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 서바이버/SS] 민폐 식객
「햄머 프라이스!」
「좋아. 낙찰 성공! 고생했다아…」
데빌 옥션 사이트. 줄여서 데빌옥이라고 불리는 악마 거래소는 악마가 자기 자신에게 값을 매겨 계약 상대를 기다리는 장소다.
카즈야는 여기서 새로이 강력한 동료를 손에 넣었다. 지옥의 파수꾼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케르베로스다. 유능한만큼 인기가 높아서, 낙찰하는데 마카가 잔뜩 필요했다.
「그래도 전력으로 사용해도 마음 든든하고, 합체 시켜도 좋으니」
그래, 케르베로스를 낙찰할 것 까지는 좋았다.
「헤헷. 어이, 꽤나 기다리게 하는 구만. 이 야크샤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백억년은 이르다구, 애송이 놈들」
메시지를 보내온 악마의 통통한 배가 부르르 진동한다.
「야크샤? 낙찰한건 케르베로스인데……」
화면에 표시된 건 근골이 탄탄하며, 어딘지 둔한 느낌의 중년 오니였다.
「하? 뭐야, 뭐야. 나로는 불만이야? 뭐, 어때. 딱딱한 소리말고. 자자, 돈 내놔. 자자」
「뭡니까, 당신…. 몰라요. 돌아가 주세요.」
질 나쁜 악마를 앞에 두고, 카즈야는 무심코 경어를 쓰고 말았다.
「됐고, 계약금 내놔. 돈 갖고 있잖아? 자자. 점프해 볼래? 잔뜩 갖고 있잖아. 내놓으래두. 좀 빌리는 것 뿐이야」
「빌리다니 뭡니까, 삥입니까?」
악마가 마카를 빌린다는 소리, 들어 본 적도 없다.
「어이…. 이거 그건가봐. 액시던트인가 뭔가하는 거」
지켜보고 있던 아츠로우가 카즈키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데빌 옥션에는 가끔 이런 일이 일어난다. 부르지도 않은 악마가 멋대로 나와서 계약을 강요하는 케이스다.
「에? 그치만 이 녀석이랑 계약해도 상관없지 않아? 이 악마, 꽤나 강해 보이고」
유즈는 오히려 재밌다는 리액션이였다.
「오, 누님. 잘 아는 구만! 과연 그 거유는 폼이 아니야」
「거, 거유……. 가, 가슴이랑은 상관없잖아! 역시 이 녀석은 됐어. 이 성희롱 악마!!」
「딱딱하게 굴지마. 이쪽은 일단 악마잖아? 성희롱 한 둘 쯤은 당연하지 않겠어?」
이런 식으로 사고가 일어날 경우, 낙찰자가 계약을 할 필욘 없다. 그대로 떠나도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봤자, 케르베로스는 입수할 수 없고……. 이후의 싸움을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전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러자 야크샤는 기회라는 듯 히죽 웃었다.
「그럼 나랑 계약해야지. 그거 밖에 없잖아? 자, 결정. 가자구」
「별 수 없지. 알겠어. 계약해주자」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야크샤라도 좋다는 생각에 카즈야는 마카를 건네려 했으나 상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날 고용하려면 쪼금 부족한 걸. 그 돈의 2배는 내 놔」
「기, 기어 오르지 마!」
「어라라? 괜찮으신가? 나 디아라한 쓸 수 있는데? 힘도 상당히 높고. 이렇게 득이 되니까 2배는 내놓으라고!!」
카즈야는 이를 으득이면서 2배의 마카를 건넸다.
「참나….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악마가……. 하지만 마음을 다 잡자……」
마카는 싸우면 언젠가 쌓인다. 그렇게 자신을 납득시키고, 당장 전장으로 향했다.
「좋아, 일해 줘야겠어! 락슈미, 그리고 야크샤! 소환에 응하라!!」
적을 눈 앞에 두고, COMP를 조작해 두 마리의 악마를 소환한다.
야크샤의 검은 적을 토막내고, 그 피부는 화염을 무효케 했다. 전투는 앗하는 사이에 끝났다.
「좋아. 잘했어……」
「까아~~! 이 변태! 무슨 짓입니까!!」
울러 퍼지는 비명에 뒤돌아보자, 야크샤가 락슈미에게 들러붙으려 하고 있던 참이였다.
락슈미는 공포에 빠져 있었다…….
「에헤헷…. 완전 취향. 당신 왠지 좋은 냄새가 나는 걸. 여신이잖아? 동향 끼리 사이좋게 지내자구. 응, 응? 우시시시싯」
같은 인도 출신의 락슈미에게 한 눈에 반하기라도 한 건지, 야크샤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게의치 않는 모양새였다.
「그만둬! 싫어하잖아!!」
여신의 몸을 거침없이 더듬으려 하는 야크샤를 카즈야는 즉시 귀환시켰다.
「어째서 저런걸 넣으신 겁니까! 저 COMP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언제 덤벼 들지 모르니까요, 저 짐승!!」
귀중한 동료 악마인 락슈미는 공포에 떨면서도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악마를 항상 소환 상태로 둘 수는 없다. 카즈야는 간신히 락슈미를 달래어, 그녀를 귀환시켰다.
야크샤의 실력은 확실히 높다. 그 이후의 전투에도 다른 멤버들이 소환, 전과를 올리는 일도 많았다. 허나…….
「어이, 카즈야. 야크샤 녀석 소환해도 안 나오길래 조사해 봤더니 자고 있었어. 이래도 되는 거야?」
등.
「잠깐! 회복 요원을 불렀는데 야크샤 녀석이 맘대로 나왔어. 전술이 엉망이 돼서 자칫 질 뻔했다구!」
등등.
「저 야크샤. 여자 악마랑은 같이 못 쓰겠어. 여자 엉덩이만 쫓아 다닌다고 제대로 싸우질 않아」
등등등.
불평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였다.
「터무니 없는 악마를 스카웃 하고 말았다……」
그 우수한 실력 덕분에 다수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은, 그 이상으로 문제가 많다. 카즈야는 야크샤를 조속히 합체시켜 다른 악마로 만들어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야크샤를 대신할 전력을 보충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데빌 옥션에 액세스해서, 보다 강력한 동료 악마를 고르려 했던 그는 다시 또 패닉에 빠졌다.
『이 이상 악마와 계약할 수 없습니다』
「어라? 이상하네. 메모리에 몇 마리 정도 여분이 있었을텐데」
조사해 보니 모르는 악마가 몇몇 들어 있었다.
「헤어리잭에 마카라? 토우뵤우? 이런 저렙 악마가 아직 스톡에 남아 있었던가? 아니, 계약한 기억도 없는데…」
그것도 왠지, 평균보다 능력도 낮고 스킬도 부족한 초라한 개체들 뿐이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합체시켜 다른 악마로 만들까 하고 생각한 순간, 야크샤가 나타났다.
「헤헤헷. 어이어이, 잠깐만 기다려. 소년. 이 녀석들 말야. 갈 곳이 없는게 불쌍해서 내가 보살펴 주고 있어. 뭐냐, 내 제자? 더부살이? 뭐 그런건데」
「에엣, 어째서 그렇게 맘대로 행동하는 건데?! 제자니 더부살이니!! 애당초 이건 너네 집이 아니잖아!! 내 COMP라구!!」
카즈야는 너무나도 놀라운 사태에 노성을 터트렸다.
「사나이 답지 않긴. 이 녀석들도 경험을 쌓으면 강해질거야.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느긋하게 가자구」
「이젠 지긋지긋해! 난 필요 없어! 사교의 관.exe에서 눈 감고 다른 악마들이랑 랜덤 합체 시켜 버릴 거야. 여기서 꺼져~!!」
카즈야는 다소 이성을 잃고 그렇게 외쳤다.
「잠깐……」
「주인이여. 형님을 책하지 말아다오」
마카라와 토우뵤우가 COMP 화면 너머로 카즈야를 말린다.
「벌이라면 내가 받겠어. 야크샤 나으리 덕분에 따땃한 잠자리에서 먹고 살았으니, 사라지는 건 우리들만으로도 충분. 그러니까 주인, 용서해 줘」
헤어리 잭도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따땃한 잠자리라니……. 그런 표현이 가능해? 그래도 메모리가 가득차서 강한 악마를 넣을 수가 없으니까. 앞으로 진행 할 수가 없어. 그런데 너희들도 불쌍하고……」
카즈야는 정에 휩쓸려, 주워온 악마들을 지우는 것을 주저하고 만다.
「좋아, 알겠어…」
거기서 입을 연 것은 야크샤였다.
「나도 사나이다. 제자들의 비호로 오래 살 맘은 없어. 게다가 따지면 내가 잘못했지. 그 뒤처리는 내가 하지. 어이, 소년. 나를 지워줘. 누님이 아니더라도 합체에 응할테니까」
「하지만……」
「냉정하게 잘 생각해. 내가 동료로 참가한 이래, 소년도 조금은 강해졌을 텐데? 그러니까 나보다 레벨이 높은 악마도 합체 할 수 있게 됐을 거야」
야크샤는 새하얀 이를 드려내 보이며 웃고서, 엄지를 들었다.
즉, 야크샤에게 벌을 주는 의미로 그를 없애고 다른 악마를 끼워 넣는게 아니라, 합체 상대를 잘 골라 보다 강한 악마로 전생(轉生)시키라는 의미다.
「그런가……. 보자…. 이 녀석이랑 합체하면…. 좋아, 쓸만한 악마가 나올 것 같아. 야크샤. 네 힘, 앞으로도 유용히 사용하도록 할게」
카즈야가 결단을 내리는 것을 보고, 야크샤는 제자 악마들에게 최후의 작별을 고했다.
「너희들, 훌륭한 악마가 되라. 저 세상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형님…」
「강한 악마가 되어다오…」
「나으리, 신세졌어. 전생 후의 모습을 기대할게」
4마리의 악마가 얼싸안고 우는 모습은 나름 감동적인 구석이 있었다.
「좋아…, 소년. 준비는 됐어. 강하게 만들어 줄거지?」
카즈야는 아무말 없이 합체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합체의 순간. 상대를 본 야크샤는 한심한 비명을 질렀다.
「아니, 그래도 겔이랑 합체 시키라곤 말 안했잖아. 그로테스크한 녀석이랑 합체하는 건 좀 봐줘…. 우왓, 엄청 그로테스크! 이건 벌칙 게임이지? 어이, 하지마. 그만! 이 녀석하고만은… 우갸아아아아아아아악!!」
야크샤는 사신(邪神) 아리오크와 합체당했다. 붉은 신체의 야크샤와 보라색 반점이 있는 아리오크의 몸이 뒤섞여 녹더니, 별개의 존재로 재구성 되어 간다.
「미안…. 악의는 없었어. 일단 아리오크 말곤 합체 요원이 없어서. 용서해줘, 야크샤」
그리고―…
「나는 위대한 자의 자식. 환마 가네샤. 바람이 있다면 심판의 번개를 떨구어, 그대의 앞 길을 열지요…」
코끼리 머리에 푸른색 남자의 몸을 한 악마가 탄생했다.
그 통통한 배가 부르르 떨린다. 살짝 뚱뚱한 체형이 야크샤의 유전자를 이은 증거와도 같았다.
「하아. 이걸로 문제는 해결 됐군」
물론 가네샤는 품행 방정하고 유능하여, 일행은 그의 힘을 빌려 선전을 거듭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끄러운 성희롱 악마가 없어지니까 없어진거대로 좀 쓸쓸하네」
유즈는 야크샤의 똥배를 떠올리며 그리 중얼거렸다.
「여자 악마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 녀석, 그 녀석 나름대로 꽤나 사랑받았구나」
아츠로우는 한숨을 쉰다.
「별 수 없지. 우리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보다 강한 악마를 동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돼」
야크샤가 어떤 녀석이였든지 간에, 최종적으로는 합체 요원이 되었을 거다.
「아아, 그치만…. 가네샤한텐 조금 이상한 버릇이 있어. 조금 곤란한 버릇」
유즈가 말하려던 차에, 그 등뒤에서 가네샤가 나타났다.
「주인. 잠시 괜찮겠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이 갈 곳 없는 악마를 잠시 보살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내버려 두자니 가여워서……」
가네샤의 팔에는 초라한 스텟의 네코마타가 안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