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SS]
그저 한없이 그녀를 옭아매는 에고

 

스텔라워스 특전 소책자

 

얼마전에 샀습니다. 망겜이었지만 그래도 다들 넘 좋아해.

그리고 이 시나리오 라이터 되게 이런 글 잘 쓰네요.

 

 

 

 

 

 

■ 미타니 소우시, 츠카모토 료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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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던 역에서 돌아가던 길, 그녀와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애초에 학교에서 돌아올 땐 하루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녀를 만나도 3사람이 함께인 흐름이 많았다.

 둘이서 나란히 걷는 그 평온함 속에 다소 긴장을 느끼며, 약간 갑작스러운 화제를 그녀에게 던졌다.

 

 

 "저기, 츠유하…. 소우시랑 어디 나가?"

 

그녀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더니, 그 작은 입술을 열었다. 

 

 

 "소우시한테 들었어?"

 

 

 "아, 응. 엇그제. 그 녀석이 저녁밥 하러 왔을 때 들었어. 저기…, 소우시가 엄청 기쁜 듯이 말하더라."

 

 그녀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의 말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었는지 필사적으로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그래도 뭐, 명백하게 너무 뜬금없는 화제였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이상하게 여겨져도 별수 없는 일이었지만.

 

 

 

 

 "기쁜듯이…? 후훗, 상상은 안 가지만, 싫어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

 

 내가 한 말, 아니 내용에 그녀는 솔직하게 반응하더니, 살며시 미소했다.

 

 

 "아직 갈 덴 안 정했어. 그냥 가끔은 다른 시점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역앞으로 나가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그렇구나…."

 

 

 

 그녀가 들면 크게 보이는 본격 일안 렌즈 카메라.

 그걸 소중히 두 손으로 받쳐들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츠유하와 소우시가 둘이 같이 놀러간다는 이야기는, 엇그제 소우시가 저녁을 만들러 왔을 때 들었다.

 

 

 변함없이 요령 있게 냉장고에 남은 음식들로 균형 작힌 식사를 뚝딱 만들어내는 소우시를 굉장히 여기면서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대화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그 와중 그녀의 이름이 나왔을 때, 한심하지만 젓가락이 멈추고 말았다….

 훔쳐보듯 고개를 들자, 소우시도 뭔가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와 놀러가게 된 경위를 이야기해줬다. 자기 일만 되면 그 좋던 요령들이 도망가버리는 소우시가 보이는…, 그녀를 생각하는 말이나 몸짓은… 기쁘면서도 어딘지 좀 쓸쓸했다.

 

 우리 쌍둥이를 포함한 소꿉친구, 치 짱을 포함한 5명이서 유유자적 지내던 매일이 당연했기에, 거기에 휘말린 츠유하는 우리의 권유에 겸허와는 또 다른 의미로 거리를 두려하는 살짝 이상한 아이였다.

 

 어른스럽고 얌전하며, 남의 감정을 그대로 제 것 마냥 받아들여버릴 정도로 섬세한 면면이 있었다.

 그녀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될 때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뭐, 그녀는 시끄러운 건 좀 거북해하긴 했지만, 서서히 익숙해진 듯 웃어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가 소우지와의 거리를 좁힌다.

 그것은 내 마음을 몹시 휘젓는 일이었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소우시도, 그녀도 날 두고 가버릴 것 같아서…. 쓸쓸한 건지 질투인 건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날씨가 좋으면 좋겠네…."

 그게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말이었다.

 

 

***

 

 

 

 "저기, 료타…?"

 

 

 며칠 뒤, 츠유하와 소우시가 약속한 날.

 약속 장소에 도착한 그녀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린 다음, ‘소우시는?’하고 물어왔다.

 

 

 "그게… 뭔가 볼일이 좀 생긴 거 같아서, 내가 대신 같이 갈까 싶었어."

 

 물론, 사진 촬영은 그녀의 대학 과제가 아니다.

 과제가 아니더라도, 평소 혼자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그녀를 알고 있기에, 소우시는 데이트의 의미로 그런 말을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얌전하게 기다리려고 생각했다.

 서로 기대하는 모양이었으니까, 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소우시…. 그녀는, 츠유하는 아직… 네 게 아니잖아?

 내게도 아직 찬스는 남아있잖아…?

 

 그렇게 생각했더니, 도무지 얌전히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소우시보다 먼저 약속 장소로 향해, 이렇게 거짓말로 츠유하를 꾀어내려 하고 있다.

 

 

 "그렇구나. 연락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노골적으로 풀이 죽은 듯한 츠유하의 모습에 다소 가슴은 아팠지만, 그런 기분을 털어내며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자, 모처럼 날씨도 좋잖아…? 시간도 아깝고. 이동하자."

 

 

 다소 강압스러웠나? 그렇게 생각했으나, 츠유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렇게 따스한 날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 같아."

 "......."

 

 

 미안, 츠유하. 소우시….

 난 역시… 너무 쓸쓸해.

 이런 식으로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사이에 들어가고 싶어.

 

 

***

 

 

 

 "응? 약속 시간 잘못 안 건가…?"

 

 

 휴대폰 화면을 확인해보니,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나 있었다.

 모처럼 단 둘이 외출이니까, 여유롭게 집을 나오려 했을 때, 료타한테 걸려온 전화. 오늘 이야길 해뒀으니, 뭔가 볼일이 있어서 전화한 건 아니겠지. 그래도 급한 용무라면 곤란할 거 같아서 전화를 받았다.

 

뭐, 실제론 급한 전화는 아니었으나, 시험 공부 하다가 막힌 데가 있었다느니 뭐니하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나간다는 말을 전하자, ‘오늘이었구나, 미안.’하고 미안해하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늦을 거 같아서 다급히 집을 뛰쳐 나왔다.

 

 

 "어디 가게라도 들어가 있나…?"

 

 

 늦었다고 해도 고작 10분 정도로 어디 다른 데로 나갈 린 없다.

 그렇다는 건 드물게 저쪽이 지각인가? 그렇게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다.

 늦을 경우엔 연락할 거 같은 성격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약속한 광장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약 30분 후.

 아무리 그래도 연락 하나 없는 건 이상해서, 츠유하한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내 목소리에 답한 것은, 예상치도 못한 상대였다.

 

 

 

 

 

 "아아…. 끊어버렸네."

 

 

 약속 장소를 벗어나, 츠유하와 함께 어딜 갈까 고민하며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울린 전화벨 소리.

 츠유하의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소우시의 이름을 보고, 무심코 그녀에게서 그걸 빼앗아 대답했다.

 놀란 듯한 목소리 후에, 어딨는지 물어보는 말에 무심코 ‘글쎄, 어딜까?’하고 도발했더니 뚝하니 전화가 끊겼다.

 

 "료타…."

 "아, 미안. 멋대로 받아서."

 "아냐, 괜찮아. 아, 아니지…. 괜찮지 않나? 소우시가 뭐래…?"

 "음…. 당황한 모양새로 지금 어딨냐고, 왜 네가 츠유하 전화를 받느냐고 화내던대…."

 "……."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는 츠유하에게 다소 죄악감을 느끼며, 나는 이 예상했던 상황을 은밀히 즐기고 있었다.

 

 

 "지금 츠유하는, 상황을 몰라서… 혼란스럽지…?"

 

 

 소우시한테 볼일이 생겼다는 말을 한 건 나인데, 왜 전화를 한 소우시가 당황한 모양새로 우리가 어딨는지 물어본 걸까, 등등. 여러가지로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느낌일까….

 

 "미안. 멋대로 받아서. 내가 멋대로, 널 데리고 온 거야."

 "뭐…?"

 "아마 소우시는 약속 장소에서 널 계속 기다렸을 거야."

 

 

 "…어째서…?"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린 츠유하는 내게서 약간 몸을 뗐다.

 

 

 

 "왜일 거 같아…?"

 

 

 거리를 두려는 듯 뒤로 물러서는 츠유하를 따라, 나 역시 한발짝 그녀와 거리를 좁혔다.

 

 

 

 "몰라…. 료타는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 

 

 

 그냥 장난이었다고 말하면, 이렇게 겁에 질린 눈동자가 아니라 살짝 기막혀하는 표정으로 ‘차암~ 뭐야.’하고 웃어줄까?

 무섭게 만들고 싶어서 이런 걸 한 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반쯤 충동적이었던 내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었었다.

 

 

 "모르겠다면, 조금이라도 좋으니 생각해 봐…. 내가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살짝 벌어진 거리는, 한발짝만 더 옮기면 완벽하게 메꿔진다.

 그런데도 츠유하는 그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그녀는 그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그녀는 그 벽을 등에 기대듯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료타는… 대체 뭐가 초조해…?"

 "……."

 "내가 소우시랑 같이 나가는게… 실은 싫었어? 난 딱히… 료타의 형 빼앗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녀는 내 불안을 걷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츠유하. 그게 아니야….

 

 

 "츠유하는 내가 쓸쓸해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전에는 소우시도, 하루도 타카오미도 치 짱도 같이 노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서서히 그런 시간은 줄어들었다. 소우시와 츠유하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지고, 둘이 같이 지내는 시간이 조금씩 늘었기에. 뭐, 소우시의 입에서 네 이름이 나오는 것이 늘어서 쓸쓸하다곤 생각했지만, 그건… 그건… 그런 의미가 아니다.

 

 

 "츠유하는 그 반대는 생각 안 해?"

 "어…?"

 "너한테 소우시를 빼앗기니까 쓸쓸해 하는 게 아니라…, 소우시한테 널 빼앗기니까 쓸쓸해한다는 생각은… 안 해?"

 "료타…?"

 

 

 "틀린 건 아닐지도 몰라. 소우시의 그 과보호는 정말 지긋지긋했지만, 확실히 너만 바라보는 소우시한테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 역시 츠유하를 독점하고 싶다니, 여러모로 모순되어 있지?"

 "료타…."

 

 

 이 이상 한심한 소릴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나는 초조해져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말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건 전부 진심이었다.

 

 

 "뭐 어때. 넌 그렇게 있어도."

 "엇……?"

 

 

 나와 그녀 사이로 제 3자의 팔이 끼어들어왔다.

 

 

 "소우시…"

 "아, 진짜 초조했다…. 대체 뭐야, 이 상황. 약속 장소에 츠유하는 없지, 전화는 료타가 받지. 찾아다니다 겨우 발견하니까, 뭔가 요상한 분위기지 않나."

 

 

 우리를 떼어내듯, 뻗어져나온 손이 그녀의 몸을 제 쪽으로 잡아당긴다.

 

 

 "소우시! 저기, 미안…!"

 "사과할 거 없어. 어차피 료타가 데리고 간 거잖아?"

 "그건….."

 "응, 맞아. 소우시한테 볼일이 있었다고 하고, 방해했어."

 

 

 말이 막힌 츠유하 대신 대답했다.

 

 

 "뭐, 잠시 기다렸는데 츠유하가 안 오는 그 시점에서 이럴 줄 알았어."

 "헤에…. 혹시 나가기 전에 나한테 전화가 온 시점에서 예감했던 거야?"

 

 

 "예감이라고 해야하나. 너한테 츠유하랑 놀러 나간다고 말한 그 시점에서 방해하러 오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설마 전화를 빼앗는 사태까지 됐을 진 몰랐지만."

 

 여유 넘치는 얼굴로, 소우시는 천천히 입술 끄트머리를 삐뚜스름히 끌어 올렸다.

 

 "거기까지 예상했으면서 왜 방치했어?"

 "좀 반성하고 있었거든."

 "뭐…."

 

 "널 쓸쓸하게 했다 싶어서."

 "……."

 

 

 "그러니까 방금 내가 했던 말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까지처럼 내가 과호보해줬으면 좋겠고, 츠유하도 독점하고 싶다 그거지? 그럼 넌 그냥 그대로 행동해. 나도 사양 않고, 너희 사이에 낄 거니까."

 

 "잠깐, 소우시…, 무슨……."

 

 

 사태가 수상해지는 것을 민감하게 눈치챈 츠유하는 소우시의 말을 가로막으려 했다.

 

 

 "왠지 모르게 소우시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 거 같아."

 

 

 뭔가 끙끙 고민했던 내 자신이 조금 바보 같아졌다.

 그 정도로 소우시가 하려는 말은 놀랄 만큼 비상식 적이며, 소우시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 동생이야. 눈치가 빨라서 고맙네."

 "잠깐만, 소우시…. 료타는 방금 그걸로 무슨 일인지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을 이으려하는 츠유하의 말을 가로 막으며, 그대로 받치고 있던 팔로 그녀의 몸을 감았다.

 그리고는 껴안듯이 제 쪽으로 당기며, 사뭇 명안인양 말했다.

 

 

 "요컨데 사이좋게 나누자는 소리지. 그럼 이렇게 번거롭게 다툴 일도 없잖아."

 "잠깐만? 다투다니 뭘? 좀 더 평화롭게…."

 "애초에, 다른 한쪽이랑 나가는게 싫다면 셋이 사이좋게 지내면 되잖아."

 "응, 맞아. 평화적으로 둘이 나누면서, 공유하는 것으로 전부 해결. 반쪽이니까, 서로 나눠야하는 거 아냐?"

 

 

 

 마치 도발하는 내게 시선을 던지는 소우시는, 츠유하의 항의를 깡그리 무시했다.

 제멋대로. 도저히 그녀가 납득할만한 제안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하하…. 그러게, 그럴지도. 저기, 츠유하."

 "어…?"

 

 

 살짝 눈을 뜨고서, 기쁜 듯 미소하는 료타는 그대로 츠유하의 그 입술을 츠유하의 어깨에 갖다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머리카락속에 제 손을 비집어 넣으며, 귓가의 머리카락을 끌어올렸다.

 

 

 "료, 타…. 대체…."

 

 

 머리카락에 얽히는 손가락에, 작게 반응하면서 츠유하는 움찔하며 긴장했다.

 그 동작에 가볍게 웃은 다음, 료타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었다.

 

 

 "읏, 자, 잠깐…."

 

 

 자상하게 그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준다.

 그 손놀림은 한없이 자상하면서도, 그녀의 움직임을 막아세웠다.

 

 

 "나랑, 소우시 둘이 함께 널 소중히, 소중히 여길게…. 응? 그럼 안심이지?"

 

 

 그 한없이 보드라운 미소에, 약간 얼어붙은 츠유하는 어딘지 원망스러운 시선과 함께 내게 쓴소리를 흘렸다..

 

 

 

 "소우시…. 료타가 진심으로 여기잖아. 쓸데없는 소리 말아줄래?"

 "아니, 하지만…. 우리 쌍둥이가 납득할 수 있는 수단은 이거 밖에 없으니까 별수 없잖아?"

 

 

 "이럼 내 인권은 어디 있는데?"

 "아니, 뭐…. 딱히 억지로 강요할 마음은 없어. 다만."

 

 

 료타 반대쪽으로 손을 뻗으며, 그 작은 몸을 가두고서… 부드럽게 속삭였다.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을 그 한 몸에 받는 거, 최고로 자극적이지 않아?"

 "잠깐만…, 그런 건 만화나 게임으로 끝내줘."

 

 도망치려는 듯 내 손을 쥐지만, 이번엔 료타에게 가로 막혔다.

 

 

 "저기, 츠유하…. 괜찮아. 안심해줘. 나도, 소우시도 널 소중히 여길게."

 "료, 타…."

 

 

 마치 취한 듯이, 몇 번이고 같은 말을 거듭하는 료타의 모습에 츠유하의 목소리가 당황감에 떨렸다.

 

 

 "이거 봐. 더는 못 막는다니깐."

 

 

 짐짓 명랑하게 말하면서도, 나는 츠유하의 그 귓가에 입술을 갖다대며 의식적으로 낮은 목소리로 말을 토해냈다.

 

 

 "우리는 쌍둥이 주제에 닮지 않은 점뿐이고 취미도 취향도 많이 다르지만, 역시 쌍둥이야."

 

 

 

 어딘지 모르게 나 자신, 그리고 료타한테도 들려주듯이… 그녀를 향해 그저 한없이 이기적인 말을 나열한다.

 그것은 실로 잔혹한 선서와도 같아, 서로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반신이란 건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져 있어. 나와 료타가 널 동시에 원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달콤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그렇게 됐을 때 쓰는 진부하지만 암묵적인 룰. 서로 나누는 것."

 극상의 달콤함을 담아 속삭이지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서 몸을 떼고자 필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물론 다른 한쪽 팔로는 료타를 밀어내고 있었다.

 

 

 "별로 좋은 취미는 아니라고 생각해. 난 이런 거 농담으로도, 진담으로도 좋아하지 않아…."

 

 

 노골적으로 언짢아하는 목소리로 딱 잘라 거부하는 모습은 참으로 그녀답다고 생각하지만….

 

 

 

 "뭐, 너로선 당연하겠지. 물건 취급 당하는게 기분 좋을리 없고. 하지만, 몇 번이나 말했듯이… 이젠 멈출 수 없어."

 "미안, 츠유하…. 하지만 나도, 소우시도… 너한테 진심이야. 농담으로 이런 소릴 할 리 없잖아."

 

 나와 츠유하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던 료타는 희미하게 벌어진 틈새를 아쉬워하면서도, 그 저돌적인 태도는 바꾸지 않았다.

 

 "맞아. 농담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하는 소리니까, 안심해."

 "아, 안심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심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정하면서도, 흔들리는 눈동자로 얼굴을 붉게 물들인 그 얼굴은 도저히 진심으로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서로 상대에게 완전하게 양보할 수 없다. 그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으니까.

 

 이런 식으로 그녀를 얽매고 싶진 않았지만, 나와 료타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그러니까 둘이서, 소중하고 소중히 아껴줄 테니까….

 그야말로 네가 한계라고 느끼는 것 이상으로, 소중히 여길 테니까.

 

 

 "사진 찰영 못 하게 해서 미안. 하지만 이대로 여기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거랑, 내 방으로 자릴 옮기는 거, 어느 게 좋아?"

 

 

 잔혹한 선택을 강요하는 료타의 모습에 그녀는 화끈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료, 타…. 소우, 시…."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던 그 마음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여기서는 아무래도 싫지?"

 

 

 닿는 범위가 서서히 늘어나자, 그녀의 몸 역시 서서히 뜨거워졌다. 휘청하고 그녀의 등이 내 몸쪽으로 무너져 내리자, 그 떨리는 등을 뒤에서 끌어 안았다.

 

 

 "그럼… 천천히 즐기자."

 

 

 

 

 

 

■ 센케 키요하루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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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래야겠어?"

 "응!"

 

 

 자신이 억지를 쓰고 있딴 건 잘 알고 있었다.

 츠유하의 눈썹이 곤란한 듯 축 처진 걸 보니, 마치 애처럼 떼 쓰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으나,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오늘은 타카오미, 치 짱과 함께 료타네 집에서 DVD 감상회를 열었다.

 소우시와 내가 자주 하는 액션 게임이 해외에서 실사 영화화 되어 어느 새 3번째 시리즈.

 영화관에서 보자고 했으나, 시험 기간이나 체육대회 같은 행사가 겹쳐져 어느새 상영 시간이 지나 있었다.

 

 그 영화가 얼마전 DVD로 나와서, 대여할 수 있게 되자 바로 빌려 보기로 한 것.

 

 

 그때 츠유하를 부르자고 했던 게 누군진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는 예상 외로 순순히 승낙했다.

 다만, 막상 영화를 보려하니, 필수품이라 할 만한 것을 준비하는 걸 깜빡했단 걸 깨닫는다.

 

 

 "팝콘이 없으면 영화 볼 준비가 됐다곤 할 수 없잖아!"

 

 

 내 안에서는 꽤나 중요한 안건을 꺼내 봤으나, 의외로 다른 멤버들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나 보다.

 기다려 줄 테니까 직접 갔다 오라는 말에, 다 모여있으니 누구 하나 같이 좀 가주면 어떻냐고 불평하려했던 그 때, 가만히 앉아 있던 츠유하가 천천히 일어섰다.

 

 

 "키요하루. 나라도 괜찮으면 같이 갈게…."

 "뭐, 진짜? 그럼 나 츠유하랑 같이 갔다올게~."

 

 

 이런 일로 츠유하랑 단 둘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얻다니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

 츠유하도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갈까?’하고 보드랍게 웃어 주었다.

 몇 분 근처의 편의점에서 목적했던 것들을 산 우리는 료타의 집을 향해 나란히 걸었다.

 

 하지만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가 되니, 자연히 걸음이 멈춰졌다.

 

 

 "……."

 "무슨 일이야, 키요하루?"

 

 

 딱히 의도적으로 멈춘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쇼핑도, 지금까지의 거리도, 셈해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라서… 왠지 갑자기 쓸쓸해졌다.

 다 같이 떠들썩한 것도 뭐 즐겁긴 하지. 하지만… 이렇게 단 둘이 지내는 시간이 끝난다고 생각했더니 뭔가 아쉬워서 멈춰버린 걸지도 모른다.

 

 

 "츠유하. 이거 현관에 놔둔 다음 빠지지 않을래?"

 

 마치 헌팅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말이었으나, 말을 되짚을 여유는 없었다.

 

 

 

 "응? 뭐 또 깜빡 안 산 거 있어?"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야. 짐 놔두고, 몰래 둘이 빠져나와서 놀러 나가자고."

 

 

 "그래도… 영화 보려던 거 아니었어?"

 "그럴 생각이었는데…, 왠지 그 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져서…."

 

 

 료타의 집까지 이제 곧인데 멈춰 서서 묘한 제한을 하는 날 바라보며, 츠유하는 당혹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랑 싸우기라도 했어?"

 "그런 것도 아닌데…."

 

 

 뭐라고 말하면 되지?

 솔직히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그 뒷말을 이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있잖아. 츠유하랑은 학교도 다르니까… 이렇게 편하게 못 만나잖아?"

 

 

 

 그러니까… 하고 작게 중얼거렸으나 역시 이 뒤에 뭐라고 해야할지 말이 막혔다.

 

 

 그냥 보고 싶으면 부르면 되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떼를 쓸 필요도 없는데.

 그런데 왠지 이대로 츠유하를 저 안으로 돌려보내는 게 아쉬운 그런 기분이었다.

 

 

 "꼭 그러고 싶어?"

 "응!!"

 

 

 딱 부러지게 말하는 내게, 츠유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 짐, 두고 가자."

 "어? 그래도 돼?

 "무슨 소리야. 키요하루가 꺼낸 말이잖아. 농담이었어?"

 

 

 허락을 말하고서, 걸음을 옮기는 츠유하의 등을 따라 나는 다급히 그 곂에 나란히 섰다.

 

 

 "농담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무슨 생떼냐고, 안된다고 할 줄 알았어."

 "키요하루….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어린애 같았는걸."

 "뭐?"

 

 

 츠유하는 입가에 손을 대면서, 조심스럽게 쿡쿡 웃었다.

 

 "난 안 된다는 말 한 마디도 안 했어. 좀 놀란 것뿐. 돌아오면 둘이서 다 같이 사과하자?"

 "~~~~~!!"

 "잠깐, 키요하루!"

 

 

 

 정신을 차리고 보니, 츠유하를 꼬오옥 끌어안고 있었다.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귀여워서! 대체 이 생물이 뭔가 싶을 정도로!!

 

 

 연상이라니 말도 안 돼. 정말 너무 귀여워! 조그매! 더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제 안에서 고스란히 쏟아나오기 전에 억지로 밀어넣고서, 나는 츠유하의 작은 몸을 내 팔안에 가둬넣었다.

 

 

 "뭐야, 키요하루. 괴로워…."

 

 

 당황해하는 목소리를 흘리면서도, 작게 몸을 뒤틀어 위치를 바뀌기만 하는 츠유하의 어깨 죽지에 머리를 묻으며 눈을 감았다.

 

 

 "츠유하…. 미안…. 뭔가 솟구쳐서."

 "솟구쳐…?"

 "응, 응. 뭔가 충동적으로 치밀어 올라서…."

 

 

 향긋한 샴푸 냄새에 그녀와의 가까운 거리를 괜히 더 의식하게 된다.

 

 

 

 "그래…, 키요하루…. 뭔진 알겠으니까 그만 놔줄래?" 

 

 

 답답하는 몸을 뒤트는 츠유하는 내 팔을 잡고서 몸을 떼려 들었다.

 

 

 "엣…."

 "엣이 아니라. 나 이런 스킨쉽 좀 거북해."

 

 

 "싫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면 끝이 없잖아? 그리고 짐 갖다두고, 놀러나가기로 했잖아."

 

 완전히 연하를 타이르는 듯한 어조에, 왠지 느긋하게 츠유하답다는 생각을 했다.

 

 

 "…놀런 갈 건데…. 짐도 갖다두고 올 건데…. 그래도 역시 조금만 더 이대로 있자."

 

 

 기가 막힌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지만, 그래도 그녀는 어쩔 수없다는 양, 몸의 힘을 빼고 내게 기대왔다.

 

 

 "정말 애도 아니고 응석받이라니깐…. 진짜 오늘은 왜 이래?"

 "음……, 딱히 이렇다할 건 없어. 츠유하를 보면 왠지 꼬옥 끌어안고 싶어져. 이렇게 거리가 전부 사라질 정도로 품 안에 가둬놓고서, 평소보다 좀 더 만지고 싶어져."

 

 "키요하루! 그런 말, 이런 데서 하지 마…."

 

 

 

 머리를 쓸어주면서, 귓불 위쪽을 가볍게 깨물었다.

 안심한 모양새로 몸을 맡기고 있던 츠유하는 놀란 듯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서, 거리를 벌리고자 네 가슴에 팔을 짚었다.

 

 

 "갑자기 왜…."

 

 

 어떻게든 품안에서 도망치고자 몸을 비트니까, 츠유하의 머리카락이 사락사락 흔들렸다.

 

 

 

 "갑작스러운 건 아냐. 츠유하가 이렇게 솔직하게 내 품안에 있어주는 건 드문 일이잖아? 그러니까 방심한 츠유하 잘못."

 

 

 놀리듯이 이마를 맞대자, 순간 츠유하의 어깨가 움찔하고 움츠려들었다.

 

 

 "이쪽에도… 뽀뽀 해줘…?"

 

 그렇게 작게 속상이자, 화끈하고 그 뺨이 붉어졌다.

 

 "아냐…. 이제 됐지? 놔줘."

 

 

 필사적으로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해보려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뭔가가 풀려나갈 거 같아서 무섭다.

 솔직히 평소엔 거의 이런 분위기가 되지 않는다. 만날 때도 모두 함께일 때가 많다.

 

 

 그거 자체가 나쁜 건 아니고, 나도 방과후 엔 무심코 그 녀석들이랑 같이 놀러 나가거나 먹고 놀며 지낸다. 그러니까 이렇게 단 둘이 되면 괜히 더 감정이 흘러 넘친다. 평소처럼 제대로 웃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을 정도로 긴장해서, 속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츠유하는 모르니까 알려주고 싶어진다.

 

 

 "키요하루….

 "……."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서, 그녀를 끌어 안은 팔에 힘을 실었다.

 

 

 "……."

 

 

 그녀는 그를 헤아린 듯 내 등을 몇 번이고 쓸어주었다.

 

 

 "가끔씩이라도 좋으니까, 이래도 돼…?"

 "가끔이 아니라도 괜찮아. 네가 주는 것들을 거부하진 않을 거야…."

 

 

 조금 소침해진 내 목소리에, 츠유하는 자상하게 위로하듯 속삭여줬다.

 

 

 "단지 이런 식으로 밖에서 갑자기 이러는 건… 역시 좀 곤란해. 받아들이긴 하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 부분은 노력하겠습니다…."

 

 

 츠유하의 귀여운 부탁을 들으며, 역시 내가 너무 치근댔구나~ 하면서 반성한다.

 

 

 아, 그래도 진짜 어쩌냐…. 짐을 갖다 두러 가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

 

 안심한 듯 내 품 안에 뺨을 기대오는 츠유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작게 숨을 내쉬며, 필사적으로 다시 흘러 넘치는 충동을 억눌렀다.

 

 

 

 

■ 시마 타카오미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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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유하."

 "으, 응."

 

 

 "츠유하."

 "……."

 

 

 몇번이고 이름을 부른다.

 소파에 엎드린채, 얼굴만 돌린 나는 몇 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반복했다.

휴일 오전, 사전 연락도 없는 상태로 그녀의 집을 찾아와, 단게 먹고 싶다는 말만 고했다.

 

 

 기숙사엔 사다둔 과자가 산더미처럼 있고, 휴일이니 역앞으로 케이크를 사러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 직접 만든 게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소우시의 집에 가서 만들어 달라고 하는 적이 많았지만 오늘은… 소우시가 집에 없었다.

 전에도 이른 시간에 물어봤더니, ‘요리는 예약제’라느니 뭐니 불평이었고…. 화내면 성가시니까 오늘은 상대를 바꿔봤다.

 

 "구운 사과, 금방 다 될 거야."

 "웅…, 고마워."

 

 

 부엌 쪽에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처음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녀도, 살포시 웃으면서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게 있다면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볼일은 간식뿐이야?"

 

 

 그렇게 묻는 그녀에는 조금 쓸쓸해보였다. 그녀는 그다지 욕심을 부리지 않기에, 하고 싶은 말을 삼켜버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단 걸 먹고 싶었던 건 사실이지만…, 당신을 만나고 싶었기도 해."

 "그런 거 솔직하게 들으니까… 예상보다 더 쑥스럽네…."

 

 "응. 그래도 이런 걸 원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 말 그대로 쑥스러워하며 시선을 돌리는 그녀를 보며, 기쁘게 해줬을까 하는 불안이 들었다.

 나는 그다지 요령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싶었다.

 단지 그 이상으로, 내가 그녀에게 원하는 걸 조를 때가 많았지만.

 

 

 "츠유하."

 "…응? 타카오미?"

 

 

 소파에서 응차하고 일어나 바로 앉았다. 조금 큼직하게 다리를 벌리자, 거기에 여유가 생겻다. 그 공간을 팡팡 두드리자, 예상대로 조금 곤혹스러워하는 그녀가 있었다.

 

 

 "여기, 앉아."

 "잠깐만, 타카오미. 저기, 구운 사과! 식기 전에 얼른 먹어줬으면 좋겠는데."

 "……."

 

 

 당황한 듯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그것을, 내 눈앞까지 갖고 온다.

 

 

 "응…. 알겠어. 구운 사과, 엄청 좋은 냄새가 나네."

 

 살짝 안도한 듯 한숨을 쉬고서, 그녀는 접시를 나한테 건넨 다음, 옆에 앉아 자기 몫의 접시를 들었다.

 

 

 "음…, 맛있네."

 "간단한 거라서 미안. 난 과자 같은 거 잘 안 만들거든…."

 

 "아냐, 충분해. 공을 들인 건 소우시가 만들어 줄 거야. 그걸 같이 먹자."

 "소우시랑은 같이 안 먹어?"

 

 

 "츠유하랑 같이 먹고 싶으니까 만들어 달랄 건데."

 "소우시가 좀 불쌍하네…."

 

 

 무슨 상상을 한 걸까, 츠유하는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하지만, 응. 소우시가 만드는 과자는 맛있을 거 같으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구운 사과와 같이 내온 홍차를 한 모금, 목구멍 안에 흘려 넣었다.

 

 

 

***

 

 

 "츠유하."

 "으, 응."

 

 

 "츠유하."

 "……."

 

 

 몇번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힐끔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지만, 그녀는 전혀 내 곁으로 오지 않았다.

 

 

 "저기, 구운 사과도 다 먹었으니까… 이제 이쪽으로 와."

 "소파는 타카오미가 독점했으니까, 같이 못 앉아."

 

 "네가 이쪽으로 오면, 같이 누우면 돼."

 "그렇게 넓은 소파도 아니야."

 

 

 소파에 누운 나와 거리를 벌리듯, 그녀는 테이블 저쪽 바닥에 앉은 상태였다.

 

 

 "이쪽으로 오는 게 그렇게 싫어…?"

 "싫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저기, 나 말이야…. 오늘 여기 단 걸 먹으러 왔다고 말 안 했나?"

 "구운 사과… 만들어줬잖아."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진 알고 있는 듯 했다.

 시선을 돌리는 그녀의 옆모습에서 살짝 보이는 귀끝이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츠유하."

 "하, 하지만… 타카오미는… 금방 만지려 드는 데다…키스 같은 걸 하잖아?"

 

 

 "만지는 것도, 키스도 받아들여 주는 걸로 보였는데…."

 "그러니까, 싫은 건 아니야. 싫은 건 아닌데…, 그게…."

 "……."

 

 

 무슨 말을 해야할지 찾지 못한 걸까, 그녀는 완전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알겠어…. 그럼 딱히 이쪽으로 올 필요 없어."

 "어…?"

 

 

 "대신 내가 그쪽으로 갈래."

 "타, 카오미…."

 

 

 소파에서 일어나, 조금 벌어져 있던 거리를 좁히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놀란 그녀가 돌아보기보다 먼저, 등뒤에서 팔을 감아 그녀의 시선을 내쪽으로 돌려놓고서, 그대로 살포시 바닥에 눕혔다.

 

 "만지는 것도, 키스하는 것도 싫진 않지만… 내 곁에 오는 건 망설여지다니…. 혹시 쓸쓸해져서 그래?"

 "……."

 

 

 "이런 식으로 츠유하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고, 너도 바쁜 일이 많으니까…. 가끔씩 만나면 참을 수 없게 돼서 잔뜩 만지고 그랬는데…. 내가 돌아가고 나면 오히려 그거 때문에 더 쓸쓸함을 느낀 거야?"

 "아냐…."

 

 

 기숙사에서 빠져나올 순 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순 없다.

 하지만 난 가끔 이렇게 만나,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으니까, 헤어지는 걸 쓸쓸하다고 여긴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혹시 지금까지… 내 생각만 하면서, 너를 만져온 걸까?"

 "타, 카오미…. 그런 게 아니야. 미안.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 부정하지만, 그녀는 눈을 꾹 감은 채 날 보려하지 않았다.

 

 

 

 "네 체온이 닿으면,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 만나지 못할 땐 쓸쓸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기에 즐겁게 널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내가 건드리려 하면…."

 "나도……."

 

 

 내 말을 가로막듯, 그녀는 내 품 안에서 제 팔을 살며시 뻗어, 내 뺨을 감싸쥐었다.

 

 

 "나도… 타카오미를 만지고 싶어…. 나 역시 가끔… 스스로 달콤한 걸… 먹고 싶어질 때도, 있어…."

 

 

 작은 입술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술이 자아내는 말은, 나를 더할 나위없이 뜨겁게 했다.

 

 

 "읏…. 그런 거, 좀… 치사하지 않아?"

 "뭐…? 웅……."

 

 

 뭐랄까, 그런 괜한 배려 필요 없는데. 그래도 그것이 참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내 뺨을 감싸안는 그녀의 손을 그 위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그대로 조금 느슨해진 그녀의 경계심을 피하듯 입술을 맞춘다.

 

 

 "웅…, 잠깐…. 읍…."

 "안 돼…, 후음…. 원하는 대로, 먼저 만졌잖아? 그러니까… 이번엔 내 차례야…."

 "읏…."

 

 

 호흡이 섞이는 거리에서 열을 섞어가며 그렇게 속삭이자, 그녀의 몸이 잠시 굳더니 천천히 힘이 빠졌다.

 어쩌면… 부정은 했지만, 역시 그녀는 쓸쓸함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실은 계속 이 달콤한 열기를 느끼고 싶었다.

 

 

 "츠유하…. 좀 더… 줄래?

 

 

 달콤하고도 달콤한 시간을, 내게….

 

 

 

 

■ 칸다 치아키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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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야. 절대 그것만큼은 무리야!"

 "엣…."

 

 

 왠일로 츠유하가 확실하게 거부했다.

 

 

 평소 얌전……하진 않나?

 얌전을 가장하고 있는 츠유하치고는 드물 정도로, 그녀는 고개를 붕붕 가로 저었다.

 

 

 "오늘은 나한테 맞춰주기로 약속했잖아…."

 

 "그건… 그래도 무리야. 미안, 그래도 난…."

 

 말끝을 흐리며,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몰라 헤매는 츠유하의 의외의 모습에, 왠지 그녀가 싫어하는 이유를 알 거 같아졌다.

 

 

 

 "하지만 이거 봐. 이렇게 보드랍고 귀여운데?" "귀여운 건… 인정하지만… 만지고 싶진 않아."

 "츠유하가 안아보면 굉장히 그림이 될 거 같은데…."

 

 나는 짐짓 실망한 어조를 꾸미며, 그녀를 향해 뻗은 손을 다시 내쪽으로 돌렸다.

 

 

 

 "이거 봐. 이렇게 작고 부드러운데. 어디가 무서운 거야?"

 "작은 것도…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도, 귀여운 점도 전부 무서워."

 "……."

 

 

 귀여운 점도 무섭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잘 모르겠다.

 

 

 

 내 손 안에 담긴 햄스터를 보며, 츠유하는 전에 없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었다.

 애초에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금 이상황을 설명하자면…. 아니 애초에 설명할 정도의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녀와 얼마전부터 약속했던 데이트 날.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떠들썩하게 노는 일은 많았지만, 이렇게 단 둘이 나오는 일은 정말 손꼽힐 정도였으니, 모처럼이니까 커플다운 데이트를 해보자~는 나의 제안을 그녀는 그닥 내키지 않아 했다.

 

 

 평소부터 조용한 환경을 즐기는 츠유하니까, 사람 많은 곳엔 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걸 뭐, 간단히 말해 교묘하게 꼬셨습니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

 

 

 "나 역시 츠유하랑 함께 느긋히 지내는 건 좋아. 역시 네가 나한테 관여하고 싶어하는 건, 응… 쑥스럽긴 하지만 역시 기뻐.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안심이 돼. 끌어 안거나, 거리를 좁히는 그런 것도 엄청 행복해! 하지만…! 너와 좀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싶어. 진부하지만 유원지 데이트도 좋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좋아. 그런 별거 아닌 시간들을 잔뜩 함께하고 싶어. 그런 걸 원하는 건 안 될까?"

 

 뭐, 이 한마디로 끝냈다.

 잠깐 짬을 내 숨을 쉬긴 했지만, 한마디는 한 마디다.

 ……이렇게 덧붙여봤지만, 한마디는 아니긴 하네. 뭐, 어때.

 

 

 

 연기 섞인 주장인 건 눈치챘겠지만,  츠유하한테도 조금 죄책감은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너무 많지만 않으면, 이란 조건으로 놀러갈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희망으로 펫샵에 왔는데…

 들어서자마자 내내 안절부절 못해하던 츠유하는 동물과의 교감 코너에 들어서자마자 내 옷을 잡아당기며 새파래진 얼굴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기, 츠유하. 동물 자체가 전부 싫은 거야?"

 "싫은 건 아니야…. 그냥 만지는 게 무서운 것뿐."

 

 

 내 옷을 잡아 당기며, 완고하게 눈을 감은 츠유하를 돌아본다.

 음…, 동작이 너무 귀엽다. 겁먹은 모습도 귀엽다. 뭐, 이렇게 생뚱 맞은 감상을 품었다.

 

 

 

 펫숍에 가기로 했을 때도 조금 동요하는 모양새를 보이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겁 먹을 줄은 몰랐다.

 

 

 "그럼 강아지나 고양이도 안 돼? 이렇게 잽싸게 움직이지 않을 텐데?"

 

 

 시선 끝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햄스터를 붙잡고자 내가 손을 뻗자, 그것도 막는다.

 

 

 "치, 치아키…. 안 돼.잡으면 안 돼…."

 "츠유하…. 알겠으니까, 그렇게 잡아당기지 마…."

 

 

 귀엽지만…,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저기 말이야…. 햄스터도 보고 있기만 하는 거라면 괜찮아. 귀엽다고 생각해."

 

 

 하지만… 하고 그녀는 말을 잘랐다.

 

 

 

 "보드랍고 따스한게 괜히 더… 살아있단 걸 실감하게 돼서…, 더 더욱 만지는 게 무서워져."

 

 

 그렇게, 간신히 말을 쥐어짜내는 츠유하의 모습에, 이번엔 내가 말이 막혔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무서운 거였구나."

 

 

 동물이 거북한 사람은 있다.

 동물 때문에 혼이 난 적이 있다거나, 알레르기 때문이라거나…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다 같이 좋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아있는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 무섭다는 이유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작으면 괜히 더… 만졌다가 망가트릴 거 같아서… 무서워."

 

 꼬오옥, 내 옷을 쥔 츠유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알았어…. 밖으로 나가자."

 

 

 

 

 가게를 나와, 인파를 피하듯 역앞에서 떨어진 조용한 주택가로 향했다.

 찬찬히 내 뒤를 따라오고 있지만, 츠유하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어딘지 풀 죽어 있었다.

 

 

 "저기, 츠유하…. 다음엔 수족관 안 갈래?"

 "뭐…?"

 

 

 딱 멈춰 서서, 츠유하를 돌아보자, 그녀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결국 자기 때문에 가게를 나오게 됐다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치아키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뭐, 확실히 기대하긴 했지. 동물도 꽤 좋아하니까~."

 

 

 "미안…."

 "아. 잠깐, 잠깐. 딱히 책망하는 거 아냐."

 "그래도…."

 

 

 "이야긴 끝까지 들어줄래? 기대하고 있었어. 동물도 좋아해. 하지만 츠유하도 같이 즐겨주지 않으면, 나도 즐겁지 않아."

 "……."

 "그러니까 다음엔 같이 수족관에 가자. 무서워지면 금방 나와도 좋아. 조금씩, 무섭지 않단 걸 알아가는 건 어때?"

 

 나를 올려다보는 츠유하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리더니, 뭔가 말하려는 듯 그 작은 입술을 열었다.

 

 

 "조금씩이라도… 돼?"

 "물론이지."

 

 

 흔들리던 눈동자가 곧장 나를 바라보는 그게… 너무나 기뻐서… 츠유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내가 이렇게 너를 만지며 안심할 수 있는 건… 네가 따스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괜찮아. 분명 무섭지 않단 걸 알게 될 거야."

 부드러운 뺨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턱을 따라 손을 움직이자 츠유하는 간지러운 듯 목소리를 흘렸다.

 

 

 "저기, 츠유하. 너도 날 만지면 따스하다고 생각해?"

 

 

 내 손바닥을 받아들이듯, 츠유하도 찬찬히 내게 손을 뻗어왔다.

 그리고 조금 조심스럽게, 내 다른 쪽 손을 건드리더니 손가락을 얽는다.

 

 

 "따스해…. 치아키는 항상 굉장히 따스해서… 안심이 돼."

 "응…. 잔뜩 안심해줘."

 

 그대로 목덜미 쪽으로, 뒷목 쪽으로 손가락을 옮겨, 그녀를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잠깐 치 아——"

 

 

 놀란 듯 내 이름을 부르려 하는 츠유하를 천천히, 내 가슴께로 끌어 당기고서… 그대로 그녀 위로 그림자를 떨구었다.

 

 

 

 "츠유하…. 나도 안심시켜 줄래? 네 체온을 잔뜩 느끼게 해줘."

 

 그렇게 느릿하게 속삭이자, 그녀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더니 나를 받아들이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치카와 츠유하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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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없는 방에서,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파묻고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창을 통해 비쳐들어오는 저녁놀이 조금 눈부셨다.

 

 

 "꿈을 꾼 걸까…?"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너무나 잔혹한 꿈을 꾸고 있었던 거 같았다.

 그저 한없이 자신을 얽매는 그 달콤한 울림은, 나 자신이 진심으로 갈구하고 있던 거였으니까….

 

 

 당황해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 부정하지만, 어딘지 마음은 고양되어 있었다.

 당신의 그, 황홀 어린 시선은 이렇게나 내 마음을 채워준다.

 

 

 "사실은 내 쪽이 당신을 얽매고 있어."

 

 

 

 잃는 것이 무섭다. 나는 이미… 당신의 그 열기를 알아버렸으니까. 이제 와서 손 놓을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얽매는 잔혹한 말을 거듭 읊는다.

 

 

 

 이대로, 영원히 함께…….

 부탁이야, 나를 놓지 말아줘…….

 

 

 

 

 

 

 

 

 

 

 

Posted by 1112431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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