실히 무인도고. 무턱대고 쓰는 건 좋지 않은 건가?
그렇지만 목욕 말고 쓸 데도 없지 않나?
[혼고]
"설명은 이 정도일까요…. 질문 있으신 분?"
[마츠다]
"섬 탐색은 자유롭게 해도 되나?
출입 금지 구역이나 위험한 장소 같은 덴 없어?"
[혼고]
"탐색에 제한은 없습니다. 물론 밤 시간 대에 멀리 나가는 것은 추천드릴 수 없습니다."
[마츠다]
"거야 뭐 밤중에 숲에 들어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모험은 하고 싶잖아? 모처럼이니까."
[아즈마]
"옳소, 옳소!"
[타카라]
"옳소, 옳소!"
[혼고]
"하하핫, 맞는 말씀이로군요.
뭐어, 그닥 딱딱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혼고]
"위험한 장소엔 출입 금지 팻말을 세워두었거나, 울타리 등으로 확실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혼고]
"모쪼록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범위에서 즐겁고 자유로이 보내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다시 네~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즈마]
"위험한 장소… 역시 있는 거구나…."
절실히 실감하고 있자니, 문득 마츠다의 움직임이 시선에 들어왔다.
조글 복잡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서 턱에 손을 얹고 있었다.
내 시선을 눈치채자마자 바로 웃는 얼굴로 바뀌었지만.
[아즈마]
"왜? 무슨 일 있어?"
[마츠다]
"아니, 별 건 아냐. 팻말이나 울타리를 친 것만 갖지고 위험한 장소를 피할 수 있을지 좀 의문스럽게 생각한 것뿐이야."
[아즈마]
"흐응…."
마츠다는 아무래도 걱정이 많나보다.
무인도엔 확실히 위험이 잔뜩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 마음 모를 것도 없지만.
어쨌든.
우리들의 무인도 생활은 이렇게 막을 열었다.
그날 밤.
[마츠다]
"어이~ 그 고기 탄다~!"
[시마다]
"네, 네~."
[마츠다]
"그쪽의 옥수수도 딱 먹기 좋겠어!'
[타카라]
"옛썰!!"
[마츠다]
"아아~ 낚시할 시간만 있었더라면… 맛있는 생선을 대접했을 텐데…."
[마츠다]
"뭐 그렇게 낙심하지 말라구…."
[마츠다]
"음?! 이 고기 엄청 맛있어!!"
광장에는 고기나 야채를 굽는 좋은 냄새로 충만해있었다.
바비큐 파티를 하자는 말을 꺼낸 것은 마츠다였다.
혼고 씨가 말했던 조립식 건물에서 망이나 화로를 꺼내,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런 잔치를 좋아하는 거겠지, 분명.
그런 고로, 다 같이 음식이나 음료를 갖고와 남자들만의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다.
꼬치에 꽂혀있지 않은 고기도 있으니까, 불고기 파티이기도 하고
술도 준비되어 있으니 술파티이기도 하겠지.
[시마다]
"아, 진짜다. 이거 맛있는 걸.
좋은 고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말 잘 익었어."
[타카라]
"우우~ 행복하다. 바비큐 진짜 좋다~."
[혼고]
"기뻐해주셔서 다행입니다.
으음…. 맛있군요."
[마츠다]
"이쪽의 닭고기도 육즙이 정말 최고야. 양고기도 이제 곧 다 익으니 기다려 봐."
마츠다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고기를 굽고 있다.
그 손놀림은 상당한 숙련자였다.
[타카라]
"와아~ 나 양고기 꽤나 좋아해~."
[시마다]
"나는 조금 거북해. 냄새가 심해서."
[혼고]
"같은 양이라도 램이 더 먹기 쉬웠으려나요…?"
[아즈마]
"나는 고기라면 뭐든. 불평 안 해."
[마츠다]
"어이어이, 고기만 먹지 말고 야채도 먹어. 양파도 엄청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다고.
이거 봐. 그리고 먹어."
[아즈마]
"싫어. 난 야채 싫단 말이야."
[마츠다]
"밖에서 먹는 밥은 각별하다구.
야채를 가리는 버릇도 금방 나아버릴 정도로 맛있다니깐.
속는 셈 치고 먹어 봐~."
[아즈마]
"싫어요. 풀 맛밖에 안 나는 거 뻔히 다 아는데."
[마츠다]
"그러지 말고. 자, 양파."
[아즈마]
"으에엑……."
그릇위에 껍질을 벗긴 통양파가 굴러들어왔다.
확실히 제대로 익긴 했지만… 카레에 넣는 게 아니라면 양파 같은 거 누가 좋아서 먹겠냐고.
[아즈마]
"………."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타카라의 접시위에 양파를 밀러넣어줬다.
타카라는 눈치채지 못하고서 즐겁게 혼고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즈마]
"이 소고기 A5아닌가?
그럼 조금 생으로 굽는 게 맛있겠군. 다음은 미디어 레어로 구워볼까."
[아즈마]
"마츠다 고기 굽기 대장이었구나."
마츠다 답긴 하지만.
이러한 아웃도어 행사 경험도 많아 보였다.
재주가 좋은 걸 보니.
감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자식이 어디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즈마]
"있네…."
미츠기는 혼자 접의식 의자에 앉아, 서류 같은 걸 읽으며 고기를 먹고 있었다.
이럴 때 정도는 서류를 두고 오라고.
[아즈마]
"가까이 가지 말자……"
변함없이 동료끼리 즐겁게 지내는 모양이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어? 아, 안녕.
분명 아즈마 군… 이랬나?"
"네, 아즈마입니다. 낮에는 저기… 대화를 전혀 못 놔눴으니까
이번 기회에 교류라도 나눠볼까 싶어서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
"아, 아뇨. 천만에요.
제가 이런 말 하는 것도 뭣하지만, 즐기고 계시나요?"
"바베큐는 오래간만이라 즐거워.
자연 속에서 맛있는 고기를 먹다니…."
"욕심을 부리자면 여자가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동감입니다."
"나는 뭐 여자가 없어도 즐길 수 있지만."
"아~ 남자들뿐이지만 괜한 신경 쓸 필요 없으니 편하긴 하죠."
"어이~ 아즈마!"
"뭔데~?"
"거기 있었어?
오…… 여러분도 같이 계셨군요. 마침 잘 됐어."
"안녕하세요. 그런데 마침 잘 됐다니 뭐가요?"
"마츠다 씨가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으신 게 있다는 모양입니다."
"제안?"
"아니, 내일 말인데. 괜찮다면 아침 먹기 전에 가볍게 다 같이 모여 숲을 탐험하지 않겠어?"
"그래. 모처럼 광대한 밀림이 펼쳐져 있잖아? 탐험이라고 하면 남자의 로망이고."
"뭔가 엄청난 보물을 발견하고 그럴지도 모르잖아."
"도쿠가와 매장금을 발견하고 그러는 거야?!"
"난 참가할래! 꼭 갈래!"
[타카라]
"아즈마. 눈이 맛이 갔어….
돈 생각만 하는 눈매야……"
"아, 그래도… 난 어쩌지? 좀 피곤하니까 아침엔 느긋히 쉬고 싶은데."
"네…. 저도 아침엔 볼일이 있어서 유감이지만 참가하지 않는 걸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여기 막 도착한 참이니, 피로를 풀고 싶어서요."
"뭐야, 뭐야. 상대 안 해주는 거야?
뭐, 별수 없나."
"아즈마랑 시마다는 참가하는 거 맞지?"
"응. 아침 햇살로 가득찬 숲속은 절호의 로케이션이니까."
"매장금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내일 아침 8시에 광장에 집합하는 걸로."
"오케이."
"알겠어."
"아즈마, 선물 잘 부탁해."
"아, 제 것도 부탁드립니다."
"매장금 말고 다른 선물로 충분해?"
"매장금으로 주세요."
"그러면 계속 바비큐를 즐길까요."
"찬성~."
"슬슬 끝인가?"
"그러게. 시간도 적당하고."
"좋아. 그럼 다들 해산!"
"이것도 안내원의 일이니까요."
"아아아아…… 더는 못 먹겠다….
"신나서 개걸스럽게 먹기는.
"………!"
"쓸데 없는 참견이거든요, 그거."
"핫."
"의사도 없는 섬이다. 적당히 해라, 애송아."
"누가 애야, 인마."
[미츠기]
"훗…………."
"조언을 할 거면 말 좀 골라서 하라고."
"기대 된다, 탐험…."
'[BL]paradise > (무인)공통루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4-2) (0) | 2018.09.24 |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4-1) (0) | 2018.09.24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4) (0) | 2018.09.23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2) (0) | 2017.12.11 |
[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1) (0) | 2017.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