アバタ-ルチュ-ナ-(5)クォンタムデビルサ-ガ
五代ゆう 저 |
* 낙원 편이며 최종권인 5권의 시작입니다.^^
고양이는 보고 있다. 그 은색의 두 눈으로 모든 것을.
제 5장
종교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게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분별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은 아무런 종교를 지니고 있지 않다……. 코끼리의 종교라는 것은 동화 속 세계의 것이다. 가장 위대한 동물학자의 하나인 퀴비에(G.L.N.F.D Cuvier 1769~1832)는 자기 자신의 관찰을 기초로 하여 코끼리의 정신적 단계는 개와 다를 바 없다고 여겼다.
포이에르 바하 『기독교의 본질』
1
「싫어! 서프, 서프!」
「진정해! 조용히 해, 당신!」
뒤에서 안아 붙들어 매는 손을 뿌리치고, 세라는 기듯이 서프가 있던 곳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는 그림자라고도 할 수 없는 잔해. 희미하게 허공에 흩날리는 안개의 파편과도 같은 깜빡임과, 그 조차 집어 삼키려 하는 허무였다.
말로 나오지 않는 소리를 지르며, 세라는 두 팔을 들어 허공을 긁어, 사라져가는 서프『였던 것』의 파편을 그러모아 가슴에 품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덧없이,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파편은 흐릿하게 손을 빠져나가, 허무 속으로 사라진다.
지탱할 것을 잃어버린 세라는 밸런스를 잃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뭔가를 움켜쥐기 위해, 파괴된 바닥의 뾰족한 파편 위로 손톱을 새웠다. 흐르는 피가 새하얀 손끝을 붉게 적셨다.
「적습!」
입구 쪽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로카파라>의 멤버가 외쳤다.
「서버터들과 인간 경비원이다. 엄청난 수야!」
「테크노 샤먼은 탈취했다.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욘 없어.」
엎드려 우는 세라의 곁에 쭈그러 앉아 있던 로알드가, 쥐어 짜내듯이 말했다. 손을 뻗어 세라의 어깨를 쥔다.
「가자. 여긴 위험해. <협회>는 당신을 버렸어. 당신을 구하기 위해 서프는 이곳으로 왔어. 여기서 당신을 녀석들에게 건네주면 나는 서프의 신뢰를 배신하는 게 돼.」
「싫어! 싫어!1 서프!!」
피 흐르는 손끝으로 세라는 그 자리에 매달리려 했다. 그제까지 세라의 곁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알지라가 움직였다. 목덜미를 가볍게 건드린 것뿐인데도 세라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는 몸이 바닥에 부딪치기 전에, 바로 손을 뻗어 안아 든다.
「아, 알지라….」
「입 다물어, 시에로.」
알지라가 입술을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로알드의 말이 맞아. 서프는 세라를 구하기 위해 여기로 온 거야. 이 아이를 구해내지 못하면 전부 헛수고가 되고 말아. 서프가 죽은 것도.」
시에로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서프가 죽었다. 그 사실을 명백하게 입에 담았다는 사실에 본능적인 반감을 느낀 거겠지. 입을 열려했으나, 반론은 도중 말을 잃고 사라졌다. 색을 잃은 입술과 뺨을 덜덜 떨면서, 세라를 안은 알지라의 뒤를 따라 일어나 중간층으로 이어진 나선 계단을 오른다.
「게일!」
계단 위에서 알지라가 고개를 돌려, 움직이지 않는 게일을 부른다.
「멍하니 굴지 마! <엠브리온>의 참모잖아?! 이럴 때 당신이 움직이지 않는 다니 어쩌자는 거야?!」
방금 전부터 꼼짝도 않고, 돌로 화(化)한 것처럼 서프가 있던 공간을 바라보고 있던 게일은 한 방 맞은 것처럼 크게 움찔했다. 하지만 일어나지는 않고 아직도 서프의 몸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두 손을 뻗은 상태 그대로, 무(無)의 공간으로 화한 손바닥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왔어!」
입구 근처에서 간이 바리게이트를 구축하고 있던 <로카파라>가 뒤돌아 외친다. 문 근처에 쌓아 올린 콘크리트 덩어리나, 파괴된 기자재가 으스스하게 흔들렸다. 외부에서 비쳐드는 레이저 불빛에, 급조된 방벽이 붉게 벽색되어 녹기 시작한다.
「얼른! 얼마 못 버텨!」
「게일!」
다시 한 번 알지라가 호통쳤다.
게일은 몸을 경직시키더니, 관절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움직임으로, 뻣뻣하게 계단 위를 올려다 보았다. 거기에 선, 세라를 끌어 안은 알지라와 그 뒤를 따르는 시에로, 로알드를 보았다. 실신한 세라의 하얀 얼굴, 알지라의 눈에 고인 눈물, 시에로의 혼이 빠져 나간 듯한 표정, 로알드의 창백하게 얼어붙은 앙상한 뺨을 보았다. 거기에는 없는 다른 한 사람을 찾는 것처럼, 녹색의 눈동자가 주위를 방황했다.
그리고 느릿느릿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 아래에 있어야할 자는 이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희미한 흔적조차 분해되어, 분자 이하의 입자로 환원. 그 의식과 인격은 비존재의 바다에 집어 삼켜져 버리고 말았다. 돌이킬 방법은 이제 없다.
설령 그가 세계 최고 레벨의 능력을 지닌 참모형 <ASURA-AI>, 걸어 다니는 인간형 컴퓨터라하더라도.
잠시 뒤, 비틀하고 게일은 일어섰다. 그 매끄러운 동작은 마치 인간이 아니라 파충류 같았다.
「비켜라…….」
「뭐, 뭐야?」
곁에 있던 남자가 뱀의 목소리라도 들은 것 마냥 움찔했다.
「비켜!」
악문 입술 사이로 격한 포효가 용솟음쳤다. 호통 소리에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몸을 빼며 그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게일이 발하는 푸르스름한 빛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게일이 포효했다. 그야말로 일진광풍이 되어, 방을 뛰쳐 나가, 작열하며 무너져 내리는 바리게이트 쪽으로 단번에 이동했다. 달아날 시간을 벌기 위해 반격 준비를 하고 있던 <로카파라>의 남자들은 달려온 존재의 모습을 보자마자 근원적인 공포에 시달려 우르르 달아났다.
그것은 시커먼 분노를 발하며 광기를 산(酸)처럼 몸에 두른 한 마리의 괴물이었다. 거대한 머리를 쳐들고 <바유>는 포효를 내지르며 펄럭이는 비치색 날개 사이로 가늘고 긴 팔을 뻗었다.
쌓아올린 콘크리트는 파편이 무너져 녹아 내리고, 바리게이트에 구멍이 뚫렸다. 구멍 너머로 꽉 들어찬 하얀 전투용 서버터가 보였다.
튀어나온 포구에서 진홍색 레이저가 발사된다. <바유>는 고막을 찢을 듯한 외침을 끊임없이 내지르며, 좁은 구멍을 향해 선풍을 드릴처럼 꽂아 넣어, 건너편에 있던 서버터들을 쓰러트린다.
불에 녹아 물러져 있던 바리게이트가 버티지 못하고 붕괴한다. <로카파라>는 이미 도망쳐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광란의 외침을 지르며, <바유>는 남은 서버터들의 중앙으로 뛰쳐 들어가 일진광풍이 되어 회전했다.
발끝의 칼날에 찢어 갈라진 기계들이 산산조각 흔들리고,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든 나뭇잎처럼 벽가에 쌓였다. 격렬한 회전이 일으킨 광풍은 바람의 칼날이 되어 공간을 채우고, 이미 파괴와 죽음이 자욱해 있던 통로에 새로운 파괴의 흔적을 새겨넣었다. 밀려드는 족족 서버터는 분해되어, 먼지가 될 때까지 산산조각나 바람에 소용돌이를 그렸다. 진주색 빛이 물안개처럼 주위 일대에 자욱했다. 절단에 절단을 거듭해 모래알처럼 자잔해진 서버터의 하얀 장갑이, 죽음의 재처럼 <바유>의 비취색 날개에 들러 붙어 있었다. 망령의 손가락과도 닮은 그것 또한, 광란의 절규와 함께 일어난 난기류에 의해 어딘가로 날아갔다.
『히트! <시바>! 배신자 놈!!』
다시 텅 빈 통로에 요란한 바람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안에 분노에 미쳐 날뛰는 <바유>의 노호가 메아리쳤다.
『나와라! 그리고 나와 싸워라! 도망치는 거냐, 이 비겁자!! 죽여주마!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네놈을 죽이겠다! 내가, 이 손으로 죽여 주마!!』
거대한 이를 딱딱이며, 부르짖고 있던 <바유>가 느닷없이 균형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으르렁거리며 시선을 뒤로 돌린 <바유>의 눈 앞에, 손 끝에 작은 중력구를 띄우고 있는 알지라가 서 있었다. 손끝에만 <프리티비>를 발현시켜, 바늘처럼 가는 손톱 끝에 행성 마냥 몇 여개의 검은 구체를 휘감고 있었다.
「적당히 해, 게일.」
알지라는 담담히 말했다. 그 밑에 꿈틀대는 격정은 게일과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것을 감추고 있었다. 적어도, 숨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중력구를 가지고 노는 그 손가락이 잘게 떨리고 있다. 목소리에는 억양이 없었으나,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을 실행하기 위해 그녀는 최대한의 자제심과 이성을 긁어 모으고 있었다.
「여기서 아무리 기계 상대로 날뛰어 봤자 소용 없어. 히트는 안 나와. 어차리 언젠가 또 나타날 거야. 우릴 죽이기 위해서. 들었지? 그 녀석은 리더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전원을 죽일 거라고 말했어.」
<바유>는 맹렬히 으르렁대며,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손발을 뒤틀었다. 하지만 이어 주위로 쏘아진 작은 중력구가 바람의 신 <바유>의 자유를 빼앗고 있었다. 다시 말이 되지 않는 외침을 지르며, 비취색 날개를 떤다. 바람의 칼날이 사방에서 알지라를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슬픈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별수 없네.」
<프리티비>의 손끝이 모이더니, 중력구를 튕겨냈다. 극소의, 허나 거대한 에너지를 지닌 중력구가 광란을 부리는 <바유>의 복부를 연속으로 직격했다.
<바유>의 상체가 튀더니, 등을 젖혔다.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나는 하더니, 몸을 꺾으며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푸르스름한 빛이 반짝이며, 안색을 잃은 게일의, 고통으로 뒤틀린 얼굴이 나타났다.
「그를 옮겨줘, 얼른.」
두려움에 움찔하는 <로카파라>의 남자들에게 알지라는 명령을 내렸다. 중력구가 검은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언제 또 새로운 적이 찾아올지 몰라. 어서 빨리 여기를 떠야 해. 세라만이라도 무사히 <로카파라>로 데리고 돌아가야지. 우리가 뭣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야?」
마지막 한 마디는 자기 자신을 타이르는 말이었다. 눈꼬리에 베인 물방울을 털어낵, 알지라는 스스로 걸어나와 게일의 몸을 들쳐 올렸다. 계단 중간에, 세라를 양쪽에서 떠받치고 있는 시에로와 알지라가 나란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서둘러.」
곁을 스쳐지나가며 꾸짖듯이 재촉한다.
「리더는 목숨을 걸고 이 아이를 구해냈어. 그걸 무쓸모하게 만들 셈이야?」
퍼득 정신을 차린 듯, 두 사람이 움직였다. 시에로가 세라를 등에 짊어지고, 로알드가 그 뒤를 따랐다. 방에 흩어져 있던 <로카파라> 멤버들도 모여서 후미를 지키며 그 뒤를 따른다.
중간 층 벽면에 뚫린 커다란 구멍과 그 쪽과 이어진 통풍구를 확장한 터널에 들어설 때까지, 누구하나 한 마미도 하지 않았다.
전원이 철수한 것을 확인하자, 알지라는 다시 <프리티비>를 발현해 커다란 중력구를 실내에 내던졌다. 검은 구체가 스쳐지나간 건물이나 기계가 종이장처럼 구깃구깃 짜부라진다. 용접되어 있던 금속이 벗겨지고, 고정되어 있던 캡슐 배드나 모니터링 기자제가 삐걱대며 검은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협회> 중추 최상부는 생물처럼 몸을 떨며, 신음하고, 힘을 다해 쓰러졌다. 천장이 무너졌다. 격한 붕괴음과 함께 흙먼지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진동을 피해 몸을 엎드리고 있던 부대는 터널의 어둠 너머에서 큰 소리를 내는 붕괴와 종말의 소리를 들었다.
「이걸로 <협회>는 테크노 샤먼을 잃었어.」
음침한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 또한…….」
「쉿.」
다른 누군가가 날카롭게 제지했다. 로알드가 말없이 불을 켰다. 게일을 들처맨 알지라가 선두가 되어, 일동은 묵묵히 어둠 속을 걸어갔다. 뒤따르는 시에로의 등에는, 가는 체구의 소녀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여신>이 뺨을 적신 채로 잠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없는, 영원히 잃어버리고만 은발의 청년을 굳이 입에 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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