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열전
<천재 프로그래머 나오야 씨>
『프로그램에 「사교의 관.exe」가 추가되었습니다.』
아키하바라에서 수동 충전기를 손에 넣은 다음, 아츠로우의 COMP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 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표시되었다. 카즈야나 유즈의 COMP에도 동시에 그 기능이 인스톨 되었다.
「나오야는 프로그램 만드는 게 빠르구나.」
새로운 기능을 확인하면서 카즈야는 감탄한 듯 말했다. 악마 소환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COMP의 갖가지 기능은 전부 나오야가 만든 것이다. 기동한지 아직 하루도 안됐는데, 라플라스 메일, 선제 발동 스킬, 스킬 크랙, 데빌 옥션 등등 프로그램은 속속 들이 추가되고 있었다.
카즈야의 말에 아츠로우는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편다.
「후후후훗, 나오야 씨는 천재니까 말야. 이 정도 쯤, 그 사람한테는 식은 죽 먹기지.」
나오야를 사부로 모시는 아츠로우에게 있어, 나오야에 대한 칭찬은 자신을 칭찬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보다 나오야 씨는 어디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야? 집에는 계속 안 돌아 갔잖아?」
유즈는 고개를 갸웃한다. 전에 나오야의 집을 방문 했을 때, 우편함에 잔뜩 쌓인 신문들이 나오야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넷카페 같은 데 아냐…?」
새로이 추가된 COMP의 기능을 확인하면서, 카즈야가 중얼거린 말에, 아츠로우는 조금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녹색 망토를 부른 장신의 남자가, 딸깍딸깍 게다 소리를 내면서 어두침침한 넷카페 안을 활보한다. 악마를 소환하거나, 합체하거나 하는 기묘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음료가 프리가 아니라고? 작금의 넷카페에 그런게 가당키나 하나?』하고 혀를 차는….
(왠지 그럴싸한데…….)
아츠로우는 기분 나쁜 상상을 걷어낸다.
그리고 그 때, COMP를 만지작 거리고 있던 카즈야가 소리를 냈다.
「아, 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모양이야.」
「에? 벌써?」
정말로 빠르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츠로우도 자신의 COMP 화면을 들여다본다. 미독 시스템 메일이 한 통 표시되어 있다.
아츠로우는 메일을 연다.
「프로그램에『나오얀의 기상 알람 보이스』가 추가 되었습니다.」
「나오얀?」
거기에 쓰여져 있는 말에, 아츠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나오야 씨 말하는 거지?)
의문으로 여긴 것은 아츠로우 뿐만이 아니라, 옆에 있던 유즈도 「뭐야, 이거?」하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카즈야만큼은 딱히 놀라는 모양새가 없다.
(카즈야 녀석, 진짜로 감정의 동요가 적다니깐.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는 모습도 없고.)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나오야 씨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츠로우는 시험삼아 『나오얀의 기상 알람 보이스』를 기동해 본다.
COMP에서 나오야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카즈야. 아침이다. 일어나라. 오늘부터 너는 마왕이 되는 거다.』
『오늘 아침 식사는 네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다. 바깥은 부들부들, 안은 조금 걸죽걸죽, 설탕을 많이 넣어 달게 만들어 뒀어. 그걸 먹고 나서, 마왕이 되는 거다. 』
『카즈야. 아직도 안 일어나는 거냐. 정말이지 별 수 없는 녀석이로군. 그렇게 마왕이 되는 것이 싫은 건가? 그러면 벌을 받아야겠군……….』
채앵!!
「?!」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아츠로우는 돌아본다.
카즈야의 발치에, COMP가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좀 전의 소리는 단순히 떨어트린게 아니라, 내리친 듯한 소리였다.
「왜, 왜 그래. 카즈야?」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들여다보는 유즈에게, 카즈야는 고개를 저어가며 대답한다.
「후후. 괜찮아, 유즈. 옛날 나오야가 우리집에서 살던 시절 일이 생각나서.」
상당히 경직된 웃음이었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대체 나오야 씨랑 살면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지만 왠지 파고 들어선 안 될것만 같아서, 아츠로우는 그 이상 깊이 묻지 않았다. 그 수간, 아츠로우의 COMP에서 전자음이 울린다. 화면을 보자, 또 기능 추가 통지가 와있었다.
『프로그램에「나오야 씨의 내맘대로☆다이어리」가 추가 되었습니다.』
「내맘대로☆?」
왜 『☆』인거냐……. 아츠로우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으나, 일단 새로이 추가된 기능의 헬프 창을 열어 본다.
설명에 따르자면, 이것은 나오야의 일기를 표시하는 기능인 모양이다.
(일기……!)
COMP를 쥔 아츠로우의 손에 힘이 실린다. 나오야의 일기를 읽으면, 악마 소환 프로그램의 구조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츠로우가 은밀히 지향하고 있는, 악마의 완전 제어의 길이 가까워 진다!!
바로 프로그램을 기동시켰다. COMP 화면에 날짜와 그 날 일어난 사건 기록이 표시 되어 간다…….
「○월 X일. 오늘도 상문회 녀석들이 엄청 짜증이었다. PC로 게임을 하고 있자니,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이라고. 너무 울컥해서 산책하러 나가자, 카즈야의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도 그 녀석은 마음에 들어하는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카즈야, 잘 어울린다.」
「○월 X일. 오늘은 흐림. 흐린 날은 기분이 울적하지. 기분 전환 삼아 산책하러 나갔더니, 카즈야의 모습을 발견했다. 조금 기운이 났다. 좋아~, 오늘도 힘내서 프로그램을 짜자구.(♡). 그 녀석이 훌륭한 마왕이 될 수 있도록.」
「♡월 X일. 최근 카즈야가 정해진 시간에 지나가는 길을 알아냈다. 분명 하교 시간이겠지. 그렇지. 앞으로는 매일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가서, 그 녀석이 제대로 학교에 다니는 지 아닌지를 확인하자. 그러고보니 옛날, 그 녀석이 학교에 가는 것이 걱정되서 항상 남몰래 미행….」
채앵!!!
「?!」
또 옆에서 울려 퍼진 소리에, 아츠로우는 고개를 돌린다. 카즈야의 발치에, 다시 COMP가 떨어져 있었다.
「카, 카즈야?」
불안해 하는 유즈를 보며, 카즈야는 명백하게 거짓 웃음으로 답한다.
「후, 후훗. 시, 신경 쓰지마 유즈. 또 옛날 일이 생각난 것 뿐이야.」
그리고 천천히, 내동댕이친 COMP를 다시 주워든다. 그 얼굴을 새파랗고, 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정도로 동요하는 카즈야를 보는 것은 아츠로우도 유즈도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나오야 씨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너!)
아츠로우로서는 신경 쓰인다. 엄청 신경 쓰인다. 하지만 물어 보는 건 왠지 무섭다!!
갈등하고 있자니, 3번째 전자음이 들렸다.
「또 기능이 추가 된 거야? 아무리 그래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너무 빠르잖아…….」
화면을 바라본다……….
『프로그램에「두근두근♪스위트 러브」기능이 추가 되었습니다.』
「두근 두근?」
헬프에는 「스위트처럼 달콤한 연애 어드벤쳐를 즐길 수 있다구☆」라고 적혀 있다. 마찬가지로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카즈야와 유즈는 머리에 ? 표시를 띄우고 있다. 아츠로우라면야 연애 어드벤쳐가 어떤 게임인지 바로 알 수 있으나, 카즈야나 유즈는 영 모르는 모양이다.
일단 기동해 본다.
「아츠로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프로그램 사용법, 전혀 모르겠는데.」
유즈와 카즈야가 아츠로우의 COMP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오프닝 씬이 시작되었다.
유즈 『자자. 일어나.』
휘익.
오늘도 여동생 유즈가 이불을 잡아 당겨서, 내 안온한 수면은 허공 저너머다.
카즈야『참나. 유즈는 난폭하다니깐.』
유즈『오빠가 안 일어나니까 그렇지.』
「여, 여동생?! 왜?!」
그 말과 동시에 뻗어져 나온 유즈의 펀치가 아츠로우의 관자놀이를 직격한다!!
「크억……?! 나, 나한테 묻지마…….」
(그보다 소매코, 너. 대체 언제『혼신의 일격』같은 걸 배운 거야…. 아니, 지금 건 오히려『절묘타』인가……?_
유즈의 전투 스타일이 마법 중심이라는 것은 분명 뻥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어, 어쨌든. 이어서 플레이 해보자…….」
급소를 직격한 일격으로 멀어져 가는 의식을 근성으로 붙잡고, 아츠로우는 COMP를 조작한다. 어쩌면 이 게임의 진행 속에 나오야의 메시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플레이 하지 않으면…….
카즈야『위험해! 이대로는 지각이야.』
유즈『오빠가 계속 꾸물대니까 그렇지!』
나와 유즈는 다급히 통학로를 달린다.
퍼억! 아얏! 모퉁이에서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마네『당신은…….』
부딪친 상대는 어제 나와 같은 반으로 전학 온 아마에다.
나는 부딪친 그 상태로 저도 모르게 아마네를 밀쳐 넘어 뜨리고, 그 가슴에 손을 대고 말았다.
아마네『……….』
아마네의 뺨이 희미하게 붉어진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카즈야『미, 미안…….』
아마네『미안하다고 생각하시면 구세주가 되세요.』
「뭐야, 그 뜬금 없는 흐름!!」
무심코 아츠로우가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딴죽을 걸고 있을 경우가 아니었다. 아츠로우의 등 뒤로 무시무시한 노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왜 카즈야가 아마네랑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나, 난 몰라! 만든 사람은 나오야 씨잖아……. 부, 불꽃의 난무는 하지 말래두! 뜨거! 앗 뜨거!!」
유즈가 마력으로 만들어낸 불꽃이 아츠로우의 몸을 태운다. 전언철회. 역시 유즈는 마법전 타입이라고 생각하는 아츠로우였다.
카즈야『후우. 겨우 안 늦었네.』
유즈『아슬아슬했어…….』
나와 유즈는 닫히기 직전의 교문을 빠져 나와,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서, 학생회장인 나오야를 만난다.
나오야『정말이지. 오늘도 지각인가, 카즈야. 여기, 넥타이가 삐뚤어져 있군.』
나오야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내 교복 넥타이를 고쳐 주었다. 갑작스러운 대접근에 무심코 나는 두근하고 말았다.
「여기서 나오야 씨의 등장?!」
왠지 좀 전부터 자신이 딴죽 캐릭터같은 것을 아츠로우도 자각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이 전개는 딴죽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왜 공략캐 같은 등장인데, 나오야 씨?!)
하지만 이 이상한 전개는 오타쿠 지식이 적은 카즈야나 유즈는 잘 모르는 모양인지, 두 사람은「아, 나오야다.」「헤에.」등등하고 거의 스루하고 있었다.
넥타이를 다시 묶어준 나오야는 내게 미소를 지어 준다.
나오야『너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내가 없으면 안되는군. 그래서야 훌륭한 마왕은 못 돼. 좋아. 오늘부터 내가 직접 개인 교습을 봐주마. 마왕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말이야.』
채앵!!!
카즈야가 아츠로우의 COMP를 갑자기 내동댕이쳤다.
「내 COMP가아아!!」
「미, 미안. 아츠로우. 왠지 엄청 소름이 돋아서…….」
아무래도 거의 조건반사적인 행동이었던 모양이다. 카즈야는 고개를 숙여, 아츠로우의 COMP를 주워 든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써먹을 데 없는 기능이 대량으로 추가된 COMP를 향해, 유즈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보다 말이지……. 나오야씨 혹시 한가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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