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의 괴이/게임 본편-치아키 B
[백로(白露)의 괴이] 9월 30일 (치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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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1. 14:34
* 신본격 구리구리한 게임 번역.
* 치아키 루트.
* 사건의 뒤에 이유란게 있어야할텐데 정말 ..ㅉㅉ
[신] 뭐어…. 솔직히 말해.
너무 무겁다고는 생각해…….
[치아키] 에……?
[신] 미안….
꽤나 엄격하게 말해서.
방금 전과는 다르게,
그는 차분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러고보니…, 결국 이 사람. 이름은 뭐인걸까.
그녀가 신 짱이라고 불렀으니까,
신이면 되는 건가?
아니면 신노스케라던가?
아니아니아니, 그건 아니지…….
[신] 너 말이지……,
남 얘길 안 들었지?
[치아키] 아뇨~ 듣고 있습니다.
저기, 신 씨?
[치아키]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치아키] 제 일이나, 그녀의 일.
알 것 같으면서도 역시 전혀 모르는 듯 해서.
[치아키] 하지만…, 방금 말씀하셨죠.
각오를 굳히고 오라고.
[신] 그래………….
[치아키] 그거…, 꽤나 아팠습니다.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고요.
[치아키] 저는 의외로 만사 능숙히 해쳐나갈 자신이 있고,
자신한테 안 좋은 일은 왠지 모르게 회피같은것도 가능해서.
[치아키] 그러니까, 눈을 돌리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신] 그걸 자각하고 있다면…,
내가 한 말, 거의 다 이해할 수 있겠지.
[신] 내가 하고 싶은 말,
아직 그 녀석한테 얘기하지 않은 말.
그것도 절로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신] 굳이 피하려 하고 있어.
[치아키] 저는………, 굉장히 겁쟁이입니다.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고,
동시에 또 멀리하고 싶습니다.
[신] 그런 구석이 아직 애송이라는 거야.
[치아키] 하하…, 그렇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묘한 조합이라고는 생각했다.
단 둘이서 대화할 때의 그는
방금전과는 다른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차분하고 침착해서.
이것이 이 사람이 지닌 원래의 분위기겠구나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츠유하를 옆에서 지켜봐온 것은 이 사람인거겠고,
그녀의 다소 감정이 빈곤한 구석이라던가
그 감정 표현의 방법이 서투른 부분은 분명
이 사람을 닮은 걸지도 모른다.
[신]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 해두지.
그 녀석이 힘에 부칠 것 같으면, 냉큼 손 때.
[신] 그게…, 그 녀석한테도,
너한테도 최선이 될거다.
[치아키] …………………….
나는 도저히 그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오늘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채 정리가 되지 않아,
어딘지 멍해지고 만다.
반드시 그녀를 지키겠습니다!하고
소리 높여 선언할 수 있으면 됐을까.
아니면, 빨리 손을 때는게
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좋은 일일까…….
단 하나, 생각키에
나는… 그럼에도,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것이 내 고집이고 아집이래도 좋다.
다만,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는 선택만큼은
절대 고르고 싶지 않았다.
9월 30일
치아키
[치아키] …………….
그녀의 집을 나올 때,
굉장히 쓸쓸한 듯 고개 숙인 모습만이
나를 배웅해 줬다.
그 집에서 들은 이야기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왠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것만 같아서,
하지만 분명…, 전부 서로 얽힌 이야기.
상관이 없었던 일 같은건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었던게 아닐가 싶을 정도로,
나와, 그녀, 그리고 우리들을 애워싼 환경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치아키] ……………….
조금 걱정이 되서,
적어도 목소리 만이라도 들어볼까 싶어서…
츠유하에게 전화를 건다.
[치아키] 어라……? 전파가 안 좋은 건가?
원래라면 호출음이 들려야할텐데,
이상한 노이즈가 방해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영문을 몰라, 어찌된 일인지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창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아키] 에………?
왠지 지금…, 누가 날 불렀어?
기이한 생각에, 창문을 연다.
나도 아니고, 이런 시간에 외출 나갈 학생은 없을텐데.
타카오미는……,
오늘은 집에서 자고 올테니까…
밖에 부르고 있을리도 없다.
애당초, 여기는 1층도 아니니까,
그 아이가 소리 높여 나를 부른다던가
말도 안되는 일이고.
[치아키] 음……. 기분 탓인가?
어두운 기숙사 뜰을 둘러다 봤지만,
인영은 없다.
마음을 고쳐 먹고
창문을 다시 닫으려 하던 그 때였다.
[치아키] …………….
확실히 누군가가……, 나를 불렀지…?
신경 쓰여서 다시 한 번 창문을 연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다.
[치아키] ……………….
평상시의 나라면 이런거 신경 쓰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데도 오늘은 묘하게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가 듣는 목소리라는 것에
너무 민감해져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목소리 같은 것은 그칠 기색이 없어서….
별 수 없이 남몰래 기숙사를 빠져 나갔다.
기숙사 뒷문으로 남몰래 빠져 나와
중앙 뜰을 걷고 있자니,
시야 끝에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왜인지 그대로 이끌리듯
걸음이 성당 쪽으로 향해간다.
밤의 성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하다. 이런 시간에 누가 있을리가 없다.
그런데……, 왜 난 여길 찾았지?
누가 나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누군가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하지만, 왜 여길…….
거기까지 생각하자,
오싹하고 오한이 돋았다.
여기에 누군가가 있고,
그것이 나를 불렀다.
어딘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려 하는 자신이 있다.
그럴리 없다.
목소리도 확실하게 들렸던게 아닌데….
생각해 보면
목소리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른다.
남자였는지, 여자 였는지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기분 나쁜 으스스함을 느꼈다.
가슴이 울렁여서, 다시 한 번
츠유하에게 전화를 건다.
역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노이즈도 그렇고, 좀 전의 목소리도 그렇고…
느껴지는 불길한 예감은, 급속하게 부풀어 올랐다.
츠유하…….
[여성] 누구……?
[여성] 누가 있어……?
[여성] ………….
츠유하…….
[여성] 누구……?
저기……, 제발 부탁이야.
뒤에서……, 소리 없이 다가오지 말아줘…!!
츠유하…….
[여성] 읏…………………….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츠유하
[여성] 싫어……, 그만……! 오지마……!!!!
[여성] 꺄아아아아아아악……!!
ㅡ 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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