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카미 레이토
상점 문을 열자, 고여있던 공기가 레이토를 감싸 안았다. 유일한 점원인 노파는 물론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계산을 할 때 큰 소리로 불러야만 비로소, 그녀는 손님 앞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스템에 처음엔 당혹했지만. 어느새 수 개월. 지금은 이 무관심이 도리여 더 마음에 들었다. 문 옆에 대충 쌓여 있는 쇼핑 바구니를 쥔다.
「그래서 말인데. 나오 선배는 뭘 좋아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문득 의식이 현실로 이끌려 온다. 이치미야 유즈키는 흥미진진한 태도로 레이토와 바구니를 번갈아 바라봤다.
「글쎄………」
전학 온 직후부터 묘하게 얽히려 드는 동급생. 유즈키는 「무관심」으로 레이토를 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서 제일로 가까운 상점은 여기. 오려면 노면 전차에 올라타 마을을 나와야 한다. 그런 세세한 생활의 지혜를 레이토에게 가르쳐 준 것은 유즈키였다.
「에? 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건 레이토잖아.」
「……….」
유즈키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소박한 야채 과일 코너로 걸어간다. 유즈키가 자신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백하고, 알기 쉬웠고, 그걸 숨기려고도 않는 구석도 싫지 않았다.
「나오 선배는 레이토가 만든 거라면 뭐든 잘 먹는 거구나.」
유일한 가족인 미즈카미 나오. 유즈키는 레이토의 형에게 강한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적당히 양 조절은 하고 있어. 소식하니까.」
「나오 선배는 가리는 거 많을 것 같은데.」
별일로 장보는 데까지 따라오는가 싶었더니 나오의 식사 사정을 알고 싶었던 것 뿐인 모양이다.
유즈키는 신기한 듯 상점 안을 둘러다 보았다.
「그 사람…, 음식에 집착 같은 거 없어.」
잎 끝과 심지를 확인한 다음, 양배추를 바구니 안에 담는다. 봄 야채의 계절도 슬슬 끝이다.
「유즈키 쪽이 더 많지 않나? 싫어하는 거.」
「맛이 없는 것을 싫어하는 것 뿐. 싫어하는 음식 재료는 없어.」
유즈키는 방긋 웃고서, 가볍게 턴했다. 웃으며 진열대를 스쳐 지나간 유즈키는, 한 번도 상품에 손을 대려 들지 않았다.
유즈키 자신은 주위 마을에서 뭔가를 산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혼자 살고 있는 거대한 저택에는 커다란 짐들이 빈번하게 배달된다. 아무런 부족함 없이,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생활. 그 뒤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레이토는 모르지만.
「나오는……, 단 걸 좋아해.」
입을 연 레이토의 목소리에, 앞서 걷고 있던 유즈키가 뒤돌아보았다.
「식사에 관해선 딱히 물어 본 적 없어.」
유즈키가 나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딘지 서로 같은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레이토의 일방적인 추측이다. 유즈키는 전력으로 부정하려 들겠지만. 두 사람이 두르고 있는 분위기는 조금 비슷했다. 사람은 고독을 모르면, 그것을 불행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 그들 본인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명랑하게 행동하면 행동할수록 타인은 그 고독은 진하게 느끼고 마는 것이다.
「나도 단 건 좋아해. 나오 선배랑 같네.」
유즈키가 기쁜 듯 미소한다. 이런 짓 해봤자, 자신이 빼앗은 웃음에 대한 속죄가 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오를 웃게 만들 수 없는 대신, 유즈키가 그만큼 웃어 주길 바랬다.
「하지만…….」
유즈키는 상점 통로를 걸어 나간다. 진열대를 들여다 볼 때에는 손을 뒤로 돌린다. 이 가게의 상품은 일절 거드리지 않기로 정한 모양이다.
「나오 선배가 가리는 게 없다는 거. <음식의 호불호>가 없다는 거 진짜일까?」
「에…?」
뒤돌아선 유즈키는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순전히 레이토를 배려해서 말 안 하는 거 아냐?」
자신이 만드는 요리는 또래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과는 동 떨어져 있다. 레이토 자신도 항상 생각하는 일이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도, 진한 맛도, 레이토는 좋아하지 않았다.
「싫으면……. 그 사람, 표정에 나와.」
인형 같다는 것이 최근의 평가지만, 기복이 적을 뿐 감정은 있다. 딱히 감정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으니, 표정을 보면 어느 정도의 감정은 알아낼 수 있다.
「과연. 눈으로 대화하는 미즈카미 형제구나.」
「……….」
딱히 눈으로 대화한 적 없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쫓아보고 있을 뿐이다.
「싫어라~. 기분 상했어? 그만큼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의미야.」
유즈키는 과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토가 얼마만큼 형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어림풋히 눈치채고 있는 거겠지.
레이토는 얄꿎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태어난 이래, 그런 건 단 한 번도 없어.」
나오와 마음이 통한 적은 태어난 이래 단 한 번도 없다. 유즈키의 얼굴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변한다.
「하지만 나오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음식이 뭔지도 아는 거잖아?」
「지금 뿐이야…….」
「에?」
유즈키의 물음을 무시하고, 사람 없는 계산대로 향한다. 왠지 오늘은 평소보다 바구니가 무겁다. 야채를 몇 종류 이상 구매하는 것은 매 한가지인데.
「레이토. 지금 뿐이란 건 어떤 의미야?」
지금의 나오의 감정은, 표정을 보면 안다. 지금의 나오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는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의 취향과 같다. 나오가 자신이 만든 것만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오의 기호는 자신이 강요해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턱없이 무서워졌다.
하지만 지금의「나오」와는 다른「나오」의 근저에 있는 본심은, 레이토에 있어선 판도라의 상자가. 언젠가 열어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루라도 그 여는 날을 뒤로 미루고 싶다. 그러한 것이다.
결국 저녁은 언제나처럼 와식이었다. 애당초 고민한다고 해서, 레이토가 평소 만들지 않는 요리를 갑자기 만들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다. 도회에 살고 있던 시절과 달리 조리법이 적혀 있는 책을 가볍게 읽는 것도 어려웠다. 냄비 뚜껑을 열자, 양배추의 부드러운 향기가 떠돈다. 슬슬 익었을까? 가스 불을 약으로 조절한다. 나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문득 레이토는 가스 불을 껐다. 환기팬도 껐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이 거리의 밤은 굉장히 조용하다. 이 집으로 다가오는 인간이 있으면 발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다. 잠시 기다리고 있다니, 느릿한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기쁨을 느끼고 마는 자신이 못견디게 싫어지지만.
현관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확인하고, 창문을 닫는다. 환기팬도 다시 켠다. 가스 불을 켠다.
「다녀왔습니다.」
형이, 미즈카미 나오가 돌아왔다. 조심스럽게…라기 보다는 거의 중얼거림같은 인사를 레이토에게 건넨다. 나오를 몇 번이나 무시해가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자신이다.
「저녁밥…. 다 됐어. 차릴게.」
레이토가 말을 걸자, 나오가 즉시 고개를 들었다.
「응. 고마워, 레이토.」
지금의 나오는 틀림없이 기뻐 보인다. 그건 알겠다. 지금부터 나올 식사도 싫은 얼굴 하지 않고 먹겠지. 그것도 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나오의 일상 생활 전반을 멋대로 도맡고 있는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레이토가 식기를 꺼내고, 요리를 담는 것을 나오는 말없이 지켜 보았다. 전에는 뭐든 도우려 나섰던 나오를 거부했던 것도 자신이다.
결국 모든 것은 레이토 자신의 행동이다. 동생을 생각하는 형과 가까워지는 것이 무서웠다.
때때로 그릇과 수저가 부딪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의 식탁은 기본적으로 조용하다. 나오의 식사 예절은 무척이나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수저를 든 손의 위치가 수저 끝에서 상당히 벌어져 있는지라 반찬을 집을 때에는 윗 젓가락만이 슥하고 움직인다. 자신의 젓가락질도 그러니까, 부모가 두 아이를 엄격하게 가르쳤던 걸지도 모른다. 부모의 가르침은 딱히 생각나지 않았지만, 옛날부터 형의 젓가락질이 깔끔했던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또…….」
레이토가 문득 뭔가 말을 꺼내자, 나오가 슥 시선을 들었다. 밥공기를 든 손도, 수저를 움직이는 손도 멈춘다.
「뭐야?」
「모토이 씨 집에 갔구나….」
「아. 응. 모토이 네.」
나오는 안도한 듯 살짝 웃었다. 아마 거기에 있는 것은 동생이 스스로 말을 걸어 준 것에 대한 단순한 기쁨으로, 레이토는 그런 나오와의 온도차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토이 씨, 좋은 사람이지.」
「응? 응. 밖에서 쓰러질 뻔 했더니 집에서 쉬어도 좋다고 말해 줬어.」
「헤에.」
아사쿠라 모토이. 나오의 동급생이며, 이 자그마한 마을의 중심인물이다. 대부분의 중고교생들이 모토이를 믿음직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전학 오고 나서 바로 알았다. 그런 모토이가 나오를 적극적으로 보살펴 준다.
「이사 오길 잘 했어.」
「에?」
「이 마을에는 나오를 보살펴 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렇게 말하자 나오는 미안한 듯 시선을 내리 깔았다.
「응……. 적어도 레이토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겠지….」
거짓말이다.
자신은 그저 이사 오길 잘했다고 믿고 싶은 것 뿐이다. 형으로부터 독립할 찬스가 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형에게 의존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확실히 잘 됐어.」
나오는 수줍은 듯 말을 이었다.
「레이토한테 사이 좋은 친구가 생겼으니까.」
「하아…?」
나오의 예상 외의 말에, 순간 사고가 정지한다. 친구라니. 뭐? 설마 유즈키를 말하는 건가?
멋대로 나오 대신으로 삼아, 비위를 맞춰가며, 나오에 대한 그의 집착마저 자신이 나오에게 품고 있는 의존을 털어내기 위한 재료로 삼고 있는 유즈키를?
「오늘 모토이네 집에서 치토세 짱한테 들었어. 둘이 같이 옆 마을에 갔다고…….」
레이토의 표정에서 뭔가를 느낀 걸가. 나오가 말을 잘랐다. 의외로 유즈키의 말대로, 나오도 레이토의 표정을 읽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 언짢음 한정인가.
「모토이 씨가, 네 형제라면 좋았을 텐데.」
말하지 않는게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막을 수가 없었다.
「에? 어째서…….」
「그러면 훨 더 행복했을 거야.」
모토이는 자신에게 없는 것의 집합이나 다름없었다. 주위로부터의 신뢰. 그에 걸맞는 자신감. 사이 좋은 형제자매에, 마음씨 좋은 부모…….
전부 자신이 나오에게 줄 수 없었던, 그리고 일부는 자신이 나오한테서 빼앗은 것이었다. 실제로 레이토 이외의 존재가 형제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왜 나오는 자신과 형제인 걸까……. 레이토는 그 잔혹한 기적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탁. 섬세한 동작으로, 나오가 밥공기를 내려 놓는다.
「레이토가 정할 일이 아냐…….」
나오는 그대로 레이토를 직시한다. 크게 떠진 눈동자는 조용한 분노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물건이 아니니까.」
「딱히 물건 취급한 건…….」
「그럼 멋대로 정하지 말아줘.」
나오는 기복 없는 목소리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똑하게 말했다.
레이토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거기에는 판도라의 상자가 있었다. 레이토는 지금의 나오의 감정을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나오의 지금 그 감정이야말로, 레이토가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낸 것을 안다면 나오는 어떻게 반응할까…?
하루라도 여는 날을 미루고 싶다. 그런 상자가, 분명 거기에 있다.
나오는 식사를 재개했다. 자신과 같은 젓가락질이, 의지를 갖고 움직인다.
「레이토…….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에…?」
잠시 지나도 움직임이 없는 레이토를 보고, 나오가 입을 연다.
「모토이는 좋은 친구지만…. 친구야. 레이토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형제라니, 있을 수 없어.」
「그래….」
형제는 소중. 그러니까 레이토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나오의 지금 감정은 내내 일관되어 있다. 한 점 흐림조차 없는 순수한 정신이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곤란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예를 들어…….」
「응?」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나오는 레이토의 언짢음은 눈치채도, 그 눈에 깃든 어두운 빛은 눈치채지 못한다. 나오의 정신에, 형제를 초월한, 친구를 초월한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은 존재하는 걸까?
「너는 나를 질색했어. 미워하고 있었어.」
「그런 일…….」
「예를 들자면 말야. 하지만… 내가 당신을 속였어. 지금의 당신의 성격도, 취미도, 사고 방식도. 전부 내가 내 맘대로 바꾼 거야. 그런거라면 어쩔래?」
한꺼번에 이렇게나 말을 많이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괜시리 숨이 찼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서, 시끄러웠다. 나오는 놀라 멍청한 표정으로 레이토를 바라보고 있다. 레이토도 나오를 바라본다. 나오의 말을 기다린다. 천천히……, 나오가 입을 열었다.
레이토는 움찔했다.
「일단……, 밥 먹을래. 식으니까.」
나오는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 밥공기를 손에 든 동작은 언제나처럼 단정했다. 레이토의 아연한 시선 속에서, 나오
는 묵묵히 저녁을 먹는다.
(무슨 질문을 한 거지, 나는……)
충동적으로 묻고만 바보같은 질문에, 뺨이 달아 오른다. 자신이 갑자기 치졸한 어린애처럼 느껴져서, 레이토도 다시 식사를 취하기 시작했다. 말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울려 퍼지는 식기와 젓가락 부딪치는 소리. 그것은 평소와 다름 없었는 데도, 필사적으로 「평소」를 가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잘 먹었습니다.」
나오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식기는 전부 비어 있었다. 나오는 식기를 포개어 들고, 싱크대로 갖고 간다. 스웨터 소매를 가볍게 걷자, 드러나는 가는 손목에 절로 시선이 갔다. 물로 가볍게 식기를 적식 다음, 스펀지에 세제를 짠다.
「좀 전의 질문…, 생각했어.」
스폰지로 식기를 문지르며, 나오가 중얼거린다.
「생각해 봤지만…, 잘 모르겠어.」
「하아?」
그렇게 말하는 나오의 표정은, 정말로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잘 모르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동생의 취향에 맞추는게 뭐가 나빠…?」
스폰지로 한 번 문지른 식기를, 하나씩 섬세하게 물에 씼는다.
「딱히 마지못해 맞춰 주는 것도 아니고…….」
「……….」
레이토는 이번에야말로 굳고 말았다.
(그럼 너는 맞춰 줄 거야?)
지금, 물에 젖은 손을 움켜 잡아 억지로 끌어 안으면. 도망치지 못하게 어깨를 누르고, 억지로 입술을 맞추면. 여기서 밀쳐 넘어 뜨리고, 그 이상의 행위를…….
「레이토?」
나오가 레이토를 들여다본다. 나오는 식기를 전부 씻고, 그것들을 선반에 얹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 것도…….」
다급히 시선을 돌린다.
그런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제일로 잘 알고 있다. 애당초 건드린 순간 나오가 보일 반응에, 아무 짓도 못하게 될 거란게 눈에 선하다. 망가트려도 좋으니까 관철하고픈 뜨거운 마음같은 거,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다.
「왜 나오는 내 형인 거지?」
레이토에게 남아 있는 것은 고여서, 어디로도 흐를 수 없게 된 감정의 웅덩이 뿐.
「싫어……?」
나오의 표정이 흐려진다. 나오를 상처 입힐 수는 있어도, 웃게 해주는 것은,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걸 다른 누군가에게 맡기려 드는 것은 그렇게나 무책임한 행위인 걸까?
「그냥 동생의 취향에 맞춰 주는 거라면, 굳이 내가 아니라도 좋은 거 아냐?」
「아냐. 레이토니까…….」
「됐어.」
다르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차이를 메꿀 수 있는 건 뭘까.
뭔가가 뜨거운 것. 그것이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다….
그래. 결국 「것」이다. 예를 들어 그것이 감정이라 하더라도.
그런「것」레이토에게는 없다.
「잠깐…… 나갔다 올게.」
나오는 빙글 몸을 돌려, 현관으로 향한다. 이걸로 모토이의 집으로 가주면 좋을 텐데.
분명 나오는 혼자 광장에서 밤바람을 쐬고 말겠지.
나오를 데리러 가고 싶다. 하지만 그래선 나오는 구원 받지 못한다. 나오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아니다. 자신이 아닌 타인인 게 좋다.
조금만 더 지나면 레이토도 집을 나갈 생각이었다. 물론 행선지는 제대로 된 히어로가 있는 장소.
「미안…….」
혼자에게는 너무나 넓은 방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묘하게도 허무하게 메아리쳤다.
작게 나온 그 말이, 오늘 처음으로 내뱉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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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호랑이(자기)한테 잡아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여우에게 떠넘기는 께임...(체험판 감상)
체험판에서는 모토이가 그냥 좋은 친구같았는데 이 후편 SS에서는 의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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