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상륙한 데까지. 아 끊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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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자기 소개와 기념 촬영을 끝마쳤을 때,
 혼고 씨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혼고]
"그럼 잠시 자유시간을 가지도록 할까요.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마츠다]
"혼고 씨는 조종석에 있을 거라고?"

[혼고]
"네. 이후의 예정 등은 섬에 상륙한 다음
정식으로 다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만"

 

[혼고]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일도 있겠지요.
사소한 일이라도 상관없으니, 가볍게 물어주십시오."

 

타카라의 기운찬 '네'소리를 신호 삼아 각기 짐을 들고 뿔뿔히 흩어졌다.

자기소개를 놓쳐 들었던 녀석들은 뭉쳐서 선내로 들어갔다.

 

나는 잡다하게 이것저것 챙겨넣은 짐꾸러미를 그 자리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흐름을 타는 것이 늦어지고 말았다.

 

 

 

[타카라]
"우와, 이런 데서 짐 펼쳐놓고 뭐해?"

[아즈마]
"정리정돈…. 급히 이것저것 쑤셔넣어서 안이 장난 아니거든."

 

 

가부좌를 튼 허벅지 위에 흩어져 있는 것은 수건, 수건, 옷, 세안도구, 수건.

 

수습할 수 없어서 두 손을 내던졌다.

 

[아즈마]
"왜 수건을 이렇게 많이 들고 온 걸까…."

 

[타카라]
"급하게 여행 준비를 하면 흔히 있는 일이지…."

[타카라]
"어차피 섬에 도착한 뒤에 쓸 거니까
이제와서 정돈할 필욘 없지 않아?"

 

[아즈마]
"적어도 쓰기 편하게 정돈해 두고는 싶다고."

 

[타카라]
"헤에. 의외로 야무지네.
뭐, 힘내. 난 잠깐 산책좀 할 게."

 

[아즈마]
"응. 하지만 여긴 산책할 정도로 넓진 않잖아?"

 

[타카라]
"크루저 같은 거 타본 적 없거든. 보고 싶은 데가 잔뜩 있으니까 탐험하고 올게."

 

[타카라]
"그럼 나중에 보자!"

 

 타카라는 경례 같은 포즈를 취하고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슈트 케이스를 질질 끌면서 의기양양히 선내로 사라졌다.

 

 타카라를 따라 취한 경례 포즈를 풀고서, 나도 생각했다.

 

[아즈마]
"탐험이라…. 아아, 나도 같이 갈 걸."

 

나도 첫 크루저 여행인데.
어떻게 되어 있는지 보고 싶은데.

 

 뭐어, 수건의 산이 방해되어서 몸도 꼼짝 못하겠지만.

 

 

[아즈마]
"하아…. 일단 이걸 어떻게든 해야겠지…."

 

 여차하면 또 전부 쑤셔 넣을 생각으로
흩어진 짐을 마지못해 정리한다.

 

그리고 몇 분도 걸리지 않았을리라 생각하지만,
빵빵했던 백팩이 홀쭉해졌을 무렵 주위에서 인기척이 사라져있었다.

 

 일어섰지만, 보이는 것은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뿐.

 

 갈매기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뭍에서 꽤나 떨어진 곳까지 온 모양이다.

 바람은 조금 차갑고 기분 좋았으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씻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할게 없다.

 

[아즈마]
"지금부터 몇 시간 동안 크루저를 타고 여행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 뒷쪽 갑판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니까, 거기에 끼러 가도 괜찮을지도.

 

 바다를 보고 있어 봤자 별다를 것 없겠지만,

 적당히 앉아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좁다지만 이것저것 둘러볼 만한 곳은 있을 것 같으니,
 나도 어슬렁어슬렁 거려 볼까나.

 

 

 

▶ 뒷쪽 갑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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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함께 생활할 테니, 많은 사람들과 친해져 둔다고 손해볼 건 없지.

자기네들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라면 자연스럽게 물러날 수 밖에 없겠지만, 그때는 그때다.

 

객실을 돌아 뒤쪽 갑판으로 향하니,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마츠다와 혼고 씨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다.

사이좋은 3인조나 4인조였다면 끼기 힘들었겠지.

 

바지런히 접근하는 나를 먼저 눈치챈 것은 혼고 씨였다.

 

[혼고]
"어라, 아즈마 씨."

 

그가 스윽 한손을 들자, 마츠다의 시선도 내쪽으로 흘러왔다.

 

[마츠다]
"뭐야, 너. 이런 델 어슬렁거리고 있어?
안에서 밥이라도 먹고 와."

 

[아즈마]
"아니.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거든.
배도 별로 안 고프니 밥은 나중에 먹을래."

 

두 사람의 앞에 멈춰서, 무거운 짐을 내리고 말하니
마츠다의 눈썹이 내려갔다.

[마츠다]
"하아~ 성장기 주제에 소식가인 척 할 거야?
그러면 체력이 못 버틴다. 고기를 팍팍 먹으라고."

[아즈마]
"응. 고기만 먹고 있지. 야채는 싫거든."

 

 그렇게 대꾸할 줄 몰랐던 걸까. 이번에는 몇 번 눈을 깜빡이던 마츠다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혼고 씨는 입가에 손을 대고 웃고 있었다.

 

 

 

[마츠다]
"야채도 좀 먹어……."

[아즈마]
"그거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들은 말이야."

 

[혼고]
"어떠십니까? 여행은 만끽하고 계시나요?"

[아즈마]
"아직 가는 배에 탄 것뿐이잖아? 하지만 뱃여행은 만끽 중이야."

 

[아즈마]
"둘러봐도 바다 뿐이라서 전혀 섬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아닌 게 재밌어."

[마츠다]
"타하하핫. 뭐야, 그게."

 

[혼고]
"실제로는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지만요, 아즈마 씨에게 있어선 지루할지도 모르겠네요."

[혼고]
"그럼 저는 슬슬 돌아가겠습니다. 두 분 다 좋은 여행 되시기를."

 

우아하게 꾸벅 인사한 혼고 씨의 등이 멀어져갔다.

마츠다는 벤치 옆에 있는 재털이로 다가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다음 불을 붙였다.

 

[아즈마]
"무슨 이야기 중이였어?"

 

[마츠다]
"별 거 없어.
 팸플릿에 섬이 어떤 장소인지 설명이 별로 없었잖아? 그걸 물어보던 중이였어."

[아즈마]
"아, 그건 나도 물어보고 싶었어.
  결국 어떤 느낌이래?"

[마츠다]
 "무인도지만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도착하고 나서의 즐거움으로~라더군."

 

[아즈마]
"흐음… 왠지 기대되는 걸."

[마츠다]
"원래부터 기대하고 있었던 거 아니고?"

 

 

그가 입을 열어 웃자, 새하얀 이가 보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건강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아즈마]
"무인도란 걸 알았을 땐 쫄았지.
 마츠다는 안 그랬어?"

 

 

 

[마츠다]
"안 그랬어. 오히려 두근두근 했어.
 무인도라고? 좀 처럼 갈 수 있는 장소가 아니잖아."

 

[아즈마]
"뭐냐…, 생긴 거대로 긍정적이네."

[마츠다]
"너는 생긴 거와 달리 부정적이고?"

 

벤치 등받이에 한 손을 짚고서, 마츠다는 농담마냥 웃음을 던졌다.

 

나는 가늘어진 눈을 돌려 담배 냄새를 흘려보냈다.

 

[아즈마]
"별로. 보통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츠다]
"그리고 미스터리어스~하고."

 

그런 목소리에도 역시 웃음이 섞여있다.

 

크루저에 의해 갈라지는 바다가 원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을 내려다 보면서.

 

파도 소리가 시끄러운 것을 핑계 삼아, 대답하지 않았다.

 

▶ 이 자리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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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으로 흘러넘치는 가방 틈새에 끼워넣은 책의 존재를, 조금 전 짐을 정리하며 발견했다.

 잠깐 남은 시간 동안 책을 읽을까 싶어서, 활자를 싫어하는 사람한테도 추천이라는 호평이 있는 문고본을
 아르바이트하고 돌아오는 길에 구입했던 것이었다.

 

 사실은 자기 전에 읽을 셈이었지만, 아낄 이유도 없지.
 몇 시간만에 다 읽을 것도 아니고.

 

[아즈마]
"바다를 바라보며 독서라… 괜찮네."

 

 내가 좀 더 독서가였더라면, 흔들의자에 앉아 트로피컬 주스를 한 손에 들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느긋한 정오를 보내보고 싶었지만.

 

 벼락치기 독서가니까 일단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아즈마]
"분명 어딘가에 앉을 만한 데가 있었던 거 같은데…. 아 저긴가."

 

 둘러보니 갑판 외벽을 따라 벤치가 몇개 놓여져 있었다.

 

이왕이면 전망 좋은 장소가 좋으니까, 선미쪽으로 향해보니…… 선객이 있었다.

 

 

미츠기였다.

 

 

[아즈마]
"하아……."

 

 돌아갈까?

 

 재빨리 다른 좌석 후보를 찾아봤으나, 누군가 앉아 있거나 입구 근처고 그래서,
 편안한 장소가 달리 보이지 않았다.

 

 미츠기는 4인용의 커다란 벤치 정중앙에 다리를 고고 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있었다.

 

 서류가 바닷바람에 팔락팔락 흔들려서, 당장에라도 날아가버릴 듯한데
 선선한 얼굴로 읽어넘기고 있다.

 

 그렇게까지 읽어야 하나? 그 종잇조각.

 

 그리고 머리카락 엄청 짜증날 거 같다. 잘라.

 

 

[미츠기]
"그렇게 서 있으면 정신 사나워. 볼일 없으면 저쪽으로 꺼져."

 

[아즈마]
"……."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묵묵히 망설이지 않고 등을 돌림과 동시에, 등뒤로 목소리가 날아왔다.

 

[미츠기]
"아니면 좀 전의 일 갖고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몸을 돌려 시선을 맞추자, 미츠기는 서류를 정리하고서 꼬고 있던 다리에 팔꿈치를 얹었다.

 

[미츠기]
"할말 있으면 해. 들어줄 테니까."

 

[아즈마]
"없어. 그럼 이만."

 

 이 자리를 떠나고자 움직였던 발끝이, 다시 들려온 목소리에 붙들린다.

 

[미츠기]
"그럴 리가.
배에 탄 후로도 줄곧 남을 빤히 불쾌한 표정으로 봐놓고선."

 

씨익 입술 끝을 끌어 올리는, 기분 나쁜 미소였다.

 

기분 나쁜 녀석을 조심하자는 의미로 빤히 바라보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미츠기]
"사과를 하고 말고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아즈마]
"뭐랬더라…? 사과하지 않는 건 피차일반 이랬나?"

 

[아즈마]
"네 말, 정론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츠기]
"하는데? 뭐?"

 

히죽이는 얼굴로 뒷말을 재촉하는 모습에, 약간 빠직했다.

 

[아즈마]
"이 말만큼은 해두겠어."

[아즈마]
"나는 피하려고 했고. 너는 부딪쳐왔잖아. 그래놓고 사과하지 않았다.
누가 잘못한 건진 명백하지 않아?"

 

미츠기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술을 틀었다.

 

[미츠기]
"내내 질질 끌던 게 그거냐?"

 

미츠기는 고개를 기울이며, 이번엔 코웃음을 흘렸다.

 

[미츠기]
"무슨 일이든 신경 쓰이면 일일이 시비 거는 타입이로군, 너. 애냐?"

[미츠기]
"과연. 납득이 안 가니까 부모 원수라도 보는 표정으로 불만을 흘렸다, 그거로군."

 

이런 말에도 가시가 있구나, 이 자식.

내가 그렇게나 싫나?

 

[미츠기]
"이거 실례. 부조리하게 느꼈던 거로군.
 나는 아주 잘못 없는 데 말이야?"

 

[미츠기]
"피차의 잘못으로 끝낼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그거였어."

 

[아즈마]
"그치만 그렇잖아.
네가 부딪친 탓에 굴러떨어질뻔했던 건 나라고."

 

[미츠기]
"어디까지나 자기 생각만 하시겠다?"

 

뭐야. 그게 무슨 잘못인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으니까 사과해.
그게 뭐가 나쁜데?

 

[미츠기]
"네가 계단 중앙에서 어정어정 거렸던 건 아무렇지도 않다 그거로군."

 

[미츠기]
"하지만, 그렇군. 그렇게 사과를 받고 싶다면야 사과해주지."

 

 

[미츠기]
"미안했네."

 

[아즈마]
"………."

 

 하나도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말투로, 미츠기는 말했다.

 

[미츠기]
"이걸로 만족하나?"

 

[아즈마]
"전혀 만족하지 못하겠는데……?"

 

[미츠기]
"욕심쟁이 꼬맹이. 사과 말고 뭐가 더 필요한데?"

 

[아즈마]
"뭘 더 원하고 그런다는 게 아니잖아!!"

 

 

그렇잖아.

이 녀석도 나한테 부딪쳐서 자세가 무너졌다던가. 삐끗할 뻔했다던가.

그랬을 지도 모른다.

 

[아즈마]
"피차일반이라며."

 

 

[아즈마]
"계단 중앙에서 어정거려서 미안."

 

 

[미츠기]
"…………."

[아즈마]
"………."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무슨 말을 걸어와도 일절 무시할 생각으로 U턴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양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해꾼이 사라져서 겨우 혼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건가?

어쨌든 잘 알겠다.

이 녀석과는 절대 양립할 수 없을 거 같았다.

 

 

 

▶ 앞쪽 갑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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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마]
"흐음. 앞으로 가볼까."

거품을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는 선박 앞쪽은 분명 바닷바람이 기분 좋겠지.

객실을 우회해, 선두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즈마]
"………."

 

쓸쓸해….

 

사람이 서기에 아슬아슬한 곳까지 가서, 난간을 잡고 고개를 들었다.

 

순간 화악하고 바닷바람이 불어와, 순간 정말로 하늘이라도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즈마]
"……."

 

잠시 그 자세로, 배조차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 넓은 세계에 혼자 내던져진 듯한 소외감이 있었다.

 

[아즈마]
"뭔가 감개롭네."

 

 

후하고 숨죽여 웃었다.    

 

오늘 아침 두고왔던 머나던 일상이, 저 수평선 너머에 존재한다.

침이라도 뱉고 싶은 기분이지만, 뱉어봤자 닿지 않는 것을 깨닫고서 안도했다.

 

[아즈마]
"앗!"

 

 

 

인기척을 느끼고 제정신을 차렸다.

뒤돌아 보니 거기엔 조종사 아저씨가 서있었다.

 

아저씨는 상당히 초조한 모양새로 멈춰서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는 내 모습에, 조용히 스쳐지나가려 했던 거겠지.

 

 

[아즈마]
"그냥 걸어가셔도 됩니다……."

 

아저씨는 황송한 듯 고개를 숙이고서, 아무말도 없이 총총히 조타실로 돌아갔다.

혼고 씨와 달리, 붙임성이 없구나.

 

뭐, 조종사한테 붙임성이 무슨 소용이람.

 

[아즈마]
"………."

 

 

그리고 잠시동안,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다.

크루저 같은 거 TV에서 본 것뿐 타본 적이 없으니까. 처음에는 즐거웠다.

하지만 아무리 진귀하다고 해도, 배 안을 둘러 보거나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수시간의 시간을 떼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약 1시간 정도로 내 호기심은 바닥을 드려냈다.

 그래서 지금은 갑판 구석에 있는 벤치에 걸터 앉아, 스마트폰 게임 어플리를 갖고 놀며 시간을 떼우고 있다는 말씀이다.

 

[아즈마]
"응. 심심해."

 

질렸다.

스마트 폰을 든 손을 벤치에 댔다.

 

[아즈마]
"얼마 정도 더 있어야 도착한댔더라…?"

 

혼고 씨가 좀 전에 섬 상륙 예정 시간을 말했던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데다.
애초에 출발한 게 언제였는지도 애매했다.

 

 게임에도 질렸으니 인터넷 서핑을 해본다는 수도 있지만, 이미 권외니까 그것도 무리.

 

 객실로 돌아가 밥을 먹을 기분도 아니었고, 갖고온 책을 읽는 것도 뭔가 아닌 것 같았다.

 이 배에 탄 사람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는 걸까.

 찾아내서 합류하는 게 더 즐거울까?

 

 

 뭐 그래도, 딱히 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픈 기분도 아니지만.

 벤치 등받이에 뒷통수를 기대고서 하늘을 우러러 본다.

 

 

 

[아즈마]
"구름 참 빨리 간다."

[???]
"아즈마 군, 엄청 한가해보이네."

 

 턱을 당겨,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니 시마다 씨가 서있었다.

 

[시마다]
 "옆에 앉아도 될까?"

 

[아즈마]
"아, 응. 그래."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의자 옆으로 몸을 비켜준다.

시마다 씨는 빈 자리에 앉아, 카메라 렌즈를 하늘에 대고서 셔터를 눌렀다.

 조금전까지 목에 걸고있던 일안 렌즈 카메라가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가 거기에 있었다.

 

[아즈마]
"카메라 종류가 많네요."

 

[시마다]
"일이니까, 용도에 따라 나눠 쓰고 있어."

[아즈마]
"사진 찍는 거 즐겁습니까?"

 

[시마다]
"즐거울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
 취미를 직업 삼는다는 건 그런 거니까."

 

 시마다 씨는 하는 말과는 달리, 굉장히 사랑스러운 듯 카메라를 어루만졌다.

 

[아즈마]
"알 듯 말 듯………."

 

[시마다]
"하하핫. 내 경우에 그랬던 것뿐이고, 그다지 참고는 안 될 거야.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잔뜩 있을 거야."

 

 

[아즈마]
"그런 거야?"

 

[시마다]
"그래."

 

[시마다]
"그런데 말이야. 사진 한 장 찍어도 돼?"

 

[아즈마]
"어…?"

 

[아즈마]
"날…?"

 

[시마다]
"응."

 

[아즈마]
"기념 촬영은 이미 했잖아요."

[시마다]
"기념 촬영이 아닌 사진."

[아즈마]
"저야 전혀 상관없지만. 그 뭐냐… 멋진 포즈 같은 거 못 잡아요."

[시마다]
"아, 괜찮아, 괜찮아. 그냥 그대로도."

[시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 싶거든. 평소처럼 해줘."

 

[아즈마]
"헤에…. 그럼 웃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죠?"

 

[시마다]
"응. 편안하게 해줘."

 

 

 눈을 가늘게 뜨며 웃는 시마다 씨는
 나와 거리를 벌리듯 물러나 바로 카메라를 쥐었다.

 

 그리고 나는, 어디를 바라봐야할지 고민한 끝에
 빠안히 렌즈를 바라보기로 했다.

 

 커다란 눈에 감시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과
 파인더 너머로 빤히 직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 불편했다.

[시마다]
"아……, 과연. 역시 좋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내 귀에 닿은 것은 감개깊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아즈마]
"조, 좋다니 뭐가?"


[시마다]
"잠깐 옆을 봐줄래?"

 

 대답 대신, 검지 손가락이 내 왼쪽을 가리켰다.

 찍고 싶은 앵글이라도 있는가 싶어, 그 움직임에 맞춰 쭈뻣쭈뻣 고개를 돌리자
 바로 셔터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즈마]
"어? 너무 빨리 찍지 않아?
 좀 더 멋진 포즈를 취하고 싶었는데."

 

[시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있어주면 된다니깐."

 

[아즈마]
"자, 자연스럽게 있으라고 해도…."

 

[시마다]
"자자, 찍는다."

 

[아즈마]
"음………."

 

잠시뒤, 카메라 옆에서 상큼한 얼굴이 쑥하니 나타났다.

 

[시마다]
"역시 아즈마 군은 화려함이 있어."

 

[아즈마]
"화려함……?"

 

[시마다]
"응. 처음 봤을 때부터 생각했어. 이 아이는 피사체로서 빛날 거라고."

 

[아즈마]
"그, 그런가?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시마다]
"잘생겼지, 신체의 밸런스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사뭇 인기 있었을 거라 생각했어."

[아즈마]
"인기 있었던 적은 한 순간도 없지만."

 

 영 싫지는 않은 말이라,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시마다 씨는 디지털 카메라 데이터를 다시 살피더니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들었다.

 

[시마다]
"섬에 도착한 다음에 또 찍게해줘. 시간이 있을 때라도 좋으니까."

[아즈마]
"저라도 좋으시다면 얼마든지요. 네."

 

 승낙을 하던 그 타이밍에,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혼고 씨의 발걸음 소리를 눈치챘다.

 

 

 

[혼고]
"아, 두 분 다 여기 계셨군요. 앞으로 10분이면 섬에 상륙할 예정이니 준비 부탁드립니다."

[아즈미]
"엇?"

 

 

등받이에 손을 대고서, 쭉 뻗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녹색의 작은 뭍이 보였다.

 

 

[아즈마]
"우와~ 저게 무인도야?!"   

[혼고]
"네. 저기가 여러분이 지내실 장소입니다."

 

 

[시마다]
"헤에…. 육지가 혼자 솟아있는 듯한 곳이네."

 

[아즈마]
"응. 그야말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야."

 

중얼거림과 동시에, 다시 셔터 소리가 들렸다.

 

 

[혼고]
"기후가 변함 없어 다행입니다.
 분명 섬도 지내기 편한 기온이겠지요."

 

[혼고]
"아, 안에 준비해둔 음식입니다만
만약 입에 맞을 법한 게 있자면 자유롭게 챙겨 가지고 나오셔도 됩니다."

 

[혼고]
"첫날이라, 로그 하우스에 짐을 내려놓은 다음
안내해 드려야할 일들이 잔뜩 있기 때문에."

[혼고]
"식사 준비에 들어갈 때까지
배가 고파져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요."

 

 

[시마다]
"그래? 그럼 얼른 가지러 가야겠는걸.
인기 있는 음식은 없어져버릴지도 몰라."

[시마다]
"가자, 아즈마 군."   

[아즈마]
'앗, 그러게요. 얼른 가요."

 

우리는 짐을 잡아 챙기고서, 종종히 그 자리를 떠났다.

 

 

 

 

상륙을 코앞에 앞두고, 크루저 안은 다소 어수선해졌다.

 

 들떠서 기분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는 친밀한 감정이었을 텐데,
 다들 어른이 되면 그것을 숨기고 싶어하는 느낌이 든다.

 

 침착하고 냉정한 것이 어른의 증거.

 하지만 지금 정도는 관대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왜냐면 무인도니까.

 

[아즈마]
"큰일났네… 진짜 기대된다."

 

 전도다난했던 내 여행의 시작은, 바다를 건너는 사이에 고비를 넘은 모양이었다.

 

 뭐어, 고작 하나 넘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혼고]
"여러분, 발치 조심하십시오~."

 

먼저 상륙한 혼고 씨의 목소리를 따라

부두에 정착한 크루저에서 속속들이 사람들이 내렸다.

 

관광용 섬인듯, 무인도라고 해도 손님을 받아들일 환경을 갖춰져있는 듯 했다.

 

나는 그것을 배위에서 내려다보는 중이다.

 

출항했던 항구에 우글댔던 갈매기가 여기엔 없다.

 

파도 소리와, 섬을 가득 채운 녹음이 멀리서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려오는 세계였다.

엔진 정지한 크루저의 바닥을 두드리는 모두의 신발 소리만이 크게 들렸다.

 바닷물이 배에 부딪치는 소리조차 크다.

 

[타카라]
"으랏챠…."

 

하선 순서를 기다리는 줄 맨끝에 있던 나는, 눈앞에서 무거운 짐에 애를 먹고 있는 타카라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될 것은 뻔했기에 사전에 도와주겠다는 말을 꺼냈지만, 거절 당하고서 지금에 이르른다.

 

[아즈마]
"역시 내가 먼저 내려가서 도와줄까?"

 

[타카라]
"됐어~…! 이 정도는, 괜찮아…!"

 

 배에 실을 때부터 둘이 힘을 썼으니까, 내릴 때에도 두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뭐어, 혼자 하겠다고 하는데다.
 타카라도 생긴 건 이렇지만 일단 성인 남성이다.
 귀여운 아이라면 여행을 보내라는 정신으로 지켜볼 생각이다.

 

 

[아즈마]
"응석 부리는 게 능한 건지, 고집쟁이인 건지."

 

[타카라]
"시끄, 럽 거든 배에. 끄으응…"

[아즈마]
"아아~ 얼굴 새빨간 거 봐…."

 

 

[마츠다]
"후우…. 자자, 줘 봐."

 

먼저 하선해있던 마츠다가 보다못한 듯 부두에서 손을 뻗어주었다.

 

[타카라]
"고마워……."

 

[마츠다]
"감사는 됐어."

 

 

 몸을 내밀어 손잡이를 쥔 마츠다의 안색이 달라졌다.

 

 

[마츠다]
"………"

 

이해해, 마츠다.
그 짐 무진장 무겁지?

 

 힘만 좀 쓰면 선창과 부두 사이 정도야 가볍게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겠지.

 

[타카라]
"아, 역시 무거워? 아즈마도 그런 말 했는데. 어쩌지
…. 위험할 거 같아?"

 

[혼고]
"앗, 죄송합니다! 돕겠습니다. 이 짐을 내리면 되는 거지요?"

[마츠다]
"부, 부탁할게
…."

 

 내가 돕기보다 먼저, 하선한 승객들을 정리하고 있던 혼고 씨가
 다급히 짐 운반에 가담하여 무사히 일은 마무리 되었다.

 

 요컨데 타카라의 짐은 둘이 덤비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아즈마]
"후우~"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두 사람에게 감사하는 타카라를 두고, 나는 백팩을 고쳐 지고서 혼자 부두를 걸었다.

 시야 한 가득 펼쳐지는 새하얀 모래사장과, 그 너머로 무성진 숲.

 

 바다 향기와 상쾌한 녹음의 냄새가 났다.

 

[아즈마]
"이게 대 자연의 냄새인가."

 

[아즈마]
"로그 하우스는
… 여기선 안 보이나."

 

 뚫어져라 바라봤으나,  모래사장 끄트머리엔 아무것도 없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숲 안에 지어놓은 모양이다.

 

 해변가에 세워진 로그 하우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참 기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유감이다.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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