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내 남은 힘을 다해서 당신을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줄게
이 앞은 당신하기 나름이야…
[글로리아] 그러니, 강하게 생각해!
당신과 가장 인연이 강했던 사람을!
당신의 귀환을 바래마지않는 사람을!!
[크레바닐] 이 앞은 나하기 나름이란건가…
난 의식을 집중해 그 싸움의 나날을 함께 빠져나온 동료를 떠올렸다.
괴로울때, 힘들때, 기쁠때…
모든 것을 함께 나눈 바꿀 수 없는 동료…
그 중에서도 내 눈에 떠오른건……
그래, 발레리다.
같은 루인차일드로서 무수한 전투를 함께 극복해온 가장 믿음직한 전우.
발레리!
[발레리] 어이! 잠깐만 와봐!
나를 생각속에서 불러일으킨건 그때 내 눈앞에 떠올랐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크레바닐] 뭔가 찾았나, 발레리?
우리들은 5일전 바르카니아 왕도 킬그리트에서 디아나 실바넬 의원과 회견을 가졌다.
발카니아 북동부에 흉악한 몬스터가 나타나서 조사 및 퇴치를 의뢰 받은 것이다.
바르카니아 본국은 새로운 정치 세력에 반발하는 귀족계급과의 충돌 때문에 내정이 불안정해져있다. 개중엔 신 정치 제제의 주도권을 쥔 마큐레이를 타도하기 위해 병사를 일으켜 침공하려 하는 귀족까지 나타났다. 이런 상황하에 바르카니아 정규군을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래서 요인 경호나 애적 체포등을 행하고 있던 나와 발레리에게 이번 의뢰가 온 것이다.
우리들은 몬스터의 피해가 빈번한 샘 근처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발레리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였다.
[크레바닐] 이건… 동굴인가?
[발레리] 아무래도 입구를 막고 있던 큰바위가 뭔가의 충격으로 무너져서
들어갈 수 있게된 모양이야.
발레리의 설명을 뒷받침하듯, 동굴앞에는 쓰러진 충격으로 3개로 깨진 거대한 암석이 구르고 있었다.
[발레리] 그리고, 여길 봐줘.
발레리의 재촉에 동굴입구 근처를 관찰하니, 절벽 벽면에 짐승의 발톱자국같은게 새겨져 있다. 그것도 한두개가 아니다. 벽을 뒤덮을 정도로 무수하다….
[크레바닐] 이 흔적은… 그 몬스터의 흔적인가?!
우리들은 이 샘에 오기전 근처 작은 산촌에 들렸다.
그 마을에서 습격해온 소문의 몬스터와 일전을 나눴었다. 그때는 어찌어찌 몬스터를 물리치는데 성공했지만, 그 강함과 흉폭함에 나와 발레리는 놀라워했다.
지금 눈앞에 동굴 벽에 새겨진 흔적은 그 몬스터의 것과 완전히 같았다.
[크레바닐] 이만한 흔적이 있는 동굴이란건
녀석들의 근거지라 봐도 되는건가…
[발레리] 들어가보자. 방심하지마…
[크레바닐] 그래.
어른 두 사람이 간신히 나란히 걸을 정도의 좁은 동굴을 나아가자, 이윽고 주위가 밝아졌다. 자세히 보자 누군가가 단건지 횃불이 드리워져 있다. 이걸로 확실해 졌다.
이 안엔 뭔가가, 아니… 불을 다룰 줄 아는 [누군가]가 있다.
[발레리] !!
피해! 크레바닐!!
발레리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옆으로 뛰었다. 몸을 부딪혔지만, 어찌 검을 쥐고 방어 자세를 취한다. 발레리는 내 옆에, 마찬가지로 큰 검을 겨누고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조금전까지 내가 있던 자리엔 검고 거대한 그림자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발레리] 네놈, 누구냐!!
[그림자] 주…, 죽인다…! 죽인다………!!!!!
검은 그림자는 이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해 왔다. 엄청난 스피드로!
나는 한발짝 앞서 돌진해오는 적의 발치를 노려 검을 휘둘렀다. 허나 그림자는 높이 도약해 그걸 피한다. 그래, 이쪽의 계산대로.
도약한 기세를 실어 검은 그림자는 발레리를 덥쳤다. 허나 적의 도약을 예측하고 있던 발레리는 냉정하게 그림자가 착지하는 순간을 노려 발을 찔렀다.
[그림자] 크오오오오오………!!!
다리를 다친 그림자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 그림자를 향해 발레리가 덤벼든다.
[발레리] 순순히 항복해라!!
저항하면… 응…?!
발레리가 말을 멈췄다.
나도 숨을 삼켰다.
확실히 인간의 말을 했던 그림자는 우리들이 찾던 몬스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발레리] 이녀석, 대체…
우리들이 일순 아연해져 있는 틈을 타 몬스터는 거대한 어금니를 쳐들었다.
[크레바닐] 발레리!
간발의 차로 내 검이 몬스터의 목을 꿰뚫었다. 몬스터의 이빨은 발레리의 어깨보호대를 파고드는데에 그쳤다. 몬스터의 거구가 천천히 무너져 내린다.
[발레리] 후우…, 살았군
고마워, 크레바닐.
[크레바닐] 고맙단 말은 이쪽이야.
발레리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내가 몬스터 먹이가 됐을지도 모르지.
지금껄로 빚은 갚은건가?
[발레리] 그래, 충분히
내가 내민 손을 잡고 발레리가 일어선다.
[발레리] 하지만 이녀석, 대체 뭐지?
우리가 싸운 몬스터와 생긴건 똑같은데…
[크레바닐] 이 녀석은 동굴 안쪽에서 왔어. 그럼 그 비밀도 안쪽에 있을지도.
[발레리] 앞으로 나아갈수밖에 없단건가…
동굴 안쪽으로 나아간 우리는 예상도 못했던걸 보았다. 거기엔 천사를 쓰러트릴 방안을 찾아 헤매었던 무수한 유적 내부와 같은 기자재들이 놓여져 있었다.
[크레바닐] 이런 곳에도 유적이 남아있었나…
[발레리] 하지만 마소(魔素)를 없애서 모든 마법기관은 작동을 멈췄을텐데?
게다가, 이 유적…
발레리의 말대로 주위의 기기류는 대부분 기능이 정지되어 있었다. 허나 그 중 몇 개의 기계는 밝게 점멸하며 아직 기능이 유지되고 있다는걸 알리고 있었다.
[발레리] 우왓?! 뭐야, 이건?!
주위를 조사하던 발레리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발레리의 왼손에 녹색 액체가 묻어 있다.
[크레바닐] 뭐지, 그건?
[발레리] 내가 어떻게 알아.
아… 뭔가 닦을거 없어?
그렇게 말하며 발레리가 기자재류 안쪽을 들여다본순간, 갑자기 머리위가 밝게 빛났다.
[발레리] 뭐, 뭐야?!
어슴푸레한 동굴 안쪽에 환상적인 빛과 함께 나타난것은 피로의 색을 띈 남자의 얼굴이였다. 얼굴은 수척하고 그 눈도 빛을 잃었다. 금색 머리칼은 흐트러져 푸석했다.
[발레리] 투영장치 같은건가?
내가 뭔가 버튼을 누른것같아.
확실히 조금전 발레리가 손댔던 곳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크레바닐] 뭔가 얘기하려하는것 같아.
우리는 머리위로 투영된 남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는 지친 목소리로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크레바닐] 태양 에너지…?
그래서 이 유적은 지금도 움직이고 있는거구나.
[발레리] 녹색이라면… 이거 말인가?!
우와아아악?!
[크레바닐] 과연. 좀전의 몬스터는 이 약을 마시고 높은 지능과 흉폭성을 지니게 된건가.
[발레리] 다른 몬스터들도 이 약을 마시고 흉폭화한거겠군…
좀전 녀석만큼 지능이 높진 않았지만…
[크레바닐] 조금만 더 이 사람의 얘길 들어보자. 지금부터가 본론인것같아.
그리고 냉동 수면 되었을 내 자식도, 세계 어디선가 눈을 떴을지도 모른다.
나와 발레리는 무심코 얼굴을 맞댔다.
[발레리] 혹시…
루인 차일드의 부모인가…?
내 이름은 발렌츠 크로이스.
그리고, 잠든 내 자식의 이름은 발레리.
발레리 크로이스……
[발레리] ?!
[크레바닐] 설마…. 발레리의… 아버지?!
[발레리] 난 듀르크하임 유적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왜 바르카니아에…
[크레바닐] 계속 듣자…
발렌츠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얘기한건 천사의 공격을 받아 멸망해가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기가 새로운 에너지 연구를 추진하고 있었단 것이였다.
그것은 동시에 연구에 몰두하는걸 선택해 가족들을 돌보지않은 가장으로서의 사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족과 헤어지면서까지 추진했던 연구도 문명의 소멸과 함께 그 의미를 잃고 말았다….
대륙 서해안 도시 딜스에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한
냉동 수면계획을 추진중이라고. 엄마는 널 그 계획에 참가시킬거라 말했다.
[크레바닐] 대륙 서해안… 듀르크하임 부근아닌가? 그럼 역시…
[발레리] ………
나는 내 방식으로 인류를 지키기로 한거다….
[발레리] ………
『사랑하고 있어요…. 저도…, 발레리도….』
하지만… 너희보다 연구를 선택한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허나… 네가 살아남았을거라 믿고 나도 내 솔직한 마음을 네게 남겨두고 싶다.
[발레리] ………!!
네 엄마를… 그리고 발레리… 너를………
[발레리] 아……버지!!
발레리가 처음 입에 담은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영상은 꺼졌다. 그리고 어슴푸레한 어둠이 되돌아온 동굴안에 기나긴 정숙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면 난 발레리의 과거를 모른다. 라인파르츠 기지에서 만나기 전의 그를.
그리고 루인 차일드로서 현대에 깨어나기 전의 그를….
기나긴 정숙의 끝을 고한것은 발레리였다.
[발레리] 미안… 크레바닐….
[크레바닐] 뭘, 사과할 필요 없어, 발레리.
갑작스레 이런… 재회가 있었는걸
누구나, 그…
[발레리] 그리 맘 써줄 필요 없어.
난 오히려 기뻐
[크레바닐] 기뻐?
[발레리] 몰랐던 자신의 과거를 알았어. 그리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어…
[크레바닐] 발레리…
[발레리] 그래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날…
이렇게 기쁜 일은 없잖아?
[크레바닐] 그래… 그렇지…
축하해, 발레리
[발레리] 고마워, 크레바닐.
우리들은 남아있던 약품을 전부 처분하고, 고대어로 적혀진 서류나 쓸만한 기구들을 가능한한 갖고 돌아가기로 했다. 마기씨나 프레네의 협력이 있다면 좀 더 알 수 있는게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작업을 끝마친 우리는 발레리의 아버지가 잠든 연구시설의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발레리] 이걸로 몬스터가 지금보다 늘 일은 없겠지.
[크레바닐] 원인이 약품이었다면 머지않아 약효가 다할지도 몰라. 그러면 만사 해결되겠지.
[발레리] 뭐, 당분간은 근처 경계를 계속하는게 좋을것같군.
[크레바닐] 얼마간은 몬스터 상댄가…
내 한숨 소리를 들은 발레리가 내 어깨를 탁 하고 두드렸을때, 동굴 밖에서 비쳐드는 빛이 보였다.
[발레리] 이런… 이거이거…
환영인사 준비같은거 부탁한적 없는데말야.
[크레바닐] 동감…
너무 거친 환영은 좋아하지도 않고.
동굴을 빠져나온 우릴 기다리고 있던건 수십마리의 몬스터였다.
[발레리] 그 약 때문인가? 매복이라니, 제법 머리 좋군.
[크레바닐] 하지만 기본적으론 역시 짐승이야. 상대의 역량도 제대로 파악못하는 모양인걸.
마침 잘됐어.
여기서 단숨에 정리하자!
[발레리] ……!
그렇지! 이 일이 끝나면 네 과거도 찾아보지 않겠어?
[크레바닐] 내…?
[발레리] 이 연구소처럼 세계 어딘가에 아직 발견되지않은 유적이나 시설이 있을지도 몰라.
거기엔 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크레바닐] 그렇군…
그것도 좋을지도.
너와 함께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발레리] 그러기로 했으면 얼른 환영식을 끝내놓자고!
[크레바닐] 그러지!
이번 일로 난 친우의 새로운 일면을 본 느낌이다. 지금까지 내가 알지 못했던 과거와 함께 내 옆에서 싸우는 발레리란 남자가 이전보다 늠름하고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것 같다.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