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오후
주문 받은 라멘토입니다. 전연령 전연령 ㅇㅇ.
제가 라멘토 자체는 플레이 안 해봐서 인물명 지명은 위키를 참고로 썼습니다.
― 시사, 란센에서.
겨울축제가 개최되어 떠들썩한 거리가 점점 더 화기를 띠어가는 와중, 코노에 일행은 바르도의 여관에 모여 있었다.
축제 동안에는 여관 손님도 늘어나지만 다 같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가 밤이 샐때까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여관은 한산했다.
양(陽)의 달이 기울어가기 시작했을 무렵, 코노에와 아사토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과실수를 마시며 느긋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라이도 테이블 앞에 앉았으나, 딱히 입에 담는 것은 없이 포커페이스로 턱을 괴고 있다.
「굉장한 걸. 다들 축제를 보러 모인 거구나.」
「그렇군.」
코노에가 창 밖으로 보이는 길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사토가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귀를 뒤로 눕혔다.
「좋아서 저 안으로 들어가다니, 도저히 제정신이 아니야.」
「아사토는 혼잡한 거 싫어했지.」
「싫어.」
「뭐어 나도 너무 붐비는 건….」
「고맙습니다!」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식당으로 들어온 것은 커다란 마대를 짊어진 토키노다.
「아, 코노에!」
「어라, 토키노?」
토키노가 기쁜 듯 웃으며, 귀와 꼬리를 팽팽히 새운다.
「그렇구나. 바르도 씨네 가게에 있었구나.」
「응. 토키노는?」
「나는 일. 바르도 씨가 항상 이것저것 사주거든. 오늘은 추가 주문 배달이랑, 축제 때 노점용으로 진귀한 걸 잔뜩 갖고 왔어.」
토키노는 무거워 보이는 마대를 바닥에 내리자마자, 마대 입구를 벌려 부스럭부스럭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토키노는 장사꾼 고양이의 얼굴이다. 명랑한 표정 어딘가에 빠릿빠릿한 민첩함이 보인다.
코노에가 일어서 토키노에게 다가가자, 같이 따라온 아사토가 의아한 얼굴로 토키노를 본다.
「누구야?」
「내 친구. 토키노, 이 녀석은 아사토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사토 씨. 토키노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려요.」
「잘 부탁해…….」
토키노가 꾸벅 인사를 한다. 그 기민한 태도 때문일까, 아사토는 바로 경계를 풀었다. 조금 솟아 있던 꼬리털도 보통 상태로 돌아간다. 라이 때와는 너무 다르다.
「바르도 씨는 주방이야?」
「응.」
「그렇구나. 그럼 먼저 물품을 꺼내볼까나.」
그렇게 말하며 토키노는 마대 안에서 착착 물품을 끄집어 냈다.
「보자. 이거랑 이게 추가 주문한 거지? 그리고 이게 새로 갖고온 녀석…….」
「헤에…….」
토키노가 끄집어내는 물품들이 테이블 한쪽 구석을 삽시간에 메워간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잘도 이렇게 많은 물품들을 짊어지고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놀란다.
「굉장하네. 항상 이렇게 짐이 많은데.」
「아하핫. 익숙해지면 아무 것도 아냐. 아…, 봐. 이거 말이지. 새로 입고된 과자야.」
토키노가 물품 중 하나를 코노에에게 내민다. 반투명하고 붉은 봉투에 들어있는 것은 쿠키인 모양이다.
「이거 먹어 볼래? 나도 먹어 봤는데 엄청 맛있었어.」
「그래? 그럼 고맙게.」
코노에는 쿠키를 건네 받아, 바로 봉투를 열었다. 1개 끄집어 내 씹어 본다.
「진짜다……. 맛있어.」
「그렇지?」
토키노가 기쁜 듯이 귀를 떤다.
「아사토도 먹어 봐, 이거.」
아사토가 코노에가 내민 봉투에 쿠키를 하나 끄집어내, 입에 집어 넣은 뒤 씹는다.
「아아……. 이거 확실히 맛있네.」
「그렇지?」
아사토가 스스로 봉투에 손을 넣어 2개째를 씹는 것을 보며, 토키노가 눈을 반짝였다.
「아아, 다행이다! 그 말고도 이것저것 추천할 게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토키노가 마대 안을 뒤지고 있자니, 자루 끄트머리에 걸려 있던 뭔가가 데굴하고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토키노. 뭐 떨어졌어.」
코노에가 주워 든다.
그것은 지금 먹고 있는 쿠키와 같은 봉투였다. 하지만, 이쪽은 봉투 색이 빨강이 아니라 투명이다.
「이거 맛이 다른 건가?」
「그런가? 그럼 먹어 보고 싶어.」
좀 전의 쿠키의 맛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건지, 아사토가 코노에의 손에서 투명한 봉투를 건네받는다.
「이봐, 아사토. 멋대로…….」
「엣……. 어, 어라…? 잠깐만!!」
마대에서 고개를 든 토키노가 묘하게 당황한 모양새로 아사토를 저지한다. 코노에가 비난하듯 아사토를 보았다.
「봐, 아사토. 토키노가 곤란해 하잖아…….」
「아니. 그런게 아니야, 코노에. 아사토 씨…. 그 퀴, 잠깐 줘보시겠습니까?」
「아아.」
아사토가 쿠키 봉투를 내밀자, 토키노는 쭈뻣쭈뻣 쿠키를 건네 받더니, 표정을 싹 바꾸었다.
「역시……, 이쪽이 보통 쿠키였어.」
「보통?」
의아해 하는 코노에를 향해, 토키노가 실로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좀 전의 빨간 봉투의 쿠키……는, 벌써 먹어 버렸지…….」
「? 응. 먹었는데.」
「미안……. 이쪽이 아무 것도 안 들어있는 평범한 쿠키였어. 좀 전의 것은…….」
콰당.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아사토가 바닥에 웅크린다.
「아사토!?」
「아사토 씨?!」
「우…….」
아사토는 귀를 내리깔고서 몸을 잘게 떨면서 괴로워하고 있다. 코노에가 상태를 살피기 위해 몸을 웅크리자, 반사적으로 위협의 소리를 낸다.
「아사토! 왜 그래…?」
「우우, 미안. 코노에……. 나도 잘 모르겠는데……. 왠지 기분이 고양되서…….」
「기분이……, ……?!」
그 때, 어질하고 코노에의 시야가 흔들렸다. 무릎부터 단 번에 힘이 빠져 무너질 뻔 했지만, 간신히 버티고 선다.
하지만 시야의 흔들림은 가시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이 빨라져왔다.
「엣……? 왠지…… 기분이…….」
「코노에!?」
토키노의 목소리가 몇 겹으로 겹쳐 들려온다. 신발밑창이 바닥을 딛고 있는 감각이 사라지고, 코노에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머리가 빙빙 돈다. 술에 취해 버린 것처럼 몸이 뜨거워지고……. 그리고…….
「뭐…, 야…? 왠지… 즐거워 졌어…….」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코노에는 헤실하고 부드러운 웃음을 띠웠다.
옆에 있던 의자에 매달려, 황홀한 얼굴로 열심히 의자에 뺨을 슥슥 비빈다.
「우와……, 코노에…….」
친구의 귀묘한 행동에 토키노가 당황하고 있자니, 그제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라이가 일어나 다가왔다.
「이번엔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바보 고양이 놈들.」
「아, 라이 씨. 죄송합니다. 잘못한 건 접니다. 제가 쿠키를 착각해서……!」
「무슨 일이야?」
토키노가 설명을 계속하려 할 때, 주방 쪽 문이 열렸다.
「뭐야, 뭐야. 식당 쪽이 묘하게 시끄럽다 했더니 토키노가 와 있었나.」
바르도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요리를 하고 있었던 듯, 옷에서 희미하게 향기로운 냄새가 떠돈다.
「바르도 씨…!!」
토키노가 미안하다는 듯 꼬리와 귀를 추욱 떨군다. 바르도는 눈 앞에 펼쳐진 수수께끼의 상황에 눈을 끔뻑였다.
아사토는 털을 치켜 세우고 후후 위협음을 내고 있고, 코노에도 왠지 의자에 뺨을 비벼대고 있다.
「이 녀석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 때문입니다. 저기, 그들한테 잘못 개다래 가루가 들어간 쿠키를 먹여 버려서요……. 축제용으로 특수주문 받았던 건데.」
「아, 개다래. 과연. 뭐어, 이 모습을 보니 질 나쁜 건 아닌 모양이고.」
「네. 정말로 조금, 소량의 개다래 분말이 들어가 있습니다.」
「정규 제품은 아주 조금이라해도 효과가 발군이니. 그래서……, 라이도 먹었나?」
바르도가 히죽 웃으며 라이를 본다. 그 시선을 받은 라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르도를 쏘아 보았다.
「먹은 것처럼 보이나?」
「라이 씨는 안 먹었습니다.」
「뭐야, 유감이군.」
「흥…….」
라이가 바보 취급하듯 코웃음 치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라이!!」
의자에 매달려 내내 뺨을 비비고 있던 코노에가 갑자기 라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
「코노에! 라이 씨!」
대응이 늦은 라이는 피하지도 못하고, 코노에와 함께 바닥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너어……!」
「라이~~~~! 같이 노래하자~~~~.」
「정신 차려, 주정뱅이!! 방해다! 비켜!」
「내가 가르쳐 줄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후후후후후후~~.」
안 그래도 코노에를 피하지 못했던 것도 분한데, 토키노와…… 하필이면 바르도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말았다.
라이는 노골적으로 성을 내며 코노에를 밀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코노에는 생각외로 억센 힘으로 단단히 라이의 몸에 매달려 있다.
「라이~~!」
「떨어져…!」
「노래하자~~!!」
「놔!!」
「아…….」
느닷없이 코노에가 끌어 안는 힘을 풀었다…고 생각했더니, 화살이 라이의 꼬리로 향한 모양이었다.
코노에는 짜증스럽게 파닥파닥 흔들리는 새하얀 꼬리로 방향을 바꿔, 바닥에 엎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거기에 뺨을 비빈다.
「부들부들~….」
「어이! 들러 붙지마!」
「기분 좋아~~!」
「꼬리를 놔!!」
「에엣~, 싫어~.」
「잡아 당기지 마!」
평소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어리광쟁이 같은 말투로, 코노에는 라이의 꼬리를 잡고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코노에를 잡아 떼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자니, 등 뒤를 날카로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
「코노에를 괴롭히지마!」
「읏………!!」
몸을 비키려 해도 코노에가 매달려 있어서 무리였다. 라이는 바닥에 엎어져 쓰러지고 말았다.
그 등 위로 아사토가 체중을 실어 올라탄다.
「라이를 물리쳤다!! 코노에, 괜찮아?」
「뭐가 괜찮냐고~~~?」
「나는 코노에를 구해냈어! 라이보다 내가 더 쎄!」
「아하핫~~. 강해, 강해. 아사토 강해~~!! 꼬리 부들부들~~~.」
아사토가 라이의 몸 위에 올라타서 우쭐대고, 아무리 뿌리쳐내려해도 코노에는 라이의 꼬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꼬리~~.」
「나는 라이보다 쎄다구!!」
「이………… 바보 놈들이!!!!」
「아아…….」
완전히 경단 상태가 되어 뒤엉키는 3마리의 모습에 토키노가 당황해 허둥댄다. 한편 바르도는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이거야 원…….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로군. 라이가 저렇게 당할 줄이야.」
「우와우와, 라이 씨….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이. 보고 있지만 말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
라이가 바르도와 토키노를 향해 이를 드러낸다.
「바르도 씨, 어쩌죠……? 따지자면 제 잘못이고…….」
「뭐어,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지. 재밌으니까 이대로 보고 있고 싶긴 한데, 가게가 망가질 것 같고. 슬슬 말릴까.」
바르도가 한숨을 토한 다음, 뒤엉킨 세 마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자아. 이 상황을 한 번에 해결하려면…….」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한 다음, 바르도는 라이의 꼬리에 매달려 있는 코노에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 녀석이로군. 읏차…….」
바르도가 코노이의 목덜미를 쥐고, 쑤욱 잡아 당겨 라이한테서 떼낸다.
「부들부들이~~.」
「코노에! 코노에를 놔!!」
순간 라이의 등에 올라타 있던 아사토가 뛰어 내리더니 바르도에게 털을 세워 보인다.
코노에도 아사토도 얼굴이 새빨갛다. 명백하게 취해있다. 그런 두 마리를 번갈아 바라본 바르도가 심술궂게 입가를 끌어 올렸다.
「돌려받고 싶으면 있는 힘을 다해 보라구.」
「우왓……!?」
바르도가 코노에의 몸을 휙하고 어깨에 짊어진다.
「자자, 코노에는 이쪽이다~. 내가 데려 간다~.」
「기다려!!」
코노에를 짊어지고 식당을 나가려 하는 바르도를 뒤쫓아, 아사토가 달렸다.
쿵쾅쿵쾅 눈깜짝할 사이에 태풍이 지나가고, 식당에는 갑작스런 정숙이 찾아왔다.
「아아…, 가버렸다…….」
토키노가 아연히 중얼거리자, 라이가 굉장히 무뚝뚝한 얼굴로 일어났다. 겨우 해방된 꼬리를 부웅하고 크게 흔든다.
「바보 상대는 바보가 하는 게 제일이지…….」
「뭐랄까, 미안한 기분도 들긴 들면서도… 바르도 씨 즐거워 보였죠…….」
「균형이 맞으니 딱 다행이지. 저 두 마리도 머잖아 취기가 가실 거다.」
「그렇겠죠…….」
식당에 남겨진 두 마리는 마치 짠 것처럼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글 : 우치이 카부라
그림 : 야마다 우이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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