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는 홀로 남겨진 듯한 암석의 언덕이었다.
메마른 수풀이 흩날리고, 모래가 튄다.
타마모 씨가 홀로 남겨진 사이노카하라와 몹시 닮아 있었다.
그는 계속 기다려 왔던 거겠지.
이런 차가운 장소에서, 몇 천년이고.
저주에 걸린 자신이라도
괜찮다고 말해 줄 사람을.
「우, 우우…….」
입맞춤 도중 깨달은 것이 있었다.
괴로운 듯 일그러진 얼굴에, 혈색이 돌아와 있다.
(이건… 역시…….
키스 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기운을 나눠 줄 수 있다고 말한 건… 분명 사실인 거야.)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음을 담아 입맞춤을 계속한다.
「망할…. 타마모! 정신 차려!!
그 남자는 적이라구! 이누가미의 후예라고!! 」
남자는 필사적으로 피리를 불고 있다.
더 이상 음색도 뭣도 아니라, 머리가 깨질 듯한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젠장…, 시끄러워…!! 정신 산만해지니까…, 그만두라고! 부르지도 못 하는 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타마모 씨의 어깨가 흔들렸다.
(쓸데 없는 생각을 해서…!?
죄송합니다. 진지하게 키스하겠습니다…!!)
「웅……….」
잠꼬대같은 목소리가 들려와서, 몸을 일으킨다.
다급히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 눈에 생기가 깃들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타마모 씨! 저에요!!」
「큭…….」
피리를 계속 불고 있는 탓에, 그 녀석은 말을 걸 수 없다.
그 틈을 타, 어깨를 흔들어 격하게 말을 건다.
「어라…? 료 군……?」
「읏……. 다행이다!! 타마모 씨…!!」
그 즉시 꽈악 끌어 안는다.
그 몸이 따스한 것, 곤혹스러운 듯 내 몸을 감싸안아 준 것.
머리카락의 냄새나 옷의 촉감이, 어쨌든 뭐든 기뻐서.
짜부라질 정도로 세게 끌어 안는다.
「젠장! 어째서?! 타마모! 내 말을 들어!!」
귀에 익은 피리 소리가
안심한 내 귀에 재차 들리게 되었다.
모처럼 타마모 씨가 의식을 되찾았는데
또 타마모 씨가 조종 당해서야 곤란하다.
피리를 빼앗기 위해, 뛰려 하던 그 때.
팔을 잡아 당기는 손길에, 거꾸러졌다.
「타마모 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 피리는 위험하니까, 되찾아 오겠습니다.」
「잠깐만. 이건 어떻게 된 상황이야?」
(다행이다…. 타마모 씨가 말을 하고 있어!)
겨우 그만한 사실에 눈물샘이 폭발할 것만 같다.
젖은 눈물을 소매로 닦고서, 남자를 가리킨다.
「설명하면 기니까 나중에 해도 되겠습니까?」
「…一.」
타마모 씨는 멍청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몇 초 뒤, 표정이 싹 달라졌다.
「…….」
「정신 차려! 오오가미는 네 천적이라구
그런 녀석이랑 들러붙어도 되는 거야?! 엉?!」
「…….」
「구미호나 되는 녀석이 무슨 꼬라지야!!
그런 풋내나는 애송이랑 놀아나다니 부끄럽지도 않아?!」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로
지금도 필사적으로 피리를 불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것은
타마모 씨의, 싸늘한 얼굴을 보면 명백했다.
(피리를 부는 것에 열중해서… 안 보이는 건가?
하긴, 이성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괜찮겠어.)
안심하고 새삼 타마모 씨를 돌아보자
어느샌가 그의 시선도 나를 향해 있었다.
너무나도 진지한 시선에 말을 잃는다.
「료 군, 나 무슨 짓을 했어?」
말을 흐릴 뻔 했으나,
진실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 성의라고 판단했다.
「알겠어.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얼어 붙고, 남자는 피리를 불 수 없게 되었다.
「잘도.」
타마모 씨가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 몸은 이미 요괴화되어 있었지만
서서히 금색으로 빛나고
발치의 그림자가 대지를 뒤덮을 듯이
주위로 번져 나갔다.
그 그림자는 9개의 꼬리가 있는, 거대한 여우의 모습이었다.
타마모 씨가 한 발짝 나아갈 때마다, 남자는 한 발짝 물러선다.
그것을 몇 번 거듭하자니,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주저 앉아, 입을 뻐끔거리며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기만 할뿐.
하지만 나도, 거의 그와 같은 상태에 빠져 있어서
「아아, 생각났어.
나는 그 피리에 놀아나고 있었지.
네가 그 피리를 훔쳤었구나.
료 군의 방에 묘한 장치를 한 것도 너지?
그보다…, 너… 나랑 사귀었던 그 애지?
지금 깨달았어. 미안.
어째서 그런 짓을 했어?
나를 되찾고 싶었어?
그런 걸 위해 료 군을 상처 입혔어?
상처 입은 건 나지만…….
너 때문에, 상처 입은 것은 내가 되고 말았지만!!
네가 그 피리를 불어, 료 군을 공격하게 한 거지?!」
아플 정도로 공기가 떨리고, 밤인데도 새들이 단 번에 훼를 치며 날아 올랐다.
나도 피리남도 1m도 움직일 수 없는데.
「용서 못해.
그 때는 환각으로 끝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못 해.
오장 육부를 썩게 만들어 주지.
말했지? 생애 저주할 거라고.
저주해 줄게. 다음 생애까지.」
타마모 씨는 새카만 그림자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서
망자처럼 피리남의 앞에 서 있었다.
겁에 질린 남자는 금방이라도 흰자위를 보이며 기절할 것만 같았다.
「널 위해서… 헤어진 건데.」
「……!」
(……!!)
타마모 씨가 낫 같은 손을 처들자,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자자, 자. 거기까지.」
손뼉을 짝짝 울리는 소리에, 오들오들 눈을 뜬다.
얼빠진 목소리의 주인은 아베노 씨였다.
그는 음기를 두른 타마모 씨에게, 태연히 다가가 머리를 때렸다.
「이봣. 안돼지. 살생은.」
「…….」
「봐. 료 군도 그도 겁에 질려 있잖아.
아니면 네가 일본을 멸망시키는 모습까지
그에게 보여 주고 싶어?」
(이, 일본을 멸망시켜!?)
「…….」
「료 군도 불쌍하게…. 이렇게 상처 투성이가 다 되고….」
아베노 씨는 이번엔 내 쪽으로 걸어와서
흙먼지 투성이인 몸을 툭툭 털어준다.
「아, 있다. 이거….
참나…. 왠지 료 군, 최근 개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정체는 이거야…. 나도 참 눈치를 못채다니.」
아베노 씨는 내 가슴 주머니 속으로 난폭하게 손을 집어 넣더니
부적을 몇 장 꺼냈다.
「앗…! 그건.」
(그 녀석이 오니를 퇴치했을 때 썼던 거…!)
아베노 씨의 손에 있던 그것은 어떠한 영문인지 갑자기 불타기 시작했다.
「이 부적은 말야, 이누가미의 피를 바른 페이크야.
갖고 있는 사람이 대역이 되는, 요컨대 짚인형 같은 거지.
그러니까 이 부적을 갖고 있는 동안엔 타마모의 표적이 되고 말아.
알겠어…?」
「그건 즉… 저는 이누가미의 후예가 아니라는… 소리인가요?」
「그래.」
아베노 씨의 웃는 얼굴을 본 나는….
1. 아베노 씨를 끌어 안는다
2. 타마모 씨한테로 달려간다. (호감도 +5)
3. 남자를 패러 간다.
「다행이다…!!」
「…….」
타마모 씨의 눈은 아직 번들거리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끌어 안았다.
「하지만 료 군이 미끼가 되어준 덕분에
주범을 찾아서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