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Paradise/본편]파라다이스 (7)
[BL/Paradise/본편]
파라다이스 (7)

[아즈마]
“역시 아직 배 안 왔어?”
[마츠다]
“그런 거 같아.”
[아즈마]
“이런 외지에 있는 섬이니까, 여행객이 온 걸 깜빡한 거 아닐까?”
앉아있는 바비큐용 의자가 끼익하고 작은 소리를 냈다.
오전에 혼고 씨한테 배가 왔는지 물으러 밖으로 나왔더니, 마츠다와 마주쳤다.
조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이러고 있는데… 역시 메인은 오지 않았던 배 이야기였다.

[마츠다]
“깜빡한 것뿐이라면 다행이지.
연락해서 상기시켜 주면 되니까.”
[아즈마]
“…그건 그래.”

실제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아직도 무선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마츠다는 고개를 들어,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는 혼고 씨를 힐끗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따라 그쪽을 보았지만… 혼고 씨는 우리 시선을 눈치채는 일 없이 종종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아즈마]
“회사 쪽에 뭔 일 있나?”
[아즈마]
“예를 들자면 회사가 도산했다든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긴가?”

[미츠기]
“의도적으로 이러는 걸지도?”
[아즈마]
“우앗!”

[마츠다]
“우옷! 미츠기.
네가 말을 걸다니, 별일이네.”
[미츠기]
“한가하거든.”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자, 거기엔 망할 미츠기의 얼굴이 있었다.
무심코 째려 보았지만, 개의치도 않는 거 같았다.

빈 의자에 앉은 미츠기는 거만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다리를 꼬았다.
그건 그렇고… 이 세 사람, 꽤 진귀한 조합인걸.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마츠다]
“그래서? 의도적일지도 모른다는 건 무슨 뜻이야?”
[미츠기]
“무슨 뜻이고 뭐고, 말 그대로.
…일부러 연락을 차단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아즈마]
“그, 그런 짓을 해서 뭐하게?”
[미츠기]
“내가 어떻게 알아.”
[아즈마]
“그럼 그런 무책임한 소리 하지 마.
그런 건 괜한 혼란을 불러 올지도 모른다구.”
[미츠기]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본 것뿐이야.”

[마츠다]
“어이, 진정들 해.
얼굴 맞대자마자 또 싸운다….”
[아즈마]
“…….”
미츠기가 나쁘다고 반론하고 싶었으나, 이 이상 혼나는 것도 뭣하니 입을 다물었다.

[미츠기]
“…….”
보아하니 미츠기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열받는다.
자리를 수습하듯 한 번 기침한 마츠다가, 나와 미츠기의 얼굴을 교대로 바라보며 말했다.

[마츠다]
“아무리 불안한 상황이라도, 우리는 현재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없어. 그건 알고 있지?”
[마츠다]
“내일, 혹은 모레 배가 와주면 문제 없어.
일이 있어서 좀 늦었다고 하면 납득가진 않더라도, 일단 이해는 해줄 수 있지.”
[마츠다]
“…제일 곤란한 것은, 향후 일절 배도, 연락도 오지 않는 것.”
[미츠기]
“…그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지.”

[아즈마]
“큰일이잖아. 내가 너무 낙관적있네.
다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츠기]
“멍청한 녀석.”
[아즈마]
“뭐라고?!”

[마츠다]
“자자자자자, 조용.”
또또 말다툼을 벌일 뻔 하는 우리를 제지한 마츠다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은 얌전하게 이야기를 듣자. 그러기로 하자.
미츠기로 그럴 생각이었는지, 내쪽을 보려고도 않았다.

[마츠다]
“그래서 일단 생각해 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최악인 것은 물이나 음식이 동나는 거잖아?”
[아즈마]
“…그렇지.”
[마츠다]
“그래서 묻는 건데, 너희들 음식 얼마나 남았어?”

[마츠다]
“솔직히 내 냉장고엔 거의 남은 게 없어. 너희들도 그렇잖아?”

[아즈마]
“응. 제대로 확인해 본 건 아니지만.”
[미츠기]
“나는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그럭저럭 남아있어.”
마츠다는 미츠기의 대답을 듣고, ‘그런가’하고 팔짱을 끼었다.

[마츠다]
“개인차가 있단 소리군.
그래서 말이야. 모두의 식량을 다 모아서 배급제로 관리하는 건 어때?”
[아즈마]
“과연….”

무심코 탁하고 무릎을 쳤다.
과연 마츠다! 생각이 깊구나. 여러모로.
[아즈마]
“그럼 평등하게 음식을 나눌 수 있고,
남은 음식이 얼마나 되는 지도 알기 쉽겠네.”
[미츠기]
“만의 하나의 일이 생기면 그게 좋겠지.
예를 들자면… 내일 아침까지 배가 오지 않으면 배급제로 전환한다든가.”
[마츠다]
“그래. 혼고 씨한테 상담해볼 생각인데… 아즈마, 미츠기 둘 다 찬성인 걸로 알아두면 될까?”
마츠다가 살피는 듯한 시선을 보내오기에, 물론하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미츠기도 승낙하는 건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다]
“좋아. 그럼 당장 이야기 나누고 올게.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
[아즈마]
"천만에.”
[미츠기]
“고맙단 소린 됐으니, 얼른 갔다 와.”

[미츠기]
“혼고 녀석, 책임감 때문에 꽤 초조해하고 있었어.
이후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눌 상대가 있으면 마음 든든해지겠지.”

그 말을 들은 마츠다는 놀라더니, 이내 기쁜 듯이 웃었다.

[마츠다]
“미츠기 넌 남을 잘 살피는군…. 인간에게 흥미 없다는 태도이면서.”
[아즈마]
“…….”

그것만큼은 나도 동의한다.
물론 절대로 말로 하진 않겠지만.
마츠다가 혼고 씨의 로그 하우스로 향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자, 떡하니 미츠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그 자리에 침묵이 떨어졌다.
이 녀석이랑 공통 화제 같은 건 없고, 서로 입만 열면 싸우기만 하니까
한발 먼저 퇴장하는게 좋을지도.
그런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에, 미츠기가 입을 열었다.

[미츠기]
“그래서…? 넌 앞으로 어쩔 거야?”
[아즈마]
“…방으로 돌아가 얌전히 지낼 생각인데.”
[미츠기]
“아, 그래…?”

…….
또 침묵.
질문만 던져놓고, 이렇다할 리액션은 없는 모양이다.
역시 마음이 안 맞는 거 같다. 그렇게 실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그 하우스로 돌아가 낮잠이라도 자볼까…하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미츠기]
“너도 조심해.”
[아즈마]
“응?”

나를 향해 날아오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뒤돌아 보자, 미츠기는 내쪽을 보지도 않고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미츠기]
“이대로 가면 분명 파란이 생기겠지.”
[아즈마]
“파란이 생겨? 무슨 소리야?”

[미츠기]
“뇌세포 갯수는 인간 평균일텐데? 알아서 생각해.”
[아즈마]
“네, 네. 또 그 소리냐고요. 그럼 이만….”

[미츠기]
"……."
충고해주나 싶었더니 결국 평소와 같은 트집에, 그 이상 들을 기분도 사라졌다.
불과 몇 분 정도였지만 시간 낭비한 기분이라서, 이번엔 곧장 로그 하우스로 돌아갔다.
등뒤로 미츠기의 시선이 박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결코 돌아보는 일 없이.