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배포 SS 페이퍼 재록.(픽시브 有)
* 사이키+나오의 연말 이야기. 사이키 시점. 2인 동거 설정.
* 향후 관심작입니다.^^ 페이퍼는 친구가 갖다 줬듬.
연말 카운트 다운 불꽃놀이가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은 사이키였다.
애당초 나오는 어디 가보고 싶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오래간만에 지하실에서 나온 탓일까, 나오의 걸음 걸이는 꽤나 미덥잖았다.
「나오 짱. 괜찮아?」
인파 속에서, 비틀거리며 뒤따라오는 나오에게 손을 뻗는다. 사이키의 손을 보고, 비로소 나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사람이 잔뜩…, 있어」
대성당을 에워싼 광장에는 작은 텐트가 비좁게 줄지어서, 그 틈을 비집으며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어두운 밤, 인공적인 불빛 아래 무수히 많은 인간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비하면 훨 나은 편인데.」
「예전에………」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음악과 소음이 목소리를 휘갈켜간다.
「응? 왜?」
사이키가 뒤돌아 거리를 좁힌다. 조그마한 목소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등을 감싸 안아 바짝 끌어 당겼다.
「……」
나오의 호흡이 일순 막히더니, 차가운 숨이 작게 닿는다. 이럴 때의 나오는 무심코 몰아 세우고 싶어진다.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해줘. 천천히.」
「예전에……, 와보신 적이 있습니까…?」
나오가 떨떠름하게 말한 다음, 휙하고 시선을 돌린다.
「아니지?」
「에……」
「신경 쓰이는 건 남이랑 같이 와본 거 아닌가, 그거잖아?」
「………」
나오는 시선을 돌린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히죽이죽 웃으며, 사이키는 작은 머리를 끌어 안는다. 싸늘하게 식은 머리칼을 손으로 만지작댔다.
「변함없이 그런 걸 신경 쓰는 구나. 지금은 일편단심 나오 짱인데.」
「놔 주세요….」
순순히 팔의 힘을 빼자, 나오의 몸이 다급히 떨어졌다. 당황한 듯, 사이키의 손가락이 닿은 머리칼을 쓸어낸다.
「그런 걸, 묻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헤에.」
나오는 고개를 숙인다. 냉큼 걸어갔으면 좋겠다. 뭐 그런 뜻인 듯 하지만, 사이키는 전혀 움직일 맘이 없었다. 마주 보는 자세로, 잠시 그 자리에 선다.
「이상하게 봅니다….」
단념한 듯, 나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하아?」
「주위 사람들이…….」
「아아….」
나오의 말에, 겨우 주위가 시야에 들어온다. 북적이는 인파는, 멈춰선 두 사람에게 거추장스럽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개중에는 몇 개, 기이해 하는 시선도 있었다.
「뭘로도…, 보이지 않으니까. 친구로도…. 가족으로도…….」
덧붙여 자신은, 척봐도 이 나라 출신이 아닌 모습이고. 나오는 그렇게 덧붙인다.
「흐응. 그럼, 뭘로 보일 거 같아? 우리들.」
「그건…….」
머뭇거리는 나오를 보고, 무심코 웃음을 터트린다.
「그럼 시험해 볼래?」
「엣….」
「뭘로 보일지.」
***
노점에서 산 핫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너무 뎁힌 걸까. 레드 와인이라기보다는 오렌지 풍미가 강하다.
「단 걸…. 가게를 잘못 고른 건가.」
혼자 중얼거리며, 나오를 세워둔 광장 구석으로 향한다. 스쳐 지나가는 커플이나 가족들은 전부 웃는 얼굴이다. 똑같아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들의 무리에, 나오가 들어갈 일은 더 이상 없겠지.
약속 장소로 가자, 예상대로 남자 하나가 나오에게 치근대고 있었다. 뚱뚱한 젊은 백인 남자가 천박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래서…, 얼마면 돼?」
「그러니까, 아니라고…….」
두 사람한테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자리잡고, 대화를 훔쳐 듣는다. 지금 이 시대에 꽤나 노골적인 매춘 요구다.
「선약이 있다는 말, 거짓말이잖아? 지금도 누가 오는 기색은 전혀 없잖아…. 이 정도라면 바로 지불할 수 있어.」
남자는 나오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뭔가 속삭였다.
「그렇지. 이렇게 추레한 옷이라니…. 호텔로 가기 전에 코트를 사줄 수도 있어.」
나오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필요 없어.」
그리고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거, 필요 없어.」
남자는 실컷 욕설을 퍼부으며 떠나갔다. 소위 말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 성차별적인 발언, 기타 등등.
「순순히 따라가면 좋은 일 있었던 거 아냐? 옷도 새로 살 수 있었을 테고.」
뒤에서 나오에게 말을 걸자, 느릿한 동작으로 나오가 뒤돌아 본다.
「보고 계셨습니까…….」
「도망칠 찬스이기도 했는데.」
나오는 깊이 한숨을 쉰다.
「어디로, 도망칠 겁니까….」
「하하핫. 그러게.」
나오의 귀에 입술을 가져가, 속삭여준다.
「좀 전에…, 얼마였어?」
「…….」
「나는 항상 무료인데. 그래도 괜찮아?」
나오의 뺨이 화끈 달아오른다.
「정말, 최저…….」
쥐어 짜내는 듯한 나오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사이키는 일절 말하려 하지 않는다. 나오는 마지못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예전에 사이키 선생님이 누구와 함께 왔냐던가…. 굳이 묻지 않아도 왠지 상상은 갑니다.」
하지만……, 하고 나오는 역시 쥐어 짜내듯이 말을 잇는다.
「하지만 지금 함께 있는 것은, 몸을 파는 이민족 어린애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말꼬리가 점점 시들시들해진다. 동시에 나오의 시선도 처진다.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새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모양이다. 숫자를 외치는 포효에 삼켜져, 아무 말도 들리지 않게 된다.
「나오 짱…. 몸, 차가워졌지?」
「에?」
숫자가 순서대로, 하나씩 줄어들어 간다.
「이 와인, 따뜻해. 마실까?」
「네? 안 들…….」
달디단 액체를, 바로 입에 머금는다.
「우…….」
나오의 목덜미를 누르고, 입술을 맞췄다.
「……웅, ………」
식어 싸늘한 나오의 입안으로, 끈적끈적 따스한 것이 흘러 들어온다. 어설프게 사이키의 가슴을 떠미려 하던 탓에, 나오의 입술에서 뚝뚝 와인이 흘러 떨어졌다.
「하아……, 선, 생님…….」
카운트 다운의 숫자가 제로를 고했다. 주위에서 단번에 환성이 치솟았다. 불꽃 소리가 그 뒤를 따른다.
「못 쓰지. 이렇게 흘리면.」
입술을 핥자, 나오는 실로 싫은 듯 손으로 비볐다.
「써…….」
「엣? 엄청 단데? 역시 나오 짱은 어린애구나.」
「남들이…….」
「어차피 다들 카운트 다운 때문에 안 봐.」
「하지만…….」
정말이지. 아직도 나오는 남들을 신경 쓰고 있다.
「나는 남들이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 안 써. 아, 덧붙여 나오 짱이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 신경 안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