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Cage/SS] UNTIT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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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2일
이시마츠 생일축하 SS
Love 루트 엔딩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 UNTITLED 】

 사이키 진을 뒤쫓아, 외국과 일본을 오가는 생활은 이제 슬슬 1년에 이른다.
 놈이 오래간만에 자택으로 돌아간다는 정보를 손에 넣었기에, 나도 도쿄로 돌아 왔다.
 하지만, 사이키 저택의 경비는 전보다 강화 되어 있었다.
 내가 사전조사를 해뒀던 장소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검은 양복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원수를 눈 앞에 두고서, 또 다시 놓치고 말았다.
 사이키 슌이 죽고 나서, 녀석은 점점 더 신중해진 모양이다.

 그날 이후.
 사이키 그룹을 떠난 이래, 나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복수는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이 그것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투숙하고 있던 방으로 돌아 왔을 때,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했다.
 마치 누가 억지로 비틀어 연 것처럼.
 이런 현상은, 아침에 나갈 때는 없었다.

 엄중히 문을 잠구고, 웃옷을 벗는다.

 뒤져봤자 헛수고일 것을.
 이제 내게는 아무 것도 없다.

 방안을 둘러 보지만, 별반 달라진 곳은 없다.

 도청기나 도촬기 같은 것도 없었다.

 기분 탓이다.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더 더욱 신중해진 모양이다.

 적당한 호텔을 준비했건만, 예상보다 건물노화가 심했던 모양이다.
 문도 벽도 간단히 간단히 허물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긴했지만, 문 손잡이조차 이러면, 역시 이래서야 검은 양복들이 냄새를 맡았을때 성가셔진다.
 그리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주의를 거듭해서 손해볼건 없다.
  이틀 더 머물 예정이였지만, 만약을 위해 내일 아침에는 체크아웃 하자.

 창문의 잠금을 확인하고 나서, 욕실에 들어갔다.
 칼을 손질하고, 그 뒤 팔굽혀펴기와 복근 운동.
 그리고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운다.
 평소와 다를바 없는 스케쥴이였다.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도, 방에 혼자인 것도, 식사가 무미한 것도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

 커튼과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바라본다.
 달아오른 몸에 냉기가 기분 좋아서, 눈을 가늘게 뜬다.
 바람이 불어도 성가시지 않다.
 짧아진 머리도, 털이 없는 웃옷도.

 눈을 감고, 떠오르려 하던 망할 꼬맹이의 기억을 한 구석으로 밀어낸다.
 이제 떠올릴 필요는 없다.
 끝난 일이다.
 그 녀석의 일은.
 죄악감도 동정도, 꺼름측함도, 아주 약간 그 곁이 편했던 것도, 이제 잊어야할 기억이다.

 빌딩 사이로, 하늘 끝 뿌리가 밝아지기 시작하는게 보였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는 타는듯한 붉은 빛이였다.

――― 아침노을이였다.

『그거……, 복수잖아……』

 그 녀석이 내 앞에 서서, 울었을 때의 하늘이다.
 내가, 콘노를 찔렀던 그 때의 하늘이였다.

「……」

 슌과의 기억은 잊기로 하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리하는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녀석에 대한 기억은, 그처럼 처리할 수 없었다.

『나한테, 불모하다고 말했던 거잖아……』

『그런데……, 왜 넌 하려는건데……』

 몇 번이나 시험해보았다.
 사이키 그룹을 나오고 나서 1년,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잊으려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몰아내고 몰아내도, 그 기억은 다시 돌아오고 돌아와서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떠올리고 있다.

 기억 속의 그 녀석은, 항상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

 그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나는 지니고 있지 않았다.

 ――― 이 풍경 속, 작은 집 어딘가에 아직 살고 있을까.

 아직도, 그 작은 택배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걸까.

 이사라도 간 거라면, 여기서 보이는 위치에 있을까.

 가족의 그림자를 끌어 안고, 어디선가 혼자서 살아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결혼해서 아이라도 가졌을까.


 ――― 행복해졌을까.

『어째서 가족을 죽일 필요가 있었던건데?!』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다. 콘노 텟페이.

 눈을 감는다.

 흘러 넘치려 하는 감정을 밀어 넣는다.

 그것들을 막아 가두고 있는 것은, 작은, 정말로 작은 균열만으로도 싱거이 와해된다.
 지금의 균열은, 사이키 진 암살이 지극히 어렵기에 나오는 나약함이다.

 과거 한 때, 그 균열은, 하잘 것 없는 남자가 내놓은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래, 혹은 아니.
 그 어느 한 마디, 고작 그 한 마디를 바라고 있던 것 뿐이였는데.

 주지 못했다.

 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단 한마디 말조차도.

「……」

 시선을 떨구자, 벽가에 북 스탠드가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문이나 북로그를 비롯한 몇 여 권이 놓여져 있다.

 창턱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히며 신문을 든다.
 항상 읽던 신문은 아니였지만, 적혀 있는 기사는 어디든 대개 마찬가지다.
 문득 시선을 들어 기사 위쪽을 바라보자, 날짜는 1월 22일이였다.

……내 생일이였다.

 생일이라고해서 이렇다 할 건 없다.
 나이를 하나 더 먹은 것 뿐이다.
 수명이 또 하나 줄어든 것 뿐이다.

 오래전, 양친이 살아있던 시절, 축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일이니까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지만, 그 무렵엔 확실히 행복했다.

 새하얀 케이크, 색색의 과일.
 단 것이 싫다고 말했는데, 매년 항상 준비해 주었다.

 요네쿠라 할망도, 내가 집을 뛰쳐나가고 나서도 매년 생일날 택배를 부쳐줬다.

 안에는 확실히, 일용품만 들어가 있었다.
 생일날 말고도 택배는 보내줬지만, 생일 날때는 특별하게 내용물이 호화로웠다.

 축하한다는 카드와 함께.

 올해도 으레 그렇듯이 보내왔다면, 반송되겠지.

「……」

 하늘을 올려다보자, 아침노을의 색채가 진해져 있었다.

 콘노 텟페이.

 그 녀석은 아직 나를 저주하고 있을까.

 나를 뒤쫓고 있을까.
 나처럼 복수를 맹세하고, 그것만으로 살아 가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걸어온 길과, 똑같은 길을 걸으려 하고 있는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때 해주지 못했던 말을.
 지금이라면 해 줄 수 있을까.

 내가 했던 일은, 옳았던걸까.
 한번 그 녀석을 죽여, 그 녀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던걸까.
 그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였을까.

 그 녀석의 참 된 행복은, 뭐였던걸까.

 내 에고에 짓눌려, 모든 것을 잃은, 콘노 텟페이.

 나는 본디, 네게 죽임당해야 한다.
 
 신문을 내려다 보자, 작은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쿠로이누 택배가 점포를 확대한다고 하는 광고였다.

 신문을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이제 그만두자.
 더 이상 생각 하지마.
 잊는 것은 무리래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 것은 가능하겠지.

 나는 아직,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빼앗겼던 목숨에 합당할 뭔가를, 아직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부모님의 원수. 아버지. 어머니. 두 사람의 원통함.

 그렇다. 생각해봤자 헛수고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몇 번이고 거듭했던 갈등일텐데도, 언제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만다.

 방을 나설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선다.

 콘노 텟페이와 나를 잇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요네쿠라 할망과의, 연락 수단마저 끊었다.

 나를 아는 자 전부, 내가 아는 자 전부와의 관계를.
 나는 모두 버렸다.

 나는 사이키 진을 죽이기 위해 살아 있다.
 그것만을 위해 살아 있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은, 나의 업(業)이다.
 그러니 역시, 나는 괴로워해라.

 죽인 사람들의 무게만큼, 괴로워하며 죽는 것이
 나의 숙명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