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SS/마법사와 천사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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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한 장의 천사
이북으로 사면 너무 편한데.. 이렇게... 허나 다음달은 결국 종이책입니다. 흑흑. 운다..
몸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뜨거워지는 감각.
전신의 뼈가 타는 듯한 고통이 계속 됐다.
"우…… 아…… 뜨거워……."
뜨겁다. 괴롭다.
기댈 것을 찾아 뻗은 손은, 공기조차 붙잡지 못하고 구깃구깃한 시트위로 떨어졌다.
내게 주어진, 이젠 완전히 익숙해진 넓은 침대에서, 열기를 주체할 수 없는 몸을 비틀며 잔뜩 쉰 비명을 지른다.
뜻대로 되지 않는 몸에 짜증이 나 고개를 젓자, 굴러다니던 배게 하나가 침대 아래로 날아갔다.
방심했다.
악마의 성에 끌려온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악마, 로벨리아를 충분히 경계했다고 생각했지만, 익숙해진 것이 방점일 불러일으킨 걸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며칠씩 쾌락과 열독(熱毒)에 시달리게 되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피부에 스치는 시트의 감촉마저 간질간질하고, 체액으로 끈적한 몸이 기분 나빴다.
과도한 쾌락은 그야말로 열과 쾌락으로 변했다.
흉악한 뱀이 전신을 훑고, 죄어올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 읏…… ………?"
크게 들이킨 숨에 늑골이 삐걱대던 순간, 시야 끄트머리에 비친 것에 의식이 쏠렸다.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확인해보니, 그것은 작은 날개였다. 어둠 속에서 별을 그러모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바닥에 굴러 떨어진 베개 안에서 나온 걸까.
새하얗게 빛나는 날개는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으나, 새의 깃털과는 완전히 달랐다.
희미한 금색 빛을 두른, 따스한 빛을 발하는 날개. 이것은 천사의 등에서 빠진 빛의 날개다.
주인이 누군진 안다.
이 방 천장에 설치된 창문에, 낮에 극히 짧은 시간, 그것도 구름이 옅은 날에만 나타나는 천사의 것이겠지.
남몰래 침구 틈에 끼워두고 간 건지, 어쩌다 빠져 섞여들어간 건지. 떨어져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인의 몸을 떠나도 신성한 빛을 두른 채 기이한 온기를 발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천사…… 굉장히…."
굉장히, 예뻤지….
악마에 의해 결계가 쳐져진 이 성은, 경비가 엄중해서 악마와 적대하는 천사가 드나들기엔 굉장히 힘들 텐데.
그렇기에 그 천사는 낮에… 빛의 힘이 강한 극히 짧은 시간에만 이 방을 찾아올 수 있는 거겠지.
천사와 교신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다. 투구에 가려져 맨얼굴조차 못 본 사이지만, 그 모습에 눌릴 정도로 성스러운 힘을 느꼈다.
그야말로 책속에 실려있는 <천사> 그 자체.
자상하고, 따스한 음성으로 내 몸을 염려하며, 악마에게 사로잡혀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나를 구해주려했다.
그 투구 아래엔 어떤 얼굴이 있을까?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열 때문에 흐릿한 사고로, 눈앞의 깃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둥실하고 흔들린 깃털은 손끝을 빠져나가 날아오르더니, 천천히 호를 그리며 팔을 뻗는 것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위치까지 흘러떨어졌다.
떨어진 그 자리에 검고 동그란 털뭉치가 있었다. 어느새 머리맡으로 다가온 사역마, 카르보의 손이었다.
"카…."
칼은 검고 둥그런 손으로 깃털을 몇 번 찌른 다음, 이번엔 코끝으로 깃털을 이쪽으로 떠밀어 주었다. 빛나는 깃털에 비쳐, 염려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작게 우는 칼에게 걱정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목이 쉬어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칼이 능숙하게 코끝으로 깃털을 밀어, 내 손가로 깃털을 가져다 주었다.
내게 온 깃털을 검지와 중지로 살짝 쥔다.
매끄러운 눈을 건드린 듯, 보드라운 감촉. 그리자 반짝반짝한 빛이 강해졌다. 빛은 가는 무지개 가루를 뿌리며 부풀어 오르더니, 포옹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리고…….
"여어, 좋은 아침!"
나는 말을 잃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터진 빛속에서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뒤에 있는 칼보다 월등이 작다.
조금전까지 빛나던 깃털은 흔적도 없었으나 <그것>은 깃털과 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어라? 잘못 말 했나? 아, 그렇지. 밤이지."
작은 인영은 오른손을 쥐고, 왼쪽 손바닥을 탁하고 쳤다. 그리고 다리를 모아, 등을 쭉 편다음 두 팔을 벌려 "좋은 밤!"하고 다시 인사했다.
"………"
정리되지 않는 상황에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긴장감없는 가벼운 목소리와 움직임에 약간의 짜증을 느꼈다.
"으음? 들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고, 움직이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다.
검은 카르보의 털결이 비쳐 보이기 때문에, 작은 요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이긴 하지만….
눈가는 투구로 가렸고, 등에 날개가 돋아나 있다. 너무나 작지만, 깃털 한장 한 장이 보였다.
그 모습은 극히 최근 본적이 있었다.
"대답이 없네. 뭐, 어때."
그렇게 말한 다음 작게 기침하고서, <그것>은 허리에 손을 얹고 내게 말을 걸었다.
"인간이여. 나는 이 깃털에 담긴 힘의 하나로, 모습은 깃털의 주인과 똑같겠지만, 본인은 아니다."
뭐어, 그렇겠지.
<그것>은 이 방을 찾아온 천사와 몹시 닮았다.
옷도 그래도. 쭈욱하고 작게 줄인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되나.
작은 손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나한테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는 듯 했다.
"나는 본인이 아니라서 그닥 힘이 없다. 하지만 널 위해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고, 아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하아……."
대답할 생각이었지만, 한없이 한숨에 가까운 말이 나왔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이것은 환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겠지.
(환각이구나…. 응.)
아무래도 한계인 모양이다.
작은 천사의 표정은, 눈을 가리는 투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쪽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흠흠하고 무언가 납득한 듯… 관찰하는 듯한 동작을 보였다.
그 움직음 어딘지 우습고, 이 방을 찾아오는 천사와는 느낌이 달랐다. 천사의 본체는 엄숙함과 신성함이 있었으나, 이 작은 천사는 어딘지 작은 동물을 연상시킨다.
카르보도 허리를 숙여, 사냥감을 노리는 눈을 하고 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렴 어때….)
시답잖은 환각일지도 모르지만, 어느정도 마음이 안정 됐다.
열도, 숨쉬기 답답함도 변치않은 듯하지만, 눈앞의 사태에 놀라 전신을 괴롭히던 고통은 가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몸을 괴롭히는 독은 역시 없앨 수 없겠군…. 하지만 고통은 어떻게 할 수 있으려나?"
작은 천사는 그렇게 말하고서, 두 팔으 ㄹ뻗어 내 미간에 자신의 이마를 슥하고 갖다댔다.
이렇게 작아도 역시 금속이긴 한 걸까. 투구는 차가워서, 열기띤 이마에 기분 좋았다.
작은 천사가 뭔가를 속삭이자, 닿은 미간에서 부드러운 무언가가 전신을 내달렸다.
전신을 괴롭히던 열과 고통이 단숨에 가신다. 아직 열도 고통도 있지만, 참을 수 있을 만한 정도로는 가라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졸음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감각. 열과 고통이 가시자마자 치솟는 졸음은, 몸이 피로에 지쳤기 때문이겠지.
"어때? 편해졌어?"
작은 천사가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식 끝자락에 닿는 질문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간은…."
조금 편해졌기에, 잠들 수 있을 거 같다.
"그거 다행이네! 그럼 작별이야. 내 힘은 다 써버렸으니까 이제 슬슬 사라질 거야."
"사라져?"
말은 뜻밖에 매달리는 듯한 음색이 되고 말았다.
"쓸쓸해? 괜찮아. 잠들면 나에 대해선 잊게 될 거야."
작은 천사는 고개를 갸웃한 다음, 살짝 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음…. 그럼… 사라질 때까지 자장가를 불러줄까!"
쓸쓸한 건 아니라고 반론하는 것도 귀찮아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꿈이나 환영이니까.
느릿한 선율이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자, 원래부터 투명하던 천사의 몸이 좀 더 투명해지더니 공기에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명을 띄고 하늘 나는 천사.
어느날 여아와 사랑에 빠져
하늘 나라에서 추락했다.
아는 노래였다.
오래전… 어디선가 책에서 본적이 있었다.
문자만으로만 아는 노래. 선율이 붙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러운 곡으로 느껴졌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맞물려, 천천히 잠기운이 밀려들었다.
털썩쿵쾅하는 소리에
여아는 몹시나 놀라
히스 꽃을 그러 모았다.
그러자 거기에 새하얀 당나귀.
히히히히힝. 히히히힝.
울지마렴.
여아에게 사랑을 이야기했으나
여아는 로바에 겁을 먹고
다급히 도망치고 뛰고.
그렇게나 괴로웠던 시트의 감촉도, 지금은 거기에 감싸여있는 안도감이 솟았다.
눈꺼풀 구겁고, 수마에 이끌려 의식이 끊어질락 말락한다.
칼이 노래에 맞춰 목을 고롱고롱한다.
이대로 잠들어도 좋겠지만, 노래 가사가 신경 쓰였다.
어떤 결말이었더라…?
"행복하게 끝나. 오랜 엇갈림과 슬픔을 극복한 끝에 말이지만."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입밖으로 말이 나온 걸까. 일단 노래를 멈추고 천사가 대답해주었다.
그 작은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고, 기척만이 따스하게 귓가에 닿았다.
아아, 그렇구나….
"그랬지. 해피 엔드였어…."
머리맡에 다가와준 기척이 멀어졌다.
정말로 사라져버리는 거구나…. 그런 허전함과 함께, 피곤해지친 몸에 찰나의 수면이 찾아왔다.
"행복은 처음부터 눈 앞에 있는데, 멀리 돌아가는 것을 거듭하는 노래야.
분명 너도 험난한 길을 고르게 되겠지…, 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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