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rom High School Student 】
Love 루트 엔딩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쿨비도 첫 클로우즈네요.^^ 오오+콘ㅋ.
쿨비에서 케이지가 증량되서 기쁩니다!
「나 말야」
「응?」
「내일……이 아니고, 지금부터」
「응」
바닥에 드러누워 폰을 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오오히라는, 나와 눈이 맞자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바다에 가고 싶은데」
「지금? 오후에?」
옛날처럼 즉시 바람직한 대답이 돌아올거라 믿고 있는 듯한 오오히라를 곁눈질한뒤, 그런 비현실적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TV를 보았다. 내일은 일이 있다. 이제 고등학생도 아니다. 우리들은 어른이 되었다.
「먼데다 추워. 갈거라면 딴데로 가자」
「그치만 겨울 바다, 엄청 분위기 있단 말야」
「거야 그렇겠지만, 왜 하필 지금 바다인데?」
「그럼…, 바다는 됐어. 시내로 나가자」
묘하게 얌전히 물러난 것에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뒤 TV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빨강과 녹색 배색이 눈아프다. 채널을 돌려봤지만 죄다 연말 특집 방송이라 귀가 아팠다. 결국 교육방송으로 피신했다.
지금부터 바빠지는 것은 운송업의 숙명이니까 각오는 되어 있고, 매년 있는 연례행사니까 익숙해진 일이긴했지만, 겨울이 깊어질 때마다 휴일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지금부터 외출하는것도 귀찮다. 전면 철회하고, 비생산적으로 휴일을 보내는 법― 그냥, 잠을 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은 욕구를 콜라와 함께 집어 삼킨다.
「갖고 싶은거라도 있어?」
「아, 으, 음. 갖고싶은건 그건데……」
「그거 뭐? 요전번의 그 맛간 헤드폰?」
「그것도 갖고 싶긴 한데. 그것보단 그거……. 아니, 아냐. 아니야. 이건, 아니지」
「대체 뭐야, 좀전부터.」
좀전부터 계속 시원찮은 말들 뿐이다. 일어나 수상쩍게 돌아보자, 오오히라는 고개를 숙인채 허둥대고 있었다. 이 수상쩍은 놈. 팽개쳐둔 폰이 진동하고 있었다.
「어이, 전화왔어」
「아, 응. 괜찮아. 됐어」
괜찮을리 없다. 일 이야기라면 어쩔건데.
오오히라는 젊은 사장이다. 아버지 회사를 이어 받아 바쁘게 일하고 있다…. 전 사장이던 아버지나, 어머니의 행방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주려고 하지 않으니까, 나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고 있었다. 두사람의『실종』이 내 탓이라 해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하는 것과 계속 이 녀석의 친구로 지내는 것 뿐이다.
폰은 이윽고 숨이 끊어진듯 침묵했다.
「안받아도 돼?」
「괜찮대도. 문제없어」
갑작스레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사장인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거기에 의미불명의 언동.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이 녀석.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12월은 사람도 거리도 들떠 보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성, 버스 정류장에서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도,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샐러리맨의 뒷모습조차,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 보인다. 이 거리의 사람들 전부가, 즐거운 미래가 기대되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어딘지 모르게 들떠있다. 내일이 되면 반드시 행복이 찾아올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거리 전체가 반짝반짝한 이 느낌이 좋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폐가 되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시부야의 교차로 한가운데 서서, 태평하니 경치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 그렇다. 교차로 한가운데서.
왜 그런걸 멍하니 생각하고 있냐면, 답은 간단.
한가하기 때문이였다.
동행이 급작스레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호가 빨강이 되기전에 움직일 맘이 들면 좋겠는데.
자포자기하듯 생각했을때, 그 녀석은 겨우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나… 말야」
동행, 오오히라 유우키는 방금 그 말을 날 향해 3차례나 반복했다.
「응」
그 다음 말을 재촉해 봤지만,
3번에 걸친 경험에 따르자면 그 다음말이 없으리란건 대강 예상이 간다.
그러니, 그런것보다 우선 횡단보도를 건너가야한다는 의무감에 우물거리는 오오히라의 팔을 억지로 잡아 당긴다.
「됐고 일단 걸어. 건너편에서 들어줄게」
오오히라는 꿈에서 깨어난듯 나를 올려다본뒤, 내 팔을 세게 잡았다.
「나, 내일 생일이야.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그렇게 말하더니, 오오히라가 웃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해줄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기분이 싸해졌다.
오오히라의 그 얼굴이, 어느새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정으로 변해있어서.
내 얼굴은 분명 일그러져 있다.
「에?」
멈춰서 있던 시간을 먼저 움직였던건 오오히라였다.
내 얼굴을 보고, 불안한듯 이쪽의 모습을 살핀다. 좀전의 그 짜증나는 표정이 사라진것만은 유일한 구원이였지만, 분노를 가라앉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뭐야, 그거」
「에? 엣? 뭘 화내는건데」
「………」
「어, 어이. 콘노」
오오히라를 뒤로한채, 나는 그 자리를 떴다.
뒤쫓아 오는 기척은 12월 24일의 인파속에 싱겁게 파묻히고 말았다.
막 알고 지내기 시작했을 무렵, 같은 반이였던 고등학생 오오히라는 헤실헤실대는 거짓 웃음을 띄우고 있어서, 나는 그게 굉장히 싫었다. 헤실거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비굴하고 어둡고 처음부터 남을 의심하는 그런 웃음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평범하게 웃어』
내 그 말에 오오히라도 응해줘서. 그 이후 계속 진심으로 웃어주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유일무이한 친우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나와 녀석의 노력의 산물이다. 서로가 서로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하며, 서로에게 다가서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기적이다.
그러니까 이제와 오오히라가 인형처럼 웃는 것은, 그 여름날의 일을 없는것처럼 만드는것같아서. 도저히 보고 넘길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완전히 빈정이 상해버린 모양이다.
고작 웃는 얼굴이 옛날로 돌아간것 뿐인데. 그냥 그것 뿐인데.
― 멋대로 떠들라지.
지금은 그녀석 얼굴, 보고싶지 않다.
같이 시내로 나와놓고서, 박정하게 친구를 두고 냉큼 혼자 귀가하려하고 있다. 내 기분에 거짓을 토할 수 없으니 냉정하게 자기분석 해봤자 시간 낭비다.
거야, 좀전의 내 대응은 어른스럽지 않았다고 말 못할 것도 없고, 반성은 하고 있지만, 다시 오오히라한테 돌아가야 할 정도의 죄악감은 없다.
「하아」
한숨과 함께 가슴 깊이 담아둔 기억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여름. 아지랑이 일렁이는 아스팔트. 선명한 녹음. 그늘의 서늘한 공기. 학생들만의 비밀장소. 교사뒤.
그녀석은 갑작스레 나타난 내게 놀라, 피고 있던 담배를 떨어트렸다.
「『뭐야, 쫄았잖아』」
그때, 오오히라가 했던 말을 입에 담는다.
「『아, 진짜』」
보라구.
「『끝인줄 알았다』」
나는, 오오히라가 내게 처음했던 말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에 의문을 품어봤자다. 나는 내 행동과 사고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심기불편한 고등학생 그대로였다.
「망할」
뭐가「내일이 생일」인데.
「콘노, 잠깐만!」
지면을 원수인양 짓밟고 걸어가려한 그 순간, 내 이름을 불러오는 절박한 목소리에 멈춰섰다. 오오히라가 쌕쌕대며, 뭔가 할말이 있는 듯한 원망의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시부야에서 잘도 사람 하나를 찾아냈다. 대단하네.
그런 생각 밖에 들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내 표정은 분명 차갑기 짝이없겠지.
막연히,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예상은 갔지만. 이번만큼은 요령있게 상대를 헤아려줄 순 없다. 고등학생인 내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뭐가, 우린 어른이 됐단건데. 나는 아직 한참 바보에 분별없고 혈기왕성한 애송이 그대로다.
「난 이대로 돌아갈거야」
「방금, 뭘 화낸건데」
「몰라」
「네 일인데 왜 몰라」
내 시선 끝에 들어오기 위해, 오오히라가 부산히 움직인다. 오오히라는 끈질기다.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 비유는 그야말로 녀석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알고 있었다.
「짜증나. 돌아가고싶다잖아」
「난 진지하게 묻고 있어. 너도 진지하게 대답해」
오오히라의 진지한 얼굴이 불쑥 시야에 들어온다. 등신같이 진지한 바보낯짝이다. 내가 왜 화내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그 바보 낮짝으로, 진지함을 논하는 거냐.
뭘? 뭐 말야.
웃은 주제에.
내가 젤로 싫어하는 얼굴로 웃은 주제에.
그 순간, 내 안에 남아있던 분노의 잔재가 크게 불타올랐다. 단순한 화풀이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이건 화풀이다.
「아아. 그래. 잘 알겠어. 내일 생일이라고?! 해피 버스데이!! 축하해!!」
「왜 그렇게 되는건데!! 뭘 성질이야?!」
오오히라가 내 옷자락을 잡아채, 등 뒤의 벽으로 밀어붙였다. 순간 공포가 되살아난다.
그날의 일이 플래쉬백한다.
그 게임이 개최되었던 때.
친우라면 섹스하는게 보통이라던가, 너도 나를 사랑하라던가하는 복잡기괴한 소리를 지껄이며 수상쩍은 약을 먹여 억지로 감금하고, 억지로 범해와서. 오오히라를 믿을 수 없게 됐다던가.
여튼,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로 할 얘기는 다했고, 결착이 난 일이니까, 다시 한번 친우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 간 균열이 얼마나 깊다해도.
우리들이라면, 청춘시대의 보물이였던『친우』라는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너는 무신경하고 둔감한 나를.
나는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너를.
서로 서로를 용서하고, 허락하며.
하지만, 웃는 얼굴이.
네가 내게 보이는 그 비굴한 얼굴이.
나는 도무지 싫어 견딜수가 없다.
내게 그런 얼굴을 보일때마다, 나는 죄다 내던져버리고 싶어진다.
너조차, 내팽개치고 싶어져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벽이 있다던가, 신용받고 있지 않는거란 생각이 들어서.
슬퍼서 죄 포기하고 싶어진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건가. 그럼 말해주지. 귀찮아 죽을것같지만.
「아, 알겠어? 잘 들어…. 들으라구. 네, 생일같은거……」
눈물이 조금 나왔다. 조금 나온줄 알았더니 뚝뚝 흘러나넘쳤다.
분명 얼굴은 새빨갛고, 꼴사납겠지. 어차피 오오히라밖에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처음부터, 까먹을리 없는데. 그런 소릴 왜 해. 완전 새삼스럽게. 이 바보자식」
오오히라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흘러떨어졌다.
이어 폭포수처럼 변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이 맞는다는 말 한마디론
도저히 끝내지 못할 정도로 이 녀석이 좋다.
「펴, 평범하게, 웃어」
오오히라는 연애적인 의미로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이 녀석의 친우이고 싶다는 내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 건이 있고 나서 확실히 그리 말했다.
오오히라는 솔직히 기뻐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멋대로 행동해왔던 오오히라는, 그 날 이후 내게 억지를 강요하지 않았다. 나는 나 나름, 이녀석을 배려하곤 했다.
그 날 이후, 계속.
나도 오오히라도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다.
「미안」
오오히라가 말했다.
「좀전엔, 평범하게, 웃을 수 없었어」
눈물방울이 오오히라의 턱을 타고 흘러떨어졌다.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까,
괜한 신경쓰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려고 하면 이상해져서―……」
그런가. 그럼 다시 한번 말하자.
「미워할리 없잖아」
아무도 오지 않는 뒷골목이서, 성인 남자 둘이 얼굴을 맞대고 울고 있다.
더할나위없이 수상쩍다.
하지만, 뭐 어때.
문득, 고교시절. 별거 아닌일로 거나하게 싸웠던 일을 떠올렸다.
한동안 서로 완전히 무시했었다.
귀가길, 여름 바다 근처에서 화해했다.
그때도 오오히라가 먼저「바다에 가자」고 말해줬다.
그럼, 그러자. 일이 끝나고 나서야 되겠지만.
괜찮겠지. 응.
「그럼, 내일 바다나 갈까」
그렇게 말한 내게, 오오히라가 매달려왔다. 나는 끙차하고 받아들였다.
내일이 기대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흐느껴 우는 친우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어 주었다.
---------------
라이치 : 귀중한 스페이스, 정말 고맙습니다. 첫 CLOSE 캐릭터입니다. 오오히라입니다. 둘다 의상을 바꿔봤습니다. 콘노에 이르러선 통상 의상이 작업복 or 운동복뿐이라서, 이번엔 그리면서 즐거웠습니다.(웃음)
'[同人]Love&Destroy > Cage 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BL/Cage/SS] CANDY 下 (0) | 2013.01.18 |
---|---|
[BL/Cage/SS] Transition 下 (0) | 2013.01.14 |
[BL/Cage/SS] 내 옛 흑역사 (0) | 2012.10.09 |
[BL/Cage/SS] 나를 유일하게 불태우는 것 (0) | 2012.10.09 |
[BL/Cage/SS] 내가 본 세상의 형태 (0) | 201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